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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제국전쟁
“출격!”
스탐의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파일럿들이 일시에 기갑기 안으로 들어갔다. 승리를 다짐하는 그 어떤 외침도 없었다. 조용히 파일럿과 한 몸이 된 기갑기는 웅크려 있던 몸을 서서히 일으켰다. 그에 따라 숨겨져 있던 크로프란의 기갑부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자, 그럼 나도 마갑기를 한번 타보실까.”
“저돕니다.”
스탐은 두근거리는 가슴을 추그리며 오른손 검지에 끼워져 있는 푸른색의 반지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그러자 반지에서 경천동지할 소용돌이가 휘몰아쳤다.
소용돌이는 이내 스탐의 앞에서 거대한 거인의 형상으로 바뀌었다. 거인은 옆에 늘어선 기갑기보다 1.5배는 커 보였는데 위압감은 비교도 안 될 정도였다. 푸른색의 광채가 번쩍이는 중장갑옷과도 같은 단단한 상체를 지녔으면서도 빼어난 곡선미가 감도는 외형. 그것은 실로 인간이 만들어낸 마갑기중에서 가장 뛰어난 걸작품이었다.
“프로즌 카이져…, 이걸 직접 타보기는 처음이군.”
스탐은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조종석의 입구인 머리부분까지 뛰어올랐다. 기갑기의 경우엔 상체를 열어 들어가는 형식이었지만, 마갑기는 탑승자가 소드 마스터일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구조가 다른 것이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조종석에 들어선 스탐이 손을 비비며 마갑기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이미 바르자드가 준 설명서로 조작법의 대부분은 숙지한 상태였기 때문에 문제될 것은 없었다.
쿵 쿵 쿵
프로즌 카이져를 위시한 수십기의 기갑기들이 지축을 뒤흔들며 언덕을 내려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엔 수만을 아우르는 제피스트 왕국군이 포진해있었다.
“기갑부대다!”
한 병사의 외침이 시발점이었을까. 제피스트 진영에 도착한 강철의 거인들이 제피스트군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들고 있는 무기는 하나같이 으리으리한 것들이었지만 굳이 쓸 필요도 없었다. 그냥 밟으면 되는 것이다.
“으아악!”
“사, 살려줘!”
기갑기들의 육중한 발에 깔려 죽어가는 병사들의 비명소리가 사방을 메웠다. 제피스트군의 진영은 실로 아비규환이었다.
“모두 물러서라! 거치적거린다!”
지휘관으로 보이는 사내의 외침이 들려왔다. 그의 목소리는 병사들이 도망간 빈 자리를 메운 마갑기에서 들려왔는데, 마갑기의 뒤로 스무 대가 넘는 기갑기들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크크크. 기다리고 있었다. 크로프란의 졸개들이여!”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도합 마흔대가 넘어서는 기갑기들이 일대혈전을 벌이기 시작했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무기를 붙들고 격전을 벌이는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단순한 마찰음만으로도 전율이 일 정도였다.
“말이 많군.”
피식 웃은 스탐이 프로즌 카이져의 오른손을 상대의 마갑기를 향해 뻗어 보였다.
스스스스
갑자기 차가운 냉기가 오른손에 감돌기 시작했다. 한참 원운동을 하던 그것은 거대한 화살의 모양을 갖추더니 곧장 적의 마갑기를 향해 쏘아져갔다.
콰쾅!
“크윽!”
냉기의 화살이 상부 장갑에 정확히 박히자 마갑기가 뒷걸음질을 쳤다. 그리고 그 틈을 타 스탐의 프로즌 카이져가 바닥을 울리며 거대한 검을 휘둘렀다. 한손 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크기는 투핸드 소드의 두세 배는 되는 듯했다.
“인사가 너무 거칠었나?”
“크으으! 네놈은 대체 누구냐!”
마갑기의 파일럿이 당황한 어조로 소리쳤다. 그럴 만도 했다. 약소국 크로프란에서 이런 크고 강대한 마갑기나 나타날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까 말이다.
“통성명이나 해볼까. 내 이름은 블리츠 데 크레이슬러. 크로프란의 근위기사단장이다.”
“나는 그로세이드 디파츠. 제피스트의 크로프란 원정군 총사령관이다. 기필코 네놈을 쓰러뜨리고 내 손으로 크로프란을 멸망시키겠다!”
