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슬레이어-155화 (15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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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빛의숲 대저격전

푸욱!

“으아악!”

한 엘프 전사와 비명소리와 함께 선혈을 흩뿌린다. 얼굴에 피 몇 방울이 튀었지만 카시안은 닦을 생각도 없이 묵묵히 눈앞의 적들을 죽여 나갈 뿐이었다.

“적이라.”

한때 이들은 동족이었다. 하지만 저주받을 운명은 자신으로 하여금 적과 아군의 위치를 완전히 뒤바뀌게 만들었다.

“너, 너는……!”

적에게 제압당한 엘프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카시안에게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카시안은 일언반구 대꾸도 없이 엘프의 폐부에 검을 박아 넣었다.

“끝인가.”

자신이 마지막으로 죽인 엘프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카시안이 탑 정상을 둘러보았다.

한때 자신이 자긍심을 가지고 활동해왔던 곳이다. 이 탑을 지키고 있던 엘프들도 당시 자신과 수많은 말들을 나누며 함께 해온 전우들이었고.

하지만 지금은 단지 점령과 제거의 대상에 불과했다.

“그래, 대충 끝난 것 같군. 이제 놈들이 오기만을 기다리면 되는 건가?”

마스터 윈델이 흡족한 미소를 띠우며 라이플 건을 움켜쥐었다.

스탐이 계획한 전사의 탑 습격작전은 대 성공이었다. 그의 명령에 의해 쳐들어간 쉐도우 스나이퍼들은 순식간에 탑을 점령시켜버린 것이다. 탑을 관리하던 80여명 가량의 엘프 전사들은 압도적인 무위를 갖춘 카시안 앞에서 힘없이 죽어나갈 뿐이었다.

사실 그들, 쉐도우 스나이퍼는 엘븐 스나이퍼들과 비교해 볼 때 그렇게 밀리는 편은 아니었다. 오히려 화력적인 면에선 월등히 우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획적으로 본대를 치고 빠지는 엘븐 스나이퍼들 때문에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다급한 쪽은 엘븐 스나이퍼들이었다. 그들에게 있어 전사의 탑은 긍지와 자존심의 결정체였으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탈환하려 들 것이다.

“싸움은 지금부터다. 놈들과의 일대 결전이 모든 것을 결정할 것이다.”

엘븐 스나이퍼들의 성격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카시안의 발언에 모든 쉐도우 스나이퍼들이 긴장한 얼굴로 라이플 건을 꾹 쥐었다. 드디어 시작되는 것이다. 양측이 자랑하는 최강의 스나이퍼들 간의 대사투가.

“일단 서둘러 저격위치를 잡는 게 좋겠군. 조만간 놈들이 몰려올 거야.”

“그렇겠지.”

짤막하게 중얼거린 윈델은 쉐도우 스나이퍼들에게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전사의 탑은 엘븐 스나이퍼들의 기지답게 산세에 가려졌으면서도 적을 효과적으로 포착할 수 있는 저격 포인트가 군데군데 있었기 때문에 40명 정도가 배치되었다. 나머지는 인근의 은폐장소에 배치되었는데, 엘븐 스나이퍼였던 카시안의 조언으로 아주 좋은 위치를 점할 수 있었다.

슈우우웅

엘븐 스나이퍼들이 올 것으로 예측되는 경로로 쉐도우 스나이퍼들이 가진 제 3의 눈, 서치 아이가 뿌려지고 있었다. 쉐도우 디코이와 더불어 그들이 가진 비장의 카드인 그것은 오로지 엘븐 스나이퍼들을 상대하기 위해서 주어진 한 장이었다.

저격전에 있어서 시야가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선 두말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재밌겠는걸.”

윈델이 희미하게 웃었다. 이제 남은 것은 적들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오는군.”

몇 분 후, 카시안이 아련히 느껴지는 정령의 기운을 느꼈다. 바로 자연의 벗 삼아 살아온 엘프의 채취였다. 아무리 고도로 훈련받은, 엘븐 스나이퍼라도 카시안은 그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원래 같은 부류였으니까.

사아아악

미세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 외에는 어떠한 소리도 들을 수 없었다. 침묵만 맴돌 뿐이었다.

카시안은 느긋하게 데빌 핸드를 손질했다. 엘븐 스나이퍼들도 자신의 상대가 무엇을 하고 있는 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당분간은 탐색전만 벌어질 것이다.

그때였다.

[피를 마시고 싶다.]

“미친 놈. 또 지랄인가.”

