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슬레이어-51화 (5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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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블러드 오우거의 역습

“다크 스피어, 발사!”

푸슝―!

바르자드의 고함을 시발점으로 수십 발의 다크 스피어들이 바람을 가르며 오우거들에게 날아갔다.

푸콰콰쾅! 푸캉!

무시무시한 파괴음이 천지에 비산함과 동시에 일부 오우거들이 뒤로 나가떨어졌다. 하지만 그것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놈들은 살육의 눈빛을 띤 채 뱀파이어들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발사!”

윈델의 고함과 동시에 쉐도우 스나이퍼들의 라이플 건이 불을 뿜었다.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윈델이 때를 잘 맞춰 사격명령을 내린 것이다.

타타타탕!

“쿠워어억!”

“쿠워어어어어!”

이번에는 상당수의 오우거들이 쓰러지기 시작했다. 쏜즈 아머와 다크 스피어에 입은 피해가 쌓였기 때문인지, 놈들은 덩치에 비해 너무도 맥없이 쓰러졌다. 물론 살아남은 오우거들은 여전히 많았다.

“어서 뒤로 물러나시오!”

바크가 윈델과 바르자드에게 소리쳤다. 이제 두 특수부대가 할일은 끝났다. 조만간 1전단과 오우거들간에 대혈전이 벌어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원거리전에 능한 그들이 나설 자리는 없었다.

“캄에덴 최강의 위대한 1전단에 소속된 전사들이여! 어서 저 저급한 셀리온의 괴물들을 쓸어버려라!”

다크 매지션과 쉐도우 스나이퍼들이 물러난 것을 확인한 바크가 어느새 지척까지 다가온 오우거들을 가리키며 외쳤다.

“와아아아!”

“다 죽여 버리겠다!”

크로펫을 탄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1전단의 전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으며 오우거들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브롬바트르에서의 치욕적인 패배가 아직도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의 머릿속에는 눈앞의 오우거들을 찢어발기고 싶다는 의지가 가득했다.

다닥다닥다닥!

물경 5천에 달하는 크로펫들이 주인을 이끌고 오우거들에게 덤벼들었다. 서로가 서로를 향해 달려들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눈 깜빡할 사이에 격돌하게 되었다.

투콰콰쾅!

“흐아악!”

선두의 1전단 병사들이 그늘을 만들며 날아온 스파이크 클럽에 제대로 된 공격을 펼치지도 못하고 날아가 버렸다. 물론 그들도 어느새 흑마기를 머금고 오우거들에게 달라붙었다.

“죽어라 이놈들!”

푸우욱!

크로펫을 타고 오우거 한 마리에게 돌진해가던 뱀파이어 하나가 힘껏 뛰어 오우거의 옆구리를 베었다.

“크우어어!”

오우거는 옆구리에서 새어나오는 고통에 온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파팟! 파바박!

1전단 병사 넷이 고통에 몸부림치는 놈의 다리 양옆을 지나면서 날카로운 수도로 힘줄을 끊어버렸다. 오우거가 쓰러지는 건 순식간의 일이었다.

털썩!

“쿠워어어”

불의의 일격에 바닥에 쓰러진 오우거가 그렇게 울부짖었다. 해석하자면 ‘제기랄’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분노에 사무친 1전단의 전사들은 놈의 푸념을 들어줄 생각조차 없었다.

촤작, 촤자작!

오우거가 쓰러지자마자 뱀파이어들이 벌 떼같이 모여들어 육체를 헤집어대기 시작했다. 제아무리 강인한 육체를 가진 오우거라지만 다굴에는 장사가 없었다. 어느새 놈은 처참한 시체가 되어 있었다.

바크가 이끄는 5000의 1전단 기병대와 블러드 오우거가 이끄는 수백의 오우거 무리들 간의 전투는 그야말로 막상막하였다. 오우거들은 특유의 강력한 힘을 기반으로 한 스파이크 클럽을 사정없이 휘두르고 있었고, 뱀파이어들은 효율적이고 강력한 흑마기를 운용하면서 오우거의 취약점을 노리면서 효과적으로 처치하고 있었다. 그야말로 쌍방이 밀고 밀리는 접전을 펼치고 있었다.

하지만 팽팽하던 두 세력간의 비등한 대결에 큰 변수로 작용하는 존재가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블러드 오우거였다.

푸콰쾅!

“크아아악!”

묵직한 바람소리와 함께 날아든 블러드 오우거의 스파이크 클럽을 얻어맞은 1전단 병사 대여섯이 공중으로 비산했다. 아마 그들은 목숨을 부지하지 못할 것이다. 같은 스파이크 클럽이라도 평범한 오우거와 블러드 오우거의 힘은 천지차이였으니까.

“크하하하하!! 나약한 뱀파이어 놈들, 모두 죽어버려라!”

