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슬레이어-93화 (93/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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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언데드들과의 사투

[K.C. 4418년 3월 2일]

캄에덴의 다섯 다크 포트리스들중 혈왕성 다음으로 축성된  길가리아는 북쪽의 언데드들과 끊임없는 전투를 벌이는 무한전선의 전진기지이기도 했다. 이 길가리아의 존재 때문에 언데드들은 무한전선에서 발이 묶여 캄에덴 땅을 구경도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길가리아 앞에는 수없이 많은 언데드들이 펼쳐져 있었다.

“휘익, 많기도 많군.”

아이슬로너가 휘파람을 불며 눈앞의 적들을 바라보았다. 뱀파이어 로드의 자리에 오른 지 벌써 130년을 넘어서고 있지만 아직 그의 나이는 젊다면 충분히 젊은 400대였다.

“그렇게 여유부릴 때는 아닌 것 같습니다만.”

“물론이다.”

어느새 자신의 옆에 당도한 카라프의 말에 아이슬로너는 고개를 끄덕였다. 항상 여유가 넘치는 그였지만, 지금의 상황은 너무도 암울했다.

‘파악된 데스 나이트만 100기에 달하다니!’

솔직히 말해 지금 당장이라도 놀라 까무러치고만 싶었다. 그만큼 언데드들의 공세는 파격적이었다. 몇 십 년 동안 쥐죽어 지내던 놈들이 갑자기 한꺼번에 쳐들어오다니? 언데드들의 성격을 잘 아는 그로선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100기의 데스 나이트면 배틀러들로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다. 불의왕국을 도우기 위해 30명가량을 빼놓긴 했지만 대세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00기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드러난 전력에 불과하다. 아직도 얼마나 많은 데스 나이트들이 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지금 문제는 데스 나이트들뿐만이 아니었다.

“수를 셀 수 없는 언데드 놈들 중에서 듀라한만 2만이라.”

적들의 병력을 파악하던 아이슬로너는 병사들을 둘러보았다. 지금 그가 이끌고 온 병력은 총 12만으로, 뱀파이어가 4만에 하프 뱀파이어가 8만이었다. 배틀러는 거의 전원을 끌고 온 상태였고. 은제무기로 무장시킨 하프 뱀파이어가 1만에 달했지만 그들만으로 저 어마어마한 수의 언데드들을 제압하기란 요원한 일이었다.

“사격준비!”

하지만 더 이상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어느새 언데드들이 지척까지 다가왔기 때문이다. 저들은 뒤로 물러설 줄을 모르는 체스의 폰과도 같은 놈들이다.

“쏴라!”

지휘관의 외침과 함께 궁수들의 화살이 하늘을 메웠다. 허공을 수놓으며 곡선운동을 하는 은빛의 화살들은 언데드들에게 극처방이었다.

푹푹푹! 후두두둑

은화살을 뒤집어쓴 선두의 언데드들이 쓰러졌다. 그리곤 다시는 일어서지 못했다. 아르티시앙과 연관이 있는 은으로 만든 무기는 뱀파이어들에게 결코 기분 좋은 무기는 아니었지만 상대가 언데드라면 반드시 써야만 했다.

“흑마탄 발사!”

소나기같은 화살세례에도 불구하고 언데드들이 코앞까지 다가오고 있자 이번엔 뱀파이어들의 손이 일제히 앞으로 뻗었다.

파바바바방― 쿠콰콰쾅!

앞줄의 뱀파이어들이 쏜 흑마탄들이 코앞의 언데드들에게 날아가 어마어마한 폭발을 일으켰다. 강력한 흑마탄의 포화를 정면으로 뒤집어쓴 언데드들은 조각조각이 나 바닥에 흩뿌려졌다.

“역시.”

아이슬로너가 흡족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은화살도 강하긴 강했지만, 화력 자체는 흑마탄을 따라올 수 없었다.

“뭣들 하느냐! 계속해서 쏴라!”

지휘관의 구령에 맞춰 흑마탄과 화살들이 계속해서 하늘과 땅을 누비며 언데드들을 격파해 나갔다. 그 두 원거리 공격의 파괴력이란 실로 어마어마했기에 놈들은 가까이 오기도전에 파괴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 공격에도 한계는 있었다. 머지않아 속사포처럼 들이붓던 화살이 거의 바닥나자 아이슬로너는 사격을 중지시켰다. 흑마탄은 아직도 한참을 쓸 수 있었지만 조만간 육탄전을 벌여야 했기 때문에 뱀파이어들로선 흑마기를 아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돌격!”

“와아아아!”

캄에덴의 가장 전형적인 공격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수많은 전사들이 대지를 뒤덮으며 달려들었다. 무려 10만이 넘어가는 대병력이었기에 그 위압감이란 병력의 규모를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언데드마저도 압도하고 있었다.

챙 쾅! 푸캉!

