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슬레이어-126화 (126/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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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종교전쟁

“그런데 행님, 어떻게 도와줄 생각인지요? 병력이라고 해봐야 우리가 정규군한테 상대가 될 리 없을 텐데…….”

케이튼이 말끝을 흐렸다. 스탐은 피식 웃으며 검지를 치켜세웠다.

“병력은 있다. 그것도 정규군과 동등 아니, 그 이상의 용병들이 말이지.”

“차, 참말입니꺼?”

“그래. 난 지난 5년 동안 이 나라의 암흑계를 갈아 치우면서 일개 폭력배들을 단숨에 일류 용병들로 만들었지. 각지에 있는 놈들을 다 모은다면 아마 5000명은 될 거야.”

5000이라는 숫자에 케이튼이 입을 쩍 벌렸다. 그 정도면 용병이 한참 활개 치던 시절에도 대규모 용병단으로 통하는 병력이다. 더불어 귀족파 전병력의 1할에 해당하는 병력이 아니던가?

“하지만 그 정도로 충분할까? 용병들이 국왕파와 합친다고 해도 여전히 불리해. 그리고 잘은 모르겠지만, 귀족파 쪽에 붙은 소드 마스터들도 상당할걸?”

“날카로운 지적이야.”

스탐은 아무런 반박도 하지 않고 고개부터 끄덕였다. 다이어의 말은 구구절절이 옳았다.

크로프란의 소드 마스터는 총 13명이다. 그 중에서 4명은 중립을 지켰고 5명은 귀족파에, 4명은 국왕파에 붙어 있었던 것이다. 일단 전면전을 벌이면 쌍방이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것은 자명한 일이다. 제국전쟁이 언제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렇게 된다면 결과는 자멸이었다.

“걱정 마. 다 생각이 있으니까.”

스탐은 느긋한 얼굴이었다. 마치 이번 일을 애들 장난처럼 여기는 표정이었다.

“하긴, 하이 배틀러급의 뱀파이어 눈에 기껏해야 10명도 안되는 소드 마스터는 껌으로밖에 보이지 않겠지.”

“보고만 있어. 이 몸이 멋지게 이 전쟁을 마무리 지어볼 테니깐.”

트로비츠 공작이 국왕에 대한 반란을 선포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무슨 일에서인지 공작파는 아직도 수도로 진주해오지 않고 있었다. 아마 그들도 지금 맞붙었다가 생길 양패구상을 의식하는 것이다. 국왕파도 그 점은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쌍방은 서로 대치만 할 뿐 아직까지도 영지간의 소규모 국지전조차 일어나지 않은 상태였다.

꾸욱 꾸욱 꾸욱

올빼미 울음소리만 나는 깊은 밤. 한 인영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 기척이란 풀벌레조차도 감지할 수 없을 정도로 무척 미세한 것이었기 때문에 평범한 인간의 감각으로는 그저 바람소리만 날리는 것 같았다.

인영은 어느새 한 건물 앞에 멈추어 섰다.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쳐 올라 있는 거대한 성채. 이곳은 바로 공작파에 가담한 5명의 소드 마스터들 중 한명인 엘디르 백작의 성이었다.

인영은 성벽 위아래를 천천히 훑어보더니, 가볍게 뛰어 올라 조용히 성벽에 붙어서 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진드기처럼 붙어서 빠르게 올라가고 있는 것이 평범한 존재는 절대 아닌 듯했다.

머지않아 성안에 진입한 인영은 성의 꼭대기를 향했다. 성안에는 수백 명의 병사들이 불침번을 서고 있었지만 인영의 기척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존재는 마치 일상생활 속의 그림자 같았다.

척.

마침내 꼭대기의 문을 열고 들어온 인영은 소리를 내었다. 목표물을 찾았으니 더 이상 거리낄 게 없다는 몸짓이다.

“누구냐!”

기척을 듣자마자 침상에서 일어난 엘디르 백작이 검을 빼들며 소리쳤다. 비록 갑옷은 입지 않고 있었지만, 소드 마스터는 일반 기사들처럼 갑옷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작자들은 아니었다.

방안에 설치된 마법광구가 불을 켜자 침입자의 본모습이 드러났다. 붉은 머리에 검은 옷가지를 입은 정체불명의 사내. 겉보기에는 약간 준수하게만 보이는 인물이었지만 몸에서 풍겨 나오는 기운은 결코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네 목숨을 말아 쥘 사람이다.”

