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슬레이어-180화 (180/217)

0180 / 0217 ----------------------------------------------

46. 드러나는 음모

“크우우우.”

“크르르.”

몬스터들의 굶주린 음성이 끊임없이 들려온다. 먹을 것에 대한 갈망이 섞인 음성이 말이다.

이곳은 일명 몬스터들의 세상이라고 칭해지는 셀리온 평원이다. 추정되는 수만 1억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몬스터들이 부글부글거리는, 타종족에겐 불생의 흉지로 칭해지는 곳.

하지만 그런 셀리온 평원을 아무런 두려움조차도 없이 돌아다니는 무리들이 있었다. 분명 모습을 보였다면 몬스터들에게 더 없이 좋은 먹잇감으로 보였겠지만, 그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물론 보인다고 해도 먹히는 쪽은 몬스터들이 아니겠지만.

“블러드 오우거의 군세가 모인 곳은?”“이 속도로 약 10분만 간다면 도착할 것입니다.”

대장으로 보이는 사내의 물음에 누군가가 말했다. 한 치의 감정도 섞이지 않은 음성이다.

“100년 만에 만나는군요. 뭐, 그때 동안 기다린 보람이 있긴 합니다만…….”

“방심은 금물이다. 상대는 블러드 오우거야.”

스탐의 이죽거림에 카라프가 단호하게 충고했다.

이럴 경우 예전 같았으면 당연히 그의 말에 수긍하며 뒤로 빠졌을 것이다. 하지만 스탐은 그렇지 않았다.

“100년 전, 갓 배틀 마스터에 올랐던 아이슬로너에게도 고전했던 놈입니다. 방심만 하지 않는다면 놈을 죽이는 것쯤이야 아무것도 아니죠.”

“뭐, 그렇긴 하다만…….”

말끝을 흐리던 카라프는 이내 입을 다물었다. 마스터인 그에게 더 이상 왈가왈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랬다.

카라프는 지금 서브 마스터로 떨어진 상태였다. 마스터의 자리는 스탐에게 물려줬기 때문이다.

그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아무리 카라프가 히든 브레이커로서는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다고 해도 캄에덴에서 추구하는 힘의 논리는 배틀 마스터인 스탐을 저절로 마스터 직에 오르게 만들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찬탈전이 있기 직전, 스탐에게 완벽한 패배를 당했기 때문이겠지만.

“찾았다.”

한참을 움직이던 스탐 이하 20명의 히든 브레이커들은 한곳에 운집해 있는 일단의 몬스터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죽갑옷에 철검으로 무장한 오크라.”

스탐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100년 전의 전쟁 당시 오크들의 무장은 지극히 빈약했다. 무기를 들고 있긴 했으되 검이라고 말하기에도 뭣한 몽둥이와, 옷 하나 걸치지 않은 맨몸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눈앞에는, 무려 1000이 넘는 오크들이 검과 갑옷으로 무장한 채 도열해 있었다.

가히 인간에 버금가는 무장상태였다.

‘설마?’

문득 스탐의 뇌리로 스쳐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들은 바로는 블러드 오우거는 그 어떠한 치명상을 입어도 1년 안에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한다. 당시 자신들에게 입었던 상처도 그랬을 것이다.

3천만의 몬스터 대군을 잃었다고 하더라도 셀리온은 몬스터의 천국이니 적어도 10년이면 재침공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놈들은 100년이나 우리를 가만히 놔두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저것이란 말인가?’

스탐은 갑자기 다급해졌다. 지금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바가 맞는다면 사태는 너무도 심각해진다.

인간에 버금가는 무기와 갑옷으로 중무장한 수천만의 몬스터 대군. 그것은 100년 전과는 질이 틀린 병력이었다. 당시에는 몬스터들이 맨살을 드러내다시피 했기 때문에 아이슬로너가 이끄는 뱀파이어 정규군의 압승으로 끝났지만 몬스터들이 무장을 하게 된다면 이번에는 결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더군다나 그 당시 놈들이 선보였던 공성병기도 얼마나 많이 만들어졌을지 모른다. 100년 이라는 시간은 뱀파이어들에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타 종족들에겐 엄청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최대한 빨리 블러드 오우거의 목을 베어야겠군.”

“예.”

카라프와 스탐의 시선이 동시에 마주쳤다. 그도 똑같은 생각을 했던 것이다.

아무리 강력한 장비와 공성병기로 무장한 몬스터들이라고 해도, 블러드 오우거만 죽인다면 영락없는 허수아비가 될 것이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블러드 오우거의 명령에 움직이기 때문이다.

“가자.”

스탐의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히든 브레이커들이 소리 없이 이동했다. 그 어떤 몬스터들도 그들의 기척을 감지하지 못했다.

아마 블러드 오우거는 다수의 오우거들을 대동한 채 자신의 몸을 사리고 있을 것이다.

물론 스탐을 비롯한 히든 브레이커들이 마음만 먹는다면 블러드 오우거 정도는 충분히 황천길로 보낼 수 있다. 물론 소수의 희생자가 생길 수도 있겠지만 그림자에 몸을 숨기면서 놈의 면전까지 간다면 성공확률은 거의 100%에 가깝다.

하지만 그들의 계획은 시작부터 난관에 빠졌다.

삐이이이!

그때 어디선가 괴상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 스탐을 비롯한 히든 브레이커는 깜짝 놀라 몬스터들에게로 시선을 주었다. 어느새 놈들이 칼을 빼든 채 달려들고 있었다.

“이건 도대체…….”

한 히든 브레이커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당황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몬스터들 중에서 자신들의 잠행술을 감지할 수 있는 존재는 블러드 오우거밖에 없었다.

“알람 마법인가?”

스탐이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말했다. 인간의 세계에 익숙했기에 그는 이 소리가 인간들이 적의 암습에 대비하여 사용하는 알람마법임을 잘 알고 있었다.

‘어째서 미개한 몬스터들이 알람마법을 걸 수 있단 말이지?’

하지만 그 고민은 오래가지 못했다. 일단은 이 몬스터들을 베어 넘기는 것이 먼저였기 때문이다.

“빨리 처치하고 뛰어!”

그렇게 소리친 스탐이 카스턴을 빼어 들며 오크들을 베기 시작했다. 냉기가 감도는 검날이 갑옷을 부수며 살가죽을 갈랐다.

“쿠어어어!”

퍼퍼펑!

카스턴의 검 끝에서 다량의 아이스 애로우가 쏟아져 나왔다.

본신의 힘을 써도 더 많은 오크들을 죽일 수 있었지만, 스탐은 왠지 예감이 좋지 않았다. 최대한 힘을 비축해 둬야만 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던 것이다.

--------------

간만에 올리는군요ㅡㅡ;

분량이 적은 것에 대해선...죄송하다는 말밖에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