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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슬레이어-142화 (14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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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칠흑의 원정대, 강림!

퍽!

순간 플레임 로드의 발이 섬광처럼 여왕개미의 다리를 걷었다. 그러자 거대한 그레이트 엔트들의 우두머리가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뒤로 벌렁 넘어졌다.

칼침 꽂기 딱 좋은 자세였다.

푸욱!

점액질이 묻은 딱딱한 배로 불꽃을 먹은 검이 들어갔다. 그리고 그것으로 끝이었다. 여왕개미는 온몸이 불에 타 발광을 부리더니, 어느새 잿더미가 되어 차디찬 바닥에 널브러졌다.

“여왕개미가 죽었다!”

“공작 전하께서 여왕개미를 죽이셨다!”

한 사건은 입에서 입을 통해 일파만파로 퍼져나갔고, 병사들의 사기를 급속도로 끌어올리는 데 큰 공을 세웠다. 반면 그레이트 엔트들은 우두머리의 죽음으로 조금씩 위축되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도망가진 않았다. 더 이상 물러 설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키이익! 푸푹!

결국, 그레이트 엔트들은 단 한 마리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죽임을 당했다.

“개미들을 모두 전멸시켰다!”

“만세!”

모든 병사들이 뛰쳐나와 만세를 반복했다. 뒤이어 그들은 검성의 이름을 칭송하며 만세합창을 불러대었다.

하지만 게르델피안은 그리 기분이 좋지 못했다. 그레이트 엔트들이 쳐들어오지만 않았더라면, 지금쯤 크로프란의 수도는 쑥대밭이 되어 있을 것이니 말이다.

그때였다.

“공작 전하! 공작 전하!”

“무슨 일이냐?”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검성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크로프란 수도 습격작전 멤버중의 한명인 크라토르가 다가오고 있었다. 그의 얼굴엔 무언인가에 놀란 표정이 서려 있었는데, 그것이 검성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현실로 나타났다.

“프레센 요새가…, 프레센 요새가 점령당했습니다!”

“뭐라고!?”

검성의 표정에 경악이 서려졌다. 자신들은 불과 1시간 전에 워프했다. 마법사들은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에 공격을 당하더라도 시간을 끌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점령이라니?

“저희가 워프하고 나서 바로 크로프란의 군대가 쳐들어왔다고 합니다.”

“사실인가?”

“요새에 남아 있었던 궁정마법사 크라네스 경이 직접 통신해서 전해주신 사실입니다! 경황으로 볼 때 아마 계획적으로 요새를 노렸던 것 같습니다!”

“한방 먹었군.”

검성이 허허 웃으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살아생전에 이토록 치욕스러웠던 적이 있었던가?

푸른 달빛을 바라보던 그의 동공이 붉게 물들었다. 그것은 분노라 불리는 감정의 폭발이었다.

“병력을 모두 집결시켜라! 크로프란의 개들을 모조리 쳐부수는 것이야!”

“알겠습니다.”

이리하여 검성은 수도의 병력 5만과 기사단, 기갑부대를 대동하여 프레센을 향해 쾌속 질주하기 시작했다. 그리 많은 수는 아니었지만 정예란 정예는 모두 포함시켰기 때문에 정면 대결로는 그 어떤 군대도 이길 수 없는 강군이었다.

프레센 요새가 수도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병력을 끌고 나온 검성은 그대로 강행군을 시작했는데, 기존의 군대로는 3일 밤낮을 걸어야 도착할 프레센을 단 하루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물론 도착한 건 기갑부대와 기사단뿐이었다. 아직 5만의 군대는 한참 뒤쳐져 있었다.

“성문이 활짝 열려 있군요.”

“그렇군.”

플레임 로드를 귀환시킨 검성이 말을 몰고 성문 안을 향했다. 그랜드 마스터였기 때문에 기습적인 궁시 따위는 애초에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이상하군.”

