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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투!
이 길로 예정된 죽음이 우진에게 다가오고 있는 것에 레이는 조금 긴장을 하게 되었고 레이의 긴장감을 느낀 아인켈이 이상하게 여겼지만 자신이 모르는 레이만의 생각이 있겠거니 하며 넘겼다.
레이가 말을 해주지 않았지만 아인켈은 레이가 이곳에 어떤 의도를 가지고 온 것이란 것을 눈치 채고 있었다.
몇 천 년을 레이 곁에서 지켜봤던 아인켈이였기에 다는 알지 못하지만 레이에게 어떤 사정이 있다는 것을 대강이나마 알고 있었기에 오고 싶었던 것도 있고 해서 겸사겸사 레이를 따라 온 아인켈은 아마 조만간 일어날 일 때문에 레이가 인간들에게 동행한 것이라 생각하고는 조용히 지켜봐 주고 있는 중이다.
“피곤하지 않아?”
“응? 나야 뭐 약한 인간도 아닌데, 마음만 먹으면 365일 놀아줄 수도 있어 이곳에서!”
“크흠! 참아주시게나...”
“하하하~ 역시 레이는 이런 곳 별로구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운전을 하는 레이는 우혁이 끄는 아이들과 우진이 타고 있는 차와 떨어지지 않게 거리를 유지하며 뒤를 따랐고 그리고 문제의 철골을 가득 실은 트럭이 나타나자 집중을 하며 상황을 지켜보았다.
‘저 트럭이군. 사고는 막으면 안돼. 사고는 나 돼, 운명은 바꾼다.’
어쩌면 자신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일이 될 수도 있지만 레이는 우진이 살아서 꿈을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 이였기에 만약 알았다면 아인켈이 막았을 수도 있는 일을 홀로 진행했다.
아무리 신이라도 정해진 운명을 바꾼다는 것은 위험하고 결과를 알 수 없는 행위이기에 아인켈이 알았다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었을 것이 였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던 사고가 벌어졌다.
놀랐는지 흔들리는 차체를 보며 레이는 서둘러 트럭과 우진의 차 사이에 끼어들어 트럭을 들이 받아 방향을 틀었고 그에 철골이 떨어지긴 했지만 우진의 차엔 그렇게 많은 철골이 떨어지지 않아 전처럼 죽을 정도는 아니였다.
자신의 차가 폐차될 정도로 망가졌지만 레이는 생각지 못한 뒤에서 우진이 탄 차를 들이 받은 다른 차를 보며 인상을 굳히며 재빨리 찌그러져 열리지 않는 문을 걷어차 문을 열고 나갔고 그런 레이와 그리고 갑자기 벌어진 사고에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있던 아인켈은 심각한 얼굴로 뛰쳐나가는 레이를 보며 생각했다.
‘이 사고가 레이가 기다린 일인가? 그런데 사고가 어떻게 벌어질 줄 알고? 음... 무슨 연관이 있는 건가? 말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아인켈이 그렇게 생각에 빠져 미적거리고 있을 때 레이는 철골에 눌리고 뚫려 있는 그리고 뒤따른 차에 받혀 찌그러져 있는 심각한 상태의 차를 보며 서둘러 안을 들여다봤다.
‘피는 흘리고 있지만 다들 무사해 문제는...’
그렇다 전생에서도 이번사고에서 다들 무사했지만 아이들을 감싼 우진은 치료조차 불가능 할 정도로 망가져 죽었는데 이번 상태를 치료하면 살 수 있는 상태였다.
‘저놈에 철골은 무슨 원수가 져서는!’
충격과 고통에 잠시 정신을 잃은 우진을 본 레이는 우진의 배를 뚫고 튀어 나와 있는 철골을 보며 짜증이 치솟았다.
레이는 우선 방해되는 차 문짝을 뜯어내고 조심히 아이들과 우혁을 꺼내 멀리 안전한 곳에 옮겨 놓은 뒤 조심히 우진에게 다가갔다.
‘우와! 처참해! 철골만 생각했는데 도대체 어디에 부딪쳐서 이런 상처가 생긴 거야!’
