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862화 (841/877)

“헬기 두 대, 비행기 한 대, 기본적인 니즈를 충족하려면 사실상 헬기는 세 대에서 네 대 필요합니다. 그리고 야전 병원도 있어야 하고요. 병원 내 설비는 CT, MRI 그리고 ICU도 있어야 합니다. 후방 이송까지 생각하면 헬기와 비행기를 더 추가해야 합니다. 이게 능연 선생이 고려한 장기 방안이고, 페이지마다 돈을 뿌려대는 느낌입니다.”

키 크고 잘생긴 젊은이는 회의실 프로젝터 아래에 서서 말할 때마다 씨익 이를 드러내며 설명했다.

요구가 너무 많았다.

회의실 안에 있는 대표자들은 더 말할 것도 없이 벌써 웅성웅성 작은 회의를 열고 있었다. 타당성 분석 리포트에 쓰인 숫자에, 진 주임의 머릿속도 윙윙거렸다.

“자금이 충분하다고 하긴 했지만, 능연의 요구가 많아도 너무 많아. 헬기, 비행기 비용만 해도 얼마나 들어야 할지 생각도 안 해 봤나. 뒤지게 비싼 그 병원 설비들은 또 얼마가 드냐고. 그건 됐다 치고, 헬기마다 배치해야 하는 의료팀, 비행기와 병원에 배치해야 하는 의료진, 그 사람들이 24시간 돌아가며 일하려면 대체 사람이 얼마나 필요한 거야. 야전 병원은 또 어떻고. 야전 비행장까지, 대체 부대를 얼마나 능연 밑에 투입해야 하냐고.”

“맞습니다. 우리 야전 병원은 외국처럼 꾸릴 수도 없습니다. 사고 싶어도 못 사는 설비도 많고요.”

“경위부대는 어떻게 배치한답니까? 어떤 표준으로 진행한답니까? 전력은요? 야전 병원과 야전 비행장에서 쓸 전력도 만만치 않습니다. 우리가 쓰던 거로는 안 됩니다.”

“야전 병원은 군부대 주둔지에 배치해서 경위 전력을 함께 쓰면 됩니다, 야전 비행장도 당분간은 큰 문제가 아니고……. 하지만 능연이 원하는 비행기, 헬기에 배치할 의료팀은, 이건 아낄 구멍이 없습니다. 사람이 내내 있어야 하는 것도 그렇고, 트레이닝도 해야 합니다. 다시 소통한 후에 알게 된 건데, 능연이 원하는 방식으로 한다고 해도 외과 의사를 전방으로 보내는 게 분명 장점이 있습니다.”

키가 크고 잘생긴 젊은이는 능연의 잘생김과 밀어붙이는 방식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일할 때는 능연이 서술한 내용을 따라 설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진 주임은 서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비싼 비행기에 탈 사람이니, 당연히 제대로 된 의사여야지. 하지만……. 그래도 너무 비싸…….”

회의에 참석한 대표자가 호응했다.

“종합적으로 평가해 보면, 능연 쪽 요구가 가장 많습니다. 초기 투자액만 해도 다른 후보들의 필요금액을 훌쩍 넘었습니다. 그에 비해 다른 후보의 방안의 실용성이 더 높습니다. 비용이 더 낮을 뿐만 아니라, 관리도 비교적 쉽고, 가성비가 좋습니다.”

“그래도 난 능연이면 좋겠군.”

진 주임은 조금 전에 투덜거린 말이 자기 입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듯이 눈을 빤히 뜨고 있었다.

“그래도 비용이 문제입니다.”

“그래도 능연이 좋아.”

진 주임의 눈빛에 외계인을 원하지만 예산이 부족한 집돌이, 애플을 사고 싶은데 예산이 부족한 집돌이, 공수부대를 원하지만 예산이 부족한 집돌이…… 같은 고집, 집착이 보였다.

“너무 비쌉니다. 위의 승인을 받기도 쉽지 않을 거고요.”

젊은이가 나지막이 한 말에 회의실이 잠시 조용해졌다. 진 주임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능연의 방안과 비교하면……. 후유. 능연의 방안은 한두 시간 안에 환자를 후방 병원으로 보낼 수 있어. 능연이 수술하지 않아도 비슷한 수준의 의사만 보내면 80%는 살릴 수 있다고. 다른 사람은……. 다른 사람은 기술도 능연보다 떨어지고, 방안이 우세해 봤자지. 우리가 원하는 게, 가성비인가?”

“그건 그렇지.”

