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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칠흑의 원정대, 강림!
아르티시앙을 상징하는 붉은 태양이 노을을 그리며 종적을 감추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새하얀 달을 동반한 어둠이 유에센의 수도 륜드라를 뒤덮었다.
“참 조용하군.”
“그러게 말이야. 야간 근무는 항상 심심하다니깐.”
적막이 흐르는 가운데, 성벽에 보초를 서고 있던 병사들이 마주 앉아 저희들끼리 잡담을 나누었다. 이미 유에센이 대륙의 패자가 된 상태였기 때문에 그들은 한껏 늘어져 있었다.
“그런데 아까 낮에, 이상한 거지 놈들이 오물을 묻히고 우리가 맡고 있는 북문으로 오더라고.”
그때 한 병사가 지루함은 달래려는 듯, 화젯거리를 하나 내놓았다. 그러자 다른 병사들이 맞장구를 쳐 주었다.
“아, 그래. 나도 봤어,”
“그놈들 도대체 뭐하는 놈들이래?”
“아니 글쎄, 자기네들이 겔비스 산맥에서 살다온 촌놈들인데 수도 구경을 하고 싶대나?”
“하하하!”
듣고 있던 병사들이 크게 웃었다. 이야기를 꺼낸 병사는 정작 그 자신도 우스운지 실실대면서 재차 입을 열었다.
“그래서 당연히 꺼지라고 했지. 그러니까 그놈들이 인상을 쓰면서 무슨 짓을 하는 지 알아?”
“무슨 짓을 하던데?”
“나 참, ‘이깟 낡은 도시 더러워서 안 간다’고 하면서 몸에 묻어 있던 오물을 막 털어내는 거야.”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다는 건지 병사가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덕분에 그는 동료들이 박장대소를 하게 만들 수 있었다.
“푸하하하!”
“그놈 참 골 때리는구먼, 륜드라가 낡은 도시면, 다른 나라의 수도는 아예 촌동네겠구만?”
“그러게 말이야. 그 놈들이 쏟아낸 오물도 냄새가 진동을 하는 게 얼마나 오래 됐으면 시퍼렇더라고.”
“하하하…, 자, 잠깐. 뭐라고?”
한참 웃어젖히던 한 병사가 깜짝 놀라 정색했다. 다른 병사들은 그가 갑자기 이상한 반응을 보이자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왜 그래?”
“…….”
동료들의 추궁에도 불구하고 그 병사는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이내 식은땀을 흘리며 일어섰다. 그리곤 성밖을 향해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대체 뭐 때문에…헉!”
동료의 이상한 행동에 의아해하며 따라나선 병사들이 일순간 얼어붙었다.
두 눈을 부릅뜬 채 누구 하나 말이 없었다. 그것은, 상식 밖의 상황이 벌어졌을 때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이었다.
성벽 밖이 까맣다.
물론 밤이니 그럴 수도 있는 법이다. 하지만 그 까만 부분은 일부 다른 부근과는 그 색이 크게 차이 나고 있었고, 결정적으로 그것은 움직이고 있었다.
생명체인 것이다. 그것도 인간이 아닌…….
“그레이트……엔트?”
얼어붙어 있던 병사들 중 한명이 어렵게나마 한 마디를 읊조렸다. 그 한 마디는 파문이 되어 다른 병사들의 정신을 차리게 해주었고, 자신들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도 일깨워주었다.
땡땡땡
“그레이트 엔트! 그레이트 엔트다! 거대 개미들이 수도로 몰려오고 있다!”
성벽에 설치된 종이 크게 울림과 동시에 한 병사가 고함성을 지르며 성벽 밑을 내려가고 있었다.
“이제 결전의 시간이 되었군. 준비는 되었는가?”
“…….”
수십 명의 기사들이 모여 있었지만 아무도 중년 사내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중년 사내도 그들의 대답을 들을 생각은 없다는 건지, 피식 웃으며 마법사들에게 지시했다.
“가동할 준비를 하도록.”
“알겠습니다. 공작 전하.”
유에센 제국에서 공작의 작위를 가지고 있는 인물은 단 하나뿐이다.
“이제 머지않아 불타겠군. 낙후된 크로프란의 수도가. 크크큭.”
“명령만 내리십시오, 전하. 당장 그 썩어빠진 악의 종자들을 쓸어버리겠습니다!”
도열해 있던 기사들 중 한명이 일어서 소리쳤다. 그는 마치 일전에 스탐에 의해 큰 화상을 당한 크라토르였다.
