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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카시안의 슬픈 운명
“끄아아악!”
어느새 엘븐 스나이퍼의 저격에 죽어나가는 뱀파이어들의 비명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카시안은 고개를 돌려 한 엘븐 스나이퍼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는 달려가면서도 화살을 쏘고 있었는데, 그것 한발에 뱀파이어가 맞아 쓰러질 정도였으니 신기에 가까웠다.
‘쳇, 하지만 난 저런 고난도의 기술을 쓸 수 없잖아.’
가만히 있는 물체를 명중시킨다는 것은 아주 쉽다. 움직이는 물체의 경우 약간 어렵겠지만 두세 발 안에 맞출 수 있다. 하지만 자신도 같이 쫓아가면서 전속력으로 도망치는 물체를 쏜다는 것은 엘븐 스나이퍼들 중에서도 상위 10명가량만이 뽐낼 수 있는 고도의 기술이었다.
‘일단 뱀파이어들이 지나칠 부근에 먼저 자리를 잡고 난 뒤에 저격을 해야겠군.’
대충 작전을 구상한 카시안은 나무를 타고 가면서 후퇴하고 있는 뱀파이어들을 추월해 나갔다. 적 뱀파이어들은 현재 4000명 남짓도 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5000이나 되었다고 하던데, 그들 중 1000명 가량을 엘븐 스나이퍼들이 처리한 것이다.
한 명당 열명. 그것도 자신들같이 실전경험 없는 신참들은 겨우 한두 명밖에 죽이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무시무시한 전과였다.
“이제 나도 한명을 더 보태야겠지.”
그렇게 중얼거리며 자리를 잡은 카시안이 저격목표를 물색하기 시작했다. 에레인과의 라이벌의식 때문인지 그는 덩치 큰 뱀파이어를 찾고 있었다.
그리고 머지 않아 원하는 목표를 찾을 수 있었다.
“이야, 저 자식. 뭐가 저렇게 크냐?
그가 화살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뱀파이어는 다른 뱀파이어보다 한참은 컸다. 손가락에 난 기다란 손톱은 강철도 찢을 수 있을 정도로 날카로워 보였고 육중한 몸뚱이는 그 몸 자체가 갑옷처럼 보였다.
한참을 고민하던 카시안은 이내 당기고 있던 활시위를 놓았다. 분명히 죽이기 어려운 상대겠지만, 죽인다면 그만한 보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푹!
“으으윽!”
화살을 맞은 거구의 뱀파이어가 신음성을 흘리며 등짝으로 손을 가져갔다. 고통 때문인지 속도도 느려진 그는 점점 뱀파이어들의 대열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흥, 놓치지 않겠다!”
뱀파이어가 샛길로 들어서는 것을 확인한 카시안이 추격에 박차를 가했다. 아직까지 엘븐 스나이퍼들의 추격이 한창이었기 때문에 느긋하게 움직였다간 힘들게 잡아놓은 뱀파이어를 동료에게 뺏길 수도 있었다.
“그럴 수는 없지!”
카시안은 그 거구의 뱀파이어를 잡는 데 박차를 가했다. 에레인도 뱀파이어 둘은 잡았다고 하는데, 자신이 하나밖에 못 잡으면 말이 안 된다.
핑 푹!
“크으어어!”
거구의 뱀파이어는 카시안의 화살을 맞으면 맞을수록 눈에 띄게 걸음이 늦어졌다. 노련한 엘븐 스나이퍼라면 본능적으로 수상쩍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인데, 카시안은 휘파람을 부르며 목표물을 사냥할 뿐이었다.
“자, 이것도 맞아라.”
푹!
“크으으으.”
수차례에 걸친 카시안의 화살을 더 이상 못 버티겠다는 듯, 거구의 뱀파이어는 천천히 걸어가더니,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빙고.”
만연에 미소를 머금은 카시안이 천천히 쓰러진 놈에게 다가갔다. 한 손에는 카리오스, 카트리엘과 함께 만든 푸른빛의 폼멜을 가진 스틸레토가 번뜩였다. 이것을 놈의 심장에 꽂기만 하면 될 것이다.
“조금 겁이 나긴 하지만, 이것도 못한다면 엘븐 스나이퍼라고 할 수 없지.”
그렇게 마음을 굳게 잡은 카시안이 스틸레토를 들 무렵이었다.
