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9
역습 –1-
"고생했어."
"너야말로."
김애경이 핼쑥한 얼굴로 미소 지었다.
다들 비슷했다. 하나같이 낯빛이 창백했다.
피터가 위로하듯 말을 건넨다.
"Mr. 김도 고생하셨나 봐요. 얼굴이 안 좋으세요."
"응? 하얀 게 보기 좋은데?"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김현은 흡혈귀. 따라서 얼굴이 매우 하얗다. 원래 햇볕에 적당히 타서 약간 구릿빛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조금은 이질적이라고 해야겠지.
습관적으로 주위를 확인했다. 일행 외에는 아무도 없고, 기자들도 멀찍이 병실 밖에서 얼쩡거리고 있다. 도청을 시도하는 이는 몇 있으나 혼멸 성혼으로 간단히 무력화했고.
"사실은 할 말이 있습니다."
일행에게 말하자 김애경이 상체를 김현 쪽으로 기울였다.
"무슨 일인데? 그때 그 일?"
"맞아."
"음...... 난 솔직히 네가 죽은 줄 알았어."
"비슷해. 유명계의 입망 의식을 치렀으니까."
"입망 의식......"
"그게 뭐에요?"
"쉽게 말해서 유명계에 귀의, 귀화하는 거죠. 육체를 버리고 유령이 되는 겁니다."
"으악! 그게 죽는 거 아니에요?"
"그렇지. 죽는 거랑 똑같지."
피터가 화들짝 놀라자 김현은 천천히 설명했다.
때마침 고대 흡혈귀의 핏방울을 소지하고 있었다는 점과 암신종에게서 흡혈귀 군주의 혈정을 얻었다는 사실. 그걸 이용해 몸을 흡혈귀로 바꾸어서 극적인 반전을 이뤘다는 것까지.
"흡혈귀요? Mr. 김, 지금 흡혈귀에요?"
에일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김현은 입을 커다랗게 벌렸다. 힘을 집중하자 송곳니 두 쌍이 길게 자라난다. 그걸 보고 일행 모두 기절초풍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너, 어떻게 되는 거야?"
냉정을 유지하는 건 김애경 하나. 차분한 눈으로 김현을 바라본다.
"달라질 건 없어, 아직은. 내 영혼은 유령이고 내 육체는 흡혈귀여서 상황이 묘하게 됐거든."
"묘하게 됐다? 정확하게 설명해 봐."
"누나가 판독 계열 성혼이 있으면 좋은데. 간단해. 난 지금도 지구에 속해 있어. 종족은 인간이 아니고, 혼종이 되긴 했어도."
"혼종......"
"그래야 내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었거든."
"어쨌든, 너는 내 동생 김현이 맞다 이거지? 외계종이나 괴물이 아니라?"
김애경이 주먹을 가볍게 쥐었다. 붉고 푸른 섬광이 차분히 일어나 투명한 힘으로 변해갔다.
흔들림 없는 두 눈동자.
그러나 그 안에서는 격렬한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응. 난 누나 동생 김현이 맞아. 아직까지는."
"그럼 됐어."
김애경이 주먹을 풀고 힘을 흐트러뜨렸다. 이어 두 팔을 벌려 김현을 꽉 안았다.
"넌 내 동생이야. 그것만은 기억해. 알았지?"
"어어? 그런 것치고는 아까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던데? 누나, 솔직히 말해 봐. 내가 괴물이 됐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그건, 만약 그랬다면 나는......"
김애경이 눈이 지진 난 것처럼 떨렸다. 김현은 적당하게 김애경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아냐, 솔직히 누나가 생각했던 게 맞아. 만약 그런 일이 생기면 누나 손으로 끝장을 내야지. 안 그래?"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지금 상황, 조금 의외이긴 해도 대처 방법이 있거든. 어떤 최악의 일이 벌어져도 누나 손에 내 피를 뭍일 일은 없어."
확고한 선언에 김애경의 얼굴이 편해졌다. 그러더니 오른손을 들어 김현의 등을 후려친다.
"왜 때려?"
"이 쪼그만 게 걱정이나 시키고! 야, 그런데 너 언제부터 등이 이렇게 단단했냐? 엄청 아프네."
"흐흐, 당연하지. 누나가 멸망포 정도는 써야 내 몸에 생채기라도 낼걸? 나 6성 됐어."
"에엑?"
"헉!"
"지, 진짜요?"
다들 믿기지 않는다는 투. 5성에 오른 지 몇 달이나 됐다고 벌써 6성인지 모르겠다.
"전화위복이죠. 운이 좋았어요."
