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슬레이어-19화 (19/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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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무한전선에 가다

스탐을 비롯한 합격자들은 플로센에서 크로펫을 타고 출발해 먼 거리를 밤낮 가리지 않고 뛰었다. 덕분에 예정보다는 빨리 길가리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곳이 바로 길가리아인가?"

크로펫의 고삐를 붙잡고 있던 스탐이 길가리아를 보고선 감탄사를 터뜨렸다. 물론 그는 이미 캄에덴 최고의 다크 포트리스, 혈왕성을 본적이 있었다. 그런 탓에 크게 놀라지는 않았지만 대단한건 대단한 것이었다.

길가리아는 사망자 통계, 병력 산출 등 무한전선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담당하고 있는 전진기지였다. 그런 탓에 성안은 북적이는 뱀파이어들로 혼잡스러웠다. 아무튼 합격자들은 담당관을 만나 그들로부터 각자의 배속지역을 배정받았다.

"그것 참 우연의 일치로군요. 같은 지역에 같은 부대에 배속되다니……."

"그러게 말입니다."

스탐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대꾸했다. 바르델의 말대로 그들은 우연찮게도 같은 지역, 같은 부대에 배속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크로펫을 타고 배정된 지역으로 가는 중이었다.

"그나저나 바르델은 왜 이곳에 지원하게 되었습니까?"

"글쎄요, 조국을 수호하려고 왔다는 소리를 한다면 웃기겠죠?"

물론 그의 말이 틀린 건 아니었다. 무한전선은 부정의 숲에서 쏟아져 나온 수많은 언데드들을 뱀파이어들이 막아내야만 하는 곳. 무한전선은 수도와는 상당히 가까웠다. 따라서 그곳이 밀려서 길가리아까지 점령당한다면 언데드들이 수도에 발을 들이대는 건 순식간의 일이었다. 무한전선의 지원자들이 오는 이유는 상금, 실전경험, 마지막으로 방금 전 바르델이 말한 조국수호. 이렇게 세 가지였다. 하지만 그의 본심은 두 번째였다.

"저는 강해지기 위해서 무한전선에 의용병으로 자원했습니다. 돈 때문은 아니지요. 조국을 지키기 위해선 더더욱 아니고 말입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그동안 저는 지금껏 플로센에서 무적으로 군림해왔었습니다. 저는 싸운 상대가 모두 쉽게 쓰러지자 자만에 빠졌습니다. 저 자신이 최고라는 생각을 한 거죠. 하지만 전 한 실력자에게 진 이후, 저 자신이 정말 하찮은 놈임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무한전선에 지원한 겁니다. 강해지기 위해서 말입니다."

“결국 저와 같은 이유군요.”

스탐은 그렇게 말하며 쓸쓸하게 웃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들은 머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그들을 이곳까지 안내해온 두명의 하프 뱀파이어는 그들이 내리자마자 크로펫을 이끌고 길가리아로 되돌아갔다.

저벅, 저벅.

"일단은 아무도 없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모두 전투중인가?"

자신들이 배속된 부대의 막사 안에 들어간 둘이 그렇게 말을 주고받았다. 막사 안은 검은 천으로 인해 어두운 내부가 뱀파이어들의 생활양식을 말해주고 있었다. 구석에는 피가 담긴 통이 자리 잡고 있었다.

“누구냐?”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둘의 귓전을 울렸다. 목소리가 앙칼진 것이 남자는 아닌 것 같았다. 스탐은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곳에는 누군가가 서 있었다.

“너야말로 누구냐.”

목소리 때문에 그런 걸까? 스탐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잠시 후, 그는 더 이상 여유로울 수 없었다.

파방!

“헉!”

소리로 흑마탄임을 직감한 스탐이 일순간 당황했다. 막사 안이라서 흑마탄 따위를 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스탐은 금세 흑마기를 풀어 날아오는 흑마탄을 상쇄시켰다.

“무슨 짓이야?”

“호오~? 대단한데, 내 흑마탄을 손쉽게 막아내다니 말이야.”

