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슬레이어-145화 (14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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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칠흑의 원정대, 강림!

쿠쿠쿠쿵!

땅이 꺼지는 소리와 함께 솟구쳐 오른 지옥의 불길이 프로즌 카이져에게 쇄도했다. 일단 스탐은 땅이 꺼지는 경로를 파악해 구덩이에 빠지는 불상사는 피했다.

하지만 문제는 폭염의 폭풍이었다. 광범위하게 몰아치는 헬 어스퀘이크는 제국 연합의 기갑기들에게 전멸에 가까운 타격을 입힌 장본인이 아니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탐은 태연했다. 튀겨져온 일부 화염에 의해 프로즌 아머가 반 이상 손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윽고, 스탐의 입에서 천지가 진동할만한 고함성이 울려 퍼졌다.

“프로텍트 이지스 실드!”

말이 끝마치자마자 프로즌 카이져의 앞으로 거대한 얼음의 장막이 생성되었다. 두툼한 중갑을 입은 기사의 타워 실드와는 차원이 다른 얼음의 방패가 생겨난 것이다.

화아아아

기갑기의 몸뚱이만한 굵기가 7겹으로 걸쳐진 얼음의 장막은 쏟아지는 화염의 폭풍을 어렵지 않게 막을 수 있었다. 불과 3겹만 뚫어내고 사그라진 것이다.

“이이익! 이놈!”

자신이 내세운 두개의 마법 폭참이 모두 무위로 돌아가자 검성이 이를 악물었다. 남은 것은 이제 단 하나뿐이었다.

“쓰로우 헬 블레이드! 이것으로 네 숨통을 끊겠다!”

휘릭 휘릭 휘릭!

강력한 불꽃을 동반한 플레임 로드의 양손검이 포물선을 그리며 프로즌 카이져에게 날아갔다.

마법 폭참의 중타, 프로텍트 이지스 실드는 전면만을 전문적으로 방어하는 마법이었기 때문에 약간 휘어서 날아드는 저 염검에 프로즌 카이져는 완전히 노출되어 있었다.

위기였다.

하지만 스탐은 여전히 미소를 잃지 않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마법 폭참은 종타까지 있었지? 모두 다 검으로 마무리 하더군.”

프로즌 카이져는 천천히 푸른빛의 한손 검을 꺼내었다. 마법 때문인지 그것은 검신 전체에서 자욱한 냉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블레이드 오브 프로즌 디펜더!”

스아아아

거대한 냉기의 소용돌이가 프로즌 카이져의 빙검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거기에 발맞추어 플레임 로드의 헬 블레이드가 지척까지 쇄도해 왔다.

카강!

대지가 진동하는 듯한 굉음이 온 누리에 울려 퍼졌다. 그것은 폭염과 극빙이 진검승부를 펼친 것이었고, 프로즌 카이져와 플레임 로드, 이 둘 중 마갑기의 제왕이 누군지를 판가름내는 소리이기도 했다.

쿠웅!

요란한 굉음과 함께 무언가가 바닥에 떨어졌다. 소리의 크기로 보아 분명히 마갑기였다. 검성의 입 꼬리는 귀까지 걸려 있었고, 반면 스탐의 얼굴에는 쓸쓸한 웃음만 감돌뿐이었다.

털썩.

뒤이어 비교적 엷은 크기의 소음이 들려왔다.

그것은 바로 검성이 날린 엄청난 크기의 양손검, 헬 블레이드였는데, 검신에 약간의 균열이 가 있었다. 그러나 정작 그것과 맞닥뜨린 빙검은 멀쩡했다. 프로즌 카이져도 마찬가지였다.

“졌다.”

마나 스톤의 과부하로 주저 앉아버린 플레임 로드의 조종석 의자에서 한없이 늘어진 검성이, 조그만 어조로 중얼거렸다.

이렇게 유에센 최강의 마갑기, 플레임 로드는 최고의 검객인 그 주인과 함께 크로프란 최강의 마갑기에게 무릎을 꿇었다.

“삶에 미련은 없다. 어서 날 죽여라.”

검성은 두 눈을 감은 채 담담히 말했다. 자신의 딸 엘로나가 눈앞에 어른거렸다.

수많은 역경을 지나며 살아온 인생이었지만, 정말 미련은 없었다. 오히려 그 이상의 강자에게 시원하게 패했다는 사실이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하지만 적은 그의 숨통에 검을 박아 넣지 않았다.

“일단 우리는 기사단을 향해 이동하자.”