“일리 있습니다.”

“자원을 쏟아붓는다더니, 모처럼 이런 좋은 방안이 생겼는데 또 자원이 없다고 하니…….”

그 말에 진 주임이 동의하며 말했다.

“맞는 말이야. 일회성이면 이런 방안은 절대 안 되지. 하지만 능연의 방안은 장기적 방안이야. 하아, 비싼 게 문제지.”

“장기성 투자니까, 쓸 수밖에요. 장기적으로 쓰지 않을 수가 없잖습니까.”

젊은이가 나지막이 투덜거리는 말에 진 주임이 껄껄 웃었다.

“장기적으로 보고 평균 예산을 따져보면 타당성 없는 건 아니지.”

“정말로요?”

젊은이는 매우 놀랐다. 사실 차선 방안을 고려하고 있었는데, 진 주임이 다른 태도를 보일 줄은 몰랐다. 심지어 매우 단호하게 지지했다.

“일단 이번만 봐도, 능연이 직접 가지 않았나. 그래서 결과가 어땠지?”

진 주임은 말을 멈추고 목소리를 조금 누그러뜨리며 말을 이었다.

“이건 정말로 사람을 구하는 데 쓰는 방안이야. 외국하고 비교할 것도 없고, 다른 부대하고 비교할 것도 없이, 내부에서 비교해도 마찬가지야. 가성비 방안을 선택할래, 아니면 최고의 방안을 선택할래?”

진 주임의 뜻은 매우 명확했고, 그 자리에 있는 모두 이견이 있어도 결국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능연은 연문빈, 마연린 등 능 팀 구성원을 데리고 운송기에 타고 국경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연문빈은 안전벨트를 하고서도 대형 헬스장에 있는 듯 변함없이 스쿼트를 했다. 마연린은 생선포를 한 입씩 뜯으면서 긴장된 기분도 함께 뱃속으로 집어삼켰다.

여원은 안전벨트 사이로 비집고 나와서 활개 치고 다녀도 잡히지 않고 잘 돌아다녔다. 그렇게 다리가 풀어질 때까지 돌아다니던 여원은 다시 안전벨트를 비집고 들어가서 벨트를 다시 매고는 잘 묶어둔 루이비통 소장 가방을 밟고서 긴장하고 기대하는 얼굴로 책을 펼쳤다. 국경 지대에 사는 동물 소개 책자였는데, 핸드폰을 뺏겨서 다른 건 할 수도 없었다.

기내에서 가장 평온하게 있는 건 역시 능연이었다. 그는 눈을 감고서 의료 이송에 관련된 정보를 머릿속으로 복습했다. 현재 그가 얻은 정보는 충분하지 않았지만, 더 많은 정보를 달라고 상대를 압박하진 않았다. 일단 지금 그가 갖춘 스킬만으로도 충분히 한번 해볼 만했고, 또 한편으로 정상적인 상황에서 의료 이송을 진행하는 게 더 좋았다.

진 주임 쪽에서 요구해서 그가 직접 온 것만은 아니었다. 능연도 직접 참여해서 국내 의료 이송의 현 상태를 관찰할 필요를 느꼈다.

미국의 전시 전방 의료 이송, 고속도로를 따라 배치해둔 독일 의료 이송, 스키 시즌의 스위스 의료 이송 같은 외국의 것과 비교하면 중국 의료 이송에 있어서 관건은 군부였다. 운화병원이 앞으로 어떻게 바뀌든, 군부에서 어떻게 하는지 관찰할 필요가 있다.

“곧 도착합니다, 능 선생. 착륙 준비하세요.”

제복을 입은 사내가 능연 귓가에 크게 고함쳤다.

“전 안 내립니다. 환자를 최대한 빨리 비행기에 태우세요.”

“중요한 분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능연이 고개를 저으며 하는 말에 제복남이 눈살을 찌푸리며 상기시키자 능연의 눈빛이 엄숙해졌다.

“그분들이 이송 상황에 영향을 미치나요?”

제복남은 굳은 얼굴로 3초 생각하다가 드디어 능연의 말의 의미를 깨닫고는 불가사의한 표정을 지었다.

“능 선생은 정말로 대답을 바라는 겁니다.”

흉곽 호흡을 하던 좌자전이 눈을 뜨고는 내심 한숨을 쉬며 말했다.

굳은 얼굴 제복남은 진지하게 좌자전을 바라봤다. 그리고 기내의 의사들이 아무도 내리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분주하게 움직이는 걸 보고는 드디어 정신을 차렸다. 그는 더 굳어진 얼굴로 엄숙하게 대답했다.