츠츠츠
그로세이드의 말이 끝나자마자 무시무시한 전류가 마갑기가 쥔 검을 휘감기 시작했다. 검은 어느새 프로즌 카이져를 향하고 있었다.
“어떠냐! 이것이 바로 전격의 마갑기 라이트닝의 힘이다!”
“웃기는군.”스탐은 코웃음을 치며 검을 꼬나 쥐었다. 프로즌 카이져는 흑마술과 원소마법, 그리고 드래곤 하트가 창출한 희대의 마갑기다. 그리고 자신은 하이 배틀러. 고작 해야 일개 왕국의 마갑기가 자신을 어쩔 순 없었다.
하지만 스탐은 머지 않아 자신이 크나큰 방심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채앵!
두 마갑기의 검과 검이 맞부딪히자마자 강력한 전류가 프로즌 카이져의 검에 전도되었다. 그리고 그것은 빠른 속도로 조종석을 파고들어가 파일럿이 감전 당하게 만들었다.
지지지직
무시무시한 전격이 온몸을 엄습해왔다. 그와 동시에 세포 하나 하나가 타들어가는 듯한 감각을 느낀 스탐이 고통스럽게 몸부림을 쳤다.
“크으으윽!”
“크하하하! 어떠냐? 전격의 마갑기 라이트닝의 힘이? 이것이 바로 마갑기를 부수기 전에 조종사를 죽여 버리는 최고의 속성이다!”
그루세이드의 말 대로였다. 전격의 속성을 가진 마갑기는 검에 전격을 주입해 적과 무기를 맞대면 철 특유의 전도성 때문에 마갑기보다 파일럿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 것이다. 그래서 웬만한 왕국은 거의 다 전격 속성의 마갑기를 만든다.
‘제기랄!’
스탐으로선 난감하기 이를 데 없었다. 비록 오늘 처음 조종해 미숙하다곤 해도 명색이 최강의 스팩을 가진 프로즌 카이져가 아니던가? 상대가 검성이 아닌 이상 밀릴 이유가 없는데도 상황은 점점 악화되어가고 있었다.
‘어떡하지?’
[뭘 어떡해, 너 바보 아냐?]
한참 고민하고 있던 와중에 카스턴이 끼어들었다. 그는 무척이나 한심하다는 뉘앙스의 목소리를 띄고 있었는데, 그 사실에 의문이 간 스탐이 물었다.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냐?’
[좋은 방법이라고 말하기 이전에 말이지, 넌 지금 한 가지 상식을 망각하고 있어.]
이 상황에서 카스턴의 말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성질의 것이었다. 가뜩이나 고전하고 있는데 이놈의 검은 헛소리나 하고 있으니 스탐으로선 미칠 지경이었다.
‘돌려서 지껄이지 말고 간단히 말해!’
[뭐, 그러지.]
카스턴은 상황이 상황이여서인지 순순히 대답했다.
[인간계의 왕국들은 대부분 전격의 마갑기를 채용하고 있지. 특유의 전도성 때문에 굳이 마갑기를 부수지 않더라도 조종석에 있는 파일럿을 감전사시킬 수 있기 때문이야.]
‘그건 나도 알고 있어.’
스탐이 재차 엄습해오는 전류에 이를 악물며 투덜거렸다. 하지만 이내 카스턴이 한 말에 쇠망치를 뒷통수에 한대 얻어맞은 얼굴이 되었다.
[하지만 제국은 절대로 전격계 마갑기를 쓰지 않지.]
‘뭐라고?’
놀라 물었지만 저 망할 놈의 검은 침묵만 지키고 있었다. 이제 알아서 알아맞히라는 소리다.
스탐은 그 이유에 대하여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머지 않아 깨달았다.
‘이제야 알겠군.’
해답은 간단했다. 전격계 마갑기는 파일럿에게만 심한 타격을 줄 뿐 마갑기 자체에는 큰 데미지를 입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강력한 경지의 소드 마스터를 갖춘 제국들은 다른 계열의 마갑기를 사용하는 것이다.
결국 파일럿이 전도되어오는 전류만 막아낸다면 상대의 마갑기는 거의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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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이제야 올리는군요 ㅡㅜ
최대한 노력해보겠습니다.
새벽광참으로 최대한 빠른 완결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