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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찬탈전
“타핫!”
고음의 기합성과 함께 스탐의 손에서 금빛의 기탄 덩어리가 날아갔다.
데들리 스트라이크(Deadly Strike).
지온에게도 써먹어본 적이 있는 이 기술은 흑마탄처럼 원거리에서 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하지만 흑마탄과는 엄연히 틀린 점이 하나 있었다.
파괴력 자체가 차원이 다르다는 점. 그리고 어느 정도의 유도 기능이 있어 미묘하게 표적이 있는 부근을 향해 방향을 바꾼다는 점이다.
퍼버벅!
“우욱!”
예상대로 아이슬로너는 그것을 가볍게 피하려다 보기 좋게 맞았다. 보통의 흑마탄과 똑같은 성질의 것이라고 착각한 것이다.
“내 꼴이 말이 아니군.”아이슬로너가 으르렁거리며 스탐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엔 기쁨이 깃들어 있었다.
오랜만에 자신의 맞수를 만난다는 사실에서 느끼는 이 쾌감.
절대 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죽기 직전에도, 죽어서도.
“이제 장난은 여기까지 하는 게 좋겠습니다.”
“바라던 바다.”
쌍방의 합의가 접점을 이루었다. 아이슬로너는 눈빛 번뜩이더니 그대로 스탐을 향해 달려들었다.
실로 빛의 속도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스탐은 예상했다는 듯, 만반의 대비를 갖추어 아이슬로너와 대적했다.
이미 예전의 무투대회에서 겨루었던 경험이 있었기에, 그는 아이슬로너의 성격을 몸으로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쿠아앙! 퍼버버벅 콰콰콰쾅!
무시무시한 기운의 충돌과 함께 스탐과 아이슬로너의 주먹이 허공을 베어 넘기며 상대를 가격하기 시작했다.
황금빛의 골든 다크 오러가 한데 어우러진 모습이 일종의 예술로까지 보일 정도로 그들의 사투는 치열했다.
“흡!”
아이슬로너의 빗살 같은 주먹이 날아들자 스탐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저것에 몸에 작렬하면 치명상이다!
훅!
아슬아슬하게 정권이 머리 위를 지나갔다. 이글거리는 골든 다크 오러때문인지 스탐의 머리카락 일부가 타들어갔다.
‘소름이 끼치는군.’
간단하게 소감을 밝힌 스탐이 반격에 들어갔다.
퍼벅, 퍽!
“크.”복부를 연달아 세 방 얻어맞은 아이슬로너의 입에서 옅은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어떻게 보면 뱀파이어 로드가 소리를 낼 정도로 강력한 공격이다.
하지만 거꾸로 보면 그런 엄청난 일격에도 불구하고 반응이 저 정도다.
과연 수백 년 동안 캄에덴을 재패해온 역대 최강의 군주다운 것이다.
‘감탄만 하고 있을 틈이 없지!’
스탐은 자만하지 않았다. 상대는 한때 하늘과도 같이 우러러보았지만, 지금은 쓰러뜨려야 할 존재에 불과하다. 방금 전 박아 넣은 것보다 몇 배는 더 강한 일격을 선사해도 모자랄 판이었다.
슈슈슉! 퍼퍼퍽!
찬탈전이 시작된 지 10여분이 지났건만, 아직도 싸움은 치열했다.
지금 스탐과 아이슬로너의 전투양상은 스탐이 히든 브레이커의 뛰어난 회피능력을 잘 활용해 상대적으로 덜 맞으면서 아이슬로너에게 보다 더 많은 피격을 입히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면서도 스탐 쪽으로 전혀 기울지 않은 것을 보면, 과연 뱀파이어 로드는 명불허전이다라는 말이 실감날 정도였다. 그는 기본기 하나만으로도 적수가 없을 정도였다.
스탐을 제외하고는.
화아아악!
그때였다. 조금씩 밀리는 듯하던 아이슬로너가 갑자기 그에게서 떨어지면서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그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차린 스탐은 즉시 뒷걸음질을 쳤지만, 이미 늦었다.
“크윽!”
갑자기 온몸이 둔해지기 시작하더니, 종래에는 아예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제기랄.’
순간 암담함이 느껴졌다. 방금 아이슬로너가 구사한 다크 오러 번은 일시적으로 상대의 몸을 마비시킨다. 물론 스탐과 같은 배틀 마스터라면 2초 안에 마비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2초가 문제였다.
