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슬레이어-154화 (154/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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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빛의숲 대저격전

“그나저나 인간의 기갑부대도 섬멸시킨 쉐도우 스나이퍼들이 쪽도 못 추다니, 역시 그 명성대로군.”

카이사르가 전광석파 같이 치고 빠지는 엘븐 스나이퍼들의 공격에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옆에 있던 스탐이 그에게 핀잔을 주었다.

“감탄만 한다고 놈들을 잡을 수는 없지. 카시안,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어느덧 스탐의 시선이 카시안을 향했다. 자신들 중에서 이곳에 대해, 특히 엘븐 스나이퍼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인물이 그이니, 그들을 제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을 생각해보란 소리였다.

“여기서 몇 시간만 더 가면 전사의 탑이라는 곳이 있다. 엘븐 스나이퍼들의 본부이자, 그들이 지닌 자존심의 상징이지. 만약 그곳을 점령한다면 눈에 핏발을 세우고 탈환하려 들 것이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카시안의 설명이 끝나자마자 스탐의 입가에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그것은 계략을 짜는 모사의 얼굴에서나 볼 수 있는 표정이었다.

“녀석들, 별 것 아닌데?”

“그러게 말이야.”

한편, 스탐이 이끄는 빛의숲 원정대에 성공적인 기습공격을 가한 뒤 빠진 엘븐 스나이퍼들은 득의양양한 얼굴로 숲을 거닐고 있었다.

“아직 안심해하긴 이르다. 첫 기습에서 한명의 부상자라도 생긴다는 게 이상한 거니까.”

카리오스가 그런 그들에게 따끔한 충고를 주었다. 그러자 엘븐 스나이퍼들은 잘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빈 활시위를 당겨대기 시작했다.

엘븐 스나이퍼들은 한번 문 사냥감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집요하게 공격하는 것이다. 아까의 기습으로 100여명가량의 뱀파이어들을 죽였다곤 하나, 3만이라는 그들의 수효에 비하면 한없이 작은 수였다. 앞으로 수백 번은 기습을 해야 전멸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슬슬 두 번째 기습을 감행해야 되겠군.”

“예…….”

대답하는 에레인의 얼굴이 왠지 좋지 않았다. 마치 구름이 낀 듯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는 그녀. 카리오스는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프레인이 말한 대로더군. 설마 놈이 살아서 뱀파이어들과 한패가 되어 버렸다니…….”“다 저 때문이에요.”

에레인이 눈물을 흘리며 지나가듯 중얼거렸다. 그 말에 두 눈이 휘둥그레진 카리오스가 그녀에게 다가갔다.

“설마 너…….”

“맞아요.”

카리오스는 고개를 푹 숙이는 에레인을 품에 안았다. 그리곤 그녀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어. 너무 죄책감 갖지 마.”

“…….”

그의 위로가 통했을까. 에레인은 눈물을 닦으며 활을 집어 들었다.

“그럼 어서 가죠. 우리의 성역에 들어온 침략자들을 죽이러.”

“뭐, 그러지.”

카리오스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에레인을 바라보았다. 평상시에는 어떠한 적이라도 우회적으로 표현하던 그녀가 죽인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그래, 아무리 녀석이라도 적인 이상, 살려둘 수는 없어.’

약간의 휴식을 취한 엘븐 스나이퍼들은 또 다시 뱀파이어들을 습격하기 위해 움직였다.

빛의 숲은 무척이나 광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었지만, 이곳에서 수백 년을 살아온 엘프들에게는 그 어떤 곳이든 간에 제 집이나 다름없었다.

“발사!”

적들을 찾자마자 카리오스의 서릿발 같은 목소리가 숲을 울렸다. 그리고 뒤이어진 화살의 비는 수많은 뱀파이어들을 무성한 풀밭 아래에서 죽어나가게 만들었다.

타타타탕!

마치 반격이라도 하듯 쏟아지는 총성! 하지만 맞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엘븐 스나이퍼들의 귀신같은 은폐능력이 빛을 발휘한 것이다.

카리오스는 비웃음을 풍기며 그 강력한 병기를 쏘아대는 뱀파이어 하나를 저격했다.

“으아아악!”

단말마의 비명성과 함께 미간에 화살을 맞은 뱀파이어 하나가 널브러졌다. 누가 봐도 즉사였다.

“좋아, 이제 빠진다.”

대충 300여명에 달하는 뱀파이어들을 처치한 것을 확인한 카리오스가 손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모든 엘프들이 아까와 같이 신속하게 후퇴했다. 덕분에 미친 듯이 쫓아오던 일부 뱀파이어들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되돌아갔다.