블러드 오우거가 광소를 하며 미친 듯이 두 자루의 스파이크 클럽을 휘둘렀다. 오우거도 두 손으로 쥐는 스파이크 클럽을 양손에 두개씩 쥔 놈의 힘이란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1전단의 병사들은 그의 광오함이 깃든 공격에 저항조차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었다.

“젠장할! 어서 놈을 막아야 할 텐데…….”

자식과도 같은 병사들이 덧없이 죽고 있자 바크가 이를 악물었다. 사실 놈을 막으려면 이중에서 최고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 자신이 나서는 게 당연했다. 하지만 자신은 차라리 오우거들을 상대하는 게 나았다. 블러드 오우거가 뱀파이어들을 쓸고 있듯이 자신도 오우거들을 쓰러뜨리면서 숫자를 줄이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만약 자신이 놈과 싸운다면 이번 전투는 열에 아홉은 패배였다.

‘방법이 없을까?’

바크는 염두를 굴렸다. 지금으로선 미친 듯이 날뛰는 저 붉은 괴물의 독주를 견제할만한 인물들이 필요했다.

“어디보자…….”

바크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천하의 블러드 오우거를 죽인다거나 제압한다는 것은 기대도 하지 않았다. 단지 적당히 견제를 하면서 놈의 독주에 약간이나마 제동을 가할 인재가 필요했다.

물론 저 거대한 몬스터를 견제할 정도면 최소 배틀러의 경지에 오른 실력자이여야만 했다. 1전단의 병사들 중에서 배틀러가 얼마나 있을까? 물론 천귀장급의 병사는 모두 배틀러였지만 그들은 실격이었다. 놈은 배틀러도 단방에 때려잡을 정도로 강했다. 따라서 몸이 빠르면서도 배틀러의 경지에 오른 인물이어야만 했다.

‘아, 그러고 보니 딱 적합한 녀석들이 있었군 그래.’

바크는 그제서야 생각났다. 두 특수부대와 합류할 때 만났던 네 뱀파이어. 그들 중 세 명이 배틀러였다.

‘놈들이라면 블러드 오우거를 막을 수 있을 지도 모르겠군.’

생각이 여기까지 미친 바크는 크로펫의 고삐를 잡아당기며 둘을 찾아다녔다. 비록 그들이 해낼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지만 딱히 뾰족한 수가 없는 지금은 일단 부딪혀봐야만 했다.

“흐아압!”

카가강!

스탐이 휘두른 카스턴에 오우거의 팔이 떨어졌다. 강인한 육체를 자랑하는 이 상급의 몬스터도 배틀러 앞에서는 조족지혈이었다.

“대단하군요!”

보고 있던 페리알이 탄성을 질렀다. 스탐은 그의 말에 미소를 띌 뿐이었다.

“쿠워어어어!”

오우거가 팔을 잃은 고통에 난동을 부렸다. 한손으로 스파이크 클럽을 쥔 채 이리 저리 휘두르는 데, 평범한 뱀파이어라면 벌써 나가떨어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당연하지만 스탐과 페리알은 그것을 간단하게 피하고 있었다.

피잉―, 푹!

때맞춰 날아간 카시안의 화살이 놈의 목줄기를 찔렀다. 너무나도 정교한 그의 궁술에 오우거는 스파이크 클럽을 놓고 목을 부여잡으며 고통을 호소했다. 하지만 그것은 자살행위였다.

“하압!”

푸학!

오우거의 등 뒤로 뛰어오른 페리알의 다크 오러가 만연한 수도로 목을 쳤다. 뱀파이어보다 한참 큰 오우거의 목이었지만 생명체인 이상 베어지는 데 문제는 없었다.

털썩, 쿠우웅!

목이 먼저 떨어지고 나서 잠시 후, 육중한 몸뚱이가 바닥에 쓰러졌다. 페리알이 환호성을 질렀다.

“아자자! 이번에도 쉽게 처치하는군요.”

“이번이 다섯 마리째지?”

페리알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스탐은 이를 악물며 두 주먹을 꾹 쥐었다.

“아직 멀었어. 우리 가문의 복수를 위해선 말이야…….”

스탐은 아직도 몬스터들에 대한 증오의 불길을 태우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당연했다. 소중한 가족들을 죽인 장본인들이다. 몇 번을 찢어 죽이고 갈아 마셔도 시원찮은 놈들이었다.

“자, 어서 가자. 다음 놈을 죽이러 말이야.”

“아, 네.”

페리알이 약간 긴장한 표정으로 스탐을 바라보았다. 아마도 그의 눈빛에서 분노를 느낀 모양이다. 히든 브레이커인 그가 떨고 있을 만큼 지금 스탐이 뿜어내고 있는 감정은 강렬했다. 그때였다.

“어이!”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스탐의 고개가 뒤로 돌아갔다. 그곳에는 1전단의 갑옷을 입은 한 뱀파이어가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스탐은 그가 누군지 잘 알고 있었다.

“바크님, 무슨 일인지요?”

스탐이 의아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한참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전단장이 자신들을 찾고 있다니 말이다. 하지만 잠시 후, 그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너희들은 지금부터 블러드 오우거의 발을 묶어놓는 일을 맡아라.”

