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그레이트 닥터-872화 (851/877)

“RAN 코인? 그런 생각을 잘도 하네. 음, 커뮤니티도 그럴싸하게 만들었네.”

전칠이 노트북으로 RAN 커뮤니티를 살펴보았다. RAN 코인은 이더리움 코인 중에서 너무나 하찮은 존재였다. RAN 코인 위에 다년간 운영되고 있는 소수 코인, 다년간 운영 중이고 커뮤니티도 탄탄한 소수 코인, 그리고 다년간 운영 중이고 커뮤니티가 탄탄하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소수 코인이 있다. 그리고 그 위에는 소형 거래소에 등록해서 이미 일정 가격이 있는 소수 코인, 그리고 새로운 용도를 개발해서 일정하게 응용되고 있는 소수 코인도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 있는 코인은 되어야 일반인이 접촉하는, 조금 더 큰 거래소에 등록된 소수 코인이었다. 그런 코인이라도 가치가 소수점 뒤에 0이 수많이 달린 그런 존재지만, 코인 피라미드에서는 그래도 꽤 높은 등급이었다. 햄버거에 패티, 치즈, 토마토 추가하고 콜라도 추가하는 그런 세트 같은 존재랄까.

전칠은 이런 쪽 정보는 그렇게 잘 알지 못하지만, RAN 코인 관련 정보를 경계하기엔 충분했다.

“RAN 코인 좀 사들여. 그리고 다른 이더리움 코인도 좀 하고.”

전칠은 잠깐 고민하다가 다시 덧붙였다.

“RAN은 내 명의로 사고, 이더리움 코인은 가족 펀드로 사.”

“이더리움은 문제없습니다.”

셀린느 슈트를 입은 비서가 기록하면서 말을 이었다.

“RAN 코인은, 제가 아는 바로는 아직은 바로 살 수 없습니다.”

“못 산다고?”

“네. 아직 공개 발행되지 않은 새 코인입니다. 그래서 가격도 없고요. 지금은 주로 커뮤니티 안에서 서로 주고받고 있습니다.”

비서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이었다.

“현재 RAN 코인 지갑의 최대 소유자는 능연 선생님일 겁니다. 만든 사람은 1%밖에 소유하지 않았고, 나머지는 커뮤니티 공헌도에 따라 분배되었습니다. 게다가…….”

전칠이 힐끔 올려다보자, 비서는 조금 머쓱한 듯 웃으며 목소리를 낮췄다.

“다른 대다수 코인과 달리 RAN 커뮤니티 공헌도는 RAN 자체 혹은 시장 개발뿐만 아니라, 상응하는 동영상, 사진을 올려서 NTF 같은 걸 만들면 시스템이 분배해주는 RAN 코인을 얻을 수 있습니다. 상응하는 동영상과 사진이란, 보통 능연 선생님 거고요.”

“알았어.”

전칠은 힘껏 고개를 끄덕이고는 천천히 말했다.

“주시하고 수시로 보고해.”

“네.”

어시는 종이 맨 앞에 별 다섯 개를 세 번 그렸다.

“능 선생은?”

전칠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매무새를 고치며 물었다.

“복합 수술실에 계십니다.”

비서들도 병원의 레이아웃을 환하게 꿰고 있었다. 비서의 대답에 전칠은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의사 남친 장점이 바로 행방을 모를 일은 없다는 거네……. 참, 다빈치 로봇 수술이야? 그 수술할 때는 커피 마셔도 된다던데, 원두 좀 보내.”

“네, 알겠습니다. 휴게실로 바로 보내겠습니다.”

사실 원두는 진작 정기 배송 중이었지만, 전칠이 명령한 이상 다시 체크하고 내용 수정을 해야만 했다. 전칠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바로 휴게실로 가자. 참, 작은삼촌이 소고기 보내지 않았어?”

“네. 브라질 명절이라 제부를 잡았답니다. 등심 반 마리 분량이랑 부채살을 좀 보내셨습니다. 아침에 도착했어요.”

“반 마리밖에 안 돼? 스테이크로 구우라고 해줘. 능 선생은 육즙 많은 걸 좋아해.”

전칠이 입을 삐죽이며 하는 말에 어시는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메모했다.

휴게실.

전칠은 능연을 기다리는 동안 느긋하게 서류 몇 건에 사인하고는 기지개를 켰다.

