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소울(THE SOUL)-4화 (4/175)

# 4

더 소울(The Soul) - 경계를 살아가는 방법(1)

@ 경계를 살아가는 방법.

크아아앙!

건을 향해 달려드는 괴물 개. 건은 순간 가슴이 철렁했지만 일단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열심히 달리는 것뿐이었다.

“으아아아아!”

모든 힘을 쥐어짜 내며 건은 달리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을 추격하는 괴물 개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미친 듯이 달렸다. 하지만 그 괴물 개는 건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랐다.

커어엉!

어느새 건을 다 따라잡은 괴물 개는 곧장 건의 등을 향해 뛰어들었다.

“헉!”

그 순간 건은 위험을 느끼곤 곧장 바닥을 뒹굴었다.

찌지직!

아슬아슬하게 옷만 찢기며 괴물 개의 공격을 피한 건. 하지만 위험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제, 젠장…….’

육두문자가 마구 쏟아질 것만 같은 이 상황에서 건이 할 수 있는 건 일단 뭔가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무기를 찾는 것이었다.

더듬더듬.

건은 바닥을 구르면서 동시에 손에 잡히는 무기가 될만한 걸 찾았다.

덥썩!

다행히도 뭔가가 하나 잡혔다.

크어어엉!

다시 달려드는 괴물 개.

건은 자신이 잡은 그 무기(?)로 괴물 개를 막았다.

찌지직!

괴물 개는 무기, 아니 건이 내민 신문지 뭉치를 물었다. 하필 무기라고 생각하고 잡는 게 신문지 뭉치였다.

당장에 신문치 뭉치는 괴물 개의 사나운 입에 찢어져 두 동강이 나버렸다.

그리고 괴물 개는 여전히 건을 노리고 있었다.

‘안 돼…… 이대로 이 개새끼한테 잡아먹힐 순 없어!’

너무나 다급한 상황이었지만 건은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남은 절반의 신문지 뭉치를 다시 고쳐잡고 이 위기를 빠져나갈 방법을 다시 찾아보았다.

살고자 하는 간절함.

그 간절함은 결국 약간의 기적을 만들었다.

드드드득!

건은 갑자기 자신의 오른팔이 돌덩이처럼 단단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동시에 오른팔이 잡고 있던 반 토막 난 신문지 뭉치마저 단단해지는 느낌이 확실히 전해져 왔다.

‘뭐, 뭐지?’

당황스러운 변화였지만 지금은 그걸 당황스럽게 생각할 여유조차 없었다.

“으아아아아!”

건은 일단 그 상태 그대로 괴물 개를 향해 신문지 뭉치를 휘둘렀다.

퍼어억! 콰득!

뭔가가 깨지는 소리가 나며 괴물 개가 뒤로 나자빠졌다.

그리고 그와 함께 잠깐 돌처럼 단단해졌던 오른팔과 신문지 뭉치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헉…… 헉…….”

거침 숨을 몰아쉬던 건은 뒤로 나자빠진 괴물 개의 몸이 점점 흐려지는 걸 보며 그제야 안도할 수 있었다.

‘근데 방금 뭐였지?’

건은 손에 들고 있던 신문지 뭉치와 자신의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

하지만 신문지는 그냥 신문지일 뿐이었고 오른손도 그냥 오른손일 뿐이었다.

“뭔가 귀신에 홀린 거 같네…….”

건은 잠깐 몸을 부르르 떨곤 그대로 빠르게 달려나갔다. 또 언제 어디서 수귀가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는 일단 이 경계의 영역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그렇게 한참을 달려 간신히 경계의 영역에서 벗어난 건은 뒤를 돌아다 보았다.

분명 조금 전까진 경계의 영역이었던 곳이 이제는 현실 세계로 바뀌어 있었다.

건은 다시 자신이 달려온 길을 거꾸로 거슬러 오르며 주변을 살펴보았다. 확실히 조금 전과는 느낌 자체가 달랐다.

그렇게 한참을 거슬러 올라가던 건은 자신이 발로 차서 찌그러트렸던 자동차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자동차는 멀쩡했다.

‘그러니까 같은 모습을 하고 있어도 전혀 다른 공간이란 거지?’

건은 이제야 어느 정도 경계란 곳이 이해가 되었다.

“하아…… 어쩌다 이런 이상한 일에 휘말린 거지?”