"아무리 운이 좋아도 그렇지, 세상에......"
"그리고 방금 백혈탑 접수하고 오는 길이에요. 제가 선지자라는 걸 백흔혼이 유명계에 알리는 바람에 이렇게 된 거거든요."
"선지자요? 그게 뭔데요?"
피터의 질문.
그래, 이들도 이제는 알 때가 되었지.
김현은 자신에 대한 비밀을 일행에게 일부 털어놓았다. 김애경과 이세희에게는 진작 알렸던, 그러나 다른 일행에게는 적당히 얼버무렸던 사실을.
서경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그렇게 큰 비밀이었어요? 형이 예지 능력자라는 건 온 세상이 다 아는데요."
"알긴 알아도 범위가 얼마나 되는지는 잘 모르지. 난 100년 뒤 미래까지 볼 수 있어."
"에엑?"
100년!
그 단어에 서경태가 눈을 흡떴다. 피터나 에일리도 마찬가지. 이미 이 사실에 대해 아는 김애경과 이세희만 담담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대한민국에 있을 적 100년 운운한 적은 있지만 널리 퍼지진 못했다. 단순히 강조하려고 긴 세월을 입에 담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지.
"어쩐지......"
에일리가 가장 먼저 진실을 받아들였다.
"그 희한한 물건들을 척척 만드는 게 이상하다 했어요. 이제 이해가 되네요."
"우와! 100년 예지요? 100년 뒤에는 세상이 어떻게 변해 있어요? 그때도 괴물들이 지구를 공격하나요?"
"아니. 22세기, 2118년에는 이미 지구가 인류의 것이 아니야."
"네?"
"그때는 지구가 함락당한 뒤야. 외계종들이 지구를 지배하면서, 인간을 자원으로 삼아 제멋대로 성혼을 채굴하게 되지."
예전에도 이 말을 했었지.
그때의 설명을 그대로 반복한다.
서경태, 피터, 에일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숫제 휴지처럼 구겨진다. 그러다 서경태가 주먹을 쥐고는 바닥을 내리쳤다.
"그 새끼들이 결국...... 형, 그게 정말이에요?"
"맞아."
"누나들은 알고 있었고요?"
"그러니까 미국까지 쫓아왔지."
"아......"
서경태가 얼굴을 실룩였다.
"차라리 저한테도 가르쳐 주시지......"
"그때 넌 준비가 안 됐었어. PTSD 환자한테 세계 종말에 대해 얘기한다고 해도 들은 척이나 할 것 같아? 네 아버지 일은 안타깝지만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어."
"그건 그렇죠......"
서경태가 어두운 얼굴이 되어서는 고개를 숙인다. 자신을 대신하여 죽은 부친이 생각나는 모양.
다른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예지 능력자와 선지자는 달라요. 차원의 비밀을 꿰뚫어 보느냐, 보지 못하느냐가 가장 큰 차이가 있지요. 전 지구의 미래만 아니라 외계종들의 미래와 정보도 조금은 훔쳐볼 수 있습니다."
"Mr. 김, 그런데 그 능력 꽤 불안정한 것 같은데요?"
"맞아요. 성혼이 아니라 일종의 예지몽이라서 그렇지요. 전 고정된 시점...... 세계선이라고 할까요? 그 세계선만 읽어냈어요. 지금은 이미 제가 보았던 미래가 바뀌었지요. 큰 틀에서는 비슷하게 흘러갑니다만."
"잠깐만요. 그럼 Mr. 김이 본 그 미래가 도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네요?"
"그래서 지금처럼 노력하는 거죠. 살아남으려고."
"아하."
피터가 곰곰이 생각하다가 손을 들었다.
"어, 어, 그럼 앞으로 위험해지는 거 아니에요? 외계종들이 좋아하진 않을 것 같은데."
"그렇지. 그래서 지금까지 숨긴 거야. 지금 내가 말한 건 지구 전체를 통틀어도 아는 사람이 10명이 안 돼. 미국 대통령도 모르는 거니까 너희도 어디 가서 말하면 안 된다. 켄트 양, 켄트 양도 그러실 수 있죠?"
"당연하죠."
"어쨌든, 백혈탑을 접수한 이상 제 거점을 백혈탑으로 이전할 생각입니다. 거기 본부를 두려고요. 방어 능력도, 차원 왜곡 능력도 백혈탑이 좋긴 좋거든요. 차원문을 개조하면 원정 가기도 더 쉽고."
"저...... 원정을 꼭 가야 하나요?"
피터가 기어드는 목소리로 말했다. 에일리가 마음에 안 드는지 입술을 씰룩인다.
