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다크슬레이어-195화 (19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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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불타는 혈왕성

퍼퍼퍼펑!폐허가 된 레버쿠젠 시로 또 다시 폭격이 가해졌다. 곳곳에서 비명성이 난무했다.

“으아악!”

“이 빌어먹을 드래곤 놈들!”

뱀파이어들의 진영은 아비규환이었다. 수백에 이르는 뱀파이어들이 비명과 함께 죽어가고 있었고, 동료의 죽음을 바라보던 병사는 하늘을 향해 절규했다.

“제길, 만만치 않군.”

그 와중에서도 열심히 가디언들을 휩쓸고 있는 스탐은 이를 악물었다. 선두에 선 돌격대는 프로즌 카이져를 탄 자신을 중심으로 열심히 가디언들을 죽여 나가고 있었다. 그러나 가디언들의 후방에 포진한 나가들의 화살세례와 피닉스들의 습격, 드래곤들의 마법으로 인해 후방은 그야말로 풍비박산이 나고 있었던 것이다.

하프 뱀파이어 궁병대는 이미 전멸한 지 오래였고, 5만에 달하는 뱀파이어 정규군도 1만이 죽은 상태였다. 거의 한 전단이 소멸한 것이다.

“크오오오!”

한 떼의 사이클롭스들이 프로즌 카이져를 향해 덤벼들었다. 스탐은 능숙하게 몸을 움직이면서 먼저 다가온 한 마리를 방패로 후려치고, 뒤이어 오는 놈들을 거검을 휘둘러 한 마리씩 두 동강내어 나갔다.

적들의 공격이 완강하면 뒤로 물러서서 마법을 쏘아 얼려버린 뒤 방패를 휘둘러 으깨어버렸다. 개개인의 무위로는 뱀파이어들을 압도할 정도로 강한 가디언들을 프로즌 카이져는 손쉽게 죽여 나가고 있었다.

‘쳇, 만약 내가 탄 게 게르델피안의 플레임 로드였다면 이런 잔챙이들 쯤은 곧바로 쓸어버렸을 텐데.’

비록 프로즌 카이져가 플레임 로드를 쓰러뜨렸다곤 하지만, 적을 단기간 내에 조금이라도 더 죽여야 하는 이 상황에서 스탐은 플레임 로드가 그렇게 부러울 수 없었다. 프로즌 카이져는 애초에 플레임 로드를 잡으려고 방어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마갑기였기에 가디언을 상대로 고전하지는 않았지만, 반대로 빠르게 죽일 수도 없었던 것이다.

[배부른 소리 하지 마. 네가 이 마갑기를 타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캄에덴군은 엄청난 사기의 진작을 가져오고 있으니까. 그리고 벌써 몇 시간이나 싸웠지만 정작 너는 한 줌의 흑마기도 쓰지 않았잖아?]

“뭐, 그거야 그렇지.”

[그리고 지금 상황에선 오히려 이 놈이 더 좋아. 지금 너희 뱀파이어들의 주적은 가디언들이 아니라 드래곤이니까.]

“무슨 소리야? 가디언들을 최대한 빨리 잡아야 드래곤들을 노릴 수 있는 거 아냐? 지금 상황에서 방어는 필요 없다고. 드래곤 놈들도 브레스를 다 썼는데 뭘,”

스탐이 투덜거리며 가디언들을 베어 나갔다. 하지만 잠시 후 들려온 카스턴의 말에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모르고 있나 보군. 레드 드래곤들은 하루에 브레스를 세 번 쓸 수 있다.]

“!”

콰콰쾅!!

그때였다. 귓가로 울리는 엄청난 굉음에 깜짝 놀란 스탐이 혈왕성을 향해 프로즌 카이져의 고개를 돌렸다. 그리곤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어댔다.

“맙소사. 저것은…….”

너무나 놀라 벌려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바로 혈왕성의 붉은 탑에서 뿜어져 나온 엄청난 구체가 허공으로 쏘아지더니 드래곤 하나를 집어삼킨 것이다.

키아아아아!

피격을 입은 드래곤이 날카로운 괴성을 지르며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보통 때였다면 그 괴성은 드래곤 피어였겠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즉사가 아닌 이상 모든 생명체들이 죽기 직전에 내는 비명소리였던 것이다.

‘분명히 붉은 탑은 무력화되었을 텐데… 어째서 블록 버스터가 나간 거지!?’

전투가 벌어지기 전의 붉은 탑에 축적된 흑마기의 양으로는 블록 버스터를 넉넉잡고 다섯 발씩이나 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혈왕성은 브레스에 의해 흑마기가 완전히 바닥난 상태. 막대한 흑마기를 지닌 누군가가 주입시키지 않는 한에야 사용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서, 설마 카이사르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스탐은 다급해졌다. 제아무리 배틀 마스터라고 해도 다크 포트리스 레벨의 블록 버스터를 쏘아 보낼 정도의 흑마기를 불어 넣는다면 목숨이 위험하다. 더군다나 뒤통수를 한 차례 얻어맞은 드래곤들이 동족의 목숨을 앗아간 혈왕성을 가만히 내버려둘 리도 없다.

화아아아아!

아니나 다를까, 두서 마리의 레드 드래곤이 숨을 크기 들이쉬더니 혈왕성을 향해 불을 뿜었다.

“안 돼!”

스탐이 절규하며 소리쳤지만, 이미 폭염의 브레스는 혈왕성으로 떨어진 뒤였다.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붉은 탑이 먼저 무너졌고,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뱀파이어들의 왕성은 반쯤 녹아 불타고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중요한건 그들의 군주였다.