건은 일단 한숨부터 나왔다.

그가 원한 건 그냥 무난하고 평범한 삶이었다. 남들이 너무나 쉽게 살고 있는 그런 평범한 삶…… 건은 그걸 원했을 뿐이었다.

“……돌겠네.”

잠시 건은 고개를 흔들며 일단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부터 생각해보았다.

‘이대로라면 난 또 얼마든지 위험해질 수 있어. 내가 경계란 곳을 내 의지대로 들어갔다 나왔다 할 수 있는 게 되기 전까지는 무조건 이런 일이 또 생길 거야.’

아직은 경계란 곳이 어떤 곳인지 모르는 게 더 많았다.

그러므로 더 위험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매번 도망치는 걸로 살아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아.’

괴물 개가 그러했듯이 경계 안의 수귀들은 생각보다 더 강해 보였다.

“결국, 나 스스로 몸을 지킬 수 있을 방법을 찾아야 해.”

건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쉽진 않겠지만 이게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근데 그럼 격투기 도장이라도 다녀야 하나?’

막상 스스로 몸을 지키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지만 정작 정확히 어떻게 해야 할지는 잘 감이 오지 않는 건이었다.

* * * *

며칠이 지나도록 고민했지만 좋은 방법을 찾지 못했다.

그냥 서점에 들러 복싱 교본이나 격투기 교본 몇 권을 산 게 전부였다.

하지만 그것들만으로는 부족했다.

그날 이후로 건은 보름 동안 두 번이나 더 경계에 들어갔었다. 그 중 한 번은 아무 일 없이 빠져나왔고 한 번은 고양이 모습을 한 수귀에게 쫓기긴 했지만, 간신히 도망칠 수 있었다.

그렇게 두 번을 더 경계를 경험하고 나자 결국, 건은 며칠을 더 고민하다가 고시원 근처에 있던 해동검도 도장에 등록했다.

덕분에 PC방 아르바이트는 그만둬야 했다. 지금은 돈보다 목숨을 지키는 게 더 중요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목숨이 걸렸다는 생각에 건은 아주 열심히 해동검도를 배웠다.

그리고 또 일주일이 흘렀다.

스으으으.

또다시 찾아온 이상한 기분. 경계였다.

‘왔군.’

네 번째로 경계를 경험해서일까? 아니면 등에 메고 있는 목검(木劒)이 위안이 돼서일까?

건은 전보다는 훨씬 안정된 표정으로 경계에 들어왔다.

스산한 분위기와 귓가에 계속 조잘대는 잡귀들은 여전했지만, 건은 긴장하지 않고 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갔다.

‘일단 경계에 한 번 들어오면 뒤로 돌아서 간다고 경계에서 나갈 수 있는 건 아니다. 경계란 것 자체가 나를 중심으로 크게 타원을 그리며 만들어졌기 때문에 일단은 어느 쪽이든 빨리 걸어서 빠져나가는 게 좋다.’

건은 자신이 그동안 생각했던 걸 다시 한 번 머릿속에서 정리했다. 그리고 그는 절대 경계에 들어서자마자 뛰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았다.

건은 혹시라도 수귀가 나타냈을 때 전력으로 뛰어야 했기 때문에 일단은 힘을 비축해두기 위해서라도 처음에는 빠르게 걸어나가는 게 났다고 생각했다.

‘좌우를 잘 살피고…… 당황하지 말고…… 비록 일주일밖에 배우지 못했지만 그래도 뭔가를 배우긴 배웠잖아?’

건은 계속 호흡을 크게 쉬며 긴장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얼마를 걸었을까?

건은 이제 몇 분만 더 걸어가면 경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 같은 느낌을 받았다.

‘뛸까? 아니야. 그래도 모르니까 그냥 이 페이스 그대로 걸어가자.’

건은 속도를 늦추지도 올리지도 않고 계속 그대로 걸어갔다.

그런데 바로 그때.

예상치 못한 변화가 일어났다.

그르르륵.

갑자기 건이 걸어가고 있던 길 앞쪽이 뒤틀리듯 일그러지며 그곳에서 커다란 팔 하나가 튀어나왔다.

쿵!

“헉!”

건은 깜짝 놀라며 등 뒤에 메고 있던 목검을 꺼내 들었다.

‘도망가야 하나?’

