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슬레이어-140화 (1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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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칠흑의 원정대, 강림!

끼기기긱

“쏴라!”

지휘관으로 보이는 기사의 고함성이 크게 울려 퍼짐과 동시에 화살이 곡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퍼버버벅!적이 워낙 바글바글했기에 화살은 어느 하나 빗맞는 게 없었다. 하지만 명중해도 관통력이 있어야 화살이다. 대부분의 거대개미들은 유에센의 궁수들이 쏘아대는 화살들을 모조리 튕겨내고 있었다.

“화살도 통하지 않는 놈이라니? 이게 대체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기사가 탄식을 하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문제의 개미들은 강력함을 자랑하는 유에센의 궁수들조차 어쩌지 못하고 있었다.

그저 모험가들이 던전에서 손쉽게 상대하던 놈들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성문이 뚫립니다!”

“뭐야!”

한 병사의 외침에 기사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미스릴 코팅 처리된 수도의 성문은 웬만한 공격에는 흠집조차 나지 않는다. 물론 적 그레이트 엔트들의 공격에 자잘한 흠집이야 나겠지만 절대 뚫릴 이유는 없다.

하지만 성벽 밑으로 고개를 내민 기사는 그제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쿵! 쿵!

크와아아

기괴한 포효가 병사들의 심금을 짜르르 울렸다. 그 소리는 바로 성문을 부수고 있는 단 한 마리의 그레이트 엔트의 것이었다.

놈은 다른 그레이트 엔트보다 몸집이 서너 배는 컸는데, 한눈에 보아도 우두머리임을 알 수 있었다.

개미들의 우두머리가 하나밖에 더 있겠는가?

“여왕개미!”

기사가 소리쳤다.

그랬다. 이 그레이트 엔트들의 무리에는 굴 안에서 알이나 낳고 있을 여왕개미가 직접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선봉으로!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도대체 이놈들이 뭐가 아쉬워서 우리를 친단 말인가!!”

기사는 통곡을 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수백 년 이상을 겔비스 산맥 지하에서 조용히 살아가던 놈들이, 전운이 감도는 이 중요한 순간에 나타나다니?

우연치고는 너무도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콰쾅!

순간 숨이 멎을 듯한 굉음과 함께 성문이 부서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새까만 그레이트 엔트들이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왔다.

가끔씩 모험가들이 던전에서 만나는 그레이트 엔트들은 일개미에 불과하다. 그 일개미에도 고전하기 일쑤였다.

그러나 지금 몰려드는 것들은 대부분이 강력한 병정개미들이었다.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써걱

“크어억!”

“끄아아아!”

제국의 병사들은 이렇다 할 저항도 못한 채 그레이트 엔트에 의해 찢겨져 죽어갔다. 목표를 향해 진군하는 거충들에게 대항하는 인간들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쏟아지는 그레이트 엔트들의 물결에 휩쓸려 시체가 되어갔다.

“모두 공격! 저 더러운 벌레들을 쓸어버려라!”

구원의 사자가 나타난 건 그때였다. 제국 연합의 기습에 대비해 수도에 주둔하고 있던 30여기의 기갑부대가 기사단과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받아라, 헤븐 스톰!”

유에센의 전격계 마갑기, 홀리 스톰이 마법 폭참을 시전했다. 옆에 있던 땅의 마갑기 화이트 어스도 그 뒤를 따랐다.

콰지지지직

강력한 전격과 함께 무시무시한 물리적 공격이 그레이트 엔트들을 뒤덮었다. 확실히 화살과는 차원이 다른 공격이었던 탓에 두 마갑기의 마법 폭참이 끝나자 수천에 달하는 개미들이 시체가 되어 있었다.

그러나 지금 몰려오는 그레이트 엔트들은, 적게 잡아도 수백만이다.

“가자, 영광스러운 정의의 기사들이여!”“와아아!”

기사단장의 외침에 공명한 함성소리와 함께 수백의 기사들이 말을 몰며 달려들었다. 그들이 내민 랜스의 끝에는 하나 같이 새파란 마나가 형성되어 있었다.

퍼퍽! 퍼퍼퍽!

키에에에

한 떼의 기마가 지나간 자리에는 시체들만이 도사렸다. 그레이트 엔트들은 자신들이 병사들을 죽였듯, 이 강력한 인간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둘에는 한 가지 차이점이 있었다. 바로 수효였다. 기갑부대가 공세를 펼치고 기사단이 전열을 휩쓸며, 유에센의 정규군이 공격을 가하는 그 순간에도 애꿎은 민간인들이 죽어나가고 있었다.

