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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칠흑의 원정대, 강림!
어떻게 보면 단순한 유인책에 불과했지만 결과는 엄청났다. 수정구로 본 륜드라의 상황은 성문이 파괴된 이후 뒤이어지는 무수한 살상의 현장이었다.
스탐이 풀어놓은 인간들은 단순히 비프네랄의 채취를 남기며 그레이트 엔트들을 인도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이들은 륜드라의 존재를 확인한 것이다.
지하수로 밑으로 수십 년 동안 썩혀 푸른빛이 철철 넘치는 오물의 보고를.
“지금쯤 유에센의 기갑부대는 수도에서 그 벌레새끼들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을 것이다. 그 틈을 타 우리는 프레센 요새를 점령하는 거지.”
“한 마디로, 빈집털이네요.”
“뭐, 그렇지.”
케이튼의 말이 정곡을 찔렀는지 머쓱한 표정을 짓던 스탐은 서서히 손을 들었다. 이제 때가 되었다.
“전군 돌격! 더러운 아르티시앙의 노예들을 모조리 괴멸시킨다.”
우르르르
스탐의 목소리는 그리 크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명령을 받드는 크로프란의 1만 특공대의 움직임도 들릴 듯 말듯했다. 이들은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프레센은 크로프란과 유에센 양국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거점이었다. 또한 1만의 병사로 10만의 군세를 막을 수 있는 천혜의 요새이기도 하다.
그러나 문이 활짝 열려 있다면 얘기가 다르다.
“성문이 열려있다! 어서 돌격!”
“와아아아!”
성문이 몇 백보 남지 않게 되자 그제야 고함성이 천둥을 쳤다. 마치 무엇을 먹으려는 듯 쩌억 벌려져 있는 요새의 성문은 바로 스탐이 미리 침투시킨 기사들 덕분이었다. 모두가 오러 유저인 그들이 보초병들을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이고 성문을 연 것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공교롭게도 스탐이 이들을 보낸 시각과 검성을 위시한 정예 병력들이 워프한 시각은 일치하고 있었다.
검성이 워프를 이용해 크로프란에 폭탄 드랍을 감행할 거라는 계획은 스탐도 전혀 모르는 일이었으니, 그야말로 엄청난 행운이었다.
“마, 막아라!”
1만의 크로프란 군이 쏟아지고 나서 한참 후에야 요새 사령관의 입에서 단 한마디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그것은 늦어도 한참 늦은 것이었다. 이미 요새의 병력 대부분이 적에게 제압당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 자신도 마찬가지였고.
“네놈이 요새의 총사령관인가보군.”
스탐이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밧줄에 온몸이 꽁꽁 묶인 중년의 귀족 사내를 바라보았다. 명색이 요새 총사령관이라 마나를 다스릴 수 있는 경지의 소유자였으나, 그는 단 일합에 깨져 포로가 된 것이다.
물론, 상대는 다름 아닌 스탐이었지만 말이다.
“네놈들이 어떻게 이곳을…….”
“그건 저승에서 물어보도록.”
말을 마친 스탐은 수도로 사령관의 목을 살짝 쳤다. 둔탁한 소음과 동시에 사령관의 몸이 축 늘어졌다.
하지만 미세하게 숨을 쉬고 있는 걸 보면 죽지는 않은 듯했다.
“뭐, 지금 당장 죽일 필요는 없겠지.”
그렇게 중얼거린 스탐이 소란스러움에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일단의 마법사 무리들이 아군 병사들을 상대로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파이어 볼!”
퍼퍼펑
“으아아!”
무시무시한 화구를 접한 병사들이 비명성과 함께 죽어 갔다. 비록 소드 마스터의 위명에 짓눌려 전장에서 제 활약을 못했지만 마법사들은 명불허전이다. 일반 병사들이 어찌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닌 것이다.
“뭣들 하고 있어. 어서 제압하지 않고.”
스탐이 자신의 앞에 도열한 기사들에게 소리쳤다. 그러자 쏜살같이 날아들어 마법사들에게 칼부림을 벌이기 시작했다.
털썩.
