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슬레이어-144화 (144/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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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칠흑의 원정대, 강림!

“전원 장전!”

철컥! 철커덕!

새하얀 달이 드리워지고 있는 가운데, 쉐도우 스나이퍼의 마스터, 윈델의 외침이 협곡의 숲 사이로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무언가를 장착하는 듯한 쇳소리가 연쇄적으로 들려왔다.

“드디어 시작인가? 우리들이 그토록 갈망하던 대륙 제패의 숙원이…….”

“방심은 실패의 지름길. 흥분하지 마라.”

마치 송곳을 찌르듯 자신의 심경을 건드리는 사내의 한 마디에 윈델은 뒤를 노려보았다. 그곳엔 백은발의 머리칼에 긴 귀를 가진 엘프 하나가 라이플 건의 장전을 마친 채 엎드려 있었다.

이름은 카시안, 캄에덴 직속의 5대 특수부대중 하나인 쉐도우 스나이퍼의 서브 마스터. 다른 부대원들과는 달리 시종일관 반말을 서슴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윈델은 거기에 대해 그 어떤 꼬투리도 잡지 않았다.

왜냐면 카시안의 저격술은 명실 공히 자신을 비롯한 쉐도우 스나이퍼들 중에서 최강이었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그가 마스터에 오르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뭐, 아무튼 사격할 준비나 해라. 기갑부대라고 했던가? 곧 저 고철 덩어리의 무리를 또 다른 무리들이 쫓아올 테니까.”

카시안은 윈델의 충고에 일언반구 대꾸도 없이 협곡 안으로 시선을 돌렸다.

윈델이 든 라이플 건은 유난히 커 보였다. 비단 그뿐만이 아니었다. 협곡의 모든 쉐도우 스나이퍼들이 들고 있는 라이플 건은 기존의 것보다 두 배는 커 보였다.

쿵쿵쿵

“온다.”

마른침을 꿀꺽 삼킨 윈델이 동공을 양 옆으로 굴렸다. 앞서간 강철의 거인들을 뒤쫓는 무리들로 보이는 또 다른 강철 거인들이 하나 둘씩 협곡 안을 지나기 시작했다.

“저격 준비!”

윈델이 천천히 손을 들었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협곡 안에서는 기갑부대의 발소리만 들렸다. 그 외에는 어떠한 소음도 들을 수 없었다.

약간의 정적이 지난 뒤.

“발사!”

타타타타탕!

비가 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천둥이 치는 듯한 소리가 협곡 안을 진동했다. 섬광을 동반한 쉐도우 스나이퍼들의 탄환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목표물, 유에센의 기갑부대로 쇄도했다.

“우어억!”

“크에엑!”

“무, 무슨일이냐!?”

난데없는 벼락에 유에센의 기갑부대는 어느덧 혼란스러워졌다. 갑자기 비명소리가 난무한 것이다.

기사단도 없는 이 상황에서 비명소리라면 당연히 파일럿의 것이었는데, 그것은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두터운 기갑기의 철갑에 보호받고 있는 파일럿이 어떻게 상처를 입을 수 있단 말인가?

물론 적의 기갑기나 마갑기에 조종석을 꿰뚫리는 경우는 예외였다. 하지만 이곳은 좁은 협곡. 선두에는 플레임 로드가 있고 후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타타탕!

“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연이은 굉음에 당황한 검성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누구하나 대답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들리는 것이라곤, 파일럿의 비명소리와 요란한 총성뿐이었다.

“제길, 강행돌파한다!”

이를 악다문 검성이 플레임 로드를 몰고 빠른 속도로 협곡을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쾌하게 움직이는 것은 검성 하나뿐이었다. 선두에 선데다 영구적인 방어마법이 걸려있는 그의 플레임 로드와는 달리, 아무런 방어마법도 걸려있지 않은 기갑기들은 파일럿이 죽음으로 인해 고철 덩어리로 변해버린 장애물로 인해 좁은 협곡에서 제대로 운신을 할 수 없었다. 결국 파일럿들은 이렇다 할 저항조차도 하지 못하고 쉐도우 스나이퍼들의 제물이 된 것이다.

“좋았어, 성공이군.”

어느덧 파일럿이 모두 죽임을 당해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는 기갑부대를 본 윈델이 쾌재를 불렀다.

아마 평범한 라이플 건이라면 조종석이 있는 기갑기의 상부장갑을 뚫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쉐도우 스나이퍼들이 들고 있는 라이플 건은 대 기갑기 전용의 특제 저격총이었다.

스탐은 쉐도우 스나이퍼들로 유에센의 기갑기들을 전멸시킬 계획을 5년 전부터 계획하고 있었다. 그래서 블리츠라는 가명으로 살아가는 와중에도 시간이 나면 몇 명의 쉐도우 스나이퍼들과 불의 왕국의 드워프 장인들을 불러 마갑기 저격 시험을 벌였다.

그런 오랫동안의 연구 결과, 기갑기를 일격에 관통시켜 파일럿을 저격할 수 있는 특제 저격총을 개발한 것이다.

“하지만 저 놈의 라이플 건은 굳이 바꿀 필요도 없겠군.”