“예?”

“무슨 소리십니까?”

“놈을 상대하고 있으면서 아군의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여야 한다. 너희들이 아니라면 여기서 블러드 오우거놈을 막을 수 있는 뱀파이어는 아무도 없다.”

“잠깐만요, 저희들로만 놈을 막는다고 하셨습니까?”

페리알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자신의 목숨을 최우선적으로 챙긴다. 그 때문에 그 제안이 달가울 리가 없었다. 하지만 스탐은 달랐다.

“좋은 생각입니다. 안 그래도 언제 블러드 오우거를 상대 해보나 싶었는데…….”

스탐이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캄에덴 침공의 원흉, 블러드 오우거. 몬스터들에 대한 복수에 사무쳐 있는 자신이 철천지원수인 놈을 만나지 않는다면 웃기는 일이었다.

‘블러드 오우거 놈만 아니었다면 우리 가문이 초토화되는 일은 없었겠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스탐이 입술을 힘껏 깨물었다. 얼마나 세게 물었는지 피가 새어나왔다.

“스탐님, 블러드 오우거를 상대한다니요?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무리에요! 차라리 지금처럼 오우거들을 상대하는 게 어때요?”

자신처럼 반대할 줄로만 알았던 스탐이 동의하자 기가 막힌 페리알이 말했다. 하지만 뒤이은 스탐의 말에 그의 의견은 묵살되었다.

“닥쳐. 놈은 가문의 철천지원수야. 무리도 나발이고 간에 난 놈을 반드시 없애야 된단 말이다.”

말을 마친 스탐은 바크에게 물었다.

“바크님은 블러드 오우거를 상대하지 않을 생각이십니까?”

조롱은 아니었다. 순수한 궁금증에서 나온 질문이었다. 바크가 담담한 어조로 대답했다.

“어차피 이 자리에서 블러드 오우거를 죽일 수는 없다. 차라리 오우거들의 숫자를 줄이는 것이 바람직하지.”

“그렇군요.”

스탐은 바크의 말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그가 듣기론 바크는 브롬바르트에서 블러드 오우거에게 일방적인 패배를 당했다고 들었다. 서열 1위가 그냥 당할 정도면 자신들이 놈을 죽이기란 꿈같은 소리였다. 물론 견제 한다는 것 자체도 자살행위겠지만 놈을 상대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던 스탐은 그런 것에 개의치 않았다.

“그나저나 지온은 어딨나? 녀석도 같이 가면 괜찮을 것 같은데…….”

바크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스탐은 그런 그에게 손가락으로 한 방향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지온이 광기를 내뿜으며 신들린 듯이 오우거들을 처치하고 있었다.

“큭캬캬캬!! 이 놈들, 모두 죽어라! 땅을 빨갛게 적시는 거다!”

푸학, 촤아아아아~!

지온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살수에 온몸이 난자당한 오우거가 피분수를 뿜으며 쓰러졌다. 그것을 보고 있던 바크가 한 마디 했다.

“아무래도 저 녀석은 제외시켜야겠군.”

“예.”

스탐이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히 지온은 강력한 중급의 배틀러이긴 하지만 버서커였다. 견제는커녕 오히려 죽이려고 덤벼들다가 봉변을 당할 것이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페리알, 카시안, 가자!”

“건투를 비네.”

바크가 그런 그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스탐도 그에게 손을 흔들어 준 뒤, 곧바로 블러드 오우거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크크크크 하찮은 뱀파이어 놈들, 다 죽어버려라!”

퍼억!

“크어억!”

둔탁한 소음과 함께 한 병사가 허공에 비산했다. 한참 공중에 떠오르던 그는 중력의 법칙에 의해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아마 죽음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블러드 오우거는 여전히 1전단 사이를 누비며 무자비한 공격을 해대고 있었다. 그가 휘두르는 두 개의 스파이크 클럽은 스쳐도 치명타였기에 정통으로 웬만한 병사들은 단방에 죽어나가고 있었다.

“드디어 찾았다, 이 개 자식!”

금세 스탐이 흉물스러운 붉은 괴물을 향해 그렇게 외쳤다. 전장은 상당히 넓었지만 거대한 몸집과 붉은 피부를 한 채 종횡무진 돌아다니는 놈을 찾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스탐은 블러드 오우거를 보자마자 눈에서 불길이 이는 것을 느꼈다. 고향 플로센이 짓밟히고, 베르크 가가 초토화되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저기 있었다.

‘저 빌어먹을 자식 때문에 가문의 사람들이…….’

스탐은 분노하고 있었다. 뇌는 놈을 죽이라고 명령을 수도 없이 되뇌고 있었고 온몸은 살기로 꿈틀거리고 있었다. 바크는 적당히 견제하면서 시간만 벌라고 했지만 가문의 원수를 앞에 두고 그런 주문을 받아들이기는 무척이나 힘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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