불과 10분만의 일이었다. 단 50명에 달하는 오러 유저들에 의해 수십 명의 마법사들이 제압당했다. 스탐이 포로로 잡으라는 언급이 없었던 탓에 대부분이 죽고 소수만이 살아남아 있었다.
“흐음, 이상한걸.”
스탐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마법사가 오러 유저에게 상극이라곤 하나 이렇게 까지 일방적이진 않았다. 더군다나 숫자도 더 많았지 않던가?
‘그러고 보면 이들이 왜 이곳에 있는 거지?
그것 자체부터가 수상쩍었다. 사실 마법사는 오러를 다루는 기사들보다 한참 수가 적다. 그런 그들이 아무리 국경의 요지라고 해도 일개 요새에 이만한 수가 모였다는 것은 무언가가 있다는 소리였다.
“너희들…….”
스탐이 살아남은 마법사들에게 다가갔다. 이들을 심문하기 위해서였다. 물론 입을 열지 않으면 세뇌를 시켜 강제로라도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흥, 용건이 뭐지? 크로프란의 미개한 침략자 놈들아.”
과연 마법사는 자존심이 센지 스탐을 쏘아보며 으르렁거렸다. 스탐은 일단 그를 살살 달래면서 궁금한 점을 알아보려고 했다. 자존심 높은 뱀파이어였지만,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 방법을 가릴 이유가 없었다.
“일단 그대들에게 상처를 입힌 건 미안하오. 유에센의 마법사들은 모두 빛의 신 아르티시앙의…….”
“개소리 집어치우고 당장 꺼져 이 새끼들아! 기껏 정예부대로 네놈들의 수도를 작살내려고 대형 워프진을 만들었는데 이 꼴이 돼 버리다니!”
“…….”
순간 침묵이 감돌았다. 바람이 부는 지 안 부는 지 느낌도 안 올 정도로 시린 침묵. 그 침묵 속에서는 모든 크로프란 병사들의 황당하다는 표정이 생생히 실려 있었다.
방금 전 소리친 마법사는 주위의 분위기를 보고 자신이 무언가를 잘못했음을 깨달았다. 그렇지 않다면 이 썰렁함은 도대체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큭큭큭.”
조그만 웃음소리가 침묵을 깼다. 망치로 침묵의 유리를 깨고 나온 스탐은 광소를 하기 시작했다.
“크하하하하! 그랬던 거였군!”
단 한 마디도 뱉게 만들기 어려울 거라 여겼던 마법사가 자진해서 순순히 다 불었다. 아마 그는 워낙에 기가 막힌 타이밍에 쳐들어온 탓에 다 알줄 알고 고의로 불어버린 것은 아니었겠지만, 때는 늦었다.
이제 유에센 아니 인간계는, 한 마법사의 말실수로 영영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게 되었다.
쿠쾅 쿠콰쾅!
키이이익
“죽어라 이 벌레 놈들!!”
광기 어린 함성과 함께 거대한 대검이 그레이트 엔트들을 쓸어나갔다. 단 한번의 칼질로 십여 마리에 가까운 놈들이 도륙되었지만, 뒤의 놈들이 금세 그 빈자리를 메웠다. 하지만 워낙 많이 죽은 탓에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전투가 벌어진지 벌써 한 시간이 지났다. 겔비스 산맥과 이어지는 성문은 폐허가 된지 오래였지만, 각지에서 총집결한 제국의 정예들이 죽을 각오로 그레이트 엔트들과 싸운 결과, 끝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다 녹아버려라!”
플레임 로드의 염검이 검성의 분노 어린 외침과 함께 휘둘러졌다.
화아아악
한 차례의 불길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있어봐야 녹거나 타버린 잿더미 정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일단 네놈부터 죽여야겠군.”
어느새 검성의 눈길이 한곳에 가 있었다.
평범한 그레이트 엔트보다 몇 배는 크게 생긴 수장, 모든 거대 개미들의 어머니.
“감히 대제국 유에센의 수도를 이런 하등생물들이 쳐들어오다니!”
검성이 소리를 지르며 여왕개미를 향해 검을 찔러 들어갔다. 그러자 여왕개미는 그래도 왕이라고 플레임 로드의 검을 피했다. 하지만 그것은 검성이 노리던 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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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ㅅ-; 요새 왜이리 연참이 힘든건지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