찢어지고 터진 상처에서 꽤나 많은 피가 흘러내리는 것을 본 레이는 자신이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것을 깨닫고 가장 중요한 철골부터 처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철골에 손을 가져다 댔다.
“으...윽!”
“!?”
‘왜 벌써 깨냐! 더 자!’
신음을 흘리며 눈을 뜨는 우진을 당황한 얼굴로 보는 레이는 속으로 말도 안돼는 말을 지껄였지만 혹시 다시 기절해 주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숨을 삼키고 가만히 지켜보았지만 결국 우진이 완전하게 눈을 뜨며 상황을 깨닫고 말았다.
“으... 여긴...? 크윽! 뭐가... 아 사고...”
“하아... 조금만 더 자고 있지 왜 깨어난 거냐.”
“자, 자다니 무슨 말입니까! 크흑!”
고통에 정신없는 와중에도 레이의 말을 들었는지 조금 욱해 말한 우진은 말하는 것조차 고통으로 전해져 신음을 흘렸고 그런 우진을 본 레이는 재울까 말까한 고민을 하다 급 한 대로 일을 벌리기 시작했다.
‘나중에 기억을 지워주면 되겠지 뭐.’
이런 안일한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지금부터 보는 것 어디 가서 떠들고 다니면 죽는다.”
“이 상황에서 무슨 말입니까! 커흑!”
“거참 아프면서 말은 잘하네.”
그러면서 시작된 우진 구출&치료를 시작한 레이는 말은 가벼웠지만 얼굴만큼은 진지해져 있었고 그런 레이를 보며 우진은 이 사람이 도대체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어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였지만 곧 레이가 행하는 모든 것에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먼저 철골을 자르고... 그냥 빼내면 쇼크사 할 정도로 아프니 이동마법을 쓰고 치료마법보다 재생마법을 걸어서 죽지 않을 만큼만 살려놔야 이런 사고에서 운 좋게 살아났다 하겠지?’
생각과 동시에 움직이고 있는 레이는 우진이 자신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알면서 무시하고는 할 일에 집중했다.
우진은 자신의 몸에 박혀있던 철골이 소리 없이 잘리고 눈을 깜박이는 순간 자신의 몸속에서 빠져나와 레이의 손에 쥐어져 있는 것을 보며 놀라 굳어 버렸다.
피를 많이 흘려 어지러운 와중에 지금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지 보면서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나 상황은 실제로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었기에 믿지 않을 수도 없는 황당하고도 신비로운 판타지 같은 일이였다.
“어...어...?”
“멍청아 죽지마라. 네놈이 죽으면 울 놈들이 쌔고 쌨다.”
보기 드물게 험한 말투를 쓰는 레이를 멍하니 바라보는 우진을 조심스럽게 끌어안아 차 밖으로 꺼낸 레이는 도대체 왜 혼자 이렇게 다칠 수 있는지 궁금하다는 얼굴로 확실하게 부러진 다리 두 짝을 덜렁거리는 우진을 내려 보다 한마디 내뱉고는 손을 움직였다.
‘이대로 두면 다리가 기형이로 붙겠어. 젠장, 재생마법은 나중에 걸걸.’
“어? 자, 잠깐만! 마, 마음의 준비를 으아악!!!”
우드득! 으득!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자신을 말리는 우진의 말을 못들은 척 한 레이는 급하게 그리고 전문의사처럼 부러진 다리뼈를 맞추었고 우진의 레이의 마법 덕에 붙어가던 뼈가 강제로 부러져 다시 맞춰지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다 기절하고 말았다.
“마, 많이 아팠나? 이거 미안하네...”
창백하게 질린 얼굴과 간혹 부들부들 떠는 몸을 본 레이가 뻘쭘 해져 중얼거렸지만 우진은 이미 기절했기에 들을 수 가없었고 만약 들었다 해도 오히려 화를 냈을 것이다.
그런 레이의 귀로 멀리서 사이렌 소리와 아인켈이 다가오는 기척을 느껴 돌아보니 복잡한 얼굴을 한 채 자신과 우진을 말없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
“......”