“흥, 웃기지 말고 네 정체나 밝히시지!”

흑마탄이 아무리 약하다고 해도 근거리에 막아내면 타격이 상당했다. 그 때문에 스탐의 언성은 무척 높아졌다. 하지만 그에게 흑마탄을 날린 인물은 코웃음을 치며 한마디 할 뿐이었다.

“순서가 바뀐 거 아닐까? 정체를 밝혀야 될 쪽은 당신들일 텐데?”

“아차!”

스탐은 한참 잊고 있었던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다. 자신과 바르델은 여기 이곳에 처음 발을 디디는 신참이었다. 그리고 흑마탄을 쓴다는 건 뱀파이어라는 소리와 거의 일맥상통했다. 그렇다면 이곳의 주인일지도 모른다는 소리인데, 어떻게 보면 그들은 무단침입을 한 셈이다. 스탐은 그제서야 상대에게 사과했다.

“아, 미안해. 우리는 이곳에 새로 지원 왔어. 갑자기 공격하길래 나도 모르게 그만…….”

“그 점은 나도 사과할게. 이 부근은 워낙 전투가 잦아서 자기도 모르게 신경이 민감해 지거든.”

스탐은 오해가 풀리자 웃으며 말하는 상대의 얼굴을 정확히 볼 수 있었다. 목소리를 들어 예상했던 대로 상대는 여자였다. 치렁치렁한 금발이 돋보이는 그녀는 새까만 로브를 입고 있었다.

“일단 인사나 해볼까? 내 이름은 스탐이야.”

“바르델입니다.”

묵묵하게 서있던 바르델이 그렇게 말했다. 그녀도 웃으며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내 이름은 엘리나야. 그런데 스탐. 네 성이 뭐니?”

“풀 네임? 베르크야, 베르크.”

“베르크? 그럼 네가 그…….”

스탐은 깜짝 놀라는 엘리나의 얼굴표정을 조용히 감상했다. 지원소에서의 일이야 그렇다 치자. 자신의 이름은 어딜 가도 알아보는 이들이 있었다. 아마도 베르크 가가 이름난 가문이라 자신도 그 덕을 보는 모양이다. 하지만 스탐은 왠지 그녀가 자신의 명성 때문에 그러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음?”

그때 밖에서 여러 명의 발소리가 들려왔다. 엘리나는 그 소리에 시선을 그쪽으로 옮겼다. 그리고선 스탐과 바르델에게 손짓했다.

“동료들이 다 돌아온 모양이네. 어서 나가자.”

“응.”

그렇게 셋은 막사 밖을 빠져나왔다. 스탐은 나오자마자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일단의 무리들에게 시선을 옮겼다.

“너희들은 신참이냐?”

대장으로 보이는 사내가 바르델과 스탐을 훑어보며 물었다. 둘은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는 씨익 웃으며 그들에게 다가가 손을 건넸다.

“나는 네가 배속될 이 177십귀대의 대장이지. 만나서 반갑네.”

“예.”

스탐은 그와 악수를 나누며 다시 자신들을 소개했다. 그러고 나서는 177십귀대원들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이번엔 그들이 소개할 차례였다.

“내 이름은 엘리나. 알지?”

“응.”

엘리나가 윙크를 하자 스탐은 머리를 긁적였다. 그녀는 루시리아만큼이나 뛰어난 미모를 지니고 있었다. 여자 경험이 없는 뱀파이어들이라면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설렐 것이다. 하지만 이미 스탐의 머릿속에는 한 여자만 각인돼 있었다.

아무튼 그녀를 시작으로 대원들이 각자 자신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몸에 상처를 가지고 있었다. 그것은 이곳에서의 생활이 얼마나 험난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였다.

서로간의 소개가 끝나자 대장이 하품을 하며 말했다.

“자 이제 잠이나 자러 가야겠네. 벌써 34시간동안 안자고 싸움만 했더니 온몸이 다 쑤시는군.”

