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38 / 0217 ----------------------------------------------
39. 칠흑의 원정대, 강림!
인간계의 패권을 놓고 벌인 2차 제국전쟁이 유에센의 승리로 넘어감에 따라, 대륙의 정세는 완전히 뒤바뀌어졌다. 마갑기 전투에서 승리를 거둠에 따라 거칠 것이 없어진 유에센의 군대가 두 제국의 영토를 마구 유린하기 시작한 것이다. 위풍당당한 기갑부대를 필두로 한 수십만의 병사들이 수많은 마을과 도시를 약탈하고 불태웠지만, 제국 연합은 소극적으로 전투를 벌일 뿐 제대로 된 전투를 벌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인간계의 지도는 줄긋기를 시작하고 있었으니, 어느새 유에센의 영토는 두 제국을 합친 것과 같은 수준이 되었다. 이제 초강대국의 독주가 시작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인간계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크로프란 때문이었다.
인간계의 최대약소국이 왕국 중에서 최고의 군사력을 갖춘 제피스트 왕국을 멸망시킬 줄 누가 알았겠는가!
숙적 제피스트 왕국을 흡수한 크로프란은 전투에서 획득한 제피스트의 기갑기들을 수거해 아군의 것으로 재활용했다. 그 결과 유에센의 기갑부대에 버금가는 전력으로 거듭난 것이다.
제국 연합은 쇠퇴했고, 다른 왕국들은 서로 간의 전쟁으로 기갑부대의 힘이 급격히 떨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현재, 인간계는 유에센과 크로프란 양국간에 팽팽한 대립관계가 형성된 상태였다.
“저게 바로 크로프란의 신형 마갑기란 말이지.”검성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눈앞에 펼쳐진 생생한 전투의 현장을 응시하였다.
그 전투는 바로 스탐이 프로즌 카이져를 몰고 벌였던 최초의 전투였는데, 마법사의 이미지마법으로 그때의 현장을 되살린 것이다.
“파일럿은 미숙해 보이긴 하지만, 마갑기 자체는 정말 어마어마한 힘이군.”
그것이 바로 검성의 솔직한 평가였다. 비록 상대 제피스트의 마갑기가 전격계이긴 하나, 파일럿이 최상급 소드 마스터인 그로세이드인 만큼 어느 정도는 고전해야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문제의 마갑기는 단 한 차례의 일격으로 끝장을 내버렸다.
“수도전으로 넘겨보도록.”검성의 지시에 따라 마법사가 손조작을 했다. 그러자 화면은 어느새 전투가 끝난 뒤에 벌어진 제피스트 수도전으로 바뀌었다.
그곳에서 크로프란의 마갑기는 진가를 발휘했는데, 주위에 푸른 빛을 띤 배리어를 쏟아내며 단신으로 적의 잔존 기갑부대에게 달려든 것이다.
원정대가 전멸 당했다곤 하나, 제피스트의 기갑부대는 여전히 건재했다. 그럼에도 혼자서 달려든 것은 자살행위의 극치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고철 덩어리가 된 쪽은 제피스트의 기갑부대였다. 크로프란의 마갑기는 쥐고 있던 빙검과 마법을 적절히 쏟아내더니, 불과 5분이 지나기도전에 마지막 마갑기를 박살내면서 제피스트의 기갑부대를 전멸시킨 것이다.
짝짝짝
“정말 대단하다고밖에 할말이 없군.”
검성은 순간 호승심이 일었다. 자신의 플레임 로드와 저 마갑기가 정면으로 싸울 경우를 떠올린 것이다.
일반적으로 불의 마갑기는 공격적인 성향을 띄고, 물의 마갑기는 방어적인 성향을 띤다. 그리고 플레임 로드와 저 크로프란의 마갑기는 불과 물의 상위속성, 염과 빙이다. 창과 방패의 대결이 벌어지는 것이다!
옆에 서있던 정보부의 장교가 부연설명을 덧붙여 주었다.
“저 마갑기의 이름은 프로즌 카이져로, 언제부터 개발이 시작되었는지는 저희들로서도 잘 모르겠습니다.”
“네놈들 하는 꼬락서니가 다 그렇지.”
검성이 핀잔을 주었다. 그럼에도 장교는 묵묵히 변해가는 마법의 화면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어느새 화면은 한 사내의 얼굴이 나타나 있었다.
“그리고 이 마갑기의 파일럿은 바로 이자입니다.”
“블리츠라고 했던가.”