스탐은 검성을 신경도 쓰지 않은 채 휘하의 기갑기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한 파일럿이 물었다.

“검성은 어쩌실 겁니까? 살려봐야 이로울 것이 없는데…….”

“어차피 이빨 빠진 호랑이다. 다시 덤벼봤자 결과는 뻔하지.”

스탐의 대답에 파일럿들은 수긍했다. 저 무시무시한 위력의 마갑기 앞에선 천하의 검성도 힘을 못 쓰는 것을 똑똑히 봤으니까.

“그럼 이제, 기사단을 도우실 겁니까?”

당연하다는 파일럿의 질문이었다. 하지만 스탐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구경하러 간다.”“예? 그게 무슨…….”

파일럿들이 당황한 어조로 물어왔다. 그도 그럴 것이, 제국 전쟁을 승리로 이끈 유에센의 기사단이다. 거기에 비하면 크로프란의 기사단은 조족지혈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가보면 알아.”

스탐은 간단한 한 마디를 남긴 후, 마갑기와 함께 어디 론가로 뛰어갈 뿐이었다. 순간 적의 기갑기들을 괴멸시킨 정체불명의 존재들을 떠올린 기갑기들은 급히 그의 뒤를 따랐다. 이미 살아남은 유에센의 기갑기 두기는 항복을 하고 포로가 된 상태였다.

“어서 빨리 놈들의 뒤를 쫓아라!”

“더 이상의 인정은 필요 없다! 생포하는 즉시 주살하도록!”

유에센 기사들의 목소리는 날카로웠다. 그럴 만도 했다. 적의 군대는 수도가 혼란스러운 틈을 타 요새를 강제 점령했다. 그래놓고는 비워놓고 도망간 것이다.

수십 년을 제패한 그들이 이런 치욕을 당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반드시 몰살시킬 것이다.”

크라토르가 이빨을 으드득거리며 결연한 의지를 비췄다.

“죽이는 건 너무 심하지 않을까요? 그들도 아르티시앙께서 낳아 주신 고귀한 자식들인데…….”

옆에서 말을 몰아가고 있던 푸른 머리칼의 여기사가 물었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그녀는 우락부락하게 생긴 다른 기사들과는 절대로 어울리지 않는 특별한 존재였다.

하지만 그녀의 무위는 이 강력한 유에센의 기사단에서도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였다.

“심하지 않습니다, 엘로나. 이미 저들은 프레센 요새의 수많은 병사들과 마법사들을 죽였습니다. 위대한 아르티시앙께서는 정당한 보복에 대해선 관대하시죠. 그러니 죽이는 게 상책입니다.”“휴우, 잘 모르겠군요. 누구를 죽인다는 것.”

엘로나는 한숨을 쉬었다. 크라토르의 말이 틀린 건 아니다. 그녀도 그 대목을 읽어본 적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기사는 선을 행하며, 국가에 충성하고 약자를 도와야 한다는 것이 그녀의 기본적인 철학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녀의 눈앞에서 거칠게 말을 몰아가고 있는 유에센의 기사들은 단지 살인에 미친 집단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정체성에 혼란이 왔다.

‘도대체 나는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머리가 지끈거렸다. 엘로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지금의 상황에 혼란스러워했다.

검성이 가르쳐왔던 정의 교육의 부작용이 나타난 것이다. 현실은 치우쳐진 채, 허울 좋은 이상만 꿈꾸던 그녀의 정신은 암담한 현실에 마주치자 속절없이 균열이 가고 있었다.

‘엘로나님…….’

그 사실을 알아차린 크라토르는 측은한 얼굴로 엘로나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온실 속의 난초였다. 성숙했다곤 하나 세상 물정 모르는 여성에 불과했다. 중급의 소드 마스터라는 어마어마한 경지에 올랐다고 할지라도 그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것이다.

‘검성께서 그녀를 잘 보살피셔야 하는데…….’

고민과 갈등을 거듭하던 크라토르는 엘로나를 힐끗 쳐다보다가, 이내 다짐했다. 만약 검성이 죽고 나면, 반드시 자신이 그녀를 보살펴 주리라고 말이다.

그러던 중, 어느새 치열한 추격전은 막바지에 이르렀다. 유에센의 기사들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눈앞의 먹잇감을 향해 서서히 다가갔다.

우습게도 크로프란의 기사단이 향했던 곳은 막다른 길이었던 것이다. 삼면이 우뚝 솟은 절벽으로 이루어져 있는 가운데, 유일한 통로는 유에센의 기사단이 가로 막고 있었다.