“뭐야, 이놈들. 아무것도 아니잖아.”

카리오스의 입에서 나온 말이었다. 신중을 기해야 될 마스터인 그렇게 말할 정도로 상황은 일방적이었던 것이다.

“적의 저항이 그렇게 위협적이지 않아서 예상보다 3배가량의 뱀파이어들을 처치할 수 있었습니다.”

“훗, 뱀파이어 놈들이 우리들을 모방한 집단을 만들었다고 생각해서 잔뜩 긴장했더니만, 이거 정말 기대이하인걸? 맥이 빠지는군.”

단 두 차례의 기습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엘븐 스나이퍼들은 벌써부터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었다.

그 어떤 위협도 입히지 못하는 적을 상대한다는 것. 그것은 전투라기보단 일종의 사냥이었다.

하지만 많은 엘븐 스나이퍼들이 득의양양만 표정을 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에게 사기를 더욱 더 북돋아 줘야 할 에레인은 시종일관 심각한 얼굴이었다.

“무슨 일 있나, 에레인?”

그렇게 물어보는 카리오스도 그녀가 왜 그러는지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적은 적이다. 최대한 빨리 옛 사랑에 허우적대는 눈앞의 엘프 여성을 설득할 필요가 있었다.

“카시안, 카시안이…….”

“그 녀석 얘긴 이제 그만 해. 도대체 100년도 지난 놈이 적 진영에 있다고 해서 침울해할 건 또 뭐야? 거기다 그 놈, 뱀파이어 쪽에서 제대로 활약도 못하던…, 잠깐.”

에레인에게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던 카리오스는 순간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그것은 수백 년을 살아오면서 엘븐 스나이퍼의 마스터 자리를 유지해온 그의 본능적인 직감이었다.

엘븐 스나이퍼이던 시절, 카시안은 촉망받던 저격수였다. 현재 엘프족 최강의 저격수라 일컬어지는 자신도 당시에는 그보다 뛰어나다고 장담할 수 없었다.

그런데…….

“카시안이 없어요.”

“무슨 소리야? 놈이 없다니!?”

깜짝 놀란 카리오스가 에레인에게 소리쳤다. 하지만 어느새 그의 기억은 방금 전의 전투를 떠올리고 있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저격거리를 자랑하던 자신들에게 유일하게 공격을 퍼붓던 뱀파이어 총수들, 자신은 그들 중 한명을 죽이는 데 성공했다. 그것도 아주 쉽게.

하지만 아주 쉽다는 사실이 왠지 미심쩍었다.

“최초의 교전 당시, 저는 의문의 병기를 지니고 있던 뱀파이어들 중 유난히 눈에 띄는 카시안을 계속해서 주시하고 있었죠. 하지만 방금 전의 전투에서 그는 없었어요. 아니, 그 뿐만 아니라 다른 뱀파이어들도 평상시와는 달라 보였어요.”

“그렇다면…….”

방금 전 자신들이 상대했던 뱀파이어 총수는 처음 교전 때의 뱀파이어들이 아니라는 소리가 된다. 에레인이 항상 카시안을 의식하고 있었으니 신빙성은 아주 높았다. 아니 확실했다.

“그럼 원래 그 무기를 다루던 놈들은 도대체 어디에 갔단 말입니까?!”

듣고 있던 한 엘프가 물었다. 그 질문에 한참을 고민하던 카리오스는, 적의 스나이퍼들 중에 카시안이 섞여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는 한때 엘븐 스나이퍼의 일원. 자신들에 대한 정보를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인물이다.

“서, 설마!?”

카리오스가 불안한 얼굴로 소리쳤다. 자신의 직감은 항상 틀린 적이 없었다. 언제나 정확히 들어맞았다. 이번엔 틀리기만을 바랬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의 직감은 어김없이 들어맞았다.

“마스터! 탑을 지키고 있던 전사 하나가 왔습니다!” “어서 데려와라.”

잠시 후, 엘븐 스나이퍼들이 한 엘프를 끌고 왔다. 그는 온몸이 상처 투성이였는데, 얼마나 심하게 당했는지 크게 겁에 질려 있었다.

“무슨 일이냐?”

카리오스의 냉랭한 질문에, 엘프는 떨리는 몸을 진정시키며 입을 열었다.

“일단의 뱀파이어들이 탑에 쳐들어왔습니다. 전부 100명 가량으로 보이는데, 하나같이 이상한 쇠막대기를 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탑을 지키는 저희 수호대는 모두 그들에 의해 목숨을 잃었습니다. 흑흑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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