“별 미친놈을 다 보겠군!”

날카로운 일갈과 함께 엘디르 백작의 검기가 사선을 그었다. 기습적인 쾌검을 날리는 탓에 오러 블레이드가 깃들어 있진 않았다. 그는 아직 초급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는 이것만으로도 상대를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에 사용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큰 착각과 함께 후회로 다가왔다.

“큭, 애들 장난도 아니고.”

침입자는 비웃으며 백작의 검기를 퉁겨냈다. 마치 귀찮다는 듯한 몸짓이다.

“이럴 수가!”엘디르 백작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단순한 검기라곤 하나 소드 마스터의 절초가 배여 있는 검격이다. 그것을 저토록 간단하게 막아내다니?

하지만 거기에 신경 쓴 것이 화근이었다. 백작은 자신의 등 뒤를 점한 침입자를 뒤늦게야 알아챈 것이다. 무언가를 해보기도 전에 목덜미로 강렬한 충격이 엄습해왔다.

털썩.

비명도 없이 쓰러졌다. 그만큼 침입자의 솜씨는 군더더기가 없었다. 침입자는 입 꼬리를 말아 올리며 백작을 들쳐 업고 창문 밖으로 나갔다. 성의 꼭대기였던 탓에 바닥까지는 까마득했지만 그는 무척이나 익숙한 동작으로 움직이며 성을 빠져 나갔다.

영지의 병사들은 아침이 밝을 때까지 자신들의 영주가 실종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

“어때요?”

스탐은 첫 한 마디와 함께 바르자드의 눈치를 살폈다. 그의 눈앞에는 한 사내가 결박당해 있었는데 그는 바로 며칠 전에 실종된 엘디르 백작이었다.

“수고했네. 소드 마스터를 약간의 생체기도 내지 않고 생포해 오다니, 과연 하이 배틀러는 다르군.”

“히든 브레이커가 아니었다면, 잠입도 못했을걸요.”

스탐이 머쓱하게 웃으며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이 녀석들을 뭐 때문에 잡아들이라는 거죠? 실력도 형편없는 놈들인데…….”

“그거야 자네입장에서 그런 거지.”

바르자드가 검지를 옆으로 흔들었다.

“인간의 입장에서 볼 때 이들 소드 마스터들의 위치는 그 이름만으도 절대적이라네. 우리 캄에덴의 배틀러들처럼 말이야.”

“하긴, 그렇겠군요.”

“아직까지 국왕파와 귀족파가 전면전을 벌이지 않고 있는 것도 소드 마스터들의 수효가 비슷하기 때문이네. 만약 자네가 귀족파의 남은 4명의 소드 마스터들을 모조리 생포한다면 결국 이기는 쪽은 국왕파지.”

“이 땅에 자리잡고 있는 아르티시앙의 세력도 모조리 몰아내는 거고요.”

스탐이 웃으며 덧붙여 말했다. 아무리 썩어 빠졌다고 하더라도 크로프란 내에 잔재한 아르티시앙교의 힘은 귀족들에게 있어서 저대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왕권이 강하다고 해도 폐교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이 내전에서 귀족파가 패배한다면?

당연히 아르티시앙교의 폐교는 식은죽먹기가 될 것이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잡아들이게. 그래야만이 귀족파에게 더 큰 혼란을 줄 수 있을 테니깐.”

“분부대로 하죠.”

스탐이 미소를 띠며 발걸음을 옮겼다. 순식간에 소드 마스터들을 모두 잃은 귀족파는 어쩔 수 없이 국왕파에게 항복하게 될 테고, 그렇게 된다면 캄에덴의 정예병들은 아무런 저항 없이 크로프란을 통해 인간계를 정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내전이 벌어진지 일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국왕파와 귀족파, 두 세력은 서로 대치한 채 화살만 줄곧 쏘아대는 등 소극적으로 전투를 벌이며 머지않아 벌일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귀족파는 느긋했다. 자신들이 이 싸움에서 당연히 이길 거라고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력이 비등하니 누가 이기든 간에 결국 막심한 피해를 입을 거고, 그것은 이웃나라인 제피스트에서 쳐들어오라고 광고하는 꼴이기 때문이다. 한 나라가 멸망하면 귀족이야 저항하지 않는 한 타국에 흡수될 수 있겠지만 왕족은 그렇지 않다. 대부분이 처형당하거나 노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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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1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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