검성이 분노 어린 눈빛을 띠며 붉은 머리의 사내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는 상급 소드 마스터 이상의 검사들의 신상을 다 알고 있었다. 각 국은 물론이고, 은거하고 있는 자들까지도 말이다.
그러나 크라토르를 제외한 10명의 기사들을 불귀의 객으로 만든 눈앞의 사내는 생전 처음 보는 인물이었다.
“혹시 그놈인가?”
검성이 5년 전, 자신에게 극심한 화상을 입히고 사라진 사내를 떠올렸다. 자신에 버금가는 검술은 물론이고 수천도의 화염을 머금은 마법검까지 사용한 의문의 존재. 처음엔 루세리안의 비밀병기라 생각했지만 검성은 제국전쟁이 끝난 직후, 그것이 크나큰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크로프란의 비밀병기였을 줄이야.’
검성은 이미 눈앞의 사내와 5년 전의 사내가 동일인물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었다. 똑같이 베일에 싸여 있고, 강하다. 이 두 가지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 이유는 충분했던 것이다.
“후후후, 그렇단 말이지…, 네놈만큼은 반드시 죽여주마.”
검성의 두 눈이 스탐을 향해 쏘아져갔다. 그것은 그가 항상 제거 대상을 향해 보여줬던 죽음의 눈이었다.
“세리아~ 세리아!”
스탐이 다급하게 뛰어가면서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짖고 있었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떠나가는 연인을 쫓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며칠 전, 스탐이 왕궁에 갔다가 거처로 돌아왔을 때였다. 그곳에 세리아는 없었다.
처음엔 밖에 나들이를 갔다고만 생각했다. 상처가 완쾌된 이후 활발한 성격의 그녀는 쭉 그래왔으니까.
하지만 이틀이 지나도 모습이 보이지 않자 스탐은 그제서야 눈치 챘다. 그녀가 이미 빛의 숲으로 돌아갔다는 사실을.
‘어떻게 보면 잘된 일인가.’
걸음을 멈춘 스탐은 상념에 빠졌다. 엘프와 뱀파이어는 절대 같은 땅위에 설 수 없는 존재. 그리고 머지 않아 유에센 제국과 전쟁을 벌일 지도 모르니 차라리 알아서 사라져 주는 것이 나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 속에서 우러나오는 이 허전함은 무엇일까?
“휴, 일단 돌아가자.”
스탐은 한숨을 쉬며 발걸음을 돌렸다. 일단은 눈앞에 닥친 일을 해결하는 게 우선이었다.
거처로 돌아가자 눈에 들어온 것은 바르자드와 다이어였다.
“엘프는?”
“갔습니다.”
“잘됐군.”
스탐은 바르자드의 대답에 수긍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번 계획은 자신들 뱀파이어 외에는 그 어떤 존재도 알면 안 되기 때문이다.
“본론으로 바로 넘어가죠. 현재 원정군의 진군 상태는 어떻게 되어 있습니까?”
“벌써 모든 전쟁물자와 체제 개편이 끝난 상태라네. 이제 움직이는 일만 남았어. 그리고 버서커와 쉐도우 스나이퍼들은 벌써 이곳에 도착해 있지.”
“그렇군요.”
스탐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감돌았다. 이제 머지않아, 인간계에 급격한 지각변동이 시작될 것이다.
“하지만 유에센의 기갑부대를 섬멸하지 않으면, 원정은 실패라네. 원정군이 오기 전에 조취를 취해 놔야하지 않겠나?”
“물론이지요.”
스탐의 대답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차이를 좁혀놨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크로프란의 두 배가 넘는 유에센의 기갑부대다. 마갑기의 경우에는 3배나 차이나니, 상대가 되겠는가? 만약 프로즌 카이져라는 정체불명의 변수가 없었다면 진작에 유에센의 대군이 쳐들어왔을 것이다.
물론, 다 생각이 있으니까 여유가 있는 것이다. 스탐은 이미 무적이라 불리는 유에센의 기갑부대를 박살낼 비장의 카드를 가지고 있었다.
---------------------
휴;; 이제야 올리는군요;
역시 방학은 참 좋은 겁니다-_-乃
시간이 넉넉하니 폭참을 날려드리지요 크크큭
ps. 방학특집으로 소설을 하나 더 쓸 생각입니다.
장르는 스타크래프트 팬픽션입니다
이놈에 스타 때문에 글 쓸 시간을 다 잡아먹혀서 말이죠;;
나름대로의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있기 때문에 재미는 보장해 드립니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