“이 놈들이 카이사르를…!!”

스탐이 손을 부들부들 떨며 드래곤들을 쏘아보았다. 하지만 목소리는 낮았다. 현재 지휘관이나 다름없는 자신이 카이사르의 이름을 병사들이 들리도록 소리친다면 그들은 당연히 자신들의 군주가 사망한 것으로 여길 것이다. 구심점이나 진배없는 뱀파이어 로드를 잃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뱀파이어들이 과연 얼마나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물론 스탐에게 있어서 카이사르는 주군 이전에 친구였다. 생사고락을 같이 해온 친구. 그런 친구의 목숨을 앗아간 드래곤들을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었다.

“죽여버리겠어, 개자식들!”

“스탐, 진정해.”

“이봐 카스턴. 내가 이 상황에서 진정하게 생겼어? 말리지마!”누군가가 말리자 스탐은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하지만 뒤돌아 온건 카스턴의 냉랭한 한 마디였다.

[나는 너를 말리지 않았다.]

“……잠깐.”

한참 멍한 표정으로 있던 스탐이 이내 자신에게 진정하라고 말한 인물의 목소리를 떠올렸다. 아주, 아주 익숙한 목소리다. 그것도 방금 전에 자신이 죽은 것으로 여겼던 목소리.

스탐은 천천히 프로즌 카이져를 통해서 눈앞에 있는 인영의 정체를 확인했다. 왜소한 체구를 가졌지만 뱀파이어족의 패왕임을 증명하는 갑옷과 투구를 입은 존재.

“카이사르!”

“뭘 그렇게 놀라고 그래? 마치 날 죽은 것처럼 생각했나본데?”

“나 참,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한숨을 돌리며 프로즌 카이져의 해치를 통해 상체를 바깥으로 내민 스탐이 카이사르를 다그쳤다. 설마하니 혈왕성에서 마지막까지 있었던 그가 저 상황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실은…….”

무력화된 줄로만 알았던 혈왕성에서 블록 버스터가 쏘아 올려지기 전의 일이었다.

“앗?!”

한참 혈왕성을 내려가고 있던 카이사르가 깜짝 놀랐다. 그의 눈앞으로 한 인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누구지? 이제 나 이외에 혈왕성에 있는 놈들은 없을 텐데.’

한참 그 정체불명의 뱀파이어를 살펴보던 카이사르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카리스마가 물씬 풍기는 중년의 뱀파이어, 그는 바로 자신에게 뱀파이어 로드의 자리를 빼앗긴 희대의 군주였다.

“아이슬로너, 당신이 왜 이곳에…….”

“그대들에게 사죄하러 왔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거리는 카이사르를 바라보는 아이슬로너의 눈빛은 한결같았다.

“드래곤들의 눈엔 우리가 인간과 같을 것이다. 개미새끼로밖에 보이지 않겠지. 그런 놈들의 협박에 고개를 숙였다는 것 자체가 뱀파이어 족 전체에 대한 모욕이다. 나는 오늘, 그 책임을 목숨으로 갚겠다.”

“그러실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그 건은 찬탈당하신 것만으로도 충분하잖습니까?”

카이사르의 완강한 설득에도 불구하고 아이슬로너는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다.

“공과 사를 구분할 순 없지. 너에게 진 것은 엄연히 나의 능력 부족이다. 드래곤들에게 캄에덴의 신민들을 팔아넘긴 것과는 전혀 다른 문제지."

“그, 그런…….”

“더 이상 헛소리하지 말고 꺼져라. 난 군주인 너의 명령을 들을 가치조차도 없는 쓰레기다.”

“휴, 알겠습니다.”

카이사르는 아이슬로너의 눈빛을 보면서 더 이상 저 전대의 군주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숨을 쉰 카이사르는 한참 동안 그를 보더니, 고개를 숙였다.

“그럼, 건투를 빌겠습니다. 벨리우드의 가호가 함께 하시길.”“그대도 마찬가지.”

가볍게 손을 흔든 아이슬로너는 최대한 빨리 붉은 탑을 향해 뛰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카이사르도 바쁘게 뛰었다. 머지않아 성난 드래곤들이 탑을 파괴할 것이다.

“후후후. 참 오랜만에 밟아보는군.”

붉은 탑까지 올라온 아이슬로너가 쓴웃음을 지으며 잠시 동안 주위를 둘러보았다. 카이사르에게 찬탈 당해 수백 년을 함께 했던 뱀파이어 로드의 왕좌에서 쫓겨난 지도 몇 달이 지났다.

물론 600년을 사는 뱀파이어에게 있어 몇 달이란 그야말로 순간이다. 하지만 아이슬로네에게 있어선 재위기간보다도 더 오랜 세월처럼 느껴졌다.

“그럼 시작해볼까? 저 더러운 무리들에게서 우리의 미래를 지켜내기 위한 한 손을…….”

탑의 꼭대기까지 올라온 아이슬로너는 수정 구슬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돌처럼만 보이던 수정 구슬에 검은 오러가 피어오르면서 생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끝장을 보자고.”

어느새 아이슬로너의 눈은 허공에서 마법을 퍼부어대고 있는 드래곤들을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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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입니다.

요새 수능 끝나고 시간도 남고 해서 알바 자리를 구해다니는 중입니다 ㅡㅡ;

참 힘들더군요. 돌아다니는 데마다 일거리는 많은데 할만한 건 없어서...-ㅅ-; 피시방 새벽 알바가 땡기기는 한데, 잠이 많은 제가 할 수 있을지 걱정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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