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슬레이어-62화 (6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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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도주하는 블러드 오우거

“찾았다.”

얼마나 한참을 걸었을까. 일행은 드디어 블러드 오우거를 찾을 수 있었다. 사실 발자국과 혈흔이 있기 때문에 찾아 가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찾았을 때는 놈이 한참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철컥.

카시안은 블러드 오우거를 보고선 바로 라이플건에 탄알을 장전했다. 그 동작 하나 하나가 기계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었다. 그는 놈에게 총구를 겨누자마자 한발을 쐈다.

탕!

요란한 총성과 함께 나무위에 앉아 있던 새들이 날아올랐다. 스탐은 크로펫에서 내려 천천히 걸어갔다. 예상대로 라이플건의 강력한 파괴력에도 불구하고 놈은 멀쩡했다.

‘블러드 오우거…….’

스탐은 눈앞의 붉은 괴물을 보는 순간 가슴 속 깊이 무언가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분노였고, 증오였다. 가문을 멸망으로 이끈 장본인이 바로 코앞에 있었다. 더 이상 그는 이성의 끈을 잡고 있지 않았다.

“가문의 원수! 죽어라!”

카스턴을 뽑아든 스탐은 곧장 뛰어들었다. 점프력이 얼마나 좋은지 금세 오우거의 상체까지 도달한 그는 카스턴을 깊게 휘둘렀다.

카앙!

아쉽게도 카스턴은 놈의 손아귀에 막혀 그의 공격은 무위로 돌아갔다. 하지만 스탐도 별 기대는 안했는지 땅에 착지하자마자 뒤로 물러섰다. 지금 것은 일종의 인사치레였다.

“크후후. 네놈은 며칠 전에 내게 박살이 났던 놈이 아니냐?”

블러드 오우거는 용케도 스탐을 기억하고 있었다.

“아직도 나를 기억해 주다니, 영광이구나.”

물론 정말 영광스러운 건 아니었다. 어느새 스탐의 두 눈에는 핏발이 섰다.

탕!

카시안의 라이플 건이 또 다시 불을 뿜었다. 불꽃을 머금은 탄알은 섬광을 가르며 블러드 오우거의 팔에 박혀 들었다.

“하압!”

스탐은 그때를 노려 또 다시 덤벼들었다. 이성이 마비될 정도로 분노했다곤 하지만, 무턱대고 덤벼들 정도로 멍청하긴 않았다. 오히려 그의 뇌는 기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눈앞의 원수를 죽이기 위해서!

‘놈은 지친데다 치명상을 입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 카시안, 페리알의 합공이라면 쓰러뜨릴 수 있을 거야.’

스탐은 블러드 오우거의 첫 모습을 보자마자 그 사실을 인지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두 동료들과의 조율을 최대화시키려고 했다.

퍽!

비수 같은 스탐의 수도가 블러드 오우거의 가슴에 박혀들었다. 그 부분은 아이슬로너에 의해 구멍이 뚫렸기 때문에 고통은 배로 증가할 것이다.

“크아아악!”

천지를 뒤덮는 괴성과 함께 거대한 오우거가 마구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아이슬로너의 헬스피어에 맞은 상처는 조금만 건드려도 엄청난 고통으로 다가왔다.

“아프지? 가문의 뱀파이어들이 죽어가면서 느꼈을 고통을 너도 맛보는 거다!”

스탐은 다크 오러를 끌어올리며 기세등등하게 놈에게 뛰어들었다. 그는 보는 순간 깨달았다. 블러드 오우거는 목을 베어야만이 완전히 죽일 수 있다는 사실을. 그렇지 않다면 왜 가슴이 뻥 뚫리고도 살아 있단 말인가?

퍽.

“윽!”

하지만 스탐은 이내 바닥에 나동그라질 수밖에 없었다. 그는 당황스러운 얼굴로 블러드 오우거를 바라보았다. 놈은 웃고 있었다.

“크후후. 맛이 어떠냐?”

“치사한 놈.”

스탐이 이를 악물며 말했다. 놈은 고통스러워하는 척 하면서 자신의 방심을 유도한 것이었다.

‘젠장, 일어날 수가 없어.’

스탐은 한동안 일어날 수 없었다. 블러드 오우거의 힘은 배틀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던 아이슬로너도 피할 정도였으니 배틀러인 그가 그러는 것도 당연했다.

스윽.

셀리온의 패자는 적이 다시 일어서서 반격할 기회를 주지 않고 있었다. 블러드 오우거의 스파이크 클럽 하나가 엄청난 파공성과 함께 번쩍였다. 스탐은 눈을 질끈 감았다.

퍼억!

“으어헉!”

놀랍게도 블러드 오우거가 휘두른 스파이크 클럽의 타겟은 스탐이 아니었다. 바로 기습을 가하려고 뛰어들었던 페리알에게 날아들었던 것이다.

