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슬레이어-131화 (1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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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제국전쟁

“블리츠경께서 오셨습니다.”

“들라하라.”

국왕의 간단한 한 마디와 함께 스탐은 그의 처소 안으로 들어왔다. 놀랍게도 그곳에는 바르자드는 물론이고, 다이어도 있었다.

“모두들 여기에 있었군요.”

“당연한 것 아닌가. 이제 본격적인 전쟁의 시작인데.”

“예.”

바르자드의 말에 스탐의 입가에 짙은 미소가 배여 들었다.

“조만간 제국전쟁이 벌어질 것이야. 그리고 그 전쟁을 시작으로 수백 년 동안 기다려왔던 우리의 야망이 이루어질 테지. 그대와 함께.”

“후후. 물론입니다.”

자신의 어깨를 짚어오는 바르자드에게 국왕이 대꾸했다.

내전이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기 때문에 크로프란은 지금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귀족파의 귀족 대다수가 목이 달아났기 때문에 그들의 빈자리를 채워줄 인물들이 필요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내전으로 인해 어지러워진 민심도 어느정도 수습해야만 했다. 처리해야 할 사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국가가 멸망할지도 모르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폐하! 급보입니다!”

그때 문밖에서 다급한 음성이 터져 나왔다. 상대가 왕임을 알면서도 소리를 지르는 무례를 범하는 것으로 보아 급하긴 급했나보다.

“어서 들어오게.”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한 기사가 문을 열고 들어와 부복했다. 그의 얼굴은 무척 흥분한 것으로 보였는데, 스탐을 비롯한 뱀파이어들은 그가 어떤 소식을 가져왔을지 직감적으로 느꼈다.

“유에센 제국이 차르니아, 루세리안 제국에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놀랍게도 연합을 이루고 있는 두 제국에 먼저 선전포고를 선포한 나라는 정의를 지향하는 유에센 제국이었다. 황제가 유에센의 전 국민이 보는 앞에서 ‘악의 축을 이루고 있는 차르니아와 루세리안을 심판하겠다’고 공포한 것이다.

선전포고가 이루어지자마자 국경선에서 수차례의 국지전이 벌어졌다. 세 제국 모두 100만 이상의 대군을 거느린 강대국이었기 때문에 국지전이라고 해도 수백, 수천 명단위로 싸워대기 시작했다.

화살이 한 차례 쏟아질 때마다 무수히 많은 병사들이 대지에 잠들었다. 검은 피로 얼룩졌고, 피투성이가 된 시체들이 짐승들의 밥이 되었다.

그것은 국지전에 불과했다. 전쟁이 벌어진지 다섯 달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세 제국은 징집병으로 소모전만 벌일 뿐 핵심병력들은 내보내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10만이 넘는 병사들이 죽어나갈 무렵, 세 제국은 서서히 정예병들을 그론테스 평원으로 집결시키기 시작했다. 그론테스 평원은 유에센과 차르니아, 루세리안 사이에 위치한 대평원으로, 세 제국은 항상 이곳을 중심축으로 대립해왔다. 1차 제국 전쟁 때도 바로 여기서 최후의 전쟁을 벌였던 것이다. 조만간 치열한 전면전이 벌어질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발 맞춰 왕국들은 다른 왕국들을 치기 위해 병력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태까지 제국 때문에 발이 묶여 있었지만, 이제는 거리낄 것이 없어진 것이다.

타국을 점령하려는 야욕을 지닌 수많은 왕국들 중에서 가장 먼저 침략을 개시한 나라는 바로 제피스트 왕국이었다. 그리고 제피스트 왕국이 침략한 나라는 수백 년 동안 대립과 반목을 이루었던 크로프란이었다.

“빨리 빨리 가지 않고 뭣들 하느냐!”

대열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병사들을 통솔하고 있는 기사가 있었다. 그는 뭐가 그렇게도 즐거운지 연신 입가에 미소를 지우지 않고 있었다.