"왜, 겁먹었어? 야, 원정 안 가고 배 까고 누워만 있으면 지구가 망한다는데 집에만 있으려고?"
"그게 솔직히 좀......"
차분히 일행 모두를 확인했다. 조금씩 꺼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이번에 하도 된통 당했으니 그럴 만도 하지.
"간다고 해도 한참 뒤가 될 겁니다. 그리고 이번처럼 무리한 원정은 안 하려고요. 앞으로는 원정이 아니라 거래만 하고, 무역만 하겠습니다."
"무역이요?"
"원래 처음 목표가 그거였어요. 이번에는 일이 이상하게 되어서 암신종을 사냥하려 한 겁니다만, 앞으로는 그러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사냥꾼이 아니라 상인이라고 생각하고 성혼이나 거래하고, 보물이나 사고 다니지요. 피터, 어때? 이 정도는 괜찮겠어?"
피터가 망설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위험하지만 않으면요."
"어휴, 저 새가슴."
"하하. 이번에 느낀 게 많아요. 아무리 제가 선지자여도 무리하면 안 되는 거였는데...... 앞으로는 절대 그럴 일이 없을 테니 많이들 도와주세요. 아셨죠?"
"알았어."
"당연하죠."
"네!"
"오늘 저녁은 푹 쉬세요. 내일부터는 역습을 시작할 테니."
역습!
그 단어에 일행 모두 귀를 쫑긋 세웠다.
"어디에 말이야?"
"당연히 유명계지. 지구에 있는 유명계 탑이 총 여섯 개지? 그걸 다 공격할 생각이야. 내부를 박살내고 장악하려고 하면 유명계도 별수 없지. 백혈탑만 빼고 나머지는 다 철거하게 돼."
"그게 가능......하겠구나. 너 6성이니까."
"그렇지. 어제도 그렇게 해서 백혈탑을 차지했어."
"Mr. 김. 그렇게 탑을 철거하면 뭐가 좋아요?"
"사실 별로 좋을 건 없어요."
"네에?"
"차원의 벽은 여전히 약해지는 중이니까요. 6성 유령을 파견할 때가 되면 재차 침공하겠죠. 그래도 그때까지 지구에 대한 영향력이 많이 줄기는 할 겁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피후원자들에 대한 지배력이 약해진다는 사실. 새롭게 후원자를 늘리기도 어렵고.
이세희가 듣고 있다가 질문을 했다.
"그럼 아예 열여덟 세계를 다 철거해버리는 게 낫지 않아요?"
"아니죠. 그럼 역으로 각성자들이 성장할 기회도 차단됩니다. 우리가 공급하고 거래하는 성혼에는 한계가 있어요. 지구 전력이 어느 수준까지 올라갈 때까진 외계종들을 끌어안고 가야 합니다."
그래도 여유는 있다. 원 역사에서 6성 외계종 침공이 이뤄진 게 2022년이기 때문이다. 차원의 벽이 얇아지는 속도가 빠른 만큼 6성 외계종도 더 빨리 나타나겠으나 김현은 그 전에 7성에 올라설 자신이 있었다.
이세희가 두 눈을 가운데로 모았다.
"복잡하네요."
"복잡할 것도 없어요. 당장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하죠. 그 첫 번째가 유명계 퇴출입니다. 우리의 힘을 전 차원계에 보여줍시다. 우리가 만만치는 않다는 걸, 단순한 가축이 아니라는 걸 각인시켜주는 거예요."
일행의 시선이 빛났다.
그들도 느끼고 있던 차다. 외계종들과 만나서 대화를 하면, 이들이 지구를 굉장히 무시한다는 사실을.
백흔혼은 그나마 나았지. 다른 이들은 심각하게 우월적인 태도를 내비치곤 했다. 일행 전원이 5성 등급을 달성한 다음에도 그랬다.
그래 봐야 너희는 거기까지라는 태도. 이제 상처 입은 자존심을 복구할 때가 왔다.
"바로 가요!"
이세희가 기운차게 일어나며 외쳤다.
일행 모두 김현의 치료로 정신적인 상처를 모두 회복한 다음이었다. 김현이 6성 등급이 되었다는 것에 고무되어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다.
미국과 협의하여 군용 비행기 한 대를 빌렸다. 그런데 뜻밖에도, 김현 전담 백악관 보좌관이 조금 꿍얼거렸다.
[저희 미군기를 전용기처럼 운영하시는 건 곤란합니다만......]
항상 흔쾌히 내어주던 것과 비교하면 썩 좋지 않은 반응.
