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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종교전쟁
하지만 뜻밖에도 상황은 귀족파에게 좋지 않게 흘러가고 있었다.
귀족파의 소드 마스터들이 하나 둘씩 실종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5명이나 되던 소드 마스터들이 나흘 만에 4명이나 사라졌다면, 누가 믿을 것인가?
깊고도 고요한 밤. 하지만 귀족파들에게 있어 이 밤은 유령의 밤이었다.
4일 전부터 소드 마스터들은 밤이 되 때마다 사라져갔다. 그리고 오늘 밤. 예상대로라면 의문의 인물은 남아 있는 귀족파의 마지막 소드 마스터인 멕시안 후작을 납치해 갈 것이다.
“휴, 그대들이 있으니 한결 마음이 놓이는구려.”
멕시안 후작은 든든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눈앞에 자리 잡고 있는 기사들을 둘러보았다. 10명에 이르는 그들은 하나 같이 무시무시한 기운이 넘쳐 들렀다. 크로프란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자신도 저들과 비교하면 중하위권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후후, 든든하신가 보군요.”
한 기사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 속에는 차가운 경멸이 어려 있었다. 멕시안 후작은 그가 왜 그러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이들은 바로 얼마 전 크로프란이 동맹조약을 파기한 유에센에서 파견한 기사들이었는데, 그것도 전원이 소드 마스터였다. 그들은 정의를 배반한 크로프란의 왕실을 벌한다는 명목아래 귀족파를 도와주러 온 것이다.
‘다른 소드 마스터들이 실종된 것은 의아한 일이지만, 저들만 있으면 나도 실종당할 일이 없고, 오히려 내일 벌일 전면전에서 완벽한 승리를 거둘 수 있겠지.’
멕시안 후작은 음흉한 표정을 지으며 앞으로 전개될 시나리오를 예측해 보았다. 자신을 합해 소드 마스터가 11명이나 되는 이상 국왕파의 항복을 기다릴 이유도 없었다. 내일 전투에서 승리한 다음 왕권을 갈아엎을 것이다. 왕족의 목을 모조리 벤 다음 트로비츠 후작이 왕의 자리에 오르고 자신은 공작이 된다. 비록 유에센 산하의 공국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지금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그나저나 아직도 나타나지 않는군요. 4명의 소드 마스터들을 실종시키게 만든 장본인이 말입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머지않아 새벽이 될 텐데…….”
멕시안 후작이 말끝을 흐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성내에는 수백 명에 이르는 병사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경비를 서고 있었다. 소드 마스터도 11명이나 있으니 검성이 아닌 이상 단신으로 나타나 자신을 납치해갈 수는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곳에는 유에센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사내가 있었다.
“크라토르경. 아마도 놈은 오늘 오지 않을 것 같소.”
“그런 것 같군요. 하긴, 이 상황에서 온다는 것 자체가 자살행위지요.”
크로프란 귀족파에 파견된 소드 마스터들의 실질적인 수장인 크라토르가 매끈한 턱을 만지며 말했다. 그러자 흡족해진 멕시안 후작이 건물 안으로 손을 뻗었다.
“그럼 가서 술이나 한잔 하는 게 어떻겠소? 먼 곳에서 온 분들이신데 아직 이렇다 할 대접조차 못했으니 말이오. 비록 누추하긴 하지만 작은 정성이나마 거절하진 마시길 바라오.”
멕시안 후작의 몸짓은 깍듯했다. 상대가 워낙 거물들이다 보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술은 안 되는데…….”
“조금만 마시면 되지 않겠소. 자, 어서 따라오시구려.”
“흠흠, 그럼 실례하겠소.”
이렇게 크라토르를 비롯한 소드 마스터들은 후작을 따라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멕시안 후작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질렀다. 이들은 유에센의 실세들이었다. 따라서 이들에게 잘만 보여준다면 출세길은 깔끔하게 포장된 도로였다.
하지만 그는 모르고 있었다. 지금 이곳에 자신을 납치하러 온 인물이, 이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놈들은 대체 누구지?“
어둠에 몸을 숨긴 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던 스탐이 동공을 굴렸다. 자신이 아는 바대로라면 귀족파의 소드 마스터는 다섯. 네명을 납치했으니 이제 멕시안 후작 하나만 남아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의 주위에 서 있는 10명의 기사들은 전원이 소드 마스터들이었다. 그들은 절대 크로프란 소속이 아니었다.