말 그대로, 진퇴양난인 것이다.

“이, 이럴 수가…….”

크로프란의 기사들은 자기들대로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설마 하니 이곳이 막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리라.

하지만 크로프란 기사단의 젊은 지휘관, 근위기사단 부단장 케이튼과 검은 갑옷의 기사는 약간의 동요도 없이 적의 인마를 주시할 뿐이었다.

“쥐새끼 같은 놈들, 오늘에야말로 네놈들의 수급을 따겠구나. 마지막으로 할말은 없나?”

유에센의 최상급 소드 마스터로, 현재 기사단의 실질적인 우두머리인 듀레스 호른이 소리쳤다.

상황은 누가 보아도 유에센의 압승으로 끝날 것처럼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10명도 채 되지 않는 크로프란과는 달리 유에센의 기사단은 20명에 달하는 소드 마스터를 지니고 있었다.

애시당초 상대가 안 되는 것이다.

터벅 터벅

그때 크로프란의 진영에서 한 기사가 앞을 나섰다. 그는 칠흑 같은 이 밤처럼 새까만 갑옷을 입고 있었는데, 백번을 봐도 크로프란 아니, 인간의 양식으로 만든 갑옷처럼 보이지 않았다.

“오늘부로 너희들은 우리 일족의 첫 제물이 될 것이다.”

“무슨 소리…….”

별 미친 놈 다보겠다며 중얼거리며 말하려던 듀레스가 일순간 얼어붙었다. 바로 눈앞의 상대가 보낸 살기 때문이었다.

비단 살기뿐만이 아니었다. 말을 끝마치자마자 풍겨 나오는 그의 기운은 결코 자신보다 하수가 아니었다.

하지만 이내, 아군의 숫적인 우위를 믿은 듀레스는 전군에 공격명령을 내리려 했다.

“전군 공겨……!”

“단장님!”

그때 한 기사의 다급한 외침이 다시 한번 그의 말을 끊어먹었다. 화가난 듀레스는 그 기사를 윽박지르려고 뒤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 순간, 그는 못 볼 것을 본 듯 얼굴이 삽시간에 창백해졌다.

“크크크큭. 참 맛있어 보이는 먹이들이로군.”

소름이 쫙 가시는 이질적인 목소리가 유에센 기사들의 귓전을 울렸다. 그들은 눈앞의 괴물이 한 말을 알아들을 수 없었다. 그 말은 분명히 자신들의 언어는 아니었다.

듀레스는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아군의 후방에서 모습을 드러낸 괴종족을 살펴보았다.

말을 탄 상태에서도 올려봐야 할 정도로 엄청난 덩치, 마치 일종의 곡도를 보는 듯한 열개의 손톱. 은연중에 뿜어져 나오는 자욱한 피의 냄새.

그리고 두 눈에 번들거리는 붉은 광기.

“배, 뱀파이어!?”

아르티시앙의 성서에서 이렇게 묘사된 존재들의 장본인을 떠올린 듀레스가 소리쳤다. 하지만 그것은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아군의 혼란을 자아냈다.

“뱀파이어라니?”

“그들이 정말 있었단 말인가?”

“우리 눈앞에 나타나다니…, 믿기지가 않아!”

분명히 유에센의 기사단도 손꼽히는 전사들이었지만, 생전 처음 보는 이종족에 대한 공포심 때문에 함부로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물론, 그 중에서도 용기있는 자는 있었다.

“흥. 그래봤자 허우대만 멀쩡한 나부랭이일 뿐이다. 잊었느냐? 우린 대제국 유에센의 정예 기사단이다!”

한 기사가 후방에 포진한 뱀파이어들을 향해 말을 타고 천천히 앞으로 다가섰다.

그의 이름은 크린 프리아스. 상급의 소드 마스터로 유에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였다. 그는 전투가 있을 때마다 항상 선두에 섰기 때문에 ‘용맹한 크린’이라고도 불렸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용맹이 수명을 단축시키리라는 것을 그 자신도 몰랐다.

저벅 저벅

“크크큭, 참 싱싱하게 생긴 인간이로군.”

크린의 상대로 나선 뱀파이어는, 다름 아닌 버서커 마스터 지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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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린 녀석, 엑스트라지만 참 불쌍하군요;;;

휴우; 방금전에 이 파트 끝냈습니다. 정말 진땀이 나더군요.

다음 편은 8시 쯤에 올리겠습니다.-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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