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슬레이어-135화 (13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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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제국전쟁

스아아악

소름이 끼치는 오러음과 함께 날과 날이 살을 노리는 무시무시한 쇳소리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머지 않아 인육을 베는 소리가 비명소리를 동반해 들려왔다.

“으아악! 내 팔!”

“커헉!”

“히히힝!”

가장 먼저 죽어나가는 쪽은 역시나 상대적으로 낮은 경지에 오른 기사들이었다. 그들은 막강한 적의 검기를 막아내지 못하고 무참히 쓰러져갔다.

제국의 내로라하는 실력의 기사들이 서로가 서로를 사의 세계로 보내는 치열한 격전의 현장! 하지만 그곳에는 검성이나 라트비츠같은 절정의 실력자는 보이지 않았다.

“퇴각하라!”

얼마나 치열한 격전을 벌였을까? 전력의 반수가 죽어나갈 때 즈음에 유에센의 기사 측에서 퇴각령이 떨어졌다.

후퇴가 아니라 퇴각이었다. 유에센의 기사들은 절대 자신들이 불리해서 물러나는 게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럼 우리도 슬슬 물러나는 게 좋겠군. 퇴각!”

하지만 공교롭게도 제국 연합의 기사들도 유에센의 기사단이 물러서는 것에 발맞추어 말을 돌리기 시작했다. 분명히 적들보다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그 이유가 밝혀지는 데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기갑부대다!”

“어서 뛰어!”

양측의 진영에서 기갑부대가 나타난 것이다.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줄기줄기 뿜어대는 마갑기들을 필두로, 수백여기의 기갑기들의 휘황찬란한 진군이 시작되었다.

기사단은 최대한 빨리 전장을 이탈했다. 아무리 강력한 전투력을 가진 그들이라도 기갑부대 앞에서는 고양이의 쥐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은 양 진영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었다. 마치 하나의 공연을 보는 듯, 한 단체가 공연을 끝내고 물러서니 다른 한 단체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후후후. 드디어 저 건방진 유에센의 그랜드 마스터를 박살내는 것인가!”

제국 연합의 선두에 선 마갑기의 파일럿. 라트비츠가 호쾌한 어조로 소리쳤다. 그의 양옆으로 네 기의 마갑기들이, 뒤로는 수백여기의 기갑기들이 함께 하고 있었다.

그에 비해서 적인 유에센의 기갑부대는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기갑기의 수에, 단 세기에 지나지 않는 마갑기…….

“자, 잠깐! 세기라고!?”

라트비츠는 깜짝 놀라 두눈을 휘둥그레 뜬 채 전방을 다시 응시했다. 그가 아는 바로는 유에센의 마갑기는 두기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적 기갑부대의 선두에서 달려오고 있는 마갑기는 분명히 세기였다.

‘저것이 바로 유에센이 숨겨놓은 비밀병기란 말인가?’

생각해보면 저런 게 나와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초강대국으로 30여년이 넘도록 군림한 상황에서도 오랫동안 군비를 확충해온 유에센이니까. 하지만 새로운 마갑기의 위용이란 가히 엄청나다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었다.

레드 드래곤이 강림한 것과 같은 착각을 주는 새빨간 마갑기.

머리 부분에서 툭 튀어나온 굵직한 뿔은 브래스라도 뿜을 듯했고, 검붉은 색을 띈 갑옷에는 유에센을 상징하는 새하얀 성조의 문양이 각인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경악스러운 것은 바로 검이었다.

“정말 크군.”

정체불명의 마갑기가 든 검은 정말 컸다. 마갑기의 키를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마치 인간이 투핸드 소드를 든 것 같은 크기였다.

“어떤가, 두 제국의 졸개들이여.”

낯익은 목소리가 귓가에 배여들었다. 라트비츠는 두 눈을 부릅 떴다. 바로 전투가 벌어지기 직전에 들었던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거, 검성! 그렇다면 네놈이!”

“후후후. 소개가 늦었군. 우리 유에센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차세대 마갑기다. 이름은 플레임 로드. 화염의 속성을 지닌 마갑기지.”