확실히 이상했다. 크로프란군은 거의 무혈입성 수준으로 요새를 점령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방비를 튼튼히 하고 적의 공격에 대비해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요새 안은 더욱 더 이상했다. 쥐 죽은 듯이 조용했기 때문이다. 보이는 것이라곤 갑옷도 제대로 챙겨 입지 못하고 기습에 죽은 병사들의 시체들뿐이었다.

이건 마치…….

“도발을 거는 것 같군.”

“정답이다.”

그때 젊은 사내의 목소리가 그의 귓전을 울렸다. 살기를 띤 검성의 시선이 그리로 향했다. 그곳에는 크로프란 근위기사단장의 갑옷을 입은 흑안 흑발의 남자가 조소를 머금은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검성은 그가 누구인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네놈은 5년 전에 바로 그놈이구나.”

“잘 알아보시는구먼. 그래, 네 말 대로다. 내가 바로 블리츠라는 가명을 가진 크로프란의 근위기사단장이자, 마갑기 파일럿이지.”

스탐은 여전히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검성을 바라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검성의 얼굴은 마치 지옥의 마신이 강림한 듯한 표정이었다.

“거기 기다리고 있어라. 내 당장 네놈의 목을 잘라 륜드라의 성문에 걸어놓을 테니!”

어느새 검성의 스톰블링거는 강력한 완성형 오러 블레이드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보기만 해도 숨이 멎을 듯한 그 강기는 서서히 스탐을 조여 오기 시작했다.

“후후후. 내가 순순히 그래줄 것 같나?”

비웃음 섞인 한 마디를 던진 스탐은 그 자리에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찌나 빠른지 그랜드 마스터인 그의 눈으로도 잔상만 보일 뿐이었다.

“거기 서라 이놈!”

검성이 이를 악물고 그를 뒤쫓기 시작했다. 하지만 뒤따라온 크라토르 이하 기사들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무슨 일이십니까, 공작 전하?”

“모두 나를 따르라!”

“아니, 뭐라고 말씀이라도 하시고…….”

크라토르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검성을 바라보았다. 스탐은 벌써 사라진 뒤였기에 그는 눈앞의 공작이 도대체 왜 이러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명령은 명령. 하는 수없이 크라토르는 뒤따라오는 기사들과 기갑기들을 인솔하여 검성을 따라 들어온 요새의 반대편 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성문을 나서는 순간, 차가운 성격의 검성이 왜 그렇게 흥분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이 놈들은!?”

검성을 비롯한 기사들의 눈앞에는 서른 대에 달하는 기갑기와 한 대의 마갑기, 그리고 수십 명의 기사들이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크로프란의 문장을 몸에 지니고 있었는데 기사들은 모두 자신들에게 화살을 당기고 있었다.

“젠장, 모두 방어대형으로!”

욕설을 내뱉은 크라토르가 기사들에게 소리쳤다. 지금 상황에서 기사들이 화살을 쏜다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 지는 뻔했다. 아무리 강력한 유에센의 기사들이라도 코앞에서 마나를 실은 화살을 쉽사리 막아낼 순 없는 법이다.

피피핑!

섬광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수십 발의 화살이 쇄도했다. 그리고 잠시 후, 크라토르는 입을 쩍 벌렸다.

팅팅팅

“허어.”

화살은 형편없이 튕겨져 나가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크라토르처럼 다급하게 방패를 들었던 유에센의 기사들도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적들을 바라보았다.

크로프란 기사들이 쏘아 보낸 화살들은, 마나는커녕 정확도도 형편없는 것들이었다. 한 마디로 도발삼아 쏜 것이다.

“이놈들이!”

순간 눈앞의 적들에 대한 분노가 치솟은 크라토르가 오러 블레이드를 끌어올렸다. 순식간에 검신을 뒤덮은 상급 소드 마스터의 검기는 크로프란의 기사들로 하여금 위압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비단 크라토르들뿐만이 아니었다. 검성은 아예 적의 기갑부대가 보는 앞에서 플레임 로드를 소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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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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