‘헉!’
아이슬로너를 본 스탐이 경악했다. 바로 그의 오른팔에서 거대한 화염이 이글거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100여 년 전, 블러드 오우거에게만 써봤다는 아이슬로너 최후의 절기였다.
‘헬 스피어!’
총칭 벨리우스의 지옥창이라 불리는 저것은 그야말로 지옥의 숨결이다. 굵은 한줄기가 날아가는 영향권 안에 드는 모든 것이 사라 없어지기 때문이다.
‘어서 피해야한다!’
스탐은 다급해졌다. 설마하니 뱀파이어 로드가 저런 필살의 카드를 꺼낼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블러드 오우거라면 모를까, 저것을 맞는다면 결코 살아남을 수 없었다.
뭐, 쓰지 말라는 법도 없었다. 비록 스탐이 귀한 인재긴 하지만, 아이슬로너는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자를 그대로 놔둘 정도로 인자한 군주는 아닐 테니까.
샥!
스탐은 다크 오러번에 의한 마비가 풀리자마자 재빨리 몸을 굴렀다. 헬 스피어는 맞추면 필승이지만, 빗나가면 필패이기에 이것의 회피여하에 따라 승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상황은 스탐이 예상한 것과는 한참 떨어져 있었다.
퍼억!
“커헉!”
스탐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했다. 아이슬로너가 싸늘한 웃음을 지은 채 자신의 몸뚱이를 기역자로 만들고 있었다.
털퍼덕!
그의 힘에 밀려 허공에서 한바퀴를 돈 스탐은 꼴사납게 경기장 바닥에 널브러졌다.
“후후후. 그대는 아직 미끼를 물 수밖에 없는 경지로군.”
“!?”
“나는 블러드 오우거와의 전투에서 추태를 보인 이후로 도박은 일절 금하고 있지.”
아이슬로너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스탐은 비로소 깨달았다. 그가 헬 스피어를 쓸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는 사실을!
단지, 단지 자신을 속이기 위해 쓰는 척을 하고, 헬 스피어를 바로 거두어들인 후에 빈틈을 노린 것이다.
“하아, 하아…….”
스탐은 입술을 깨물며 일어섰다. 얼마나 힘을 줬는지 입술 사이에서 피가 흘러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은 몸에 입은 상처에 비하면 새발의 때만도 못한 것이었다.
‘몸이 말을 듣지 않는군.’
스탐은 아이슬로너가 약간의 여유를 주고 있는 틈을 타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해보았다.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그나마 양팔은 아직까지 큰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힘을 끌어내는 근원지인 복부는 방금 전의 치명타로 인해 제대로 움직이질 못하고 있었다.
겉으로 드러난 외상은 그렇다 쳐도, 복부에서 온몸으로 골든 다크 오러가 퍼져나가는 주요부근 몇몇이 차단된 것이다.
그렇게 되면 체내의 흑마기는 고갈될 염려가 없겠지만, 제때 제때 골든 다크 오러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눈앞의 상대와 싸울 때 절대적으로 불리해지는 것이다.
‘지는 건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패배. 찬탈전을 벌일 때 절대적으로 금기시해야 하는 단어였지만, 지금의 몸상태를 절실하게 느끼는 스탐에겐 너무도 자연스럽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 정도로 상황은 그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했다. 아직도 버티고 있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 혼자만으로는 이 위기를 타개할 수 없었다. 카라프가 전수해준 히든 브레이커의 수십 가지 기술을 모두 떠올려 봐도 저 캄에덴의 절대자를 쓰러뜨리기는커녕 치명타를 입힐만한 것도 없었다.
‘휴. 하는 수없군.’
기이이잉.
순간 스탐의 허리춤에 매여 있던 검집에서 빛 무리가 뿜어져 나왔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손도 대지 않았건만 검이 저절로 검집에서 빠져 나와 손아귀에 잡히는 것이었다.
[말했지? 네가 나를 생각하기만 하면 저절로 나와 준다고.]
‘뭐, 부정은 않겠어. 지금 뱀파이어 로드를 쓰러뜨릴 만한 확실한 비책은 너밖에 없으니까.’
스탐은 결국 카스턴을 잡았다.
명예고 자존심이고 필요 없었다. 자신에겐 뱀파이어 로드의 자리가 반드시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선 카스턴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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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어택땅입니닷+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