“휴, 말도 마세요. 전 불면증까지 걸렸어요. 아휴, 이 지역을 수비할 인원이 모자라니 우리만 고생이지요.”

“저도 졸려요 아 흠…….”

다른 대원들도 그처럼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 보였다. 대장은 씨익 웃으며 그들에게 물었다.

“그럼 우리 다 같이 잠이나 잘까?

“그거 좋죠.”

하지만 그들의 바램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수많은 발걸음소리가 그들의 귓전을 울렸기 때문이었다. 대번에 신경질적인 외침이 들려왔다.

“빌어먹을. 도대체가 끝이 없군!”

“저것들은 뭐지?”

스탐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도 그것들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수많은 인영들의 정체를. 그들은 산자가 아니었다.

“언데드 놈들, 얼마나 많으면 하루를 마다하고 이렇게 덤벼드는 거야!”

“그러게 말이에요.”

"자, 그럼 또 가자고. 이제는 일상 생활이지 않냐? 물론 요번에 놈들만 죽이고 나면 반드시 푹 자두는 거다!"

“하아, 그러면 정말 좋겠어요! 저는 정말 이번에 싸우면 탈진해 죽을 것만 같아요.”

엘리나가 자신의 어깨를 토닥이며 피로를 호소했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스탐과 바르델을 제외한 모두가 상태가 좋아 보이진 않았다.

언데드들이 지척까지 도달했을 무렵, 대장이 간단한 작전 브리핑을 했다.

“일단 편을 두개로 가른다. 스탐과 바르델이 언데드 놈들의 좌측을 맡고, 나머지는 모두 우측을 맡는다. 오랜만에 들어오는 신참의 실력이나 보자고!”

“알겠습니다.”

스탐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둘에게만 좌측을 맡으라는 주문을 제시한 이유는 둘의 활약을 지켜보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럼 가자."

말을 마친 대장은 주저 없이 언데드들을 향해 뛰었고, 나머지 십귀대원들도 그를 따랐다.

“그럼 우리도 가죠.”

그렇게 스탐과 바르델도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어어어…….”

“구우우우.”

점차 언데드들의 괴기스러운 음성이 스탐의 귀를 자극했다. 가까이 와서 본 놈들의 수효는 얼핏 보아도 50마리는 훌쩍 넘을 것 같았다. 일단 스탐과 바르델은 대장이 지시한 대로 좌측의 언데드들에게 달려들었다.

“하아압!”

스탐의 주먹이 흑마기를 한 가득 싣고 한 언데드의 면전에 박혀들었다.

"캬아아아."

놈이 금세 피떡이 되어 바닥에 널브러졌다. 놈은 바로 구울(Ghoul)이라 불리는 하급의 언데드중에서 가장 강한 놈이었다. 오로지 산자의 육질을 갈구하며 움직이는 놈들은 상대의 시체를 뼈도 안남기고 먹어버리는 습성이 있었다. 그래서 인간들에겐 공포의 대상이었지만 뱀파이어에겐 만만한 상대였다.

"구울이라. 그럼 어디 한번 싸워볼까요?"

“물론이지요.”

바르델이 웃으며 대꾸하자 스탐도 따라 웃으며 주먹을 꾸욱 쥐었다.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자신들에게 빠르게 다가오고 있는 구울들은 모두 20마리. 나머지 뱀파이어들이 따로 떨어져 싸우는 통에 스탐과 바르델만으로 막아야만 했다. 숫자로만 따진다면 1:10. 열세였다. 그러나 오크 1억마리가 드래곤 한마리보다 많다고 드래곤을 이길 수는 없는 법. 스탐과 바르델은 무척 강한 뱀파이어들이었다.

"간다앗!!"

스탐이 고함성을 지르며 다시 구울들에게 손을 뻗었다. 바르델도 마찬가지였다. 그야말로 순식간의 일이었다.

파팍!!