그런 아인켈을 역시 말없이 바라보던 레이는 복잡한 마음을 그대로 표정에 들어내고 있는 아인켈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줘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아인켈의 등 뒤로 잊을 수 없는 놈이 보였다.
‘저 놈은!’
-이상하네... 죽어야 할 놈이 왜 안 죽지? 음? 어라? 분명 명부에 있었는데? 어라? 이거 고장 날 수 있는 책이 였던가? 음... 없으면 살 놈 일 테니 다른 놈들이나 수거해 가야겠다.
자신이 보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하는 저승사자는 아니 분명 못 볼 것이라 생각했기에 무시하고 지나친 저승사자의 말을 들은 레이는 자기가 생각했던 것처럼 일이 잘 되었다고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곤 아직도 말없이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아인켈에게 뭐라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아인켈이 먼저 입을 열었다.
“알아봤자 좋을 것 없을 테니 그냥 눈감을게요. 나중에 생각 있으면 말해주면 좋겠는데...”
곤란한 기색이 완연한 레이를 보던 아인켈은 두루뭉술하게 넘기며 언젠가 레이가 말해주길 바란다는 의향을 내비치며 멀리 슬슬 정신 차리고 있는 우혁과 우민 그리고 민이가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고 그런 아인켈을 본 레이가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
‘이거 생각지 못하게... 고마워. 여보...’
그렇게 구급차를 대동한 119가 와 환자들을 수송하고 마지막으로 경찰들이 오는 것으로 상황이 수습 되가는 것을 멀거니 지켜보던 레이는 그제야 차가 폐차될 정도로 망가졌는데 멀쩡한 자신과 아인켈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에 급히 마법으로 팔뼈를 부러트리고 아픈 척을 하고 나서야 사람들의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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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가 났던 흔적들이 모두 사라지고 좋게 끝나가는 시점에서 종종 레이와 아인켈을 소재로 이야기가 나왔는데 폐차될 정도로 망가진 차에서 고작 팔 하나 부러진 것으로 살아난 부부에 대해 소문이 나더니 생각지 못하게 레이가 끌던 외제차가 좋아서 그런다는 소문에 갑자기 아우디 판매량이 많아졌다는 이야기가 들려왔지만 레이는 시큰둥하게 넘기며 즐거운 신혼을 즐기게 되었다.
그러다 가끔 만나게 되는 우진의 의심 가득한 시선에 레이는 능구렁이처럼 휘적휘적 넘어갈 때가 많았는데 그 때문인지 우진과 같은 분위기를 내는 사람에서 비슷한 사람으로 변경된 웃고 넘어가는 일이 있었다.
그리고 우진이 안전하게 졸업할 때 쯤 레이의 꼬심에 훌렁 넘어온 우진은 교육 쪽에 더 공부를 파게 되었고 레이는 차근차근 한국에서 제일 큰 부지를 자랑하는 유치원부터 초, 중, 고등학교가 함께 있는 최대의 학교를 세워 운영하다 어느 정도 우진이 받아도 좋다라는 생각이 들 때 즘 강제로 이사장에 올려놓고 아인켈과 세계여행을 떠났다.
일반 학교 한곳을 운영하는 것도 큰일인데 유치원에 초, 중, 고가 몽땅 들어있는 학교를 운영하게 된 우진은 골머리가 썩었지만 우연히 지나가다 보게 되는 아이들의 밝은 웃음에 포기하지 않고 더욱 노력하는 중이였다.
그리고 세계여행중이라고 알려진 레이 부부는 지금 심해 깊은 곳에 본체상태로 있었는데...
-하아... 이게 무슨 일인지...
세계여행 중 갑자기 쓰러진 레이에 당황한 아인켈이 본래의 세계로 돌아가려 했지만 이상 상태를 보이는 레이를 끌고 갈수 없어 일단 사람들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찾아온 아인켈은 급작스런 레이의 힘이 요동치며 본체로 돌아가자 일이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하며 이도저도 할 수 없어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벌써 삼년이 지났는데... 왜 이러는 거에요.