“우리의 작업을 격려하려고 오신 분들입니다. 능 선생, 이왕 온 거, 내려서 만나고 가시죠. 해될 것도 없지 않습니까.”

“이송 속도에 영향 줍니다. 나아가 치료에도 지장을 주겠죠. 우리는 가장 빠른 속도로 돌아가야 합니다.”

두어 마디로 설명한 능연은 아예 좌자전을 향해 말했다.

“이 연락책은 말이 너무 많아요. 밑에서 이송 책임 의사들한테 바로 연락해서 환자를 빨리 태우라고 하세요.”

“예.”

좌자전은 동정하는 눈으로 제복남을 바라봤다. 의료 이송은 진 주임 관할 부대에서 근래 가장 중시하는 임무임을 알고 있었다. 돈을 너무나 많이 썼으니까. 그런데 능연에게 말이 너무 많다는 소리를 들었으니, 이 연락책은 앞으로 연락 직무를 맡지 못할 것이다. 좌자전 본인도 일을 부풀려서 진 주임에게 따질 준비를 끝냈으니까.

“따라오세요.”

좌자전은 제복남이 능연 앞에 버티고 서 있지 않도록 그를 끌고 비행기에서 내렸다. 제복남은 다시 얼떨떨한 상태가 되었고, 그 얼떨떨한 상태로 좌자전에게 끌려갔다. 비행기에서 내려 수많은 시선을 받으며 그제야 조금 상황을 파악한 그는 화를 냈다.

“이, 이게 뭡니까?”

“정식 군인입니까?”

좌자전은 팔을 잡고 상대를 위로했고, 제복남은 어리둥절해졌다. 이 의사들 사고방식은 다 이렇게 비선형으로 종잡을 수 없는가?

“정식 군인입니까?”

“예.”

“그럼 됐습니다.”

좌자전도 안도하며 미소 지었다.

“그럼 잘릴까 봐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네요. 나중에 다른 업무에 배정되면 그 업무 하면 되겠어요. 아마도 앞으로 우리 일을 할 일은 없을 겁니다.”

상대가 화가 나서 난동을 피울까 봐 걱정하던 좌자전은 상대가 정식 군인임을 확인하고 오히려 안도했다. 그러나 제복남은 견디지 못했다.

“이게 무슨 소립니까. 내가 뭐라고 했다고…….”

“임상 의학 전공 아니죠?”

좌자전은 그가 응급 쪽은 전혀 모를 거라고 추측했다. 좌자전의 물음에 제복남의 기세가 사그라졌다.

“임상 전공은 아니지만, 전…….”

“의학 지식 있습니까? 자세히 말씀해 보세요.”

“없습니다…….”

“그럼 억울할 것도 없죠.”

좌자전이 미소 지으며 말을 이었다.

“우리 일은, 초를 다투는 일입니다. 당신이 낭비한 시간은 환자의 목숨값일 수도 있어요. 자자, 들것 좀 지나갑시다. 음, 이만 가서 볼일 보세요. 우린 곧 다시 이륙해야 합니다. 높은 분들은……. 음, 제가 상대하죠.”

이야기하는 사이 공기 팽창식 들 것이 두 사람을 지나쳤다. 환자가 삽관한 채 두 눈을 꼭 감은 상태로 운송기에 실려 들어갔다.

저 앞에서 능연이 명령하는 소리가 들렸다.

“들 것 이동하는 전동 시스템, 역시 필요합니다. 메모해두세요.”

이어서 누군지 모를 초짜 의사가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갑시다. 높은 분께 인사드리러 가요.”

좌자전은 어서 일을 끝내고 최대한 빨리 능연 곁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상대가 연수의라고 해도 총애를 빼앗아 갈 수 있는 강적이었다. 지금 능력으로 능연은 손바닥 뒤집듯이 정직원 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운송기 위아래 대다수 인원이 바쁘게 움직였다. 지상 요원은 미친 듯이 기름 보충, 충전 같은 각 항목을 체크했고, 운송기 안에 있는 의사들도 소형 가전 기구 콘센트를 미친 듯이 휘두르며 틈만 보이면 환자 몸에 기계를 꽂았다.

연문빈 일행은 사실 의료 이송을 배운 적 있었다. 출장 수술에서도 가끔은 구급차를 사용할 때가 있으니까. 그렇게 따지면 항공 이송은 항공 이송만의 특성이 있지만, 사실 구급차보다 훨씬 편했다.