난민 자경단 때문이겠지.
김현이 단순히 인도적인 목적에서 난민들을 돕는 것을 넘어, 변방의 군벌이 되고자 하는 모습을 은연중에 풍기고 있으니까.
"안 됩니까? 안 되면 어쩔 수 없고요."
김현도 아쉬울 건 없다. 되레 강하게 나가자 스마트폰 너머로 상대가 쩝, 하고 입맛을 다시는 소리가 들렸다.
[안 된다는 것은 아니고요.]
어찌어찌 미군기를 빌리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보좌관의 반응을 보면 미국과 결별할 때가 가까워진 성 싶다.
'떠날 때 떠나도 그냥은 못 떠나지.'
하은이 사건으로 갚아야 할 빚이 있으니. 그와 별개로 미국 대통령의 호의를 많이 받았으니 앞으로도 한두 번은 양보해 줄 생각이었다.
미군기를 타고 출발.
가장 가까운 곳은 페루의 리마에 있는 흑영탑이었다. 언제나 그러했듯 상공에서 강하했다. 방어막이 일행을 막아서지만, 김현은 혼왕 성혼을 퍼부어 방어막을 중화했다.
"와, 이런 것도 돼?"
"기본이지."
정확히 사람 둘 지나갈 정도로 구멍을 뚫은 김현.
일행이 천천히 방어막을 지나갔다.
흑영탑주의 수완이 보통이 아니었다. 이걸 보고는 방어막을 수십 개로 분열하여 앞을 막는다. 더구나 구멍 뚫린 곳도 즉석에서 메꿔버리고.
"제법인데."
가만히 뇌까리며 손을 들었다.
김현의 투명한 눈이 방어막 안, 탑 안의 탑주를 정확히 주시하고 있었다. 공간을 격하고 막대한 힘을 쏘아 보냈다.
정신 계열 성혼이 무서운 점 또 하나. 각종 방어막을 쉽사리 무시한다는 점. 탑주가 부르르 떨다가 영체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기절했다.
"어어, 야!"
"네가 불러놓고 네가 기절하면 어떻게 해!"
이질적인 소음이 들린다.
유령들 특유의 영음이 아니라 인간의 성대에서 나는 목소리.
이거 설마......
김현의 눈에 실린 어둠이 짙어졌다.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일행에게 말했다.
"들어가죠."
"응."
"가요, 가!"
김현 일행의 흑영탑 공략은 전 세계에 화제가 되었다. 말하기는 일행에게만 말했지만, 백혈탑 접수 후 흑영탑으로 떠난 것에서 냄새가 폴폴 풍겼기 때문이다.
자연히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조금 전 장면이 전 세계로 송출되었다. 심지어 흑영탑 내부에서도 현재 상황을 알리는 이가 있었다.
그 결과 한 가지 결론이 도출된다.
"6성......"
누군가 신음처럼 한 마디를 내뱉었다.
주위 사람들이 괴물 보는 눈으로 김현을 보았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혼자서 6성이라니, 이건 너무 하지 않은가. 그 강하고 신비로운 외계 거점의 관리자들도 5성에 머물러 있는 판국에.
쏟아지는 시선 속에서 묵묵히 걸음을 옮겼다.
흑영탑이 눈앞에 있었다. 이제 5분만 있으면 흑영탑 내부로 진입하게 된다.
끼이익.
그때 거친 마찰음을 내며 탑의 정문이 열렸다.
쏟아지는 음산한 기운.
찰칵! 찰칵찰칵!
기자들이 경쟁하듯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리포터들이 흥분한 기색으로 카메라 앞에서 떠들고 있었다.
유령들이 나올 줄 알았다. 여기 있는 사람들 모두, 유령들이 귀곡성을 지르며 회색 안개를 뿌리는 장면을 상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흑영탑에서 나온 이들은 모인 사람들의 기대에서 완벽히 벗어나는 자들이었다.
저벅저벅.
걸을 때마다 발소리가 울렸다.
유명계 특산의 영혼 갑옷을 몸에 걸치고, 형체 없는 귀신 무기로 장비하고 있었다.
각성자들.
즉, 유명계의 피후원자들.
그들이 탑을 빈틈없이 막아섰다. 일그러진 얼굴로 김현을 보며 목이 터져라 소리친다.
"돌아가, 슈퍼 김! 제발!"
"공격하지 마!"
"공격하면 우릴 죽인댔어!"
그들의 얼굴에 어린 것은 공포, 혹은 당혹감. 배신당한 사람 특유의 충격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었다.
김애경이 혀를 찼다.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