‘유에센이군.’
의문의 기사들 중 한명을 바라보던 스탐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바로 예전에 자신이 륜드라에서 탈출할 때, 세리아를 고문했던 바로 그 기사였다. 그때는 방심하고 있었고, 그 하나뿐이었던 탓에 쉽게 제압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자신이 아무리 하이 배틀러라도 단신으로 나타나 후작을 납치하기는커녕,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래도 아직까지 이곳을 나가지 않은 걸 보면 싸우긴 싸울 모양인 것 같은데?]
‘물론이지.’
스탐은 잠행술로 소드 마스터들을 따라가면서 카스턴의 물음에 당연하다는 얼굴로 대답했다. 비록 적들이 두 자리 수의 소드 마스터라곤 하나 왠지 물러서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한 가지 자존심 때문이었다.
‘만약 지온이 저들과 싸운다면? 웃으면서 일방적으로 찢어발기겠지.’
당연하지만 배틀 마스터는 하이 배틀러보다 월등히 강하다. 하이 배틀러라면 지금의 상황에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겠지만 배틀 마스터는 생각할 가치도 없이 밀어 붙일 것이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달려들 수도 없는 노릇이었지만, 다행히도 멍청한 후작이 무덤을 파고 있었다.
“자, 한잔 받으시오.”
“전 아르티시앙교를 신봉하는지라 술은…….”
“걱정 마시오. 나도 마찬가지니까. 성신께서도 용서해주실 것이오.”
유에센의 기사들을 테이블에 앉힌 멕시안 후작이 손수 술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친절하겠거니 생각하겠지만 스탐의 입장에서 볼 땐 혐오스럽게만 보였다.
[생각대로 될까? 저 기사들은 술을 자제하는 것 같은데.]
‘훗, 걱정 마. 한잔이 두 잔이 되고 두 잔이 넉 잔이 되는 법이야.’
과연 스탐의 예상은 적중했다. 멕시안 후작이 워낙 독한 술을 준비해 둔 덕분인지, 처음엔 술을 자제하던 기사들은 각자 반병이상을 비우게 되자 취기가 돌기 시작했다. 얼굴이 붉어진 채 혀 꼬부라진 소리를 내는 것이 그렇게 우스워 보일 수 없었다.
“끄윽, 이거 참 맛있군요.”
“단장님. 더 마시면 안될까요?”
한 기사가 비틀거리며 크라토르에게 물었다.
“술은 더 이상 안 된다. 충분히 마셨으면 어서 물을 마시면서 취기를 없애라.”
놀랍게도 크라토르는 술을 딱 두 잔만 마셨을 뿐이었다. 아무래도 단장의 입장이 되다보니 술에 취한 모습을 보여주긴 싫었나보다.
[저놈이 걸리는데.]
‘상관없어. 나머지 놈들이 다 곤드레 만드레가 되 있으니까. 이제 슬슬 시작해야겠군.’
벽에 숨어 있던 스탐은 중지와 검지만 내밀었다. 아무리 술에 취해도 소드 마스터는 소드 마스터.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한명을 잡아야만 했다.
‘히든 브레이커의 비기, 비광살. 이거면 충분히 죽일 수 있겠지.’
스탐은 가장 약해 보이는 소드 마스터를 향해 손을 뻗으며 급속도로 다크 오러를 끌어 올렸다. 그러자 순식간에 무시무시한 흑강이 중지와 검지 끝에 모여 들더니 금세 목표물을 향해 쏘아졌다.
“으아악!”
급소가 정확하게 꿰뚫린 소드 마스터가 비명을 지으며 바닥에 널브러졌다.
과연 히든 브레이커들의 기술은 그들의 성격과 딱 맞아떨어졌다. 하나 같이 빠르고, 강력한 것이다. 비광살이라는 이 기술은 날아가는 형태는 흑마탄과 비슷했지만 속도와 파괴력 면에선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였다.
스파파팟!“!?”
그때였다. 크라토르가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검광을 날려대었다. 워낙 갑작스럽게 날아왔던지라 스탐은 당황한 얼굴로 그것을 간신히 피해내었다. 덕분에 그의 모습이 소드 마스터들의 눈앞에 드러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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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_-
제 능력으로는 여기까지가 한계;
이제부턴 평일 비축분 생산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