하늘을 붕 뜨며 나아간 페리알은 어느새 중력의 법칙을 무시하지 못하고 떨어져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스탐은 탄식했다. 그래도 히든 브레이커에 배틀러니 죽었을 리는 없겠지만 제대로 된 전투를 치르기는 어려워 보였다.

‘저 자식은 어째 블러드 오우거만 만나면 제대로 힘을 못 쓰고 나가떨어지나?’

참 넌센스였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할 여유도 없었다.

“젠장, 블러드 오우거 이놈!”

어느덧 충격이 가셨는지 자리에서 일어난 스탐이 이를 갈았다. 페리알이 전투불능이 되버린 이상 자신과 카시안 둘만이 놈을 상대해야만 했다. 며칠 전의 전투에서도 느꼈지만 혼자서 덤비기엔 블러드 오우거는 너무도 강력한 상대였다. 몸에 구멍이 났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후우욱.

스파이크 클럽이 바람소리를 내며 스탐에게 짓처들었다. 저걸 정통으로 맞는다면 배틀러고 나발이고 간에 한방이다. 한방에 몸이 으깨어질 것이다.

타앙!

"쿠어억!"

그때였다. 블러드 오우거가 고통이 느껴지는 부위를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했다. 하지만 카시안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푸푹!

또 다시 놈의 몸에 무언가가 박혀 들어갔다. 소음이 없는 걸로 볼 때 라이플 건은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카시안이 엘븐 스나이퍼로 활동할 때 수족처럼 사용하던 활이었다. 그가 활을 쓴 이유는 단 한 가지였다. 지금 상황에서는 장전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라이플 건보다 금방 금방 쏠 수 있는 활이 더 나았다. 한 때 궁술의 절대자인 엘븐 스나이퍼였던 그가 아니던가.

"내 눈! 크아아아악!"

눈에 화살이 꽂힌 블러드 오우거가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제아무리 셀리온의 제왕이라도 눈이 외피처럼 단단할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카시안이 화살에 그레이 오러를 불어 넣은 탓에 눈알은 터질 수밖에 없었다.

"크으윽… 이 건방진 엘프놈!!"

블러드 오우거는 이글거리는 눈길로 자신을 이 꼴로 만든 엘프를 노려보았다. 어느새 카시안은 활을 등에 매고 스틸레토를 한손에 쥔 채 달려오고 있었다. 보통 엘프는 접근전을 꺼리는 데, 그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대단한 배짱이었다.

후우우욱.

블러드 오우거의 스파이크 클럽이 카시안을 향해 쇄도했다. 가히 강철을 찢어발길만한 파괴력이었다.

콰앙!

그 강력한 일격을 가뿐하게 피한 카시안은 소량의 그레이 오러가 들어간 스틸레토로 블러드 오우거의 아킬레스건을 베었다.

스팟!

하지만 그의 검은 약간의 생체기만 낼 뿐이었다. 아킬레스건은 모든 생명체의 급소와도 같은 곳. 그곳을 끊기엔 블러드 오우거의 가죽이 너무도 두터웠다.

“크흐흐, 어림없다!”

카시안의 공격이 무위로 돌아가자 블러드 오우거가 그를 조롱했다. 카시안은 이 공격이 수포로 돌아가자마자 자신에게 뻗어오는 거대한 손을 피하면서 높게 도약했다. 그리고선 뒤늦게 몸을 일으키려는 블러드 오우거의 등에 스틸레토가 박혀 들었다.

“크으윽!”

이번엔 효과가 있었는지 놈이 신음성을 흘린다. 카시안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화살을 두발 뽑아들어 놈의 목에 쏘아 넣었다. 말은 길었지만 이루어지는 것은 찰나였다.

푸푹!

"크헉!"

블러드 오우거의 입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엘븐 스나이퍼의 그레이 오러가 가득 담긴데다 지척에서 박혀든 화살이었기에 그를 고통의 수렁으로 몰아넣기엔 충분했다.

휘익!

충분한 피해를 입혔다고 확인한 카시안은 곧바로 블러드 오우거의 몸에서 뛰어내렸다. 우아한 자태로 공중제비를 두 바퀴 돌면서 바닥에 착지하는 것이 마치 한명의 곡예사 같았다.

“좋았어, 카시안!”

스탐이 만연에 미소를 지으며 그를 응원했다. 의외의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연약함의 대명사인 엘프가 흉포함의 대명사인 블러드 오우거를 일방적으로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카시안은 곧장 화살을 쏘기 위해 전통에 손을 가져갔다. 하지만 그는 그전에 몸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 그랬는지 블러드 오우거가 인근에 있는 나무를 뿌리 채 뽑아서 자신에게 던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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