워낙에 많다보니 도무지 숫자가 줄어들지를 않는 것이다.

“제길, 공작 전하가 이끌고 간 정예들만 있다면 이까짓 놈들 쯤이야…….”

한 기사가 이를 악물었다. 검성이 프레센 요새에 이끌고 간 병력은 소수에 불과했지만, 유에센 고급 전력 전체를 놓고 볼때 5할을 넘어섰다. 특히 검성 그 자신이 가지고 있는 플레임 로드는 제국 연합에서 쌍벽을 이루는 두 마갑기를 패퇴시킨 마갑기가 아니던가!

하지만 그렇게 투덜거리던 기사의 한탄은, 뒤로 고개를 돌아보자마자 기쁨으로 바뀌었다. 그의 두 동공에는 마치 불의 정령 샐래맨더가 깃든 것과 같은 붉은 마갑기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그 뒤로 육십에 이르는 기갑기들과 다수의 기사단이 뒤를 따르고 있었다.

“지원군이다!”

“공작 전하의 지원군이다!”

몇몇 병사들의 외침이 기폭제가 되어 유에센군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 솟구쳐 올랐다. 그도 그럴 것이, 제국 전쟁 이래 최강이라 일컬어지는 플레임 로드를 위시한 기갑부대와 정예인 근위기사단이 이 자리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달아오르는 병사들의 사기와는 정반대로, 검성을 위시한 지원군의 사기는 바닥을 기고 있었다.

“빌어먹을…….”

검성은 주먹을 부들부들 떨며 눈앞의 크고 징그러운 것들을 쏘아보았다.

모든 준비는 완벽했다. 수많은 정예 기사들과 기갑부대가 그랜드 마스터인 자신의 지휘 아래 집결했고, 이들을 단 한번 이동시킬 수 있는 초거대규모의 워프 마법진도 설치되었다. 이제 발동만 시키면 끝난 게임이었다.

그러나 우습게도 마법진은, 크로프란의 수도가 아닌 자국인 유에센의 수도에 도착한 것이다!

“이제 시작인가.”

새하얀 달빛 아래에서 침묵만 감도는 가운데, 젊은 사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분명히 적은 나이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그 안에 깃든 깊이란 끝을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스탐은 스산히 부는 바람을 한 몸에 맞으며 눈을 살짝 감았다.

참 신선한 공기였다. 맡기만 하면 일순간 마음이 편안해질 정도로.

“참 좋은 대지야.”

그랬다. 이곳은 언제나 어둠이 깔려 있는 아벨리오스의 동부와는 달리 생명이 한껏 살아 숨쉬는 땅이었다.

“먹기에도 알맞군 그래. 그렇지 않아?”

스탐이 씨익 웃으며 눈길을 옆의 기사에게로 옮겼다. 전신이 어둠을 흡수한 것 같은 검은색으로 얼룩진 거구의 기사는 조용히 대답했다. 투구를 뒤집어쓰고 있어 표정도 드러나지 않고 있었다.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지. 난 단지 썩어빠진 아르티시앙의 새끼들만 죽이면 된다.”

다이어의 목소리에는 결의가 가득 차 있었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흥분하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좋았다. 스탐은 프레센 요새를 한참동안 뚫어지게 쳐다보다가 이내 자신이 구상한 계책을 떠올렸다.

겔비스 산맥의 그레이트 엔트들을 이용한 후방 교란작전.

그것은 실로 대성공을 이루었다. 비프네랄이라는 물질을 갈망하는 그들의 욕구가 륜드라 침공이라는 어마어마한 결과를 낳은 것이다.

물론 그 사건의 배후에는 스탐이 당당히 떡 버티고 서 있었다. 그는 암흑계에 들어설 때부터 심복으로 두었던 인간들을 이용해 마법으로 50년 동안 삭힌 오물을 묻혀 겔비스 산맥에서 륜드라까지 걸어가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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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구무니나...

어제 아래 피서를 간다고 올린다는 걸 깜빡했네요 ㅡㅡㅋ;

간 곳은 부산 해운대입니다 ㅎㅎ

정말 꿈같은 이상을 안고 기차에 붙어 왔건만

역시 꿈은 꿈이었더군요;; 기대했던 바와는 약간 동떨어졌었다는;;

그래도 정말 추억이 많이 남겠더군요 흐흐 오랜만에 가는 거라 그런지 더더욱 그럴듯!

독자 여러분들도 여름 피서 잘 다녀오세요^^ 다들 조심하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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