카시안이 자신의 귓가를 어지럽히기 시작하는 눈앞의 라이플 건을 보며 이를 악물었다. 한동안 잠잠해서 마음을 놓고 있었더니, 과연 요물은 요물인가보다.

변덕쟁이라고 해야 할까? 놈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자신을 향해 피를 요구한다. 무엇 때문인지, 왜 그러는지에 대해선 도저히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데빌 핸드가 피를 요구 할 때 적을 쏘아 죽이지 않는다면 자신의 피를 빨아먹는 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쩔 수 없군.”

인상을 구긴 카시안이 라이플 건의 방아쇠를 당겼다. 지금은 한참 탐색전이었다. 아직까지 곳곳에 매복하고 있는 엘븐 스나이퍼들의 위치를 파악도 하지 못한 상태였지만, 지금 카시안으로선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탕!

굳건히 버티고 있던 침묵의 장막을 여지없이 깨고 기다란 총성이 울려 퍼졌다. 그리고 그 깨진 틈을 비집고 또 다른 소음들이 전사의 탑 곳곳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타타타탕!

슈슈슈슉!

천둥소리와 함께 강력한 살상력을 가진 총탄이 부드러운 엘프들의 속살을 찾았고, 바람을 가르며 소리 없이 쏟아진 화살들은 예리한 화살촉을 뽐내며 목표물의 급소를 향했다.

“으으윽.”

제일 먼저 쓰러진 쪽은 뱀파이어 측이었다. 비교적 좋지 않은 위치를 선점하고 있던 쉐도우 스나이퍼 하나가 다친 것이다.

하지만 소리를 질렀다는 사실은 죽지 않았다는 소리니 다행이다. 엘프든, 뱀파이어든 간에 급소를 맞으면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즉사였다.

탕!

재장전을 마친 카시안이 재차 데빌 핸드를 쏘았다. 손으로 탄환을 장전하면서도 그의 두 눈과 서치 아이는 연신 숨어 있는 엘븐 스나이퍼들을 쫓았기 때문에 장전이 끝난 순간, 엘븐 스나이퍼 하나를 표적으로 삼을 수 있었던 것이다.

“좋았어.”

이마에 총탄이 박히며 뒤로 넘어가는 엘븐 스나이퍼 하나를 확인한 카시안이 자리를 옮겼다.

라이플 건의 단점은 발사하면서 불이 뿜어지기 때문에 위치가 쉽게 포착될 수 있다는 점이었다. 전사의 탑에 배치된 쉐도우 스나이퍼들이야 어쩔 수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쏘고 나서 바로 저격 포인트를 바꾸는 것이 필수였다.

[크흐흐흐. 피다. 피!]

계속해서 들려오는 데빌 핸드의 웃음소리가 카시아의 심경을 어지럽혔다. 하필이면 중요한 이때 방해공작을 펼치다니, 정말 재수 없는 놈이었다.

“쳇, 여간내기가 아니군!”

벌써부터 사망자가 발생하자 카리오스는 이를 악물었다. 자신들의 성지, 전사의 탑을 점령한 적 뱀파이어 저격수들은 그곳과 그 인근에 몸을 숨긴 채 자신들을 궁지로 몰아가고 있었다.

적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막기 위해 만들어진 이곳이 오히려 독이 되어 다가온 것이다.

“으아악.”

한 엘븐 스나이퍼의 비명소리가 또 다시 마스터인 그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아마 죽진 않았겠지만 정상적인 전투를 치르긴 힘들 것이다. 놈들이 가진 병기는 위치를 포착하기는 쉬웠지만, 일단 맞으면 치명상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자신들의 오러 보우도 그 점은 동일했지만 오러 보우는 상당량의 마나를 요구한다. 연달아 쓸 수는 없는 것이다.

“일단 탑에 있는 놈들부터 제거해야겠군.”

전사의 탑 군데군데에 만들어진 구멍 사이로 총을 난사해대는 뱀파이어들을 보며 카리오스는 마음을 굳혔다.

탑에 배치된 적은 피격면적이 좁은 만큼 명중시키긴 어렵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쉽다.

모순적인 말이지만, 쏘면서 계속 위치를 바꾸는 다른 적들과는 달리 탑에 배치된 적들은 정적인 위치에서 공격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일단 화살을 구멍 안으로 들여보낼 정도의 실력만 있다면 오히려 처치하는 게 수월했다.

그리고 카리오스는 현 엘븐 스나이퍼 최강의 저격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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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궁...요새 왜이래 필력이 안살아는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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