-......
대답을 바라고 한 질문이 아니 였지만 아인켈은 삼 년째 잠이 들어있는 레이가 어떤 말이라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 이였다.
콰르르르
-엄마, 아빠는 어떠셔요?
-세이 왔구나. 아직도 자고 있어...
-괜찮으실 겁니다. 너무 걱정 마세요! 아빠시잖아요!
아직 익숙지 않은 본체를 이끌고 나타난 세이를 본 아인켈이 움찔거렸지만 세이도 아인켈도 그런 것에 신경 쓰지 않고 잠들어 있는 레이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래야지... 그런데 너 일은 괜찮은 거야? 전에 들으니 고생이 많다고 하던데?
-하아... 저와 다른 사신수들이 아무리 고생을 해도 제자리걸음이죠. 인간들이 워낙에 아시잖아요.
-응. 그렇지... 너도 고생이네.
-이젠 익숙해져서 그냥 그래요.
서로의 고생을 말하고 위로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아인켈과 세이의 감각에 레이의 변화가 감지되었다.
-어!?
-이건... 피하자 세이야!
-네?
-잔말 말고! 어서!
사태가 파악이 안 된 세이가 우물쭈물 거리자 아인켈이 세이의 목덜미를 물어 황급히 바다 속을 빠져나왔고 강제로 끌려 나온 세이는 이유를 묻기도 전에 솟구쳐 오르는 거대한 물기둥과 힘의 물결에 놀라 급히 힘을 주위로 보호막을 만들어 자신과 아인켈을 보호했다.
-이게 무슨 일이죠? 이러면 인간들도 알아챌 텐데!
-잘 모르겠어! 그런데 레이의 힘에 변화가 생긴 것 같아!
-으아~! 이거 대박사고인데!
점점 강해지는 파동에 세이가 안절부절 못했지만 이 힘을 막을 수도 없기에 세이도 아인켈도 아연한 표정을 한 채 지켜보기만 할 뿐 이였다.
그런 세이와 아인켈 주위로 강대한 힘들이 몰렸는데 갑작스런 사태에 자리를 지키고있던 다른 사신수들이 모습을 나타냈다.
-청룡이게 무슨 일이지?
-어? 배, 백호 왔구나. 어... 다들 왔네? 하, 하하하!
-웃을 일이 아니다 청룡! 이정도면 지구에 영향이 간단 말이다.
-읏!
-이정도면 화산 몇 개는 터지고도 남겠어. 잘하면 지층이 움직이겠군.
-헉! 그럼 큰일인데!
백호, 주작, 현무의 말을 들은 세이는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에 어쩔 줄 몰라 하던 차에 거대한 물기둥 사이로 레이의 모습이 보였다.
-저분은... 너를 키워졌다던 분 아니시냐?
-어... 그게.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최악엔.
“그만둬라 이것들아. 애써 키운 녀석 망가뜨릴 있냐?”
-헉! 오, 오셨습니까!
-!?
-!!
떨어져 내리는 물기둥 사이로 서서히 변해가는 레이의 모습을 보며 사신수와 아인켈이 안절부절 하며 심각하게 말을 꺼내고 있을 때 평온하고 무덤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신들의 머리위로 어느새 온 것인지 창조신이 팔짱을 끼며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레이를 바라보고 있자 사신수들과 아인켈은 상황이 어찌 흘러가고 있는지 알 수 가 없었다.
‘흐흐~ 잘 되어가고 있군. 이런게 일타 쌍피라는 것이지!’
청룡을 찾으러 갔을 때 보게 된 레이를 보며 창조신은 잠깐이지만 레이와 이 세계의 운명의 끈을 보았고 일이 어떻게 돌아갈지 알 수 있었다.
청룡의 부재로 고생을 하는 사신수들과 청룡이 돌아와도 쉽게 해결되지 않는 지구의 상태를 레이의 존재로 인해 한방에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안 창조신은 레이의 의견을 들어주며 청룡이 다른 세상을 오갈 수 있게 허락해주었다.
‘잘 봐, 이것들아 이것이 이 아비가 너희들을 위해 준비한 인연이다!’