불구가 될지도 모르는 심각한 몸이었던 그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포션과 주교급 이상의 성직자들까지 불러 치료를 시킨 검성의 노력 덕분에 불과 반년 만에 병상에서 일어설 수 있었다. 아마 그가 검성의 오른팔이 아니었다면 불구가 됐거나, 그렇지 않다고 해도 5년은 요양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아직 완쾌된 상태는 아니었지만, 자신을 이렇게 만들고 휘하의 기사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크로프란에 대한 분노가 그를 전장으로 이끌고 있었던 것이다.
“흥분하지 말게. 시간이 모든 것을 순리대로 행할 것이니.”
검성이 크라토르의 어깨를 짚으며 한 기사에게 시선을 옮겼다. 그 기사가 입은 풀 플레이트 아머는 누가 봐도 허리가 잘록하고 가슴이 나온 여성형 갑옷이었다. 그리고 시선이 어깨위로 오는 순간, 그것은 명확해졌다.
크로프란에 워프하려는 기사단 중 정예인 근위 기사단 유일의 여성 기사. 그녀는 바로 그랜드 마스터 검성의 양녀였다.
“엘로나. 정말 괜찮겠느냐.”“예. 저번 전투에서 활약하지 못했던 것을 만회하겠습니다.”
엘로나가 푸른 머리칼을 쓸어내리며 결의가 담긴 얼굴로 말했다. 검성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25세의 나이에 소드 마스터 중급에, 그것도 여성이 올랐다면 그 누가 믿겠는가?
하지만 눈앞의 레이디는 소녀 적에 소드 마스터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앳된 티가 가시고 성숙함이 물씬 풍기는 숙녀가 됨과 동시에 중급의 경지에 입문한 것이다.
‘엘로나. 너는 나의 뒤를 이어 유에센 제일의 기사가 될 것이야.’
어느새 유에센 기사단의 홍일점이 된 그녀를 한참 바라보던 검성의 시선이 마법진을 향했다.
유에센 제국은 애초부터 군사를 동원해 크로프란을 칠 생각이 없었다. 초강대국으로 일컬어지는 자신들이 미쳤다고 인간계 구석의 시골 같은 왕국을 친단 말인가. 그렇다고 적의 기갑부대 전력과 제국 연합의 잔존 기갑부대를 무시할 수도 없었기 때문에 전전긍긍하던 제국에서는 한 가지 확실한 해결책을 꺼내었다.
병사들을 이래저래 움직일 것 없이 기갑부대와 소수의 정예기사단으로 모든 걸 끝내버리는 것이다. 그것도 크로프란의 수도 인근으로 전 병력을 워프 시켜서 말이다.
그것은 장기적인 전투를 벌일 수 없는 기갑기의 단점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었고, 성공만 한다면 크로프란을 끝장낼 수 있는 작전이었다.
아무리 기갑부대가 국운을 좌지우지하더라도 왕도를 버릴 순 없을 테니까.
어느새 크로프란의 영토가 된 제피스트의 땅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이곳, 프레센 요새에 제국의 모든 마법사들을 모였다. 그리고 지금, 플레임 로드를 포함한 60기의 기갑부대를 워프 시킬 수 있는 마법진이 완성된 것이다!
마갑기는 이미 마법진 위에 도열한 상태였기에 이제 파일럿들이 탑승하고, 기사단이 마법진 위에 오르는 일만 남았다.
“큰일났습니다!”
고요한 적막을 깨는 고함소리.
검성이 미간을 구기며 그 소리의 진원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수도와의 통신을 담당하는 마법사가 수정구를 든 채 다가오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이 중요한 순간에.”
“수, 수도가…….”
“수도가 어떻게 되었단 말인가?”
검성이 신경질적으로 마법사가 들고 있던 수정구를 빼앗았다.
마법사들에게 있어 침묵이란 집중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중요한 요소였다. 그렇기 때문에 요새에 있는 전 군에게 침묵령을 내린 것이다. 어길 경우 목을 베어버린다고 직접 말했다.
그런데 같은 마법사라는 작자가 이렇게 소란을 떨다니, 별 것이 아니라면 반드시 목을 베리라 다짐하는 검성이었다.
그러나 그의 다짐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 이것은 대체…….”
검성은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수정구를 뚫어질 듯 쳐다보았다. 그곳에는 개미의 형상을 한 수천 아니, 수만이 넘는 몬스터들이 수도 륜드라를 둘러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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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참입니다-ㅅ-
아, 그리고 팬픽션의 제목은 라스트 다크 템플러 입니다.
다템이 주인공이죠 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