곧이어 캄에덴의 대군이 언데드들의 대열을 허물어뜨리기 시작했다. 선봉에는 전단의 재편성으로 새로 탄생한 1전단이 앞장서서 적들을 베어 넘기고 있었다. 상황은 일방적이었다. 아무리 수가 많아도 저급 언데드의 힘 자체는 보잘 것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놈들은 저급 언데드가 다는 아니다.

파지지지직!

“으어어어!”

갑자기 날아든 전격에 일부 병사들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그것은 바로 언데드들의 진영에서 날아온 것이었다.

“리치다!”

“다크 매지션들은 뭐하느냐? 어서 리치들을 맡아라!”

곳곳에서 쓰러지는 병사들을 보고 있던 아이슬로너가 소리쳤다. 그러자 뱀파이어들의 대열 사이에서 나타난 일단의 뱀파이어들이 무언가를 쏘아 올리기 시작했다.

피잉! 피핑!

빗살처럼 허공을 향해 솟아오른 검은 화살들이 자아를 갖추기라도 한 듯 궤도를 이리저리 변경하며 목표물을 향해 짓처들었다.

푹! 화아아아

서너 발의 화살을 연속으로 얻어맞은 리치 하나가 불꽃을 일으키며 사그라졌다. 소멸된 것이다.

“좋았어! 어서 쏴라!”

다크 매지션 마스터 그렌이 신이 난 어조로 휘하의 부대원들을 독려했다. 다크 애로우는 2서클이긴 하지만 3서클의 다크 스피어보다 나은 점이 한 가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컨트롤의 정교함이었다. 지금처럼 리치들을 골라잡는 상황에서는 강력한 파괴력의 다크 스피어보다 세밀한 조종으로 특정 적을 골라잡는 다크 애로우가 훨씬 좋았다.

“위험해!”

하지만 리치들도 자신들이 맡아야 할 상대가 누군지 알아챈 듯, 매지션들만을 겨냥해 마법을 날리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날아드는 강력한 원소 마법에 흑마술사들이 바쁘게 피해 다니며 그들과 보이지 않는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데스 나이트들이 몰려옵니다!”

“드디어 왔군.”

아이슬로너가 눈빛을 번뜩이며 언데드들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일단의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바로 무한전선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언데드들이 길가리아 앞까지 진군하게 만드는데 앞장선 데스 나이트들이었다.

“가자. 건방진 죽음의 기사들을 모조리 작살내는 거다!”

아이슬로너가 뒤편에 포진한 배틀러들을 선동했다. 죽음의 기운이 풀풀 넘쳐흐르는 그들에게 맞설 수 있는 자들은 수많은 뱀파이어들 중에서도 배틀러밖에 없었다.

데스 나이트들은 카라프의 보고대로 100명가량으로 보였다. 이번 전투에 동원된 배틀러가 140명 정도니 충분히 제압할 수 있는 전력이다. 문제는 그 100명이 단순히 드러난 전력이라는 사실이다. 아직까지 얼마나 더 있을지 짐작할 수 없었다.

“덤벼라 이 자식들!”

승부욕에 불타는 배틀러들이 다크 오러를 끌어 올리며 데스 나이트들과 정면으로 충돌했다.

카가가강! 쿠쾅 콰콰쾅!

절정의 경지에 오른 두 세력의 절대자들이 200이 넘어가는 탓에, 그 힘의 여파란 무시무시했다. 주위의 언데드들은 단순한 충격파만으로도 휩쓸려 나갔고, 눈치가 있는 뱀파이어 병사들은 미리 몸을 빼내 고래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꼴을 피했다.

이윽고, 전장은 이상한 구도로 진행되었다. 무려 수십만에 달하는 대군들 간의 치열한 난전이 한창이었지만 중앙에는 단 250명의 전사들만이 싸우고 있었다. 그 누구도 배틀러들과 데스 나이트들의 싸움에 끼어들 수는 없었던 것이다.

“이 데스 나이트 놈!”

바라크만이 고함성과 함께 게일 그레네이더를 눈앞의 데스 나이트에게 휘둘렀다.

카앙!

할버드의 형태를 갖추었으며 순수 아나만디움으로 이루어진 그 극강의 병장기를 데스나이트는 너무도 가볍게 피했다.

“말도 안돼! 어떻게 이런…….”

바라크만이 크게 놀랐지만 곧바로 방어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어느새 데스 블레이드가 죽음의 기운을 흩뿌리며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푸캉!

“어림없다!”

어렵지 않게 상대를 일격을 막은 바라크만이 또다시 할버드를 휘둘렀다. 다크 나이트의 갑옷은 엄청난 방어력의 결집체였기에 데스 블레이드가 아무리 강해도 한계가 있었던 것이다.

“우습게보지 마라 바라크만. 데스 나이트들은 무한전선에서 공포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놈들이다.”

“흥, 나도 안다!”

바라크만이 콧방귀를 뀌며 카라프의 충고에 퉁명스럽게 쏘아붙였다. 버서커도 그렇지만, 히든 브레이커도 다크 나이트들에게 있어선 철저한 앙숙이었다. 세 특수부대가 하나같이 캄에덴 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강자들이니 자연히 삼각대립구도가 펼쳐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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