검성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플레임 로드를 이끌고 적 기갑부대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쿵 쿵 쿵

지축이 흔들릴 때마다 라트비츠의 맥박이 점점 심하게 뛰었다.

얼마 전, 유에센의 예상 예산과 군사력 예산을 비교해가며 유에센이 기갑부대에 투자한 비용을 계산한 보고서를 본적이 있었다.

계산대로라면 적어도 유에센의 기갑기는 160기 안팎일 것이라고 보고서에는 명시되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적의 기갑기는 단 115기. 보고서가 틀리지 않았다면 저 마갑기는 기갑기 45기와 같은 비용을 가지는 것이다.

평범한 마갑기의 생산비용은 기갑기 10기 정도이다. 얼핏 보면 기갑기만 찍어내는 게 효율적으로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았다. 기갑기는 조종만 할줄 알면 되는 파일럿이 들어가면 되지만, 마갑기는 소드 마스터 이상의 실력자가 들어가야 한다. 다시 말해, 마갑기는 본체에서 파일럿을 통해 마법과 검기를 동시에 구현해낼 수 있는 희대의 역작인 것이다.

‘무시무시하군.’

소름이 끼쳤다. 초강대국이 괜히 초강대국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있을 순 없는 법. 라트비츠는 재빨리 연합의 기갑부대 전체에 통신을 보냈다.

“모두 돌격!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그는 이번엔 아군 마갑기 파일럿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알프레드는 나와 함께 검성의 마갑기를 맡는다. 나머지 세기는 유에센의 두 마갑기를 맡아라!”

“알겠습니다!”

쿵 쿵 쿵 쿵!

수많은 강철의 거인들이 그론테스 평원을 짓누르며 적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 광경이란 수십만의 병사들과 절정의 경지에 이른 기사단들이 벌이는 전투와는 또 다른 전율을 느끼게 만들고 있었다.

라트비츠는 제일 먼저 뛰었다. 적의 기갑기를 한기라도 더 죽이고 검성의 마갑기와 싸우기 위해서였다. 기갑기와 마갑기 모두 숫자상으로 완전히 압도하고 있었는데도 왜 이렇게 초조한지는 그 자신도 몰랐다.

제일 먼저 적과 조우한 라트비츠의 마갑기가 두 자루의 쌍검을 휘둘렀다.

퍼벅!

둔탁한 소음과 동시에 기갑기가 휘청거렸다. 자세가 일시에 무너진 것이다. 라트비츠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검을 들어 기갑기의 복부를 꿰뚫었다.

푸우욱

감촉은 느껴지지 않았지만, 기갑기에서 울려 퍼지는 옅은 소리와, 검에 묻은 피가 파일럿이 죽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수백을 아우르는 기갑기들간의 육박전이 전개되었다.

“덤벼라 이놈들! 윈드 워크!”

신이 난 라트비츠가 마갑기를 달리며 소리쳤다. 그러자 일순간 그의 마갑기에 바람이 깃들더니 눈에 띄게 빠른 속도를 내며 유에센의 기갑기들을 베어 가기 시작했다.

괜히 루세리안이 자랑하는 바람의 마갑기. 윈드 워리어가 아니었다. 상식을 초월하는 이 마갑기의 쌍검 앞에 유에센의 기갑기들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었다.

피잉!

그때였다. 날카로운 파공성을 동반한 섬광이 라트비츠의 마갑기 바로 옆을 스쳐 지나갔다. 뒤에서 날아온 것으로 보아, 분명 적의 것은 아니었다.

퍼억! 쿵!

섬광에 맞은 적의 기갑기가 그 타격력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일어서려고 했지만 금세 아군의 기갑기들이 찔러 넣는 검에 최후를 맞이하였다. 물론 죽은 것은 파일럿이다.

“알프레드로군.”

고철덩어리가 된 기갑기의 몸통에 묻어 있는 다량의 물을 본 라트비츠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엔 과연 차르니아가 자랑하는 물의 마갑기. 포세이돈이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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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이제 올리네요 ㅇㅇ;;;

어제 스타리그 보다가 자버린...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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