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슬레이어-134화 (134/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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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제국전쟁

“드디어 시작인가.”

게르델피안 공작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전장을 둘러보았다. 그가 지금 발을 디디고 있는 곳은 바로 제국들의 각축장이라 불리는 그론테스 평원. 이곳에서 제국들은 서로 자웅을 겨뤄왔던 것이다.

지금처럼.

현재 그론테스 평원은 지금 쌍방 합쳐 100만이 넘는 인간들이 세 개의 세력이 양 갈래로 나뉘어져 대치하고 있었다. 아마 머지 않아 이들이 벌일 전투의 승패에 따라 인간계의 역사가 바뀔 것이다.

“공작 전하. 적 진영에서 말을 탄 기사 두명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보나마나지.”

검성은 그들이 누군지 잘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모습에서 시선을 거두진 않았다.

흑마를 탄 붉은 갑옷의 기사는 ‘전장의 붉은 검’ 라트비츠 폰 할트. 그리고 그 옆을 나란히 나서고 있는 푸른 갑옷의 기사는 ‘황혼의 기사’ 알프레드 데 이셀리안. 둘은 각각 루세리안과 차르니아 제국 최강의 기사였다.

검성은 타고 있던 말의 고삐를 당기며 그들을 맞이하러 갔다. 깜짝 놀란 부관이 그를 따라 나서려고 했지만, 뒤이어진 손사래에 하는 수없이 뒷모습만 멀뚱히 바라볼 뿐이었다.

다그닥 다그닥

드넓은 땅을 독차지하고 있는 양 군세의 가운데서, 세 사나이가 한곳에 모여들었다. 제일 먼저 입을 연 것은 검성이었다.

“오랜만에 만나는군. 악의 기사들이여.”

“흥, 그대들은 도대체 무슨 잣대로 악과 선을 들먹이는지 모르겠소.”

라트비츠가 콧방귀를 뀌며 대꾸했다. 유에센인들은 항상 자신들이 선의 대행자며, 자신의 행위가 정의임을 강조한다. 그리고 이에 반하는 적은 악으로 규정해왔다. 정말 이기적인 논리다.

“후후후. 악이건 나발이건 간에 이 전쟁의 승리자가 그런 배부른 소리를 부르짖을 수 있겠지.”

검성의 두 번째 말에는 두 기사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그렇소. 하지만 과연 그대들이 우리 연합군을 이길 수 있을 것 같소?”

알프레드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검성을 쏘아보았다. 유에센이 아무리 초강대국으로 군림하고 있다지만 그에 맞서는 두 제국 또한 유에센에 버금가는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병력은 그렇다 치자. 하지만 기갑부대의 차이는 어마어마했다. 유에센의 기갑기가 115기인데 반해 제국 연합은 198기. 마갑기의 경우는 2대5였다. 상대가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성의 입가에 드리워져 있는 자욱한 미소는 물러갈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 법. 머지 않아 그대들은 시체가 되어 나를 맞이할 것이오.”

“남말하고 있군!”

다혈질인 라트비츠가 검을 뽑아들며 검성을 죽일 듯이 쳐다보았다. 하지만 싸울 생각은 없는지 휘두르진 않았다. 비록 자신과 알프레드가 절정의 최상급 소드 마스터라곤 하나 상대는 그랜드 마스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생사여탈은 전장에서 결정지어야 한다.

“그럼 나중에 보도록 하지.”

그렇게 한 마디 한 알프레드가 기수를 돌리더니 자신의 진영으로 되돌아하기 시작했다. 라트비츠도 검성을 한참 쏘아보더니 알프레드를 따라 말을 몰기 시작했다.

“라트비츠. 한 마디 궁금한 것이 있다.”“뭐지?”

퉁명스러운 어조로 대꾸하며 검성을 바라보는 라트비츠의 눈에는 끝없는 살기만이 깔려 있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인간계의 절대자는 태연한 얼굴로 자신이 할말을 꺼내었다.

“그대들이 키우고 있는 비밀병기는 보이지 않는군. 어디에 있는가?”

“비밀병기?”