스탐의 일격이 작렬하는 것과 동시에 구울 한마리의 몸뚱이에 구멍이 났다. 아마 생명체였다면 즉사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언데드였다. 스탐은 알테이 가드 공성전 당시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놈들은 몸에 구멍이 났다고 쉽게 죽어주는 족속들이 아니었다.

“이거나 먹어라!”

스탐은 살기가 번뜩이는 손으로 구울의 몸뚱아리를 그대로 베어버렸다. 순식간에 썩은 내 나는 피가 흩뿌려짐과 동시에 구울의 몸이 여러 조각으로 분해 되어 바닥에 떨어졌다. 놈은 아직도 꿈틀거리고 있었지만 이미 전투능력을 상실한 상태였다.

하지만 하나 죽였다고 해서 여유부릴 때가 아니었다. 사방에서 자신에게 덤벼드는 구울들을 본 스탐은 입술을 깨물었다.

“개자식들.”

말을 마친 스탐은 닥치는 대로 구울들을 베어나갔다. 새까만 연기에 휩싸인 두 손이 섬광을 갈랐다. 구울의 몸뚱이가 금세 뚫려 나갔고, 검은 피가 바닥을 적셨다. 하지만 팔다리가 잘리지 않은 놈들은 계속해서 스탐에게 덤벼들고 있었다. 어느새 그의 몸 곳곳에서 생체기가 조금씩 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스탐은 자신에게 덤벼든 구울들을 제압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푸확! 데구르르.

마지막 한 마리의 구울이 스탐의 손에 팔 다리가 찢겨져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놈은 한참을 꿈틀거리더니 이내 움직임을 멈추었다. 스탐은 그제서야 한숨을 돌렸다.

"캬아아앗!"

"?"

그때였다. 구울 한마리가 스탐의 뒤쪽으로 덤벼들었다. 그것은 무척이나 기습적이었기 때문에 위기일발의 순간이었다. 무한전선에서 전투할 때 한번 쓰러지면 죽는 것과 다름없다고 한다. 눕자마자 언데드들이 몰려들어 순식간에 목숨을 취해버리기 때문이다. 스탐도 그 꼴이 될지 몰랐다.

“흥.”

놈의 손톱이 닿기 직전이었다. 스탐은 코웃음을 치며 몸을 뒤로 돌림과 동시에 바닥에 주저 앉아갔다. 그러면서 그는 흑마탄 한발을 쏘았다.

퍼엉―!

둔탁한 소음과 함께 허공에서 흑마탄을 맞은 구울이 형편없이 바닥에 떨어졌다.

“큰일 날 뻔했군.”

스탐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본능적인 전투감각이 아니었다면 치명상을 입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는 다시 몸을 일으키려 하고 있는 구울을 그대로 밟아 죽였다.

‘바르델은 어떻게 됬지?’

스탐은 바르델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도 자신만큼이나 치열한 격전을 벌이고 있었다.

퍼억!

바르델에게 얻어맞은 구울의 목과 몸통이 분리되면서 바닥을 뒹굴었다. 그도 구울들을 거의 다 처치해가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적은 구울이 끝이 아니었다. 어느새 스켈레톤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의 수는 구울보다 더 많았다.

“이게 끝이 아니었군요.”

어느새 구울들을 전멸시킨 바르델이 한숨을 쉬었다.

“괜히 무한전선이겠습니까? 스켈레톤이라…….”

바르델에게 그렇게 말한 스탐은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스켈레톤들을 보며 상념에 잠겼다. 그들은 구울에 비하면 무척 느렸다. 또한 몸이 뼈로 이루어져 있어 구울보다 죽이기 쉬웠다. 마지막으로 놈들은 결정적인 약점을 한 가지 가지고 있었다.

“바르델.”

“예.”

바르델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스탐은 빙긋 웃었다. 그도 자신과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시작해볼까요?”

“그러죠.”

스탐은 말을 마치자마자 흑마탄을 쏘기 시작했다. 바르델도 그가 쏨과 동시에 사격을 시작했다.

파바바방! 퍼퍽! 퍼버벅!