레이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힘에 지구의 공기가 떨렸고 사람들은 그 이상 증상을 느꼈지만 원인을 알 수 없어 한동안 어수선했지만 얼마안가 무심히 넘기게 되었다.
그리고 창조신이 기다리던 순간이 도래했다.
콰우우우우우우우!!
쿠구구구구구구구구!
“오옷!! 역시!”
-으왓! 무슨 힘이!!
-헉!
레이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에 넋 놓고 바라보고 있던 사신수들은 순간 중심을 잃은 몸을 바로 잡으며 서둘러 보호막을 펼쳤고 그 후 벌어지는 일들을 보며 다시 넋을 놓고 말았다.
-이, 이건...
-하! 무지막지하구나!
-호오~! 이걸 땡잡았다고 하는 건가?
-이 상황에 그런 싼 티 나는 말을 하다니... 하여간.
-레...이?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게 느껴진 순간이 지나고 정신을 차린 레이가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움직여보고 있는 것을 본 아인켈이 변한 레이의 모습에 쉽게 다가가지 못했다.
“뭐하고 있는 게냐? 낭군님이 돌아왔으면 만나러 가야지.”
라고 말하는 창조신의 말에 저도 모르게 주저했던 몸을 움직여 레이 곁으로 날아간 아인켈은 확연히 다른 분위기와 전과 다른 생소하면서 친근한 힘을 흘리고 있는 레이에게 다가갔다.
변한 레이는 전에도 큰 덩치를 가졌지만 지금은 그때 보다 더욱 커져 비슷했던 아인켈을 내려다 볼 정도로 더욱 커졌다.
-걱정 많이 했지?
-다, 당연한 소릴! 대체 왜 그런 거야! 걱정했어! 아픈 줄 알고 잘 못되면 어쩌나 걱정했잖아!
울먹이면서 말하는 아인켈의 머리에 살포시 턱을 내려놓은 레이가 조용히 말했다.
-미안 걱정 시켜서. 나도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어. 그래도 다 잘됐으니 괜찮아.
-응?
뭔지 모를 말을 말하는 레이를 이상하게 여겨 올려다 본 아인켈은 왠지 전보다 더 멋져진 것 같은 레이를 보고 부끄러워져 이유 없이 꼬리를 흔들며 고개를 숙이자 아인켈의 머리에 얹어져 있던 레이의 머리가 자연스럽게 떨어져 나갔다.
-음? 부끄러워하는 거야?
-아, 아니거든!
-후후~ 그래.
“아주 깨가 쏟아지고 고소한 냄새가 솔솔 나는 구나.”
-오셨습니까.
“어떠냐 기분이?”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알고 있는 듯 한 창조신의 물음에 피식 웃은 레이가 시원하게 대답했다.
-상급신이란 것이 이런 거구나 하고 이해했습니다.
“크크큭! 그러냐? 아무튼 고맙다. 덕분에 일이 쉽게 해결됐어.”
-그렇다니 다행이네요.
-???
뭔지 의미를 모를 이야기를 동문서답하듯 말하는 레이와 창조신을 바라본 아인켈 이였지만 레이는 나중에 말해준다 하며 변한 몸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말해 세이의 공간으로 잠시 가있게 되었다.
물론 아인켈이 동행인 것은 당연한 것이고...
그렇게 창조신과 잠깐의 대화 후 아인켈을 데리고 세이와 함께 사라지는 레이를 지켜본 다른 사신수들은 얼떨떨한 얼굴로 말했다.
-와... 공기가 깨끗해졌는데?
-세상이 맑아 졌어요~ 라는 건데. 부분도 아니고 지구 전체를 한번에 정화시킬 수 있는 능력이라니... 보고도 못 믿겠다.
-그런 것 보다. 인간들이 위성이라는 것으로 다 봤을 건데 어쩌지?
-몰라, 다 창조신님 때문이니까 우리의 존재가 알려져도 신경 안 써.
시큰둥하게 말하는 주작을 백호와는 다르게 현무는 하늘과 땅 그리고 여기저기를 둘러 보다 마법을 처음 본 어린 아이처럼 신기해하며 말했다.