검성이 말한 비밀병기는 바로 5년 전, 자신에게 화상을 입힌 스탐을 일컫는 것이었다. 정황으로 볼 때 그의 소속은 루세리안임이 확실했으니 건곤일척의 대결전이 벌어지기 전의 이때 물어보는 것이다.

하지만 라트비츠는 의아한 얼굴로 검성에게 반문할 뿐이었다.

“곧 싸울 테니 굳이 시치미를 뗄 필요는 없을 텐데. 5년 전 나와 단신으로 싸우면서도 몸에 화상까지 입히고 돌아간 네놈들의 비밀 병기 말이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냐? 우리 루세리안군이 이끌고 온 병력은 저게 다다. 그랜드 마스터인 네놈과 단신으로 싸워서 화상을 입힐 만큼 대단한 놈이라면 지금 당장 마갑기 파일럿으로 채용했겠지.”

“그렇군.”

“쓸데없는 소리로 나를 짜증나게 만들지 마라.”

그렇게 쏘아붙인 라트비츠는 뒤늦게야 알프레드의 뒤를 따라 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를 바라보던 검성은 염두를 짚었다.

겉으론 태연했지만 속으로는 워 해머 하나를 뒤통수에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루세리안이 아니라고? 그럼 대체 어디에서 굴러 떨어진 놈이지?’

세상에서는 가끔씩 상식 밖의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한다. 그걸 우연이라고도 하고, 기적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지금의 사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자신과 거의 호각으로 싸우고 종래에는 크나큰 상처까지 입힌 의문의 존재가 루세리안 소속이 아니라니? 라트비츠의 성격상 거짓말을 할리도 없었고, 루세리안의 기둥인 그가 모를 리도 없었기에 놈은 루세리안 쪽이 아니라는 결론이 나온다.

그렇다면?

‘잠깐. 아까 크로프란이 의문의 마갑기를 앞세운 기갑부대로 제피스트의 주력 기갑부대를 괴멸시켰다고 했지. 그렇다면 그 마갑기의 파일럿이?!’

정확히 확인된 것은 아니었지만 두 사건은 묘하게 비상식적이었기 때문에 대조를 해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지금 당장 완전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었다.

‘이 전투가 끝나면, 바로 확인조사에 들어가봐야되겠군.’

한숨을 쉰 검성이 유에센군 진영으로 되돌아갔다. 언제나 최대한의 정보로 전투의 수행여부를 결정하는 그였지만, 지금 상황에서 한 가지 변수가 생겼다고 전투를 치르지 않을 수도 없었다.

차 마실 시간이 지날 무렵, 유에센과 제국 연합은 드디어 전투를 벌이기 시작했다.

“발사!”

피피피핑!

날카로운 토호성과 함께 수천발의 화살이 허공을 휩쓸며 적진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한 떼의 소나기들은 상대편 진영에 쏟아져 흠뻑 젖게 만들었다.

“으아악!”

“크어헉!”

하지만 단순히 젖었다고 보기엔 너무도 심한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화살에 꽂혀 죽어가는 시신에서 흘러나온 새빨간 피들이 대지를 적셨다.

“돌격!”

“기사단 돌격 개시!”

몸풀기 운동과도 같은 궁사 이후에는 본격적인 전투가 이어졌다.

다그닥 다그닥

“가자, 유에센의 기사들이여! 어서 저 악의 무리들을 모조리 심판하는 것이다!”

“뭣들 하느냐, 빨리 뛰어라! 허영과 위선만 가득 찬 유에센 놈들을 작살내는 거다!”

우렁찬 고함소리를 곁들이며 세 제국의 주력 기사단이 접점을 향해 흙먼지를 뿌리며 달려 나가고 있었다. 기갑부대의 등장으로 그 비중이 떨어진 기사단이었지만, 이들은 여전히 일반 병사들에겐 공포의 상징이었다. 물론 이 기사단의 상대는 같은 기사단이었다.

쾅! 쿠쾅콰콰쾅!

선두의 기사가 뻗은 랜스에 맞은 상대 기사가 날아가는 것을 시발점으로, 원수와도 같은 양측의 기사들간의 처절한 승부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기갑부대를 제외하면 하나같이 최정예들이었기 때문에 이들은 대부분 절정의 경지에 오른 기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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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이제 올리는군요.

하지만 이게 다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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