“역시 능 선생 병원에 있는 게 좋아. 홀가분하고 효율도 높거든.”

전칠이 다시 기분이 좋아져서 하는 말에 비서가 미소 지은 채 사인된 서류를 치웠다.

“아직 사인할 거 더 있어?”

시간을 확인한 전칠은 조금 더 노력하기로 했다.

“급한 서류는 없습니다.”

“괜찮아. 안 급한 거도 좋아. 오늘 효율이 높거든.”

비서가 나지막이 하는 말에 전칠은 팔을 풀어주며 말했다.

“능 선생만큼 해야지.”

“그럼 잠시만 기다리세요.”

비서가 돌아서서 전화하자 몇 분 만에 검은 슈트 차림 보디가드 둘이 박스를 끌어안고 들어왔다. 이어서 두 명 더, 또 두 명 더…….

그 모습에 전칠은 얼떨떨해졌다.

“오전에 사인한 서류, 꽤 많았는데.”

“안 급한 건 항상 많거든요.”

비서가 생긋 웃으면서 그중 하나를 펼쳐 보였다. 전칠은 입을 삐죽이고는 고개를 숙이고 읽어내려갔다. 그렇게 하나, 둘…….

“응?”

전칠이 갑자기 동작을 멈추고 미간을 찌푸렸다.

“집에서 또 목장 샀어? 몇 달 전에 목장 몇 개 사들이지 않았던가? 전에 목장 구매 기록 좀 꺼내 봐. 이거 누구 결정이야? 기안이랑 진행 과정도 다 꺼내.”

“네, 알겠습니다.”

비서가 바로 움직였다.

“소도 꽤 사들였는걸? 작은삼촌만 목축업에 관심 있는 줄 알았더니.”

전칠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서류를 뒤적였다. 동작은 매우 빨랐지만, 확인해야 할 정보는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잠시 후, 비서가 패드를 가지고 돌아와서 전칠 앞에 놓았다.

“목장 사업은 큰 사모님께서 결정하고 고른 겁니다. 집행인은 다 다르고요.”

“엄마가? 엄마가 목장을 좋아하지도 않는데 왜.”

전칠은 조금 의아해졌다. 비서는 패드를 조작하여 날짜 몇 개를 꺼내 보이며 나지막이 대답했다.

“아마 대표님에게 앞으로 목장과 소가 필요해지지 않을까, 큰 사모님께서 생각하신 거 아닐까요.”

“내가 왜…….”

그렇게 말하던 전칠은 무언가 떠올리고는 얼굴을 붉혔다. 비서는 아무런 말 없이 웃기만 했다. 그녀가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여기까지였다.

전칠은 직접 패드를 조작해서 부모님이 최근에 구매한 물품 리스트를 불러왔다. 지금 그녀는 그룹 신탁, 펀드, 그리고 관련 회사의 책임자라서 기록을 꺼내서 살펴볼 권한 정도는 있었다.

부모님이 감출 생각도 없음을 알 수 있었다. 대부분 물품을 구매할 때도 비교적 편하게 사람을 시켜서 구매했지만, 어떤 물건은 직접 구매한 것으로 보이는 것도 있었다.

전칠은 목장, 소 리스트를 살피고는 잠시 생각하다가 가족 보험 기록을 살펴봤다. 역시나 보석 보험 리스트가 주르르 나왔다. 22캐럿 다이아 반지, 에메랄드와 사파이어가 박힌 무게 200캐럿짜리 목걸이, 임페리얼 비취 팔찌 한 쌍 등등을 포함한 리스트였다.

잠시 넋이 나갔던 전칠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안 읽을래, 이만 치워.”

“네, 알겠습니다.”

전칠이 서류를 밀어내자 비서가 직접 서류를 정리한 다음, 블랙슈트를 입은 한 사람 불렀다. 블랙슈트는 엘리베이터로 끌고 갈 카트를 밀고 왔다.

전칠은 화장을 고친 다음 창밖을 바라보다가 잠시 후 능연이 나타나자 환하게 웃으며 그를 반겼다.

“능연, 우리 집에 안 갈래요? 우리 엄마, 아빠 만날래요?”

전칠은 용기가 사라기 전에 능연을 보자마자 바로 물었다. 능연은 1초 생각하고는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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