“그로세이드 장군님. 저기 카젤론 요새가 보입니다.”

“후후후. 저것을 탈환하는 것은 식은죽 먹기다.”

그로세이드라 불린 기사는 멀리서 보이는 요새를 응시하며 머지않아 크로프란을 멸망시키고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왕을 알현할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는 제피스트 왕국 제일의 기사이며, 장군이었다. 그리고 수십 년 만에 탄생한 최상급 소드 마스터이기도 했다. 물론 경지에 오른지 1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크로프란에서 자신을 상대할 기사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아니, 있다고 할지라도 제대로 된 마갑기도 없는 놈들이 뭘 어쩌려고 말이지. 크흐흐.”

그로세이드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푸른빛을 띤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그것은 바로 제피스트에서 단 두 대밖에 없다는 마갑기중 하나를 소환할 수 있는 매직 펜던트였다. 이것으로 마갑기만 소환할 수 있다면 저깟 요새쯤이야 눈 감고도 단신으로 쓸어버릴 수 있었다. 물론, 마갑기의 구동시간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에 굳이 소환할 생각은 없었다.

한 가지 예외를 제외한다면 말이다.

“어서 와라 크로프란의 졸개들아. 썩어빠진 기갑기 따위로 얼마나 재롱을 부리는지 보자.”그는 크로프란에서 바로 기갑부대를 출격시킬 거라고 생각했다. 어차피 오늘날의 전쟁은 기갑부대의 승패가 전쟁의 9할을 차지한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었으니까. 이 원정병력에게도 기갑부대는 당연히 있었다.

“모두 기갑기에 탑승하도록!”

추상같은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얄팍한 제복을 입은 기사들이 기갑기 안으로 들어갔다. 그로세이드가 이끌고 온 기갑기는 모두 스무 대였는데, 여섯 마리의 말이 이끄는 커다란 수레에 각각 한기씩 올려져 있었다. 마갑기처럼 소환이 안 되는 기갑기는 이처럼 수동으로 이동시켜야 하는 것이다.

기갑부대의 유일한 단점은 바로 시간이었다. 한번 움직일 때마다 마나 하트에서 다량의 마나가 빠져나가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에 승부를 봐야 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기갑부대는 거의 같은 기갑부대를 제압하는 데만 쓰인다. 보병들을 상대하다가 마나가 다 고갈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파일럿들을 지금 탑승시키는 것은 적의 기갑부대가 언제 아군을 급습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물론 그로세이드는, 덤벼봤자 쓸데없는 몸부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자, 그럼 본격적인 크로프란 점령작전을 시작해볼까?”

그로세이드의 입가에 득의양양한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모르고 있었다. 자신이 적의 기갑부대에 대해 얼마나 큰 오판을 하고 있었는지를 말이다.

“바글바글한데요.”

“그렇군.”

스탐은 케이튼의 말에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언덕 아래에 집결해 있는 제피스트 왕국의 대군을 응시했다.

“기갑기가 스무대라……. 6할 정도 되는군요. 아마 수도에 나머지 기갑전력을 주둔시켜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전병력을 끌고 오지 않은 이유는, 그만큼 크로프란을 우습게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다른 왕국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제국들이야 전 병력을 동원해도 상관없지만, 서로가 서로의 눈치를 보는 왕국들은 사정이 달랐다. 왕국 하나를 멸망시켜도 타국에 수도가 함락당하면 손해 보는 장사니 말이다.

“일단 계획대로 해야겠지?”

스탐의 말에 모든 기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지금 카젤론 요새 앞에 운집해 있는 제피스트 원정군을 급습하기 위해 왔다. 양국간의 전면전이 벌어지면 기갑부대간의 전투는 피할 수 없는 성질의 것이기에, 국토가 유린당하기 전에 승부를 봐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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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간신히 짬을 내서 올리는군요.

시험만 끝나면 미칠 광 벨 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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