구급차 안의 공간은 한정적이고, 항공 이송은 기내에 수용할 수 있는 의료 설비가 더 많고, 더 뛰어나서 의사들이 손 쓰기 쉬워진다. 그래서 이송 시간이 더 긴 항공기의 생존율이 오히려 더 높은 이유이기도 하다. 간소한 생명 유지 시스템뿐인 구급차보다 항공기의 생명 유지 시간이 더 길다.

군의관들도 사실 그 이치를 잘 알고 있었고, 환자를 비행기에 태운 후에 눈에 띄게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물론 책임을 떠넘긴 홀가분한 마음도 있었다.

그러나 능연은 그들을 놓아주지 않고 손짓해서 불렀다.

“잠시만요. 환자 몸에 표식 붙여주세요. 무슨 처리를 했는지 적어서요.”

“무슨 말입니까?”

제복 입은 의사 두 명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여원은 주변을 휘휘 둘러보고는 좌자전이 없는 걸 깨닫고는 의자 위로 뛰어 올라가 자기가 설명했다.

“환자 몸이나 들것에 붙이는 쪽지라서 그렇지, 간이 차트라고 생각하면 돼요.”

“그럴 필요 있나요?”

제복 의사가 주저하며 물었다.

“당연하죠. 이 환자는 곧 천 리 밖으로 이송할 건데, 그쪽 의사가 여기 상황을 어떻게 압니까? 무슨 약을 썼는지, 무슨 치료를 했는지 어떻게 아냐고요. 새로 검사하느라 귀중한 시간 낭비하라는 겁니까?”

여원은 다른 건 몰라도 논리 싸움은 확실했다. 두 제복 의사는 얼떨떨해하다가 나지막이 꿍얼거렸다.

“시스템에 차트 다 있지 않습니까. 검색하면 될걸.”

“당신들 시스템, 대외 공개되었나요?”

여원이 매섭게 외쳤다.

“환자가 후송되면 어느 병원으로 갈지 몰라요. 시스템을 공공 네트워크에 공개할 예정인가 봐요? 게다가, 비행기에서 어떻게 검색합니까?”

“그건……. 예, 쓰겠습니다.”

두 의사는 여원의 말이 언짢았지만, 책임지고 싶진 않아서 표식을 쓰기 시작했다.

“간단하게 써도 되는데, 제대로 쓰세요. 시스템에 올릴 차트는 상세히 쓰시고요. 빨리해야 해요. 몇십 분 안에 끝내면 더 좋고요.”

“돌아가는 것만 해도 몇 시간 걸리지 않습니까? 뭐하러 그리 서두릅니까.”

여운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쪽이 전방에서 사망하면요? 중상 입거나 혼수상태가 되면, 비행기 안 환자 차팅은 누가 해요?”

두 제복 의사는 멍해졌다가 약속이나 한 듯 ‘재수 없게!’하고 고함쳤다.

“우리 능 선생이 의료 이송 시스템을 셋업하면, 당신들도 나중에 쓸 수 있을 거예요.”

여원이 위로하듯 하는 말에 그 자리에 있는 의사 모두 일리 있다고 생각했고, 제복 의사를 포함해서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륙 준비!”

또 다른 제복남이 다가와 큰 소리로 고함쳤다.

“이륙해도 됩니다.”

줄곧 환자 곁에서 검사한 능연이 대답했다.

“우리도 함께 갈까요?”

제복 의사들이 내키지 않는 듯 물었다. 상사의 지시였다. 그러나 능연은 고개를 저었다.

“전체 의료 이송 과정은 책임 분담해야 합니다. 그쪽에서 책임질 부분만 맡으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두 제복 의사도 대답을 얻고는 군말 없이 재빠르게 비행기에서 내렸다. 능연은 다시 환자 상태를 체크하고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전방 병원 외과 처리는 반드시 간단하고 직접적이어야 합니다. 필요한 수술만 하면 됩니다. 이것도 기록해 두세요.”

“예!”

되돌아온 좌자전이 크게 대답하고는 능연 곁으로 다가가 웅얼거리며 물었다.

“이쪽에서 처리한 거, 별로야?”

“잘했어요. 그런데 그럴 필요 없었어요. 수술은 최대한 후방에서 진행합니다.”

능연은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

“우리 쪽 준비가 충분하다고 전방 병원이 항시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다고 볼 순 없어요. 그러니까 꼭 필요한 수술만 하면 그만큼 수월하게 돌아갈 거고, 환자에게도 유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