흑마탄을 맞은 스켈레톤들이 너무도 손쉽게 부서져 나갔다. 몇 발짝만 걸으면 바로 닿는 거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스탐과 바르델에게 제대로 된 공격 한번 하지 못하고 몸이 부서져 바닥에 나뒹굴었다.

“좋았어. 예상대로군!”

흑마탄을 쉴 새 없이 쏘아대던 스탐이 환호성을 질렀다. 이것이 바로 하급 언데드들의 단점이었다. 그들은 리치가 함께 있어야만 지능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리치의 통제를 받지 않는 하급 언데드들은 본능적으로 움직일 뿐이었다.

전투에서 중요한 것은 힘뿐만이 아니었다. 머리를 굴릴 줄 알아야 한다. 아마 스켈레톤이 리치의 통제 하에 있었더라면 끝없이 쏟아지는 흑마탄을 멍하니 얻어맞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적어도 회피동작을 취하거나 흩어지기는 했겠지.

물론 스켈레톤들이 벌써 전멸한 것은 단지 그들의 멍청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흑마탄을 쏘는 스탐과 바르델의 엄청난 사격술도 한몫했다. 사실 흑마탄은 위력 자체는 경지에 따라 다르다고 하더라도 명중률은 다크 매지션(Dark Magician)정도는 되어야 백발백중이다. 그런데 둘은 열 발 중에서 거의 아홉 발은 맞출 정도였다.

“하아, 하아…….”

“끝난 건가?”

서 있는 스켈레톤들이 하나도 없음을 확인한 스탐이 가쁜 숨을 내쉬었다. 무리한 흑마탄의 남용으로 그는 상당히 지친 상태였다. 이윽고 그는 지금의 상황을 정리해 보았다. 처음의 구울 20마리가 그들의 손에 바닥을 나뒹굴고 있었고, 스켈레톤 30마리 가량이 뼛조각이 되어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이, 이게…단 두 명으로 이루어낸 성과란 말인가?’

그들을 처치한 장본인인 스탐도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소년단 시절만 해도 하급 언데드 두셋을 감당하지 못하던 자신이었다. 물론 상황이 다르긴 했지만, 단 둘로 오십이나 되는 언데드들을 쓰러뜨리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한 일이었다.

스탐은 두 주먹을 꾹 쥐었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여기서 자신은 더욱 더 강해지는 것이다. 얼마나 시간을 보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아차, 그러고 보니 저쪽은 아직 전투가 안 끝났군요?”

스탐이 오른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그곳에는 십귀대의 뱀파이어들이 아직도 언데드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바르델, 어서 가죠!”

“예.”

그들은 지친 몸을 가만히 놔두지 않고 또다시 전투를 치르기 시작했다. 몸은 고통을 호소했지만 스탐은 언데드들을 처치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그래서였을까? 그의 선전에 힘입어 전투는 너무도 손쉽게 뱀파이어들의 승리로 돌아갔다. 이제는 한솥밥을 먹는 식구가 된 십귀대원들은 스탐과 바르델의 활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야! 예상은 했는데 이 정도로 강하다니. 정말 대단한데요."

"수고했어. 스탐, 바르델. 여기서 보니 실력이 장난이 아니더군. 앞으로도 잘 부탁하네."

"네, 대장님."

"너희들, 정말 대단한 녀석들인데? 너 앞으로 나랑 친해지자. 친해지면 내가 두고두고 맛있는 오크 피를 마시게 해주지! 어떠냐? 크하핫."

"오크 피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너나 마셔라."

대원들 간에 이런저런 말들이 오갔다. 화기애애한 그들의 분위기를 지켜보던 스탐은 휴식을 취하기 위해 막사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물론 휴식은 그리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언데드들이 올지 모르기 때문에 말이다.

저벅.

그때, 수풀 속에서 스탐을 바라보고 있는 존재가 있었다. 살아있다는 느낌은 절대 들지 않는 그는 특유의 무감정적인 어조로 조용히 중얼거렸다.

"무한전선에 온 것을 환영한다, 스탐 베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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