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어, 왔어.”
여자아이들이 서로 밀고 당기면서 까르르 웃으며 문 앞에서 구석으로 달려가서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두리번거렸다.
능연의 발걸음은 언제나처럼 평온하고 멋졌다.
“보이겠지?”
여자아이들은 속닥속닥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안 보이면 어떡해.”
“보일 거야.”
좌자전은 사람들 뒤에 서서 문을 가리고 있는 커다란 꽃바구니를 바라봤다. 바구니 위에 붙은 커다란 능연의 사진에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이것도 안 보이면 어떻게 수술하라고. 그냥 바구니 뒤에 누워 있어야 할 판이었다.
건장한 남자들이 한 짓이라면 당장 나서서 막았겠지만, 딱 봐도 아직 학생으로 보이는 여자애들이 연예인 덕질하듯이 내놓은 선물에 조금 주저하는 마음이 생겼다.
좌자전이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 능연은 이미 유리문 앞에 도착했다. 큰 꽃바구니, 대형 사진이 능연 쪽을 향해 있었고, 거기에 비친 능연의 표정 역시…… 언제나처럼 평온했다.
“선물한 사람이 누군가요?”
능연은 꽃바구니 앞에 자리 잡고 서서 물었다. 성가셔하지도, 대수로운 일이라고도 생각하지 않았다.
유사한 장면을 너무나 많이 봐왔다. 특히 학교에서는 어린 여자애들이 생각해내는 갖가지 수법이 얼마나 참신한지, 병원에 들어온 후로 만난 환자와 보호자는 거기에 비하면 사고 회로의 독창성이 명백하게 떨어졌다.
“우, 우리가 같이 보낸 거예요.”
“고마워요. 이런 비싼 선물 하느라 돈 많이 썼겠어요.”
능연은 이야기하면서 품에서 초콜릿을 꺼내 여자아이들에게 각각 나눠줬다. 아이들은 간드러진 목소리로 고맙다고 인사하며 기쁜 얼굴로 초콜릿을 받았다.
능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멀리 바라보면서 민첩하게 좌자전을 캐치하고는 손짓했다.
“꽃바구니, 적당한 곳에 두고요. 사진은 치워두세요.”
“옙. 환불할 수 있는지 확인부터 하고, 안 된다고 하면 적당한 곳에 둘게.”
좌자전은 대책부터 이야기하고 능연의 허락을 얻은 후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저기요…….”
맨 뒤에 있던 여자아이가 능연을 부르며 다가가 USB를 내밀었다.
“능 선생님, 이거 받으세요.”
좌자전은 눈가가 다 실룩였다. USB 위에 붙은 프사가 능연인 것 같아서 다행스러웠지만, 여전히 궁금하고 의아했다.
“안에 뭐가 들었어요?”
“음……. 능연 화폐요.”
“응?”
“RAN이에요. 이더리움 ERC-20 기준으로 만든 코인이에요. 총발행량은 1조 개고요, 능 선생님 프사가 표식이에요.”
능연이 의아한 듯 묻는 말에 여자아이는 우다다 내뱉고는 숨을 고르고 이어 말했다.
“이 안에 500억 RAN이 들었어요. 나중에 역으로 우리한테 선물하고 싶으면 RAN으로 보내주시면 돼요. 많이 보낼수록 쓰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럴수록 가치가 높아져요.”
“500억이요?”
능연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제가 독립 발행한 거라, 지금은 쓰는 사람이 없어요. 그래서 1조라고 해도 1위안도 안 돼요. 하지만, 하지만……. 계속해서 커뮤니티를 업그레이드하고, 커뮤니티 기능도 업그레이드해서 쓰는 사람이 많아지고, RAN 사용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가치가 높아질 거예요.”
능연은 조금 의아한 듯 받아들면서도 솔직하게 대답했다.
“돌아가서 차차 알아볼게요.”
“아참, 안에 NTF도 많이 있어요. 비대칭 코인이에요. 유일무이한 데이터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영상이나, 사진, 3D 같은 거예요. 꼭 받아주셔야 해요…….”
얼마나 열심히 설명하는지, 뒤통수의 포니테일이 다 흔들거렸다.
“알았어요. 고마워요. 받을게요.”
능연은 생각하다가 좌자전에게 눈짓하고는 여자아이들에게 다시 말했다.
“나중에 영인 컴퍼니 채권 좀 선물할게요. 영인 컴퍼니는 의료 이송 회사예요. 앞으로 본인 혹은 가까운 사람이 다치거나 아프면 영인 컴퍼니에 전화해요. 운화에 있으면 바로 헬기를 보낼 거고, 타지 대도시는 구급차, 혹은 헬기를 보낼 거고, 작은 도시는 구급차에 비행기로 가장 빠른 속도로 큰 도시 병원으로 보내줄 거예요.”
“좋은 거랍니다. 여러분이 쓸 일은 없길 바라요. 하지만 정말 필요한 때가 오면, 여러분이 평소 덕질 생활로 가장 빠르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해줄 거랍니다.”
좌자전이 그렇게 덧붙이고는 여자아이들을 향해 부드럽게 말했다.
“여러분, 이름이랑 전화번호 남겨주세요. 나중에 보내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