-그나저나 오존층도 거의 회복되었는데. 대단해! 이정도면 앞으로 몇 백 년은 버틸지도?
-이래서 창조신이 그를 여기로 끓여 들인 거겠지.
-그럼 그리는 형상유지만 하면 된다 이거지? 좋은데!
레이로 인해 걱정거리가 해결되자 즐거워진 사신수들은 이제 좀 쉬자는 말을 하며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돌아가 딱 1년만 푹 자자고 합의 하며 사라졌다.
빠르게 변하는 인간 사회만 아니 였다면 백년이라도 잠들고 싶은 이들 이였지만 현실을 알기에 고작 일 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오래간만에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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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아빠, 비늘색이 바뀌었네요? 꼭 탈색을 수십 번 한 것처럼 흐흐!
-그래?
-완전 달라졌어, 이젠 블랙드래곤이였다고 말해도 믿고 안 믿고를 떠나서 거짓말 하지 말라는 소리 듣겠다.
전엔 짙은 검 푸른색을 띄던 비늘이 암피트리테처럼 아니, 암피트리테와는 다른 새하얀 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또 기가 막히게 어울려 보여 아무 말 없이 뚫어지게 바라보는 아인켈이였지만 레이는 자신의 변한 색이 어색한지 주섬주섬 몸을 만져보기만 했다.
레이의 몸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하며 시간을 보내던 아인켈은 어째서 갑자기 상급신이 된 것인지 물어오자 레이는 조금 고민하더니 조심스럽게 창조신에게 개인적으로 들은 말들과 예상가는 바를 말해주었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말을 들은 세이와 아인켈이 말이 끝나자마자 노발대발 난리를 쳐댔는데 그것을 말리는데 꽤나 고생을 하게 되었다.
-와나! 하마타면 큰일 날 뻔했잖아요! 무슨 생각으로 일을 치 신거에요!
-정말이지 당신이 애야! 당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남은 이들은 어쩌라고! 용신계가 드래곤들이 흘린 눈물로 홍수가 나면 책임질거에요!
-호, 홍수까지야...
조금 진정된(?) 화를 내는 세이와 아인켈의 말을 듣고 있는 레이는 자신이 생각해도 홍수는 아니지만 눈물바다는 될 거란 생각에 일이 잘 해결됐으니 망정이지 잘못되었다면 죽어서도 미안해 악마가 될지도 모를 일이였다는 것을 깨닫고 미안해져 어찌 할 바를 몰랐다.
-어... 우리가 심했나? 하지만 아빠가 잘 못한 건데...
-레, 레이?
갑자기 축 처지는 레이를 보며 당황한 세이와 아인켈이 레이를 달래려 했지만 바로 기운차릴 기색이 없는 레이 때문에 화내던 것도 잊고 조용히 곁이 앉아 레이를 토닥여 주었다.
그런 세이와 아인켈을 보자니 레이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막지 못했다.
-푸훗! 하하하하하!
-뭐지? 뭐야? 아빠 연기 한 건가요!?
-당신 진짜!
-아냐~ 하하하! 그런 것이 아니고 너무 귀엽고 감사해서... 그래서 웃음이 났어.
-엥? 귀엽고 감사해서?
-귀여워서 감사하다고요? 갑자기 그게 무슨 뜬금없는...
-후후~ 그런 것이 있어. 아무튼!
와락!
-내 곁에 있어줘서 고맙고, 사랑한다.
자신이 생각해도 이상한 말을 더 이상하게 번역해 들은 세이와 아인켈을 본 레이는 그 사랑스러움에 꼬리와 날개로 감싸 안았고 그에 놀란 세이와 아인켈이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곧 들려온 너무나 부드럽고 다정하게 들려오는 애정이 가득 담긴 레이의 목소리에 눈을 감으며 한동안 레이의 품에 안겨 있었다.
그리고 떨어져 있는 다른 이들을 떠올리며 마음속 깊이 새기듯 속삭였다.
-사랑한다 영원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