윈델이 3명의 파일럿을 즉사로 몰고 간 카시안의 라이플 건을 보며 혀를 찼다. 분명히 크기는 평범한 라이플 건으로 보이는데, 그의 것은 적의 기갑기를 단숨에 꿰뚫고 들어가 파일럿의 목숨을 끊었다.

뛰어난 명중률과 더불어 강력한 화력을 원하는 저격수에게 있어 무척이나 탐나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상급 소드 마스터도 죽이는 놈의 물건을 무슨 수로 빼앗겠어?”

피식 웃으며 그렇게 중얼거린 윈델은 거대한 라이플 건을 등에 매고 일어섰다. 이제 이곳에서 자신들이 할 일은 없었다.

“자, 모두 돌아가자!”

“아니,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협곡을 빠져나온 검성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살아남은 아군의 기갑기들을 둘러보았다.

정체불명의 벼락공격으로 살아남은 기갑기들은 단 두기. 나머지는 모두 전멸 당했을 것이다. 안 봐도 뻔했다. 마갑기를 일격에 관통시켜 파일럿을 죽여 버리는 병기라니?

“호오, 그래도 비교적 많이 살아 돌아왔는걸.”

이죽거리는 소리가 검성의 귓가를 따갑게 찔러왔다. 검성은 조용히 앞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자신을 그토록 도발하던 스탐의 마갑기 프로즌 카이져가 우뚝 서있었고, 그 뒤로는 서른 대에 달하는 기갑기들이 질서정연하게 도열해 있었다.

“이게 바로 네놈의 계획이었나?”

“후후후.”

검성의 물음에 스탐은 비웃음만 남길 뿐이었다. 미간에 내 천 자가 각인된 검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하하하, 참 대단해. 1차 제국전쟁 이후에 무적으로 군림하던 나, 검성을 이토록 치욕의 나락에 떨어뜨리다니 말이야.”

“네가 조금이라도 신중함을 갖추었더라면, 이 계획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큭, 네 말대로다.”

검성은 솔직히 인정했다. 확실히 그는 그랜드 마스터라는 지고의 경지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지휘관으로서는 절대로 피해야 하는 흥분에 휩싸였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이렇게 드러났고 말이다.

“나는 일국의 공작으로서도, 마갑기의 파일럿으로도 설 자격이 없다. 하지만 네놈들만큼은 반드시 죽여야 할 자격이 있다.”

스탐은 검성의 말끝에서 살기가 묻어나오는 것을 느꼈다. 그 느낌은 아주 불안한 직감으로 나타났고, 그 직감에 따라 스탐은 휘하 기갑기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모두 멀찍이 물러서! 개죽음당하기 싫으면!”

쿵쿵!

스탐의 명령에 따라 기갑기들은 뒤로 물러섰다. 위험을 느낀 유에센의 기갑기 둘도 협곡 안으로 몸을 숨겼다. 그렇게 되자 남아 있는 건 단 두기. 스탐의 프로즌 카이져와 검성의 플레임 로드 뿐이었다.

“크하하하! 도망갈 생각은 꿈도 꾸지 마라, 누가 진정한 마갑기의 왕인지 겨뤄보자! 블레이즈!”

광소를 한 검성이 아까 쓰다만 플레임 로드 최후의 비기, 마법 폭참을 시전했다.

“흥, 누가 또 다시 도망갈까 보냐? 이지스!”

스탐도 상대의 공격에 맞서 프로즌 카이져의 마법 폭참을 시전시켰다.

양국의 기갑기들은 숨을 죽인 채 그 결전의 현장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비록 유에센의 기갑기들이 전멸 당하다시피 했지만, 만약 플레임 로드가 승리를 거둔다면 아군 기갑기들은 가망이 없었다. 이기기도 힘들 뿐더러, 설령 이긴다고 하더라도 엄청난 피해를 입어 기회를 엿보고 있던 제국 연합에 의해 끝장이 날 것이다.

결국 이 전투의 승패는, 스탐에게 달려 있는 것이다.

화아아악

플레임 로드의 주위를 강렬한 폭염이 휩쓸었다. 수천 도에 해당하는 지옥의 불꽃은 인근에 있는 모든 숲을 태워버렸다.

스아아악

대조적으로, 프로즌 카이져의 주위는 온통 얼어붙어 있었다. 굵다란 고목마저도 뿌리 끝까지 얼어붙어 한기를 내뿜고 있었다.

“프로즌 아머. 이걸 어디 뚫을 수 있는 지 보자고.”

스탐이 비릿한 미소를 띠며 플레임 로드를 주시했다. 어느새 그가 탄 프로즌 카이져에는 그 몸집의 두 배에 해당하는 거대한 얼음 덩어리가 원의 형태로 주위를 맴돌고 있었다.

마갑기의 전신을 얼음의 막으로 뒤덮는 방어마법, 프로즌 아머가 발동된 것이다. 그렇게 되자 자연히 플레임 로드의 불길은 프로즌 카이져에게 흠집조차도 낼 수 없었다.

“이이익! 헬 어스 퀘이크!”

검성의 입에서 드디어 공포의 단어가 나왔다.

수많은 제국 연합의 기갑기들을 지옥으로 보낸 마법 폭참 블레이즈의 중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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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참입니다

오늘따라 글빨이 땡기더군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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