“카시안!”
낯익은 목소리가 카시안의 귓가에 스며들었다. 카시안은 난감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카리오스 이하 열댓 명의 엘븐 스나이퍼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위험하니까 비켜서 있어. 놈들은 우리가 처리한다.”“웃기는 소리!”
콧방귀를 뀐 카시안이 다급히 쓰러진 거구의 뱀파이어를 향해 스틸레토를 찔러 넣었다. 만약 저들이 이 뱀파이어를 죽인다면 그간 자신이 들인 공은 모두 물거품이 될 것이다.
하지만 카시안은, 머지않아 자신이 큰 덫에 걸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덥석!
“허억!”
카시안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공명심이 불타던 두 눈은 공포로 물들고 있었다. 죽었을까 하고 생각될 정도로 조용히 쓰러져 있던 그 거구의 뱀파이어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자신의 목을 잡아 끌어 올린 것이다.
“카, 카시안!”
“크크큭! 움직이지 마라. 한발짝만 더 가까이 오면 이 놈의 목줄기에는 피가 샘솟을 것이다.”
거구의 뱀파이어는 흉흉한 두 눈빛을 드러내며 광소를 했다. 한손으로는 카시안을 잡고, 다른 한손으로는 등에 박힌 화살을 빼는 것이 고통스러워 보이지 않는 것이, 무시무시한 실력자라는 것을 반증하고 있었다.
“카시안을 어쩔 셈이냐!”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지켜보고 있던 카리오스가 소리쳤다. 그의 질문에는 이유가 있었다. 뱀파이어는 엘프를 생포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엘븐 스나이퍼 출신의 엘프는 그 전례가 없었다.
“그건 내가 알바가 아니다. 뭐, 한 마디만 해두지. 이 애송이 엘프 놈은 무척이나 이용가치가 크다.”
“네 놈, 설마…….”
말끝을 흐리던 카리오스가 순간적으로 화살을 한발 쏘았다. 어찌나 빠른지 갑자기 화살 하나가 툭 튀어나간 것으로 착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문제의 뱀파이어에게 통하지 않았다.
"크크크. 이딴 장난으로 쓰러뜨리기엔 나는 너무 강하다.“
씨익 웃던 뱀파이어는 카시안을 잡은 채 조금씩 뒤로 물러나더니, 몸을 돌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쫓아라, 어서!”
“카시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에레인이 눈물을 흘렸다. 비록 아까 전에 카시안의 제안을 냉담하게 뿌리치긴 했지만, 태어날 때부터 우정과 사랑을 함께 나누며 자라온 카시안이었다.
“제길, 이놈들은 도대체 뭐야!?”
선두를 달리고 있던 카리오스는 난데없이 나타난 뱀파이어들의 무리에 미간을 찌푸렸다. 설마하니 자신들에게 당하기만 하던 놈들이 이런 작전을 세울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모두 맞서 싸워라!”
그렇게 명령을 내린 마스터가 스틸레토를 뽑아 들어 일단의 뱀파이어들을 도륙하기 시작했다. 엘븐 스나이퍼는 최고의 저격수이자 상당수가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 실력자였기에 평범한 뱀파이어 병사들 정도는 근접전에서도 쉽게 쓰러뜨릴 수 있었다.
“안되겠다. 모두 카시안을 쏘아라!”
저 멀리 떨어진 뱀파이어를 보고 있던 마스터가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 이미 소수의 뱀파이어들은 순식간에 전멸당한 뒤였다.
“무, 무슨 소리에요!? 카시안을 쏘다니요!!”
깜짝 놀란 에레인, 카리오스, 카트리엘이 동시에 소리쳤다. 현재 뱀파이어는 카시안을 기절시켜 등 뒤쪽에 업고 가고 있었는데, 아마 적의 화살을 막아 내기 위한 방패 대용으로 보였다.
“놈이 카시안을 방패로 쓰고 있는 것 안보이십니까?”
“하지만 만약 놈들이 카시안을 하프 뱀파이어로 만든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마스터의 태도는 완고했다. 반드시 카시안을 죽이겠다는 저 눈빛!
“휴, 하는 수없군.”
한숨을 쉰 카리오스가 제일 먼저 활시위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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쩝;; 연재 속도 정말 느려지는군요...
이래서 개학은 싫어 ㅡ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