건은 다시 한 번 뛰어서 도망가는 걸 먼저 생각했다. 하지만 건이 그 고민을 끝내기도 전에 어느새 뒤틀려진 공간에서 키가 거의 3m는 될 것 같은 괴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커어어어엉!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건을 향해 포효하는 괴물.

녹색 피부의 그 괴물은 눈이 열 개가 달렸고 손도 네 개나 달린 진짜 말 그대로 그냥 괴물이었다.

“제, 젠장.”

건이 아무리 경계에 대해 모른다고 해도 이건 결코 수귀 같은 게 아닌 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일단 건은 해동검도를 배운 것과 목검을 들고 있는 것 따윈 지금 아무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확실히 깨달았다.

‘도망치자!’

건은 앞뒤 보지 않고 일단 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건이 달리는 것과 동시에 괴물도 건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쿵쿵.

“제기랄!”

건은 입술을 꽉 물고 온 힘을 다해 달렸다. 하지만 괴물은 둔해 보이는 모습과 달리 생각보다 굉장히 빨랐다.

괴물은 순식간에 거리를 좁히며 건을 향해 다가왔다.

이대로라면 몇 분 뒤에는 괴물의 뱃속에 들어가 있을 것만 같아 보였다.

‘이렇게 허무하게 죽을 순 없어. 난 살아야 해!’

건은 처음 경계에 왔을 때 그때 일어났던 기적과 같은 일을 떠올렸다.

분명 그때 오른팔과 들고 있던 신문지 뭉치가 돌처럼 단단해진 적이 있었다.

‘침착해, 백건. 이럴 때일수록 더 침착해야 해.’

괴물은 점점 더 가까워져 왔지만, 건은 애써 괴물은 생각하지 않고 마음을 최대한 다스렸다.

‘그때 어떻게 했지? 어떻게 그렇게 됐던 거지?’

건은 계속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때의 느낌을 기억해내기 위해 계속 노력했다.

쿵쿵쿵.

이제는 정말 괴물이 그 긴 팔만 뻗으면 건을 낚아챌 수도 있을만한 거리까지 좁혀졌다.

죽고 사는 게 불과 십 초 정도 안에 결정될 것 같은 그 순간.

건은 발악하듯 외쳤다.

“여기서 죽을 순 없다고!!”

크어어엉!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괴물이 건을 향해 손을 뻗었다.

바로 그때 건에게 다시 한 번 예전에 겪었던 그 기적과 같은 경험이 찾아왔다.

드드드득.

오른팔과 함께 들고 있던 목검까지 단단하게 변하는 느낌.

건은 그 느낌이 느껴지자마자 곧장 몸을 돌리며 자신을 향해 팔을 뻗던 괴물을 향해 목검을 휘둘렀다.

빠아악! 우득!

크아아아앙!

목검은 정확히 괴물이 뻗은 손에 적중되었다. 그리고 목검에 실린 힘이 적지 않았는지 괴물의 손뼈가 부러지는 소리까지 났다.

‘됐다!’

건은 자신의 노력이 결국 기적을 다시 만들었다고 생각했다.

적어도 괴물의 손을 쳐낸 그 순간만큼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 괴물은…… 네 개의 손 중 하나의 손을 다쳤다고 겁을 먹거나 주춤거릴 놈이 아니었다.

괴물은 건이 자신의 손을 부러트리자 곧장 반대쪽 손을 뻗어 건의 목덜미를 낚아챘다.

“컥!”

건은 본능에 따라 다시 오른손으로 목검을 휘둘러 놈에게서 탈출하려고 했지만, 괴물은 남은 두 손으로 건의 오른팔과 목검을 제압했다.

“커어어억.”

완전히 제압당한 건.

이대로라면 정말 건은 괴물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어 보였다.

쩌어어억.

괴물은 마치 배가 고팠다는 표정으로 천천히 커다란 입을 벌렸다.

건을 한입에 삼켜버릴 것 같았다.

‘으어어…… 진짜…… 이게…… 끝인가?’

건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어떻게 해서라도 여기서 탈출하려고 했다. 하지만 괴물의 힘은 무지막지했고 상대적으로 건의 힘은 너무나 미약했다.

스으윽.

입가로 건을 가져오는 괴물.

건은 진짜 꼼짝없이 놈의 뱃속으로 들어갈 것만 같아 보였다.

그런데 바로 그때.

갑자기 괴물의 등 뒤에서 앳돼 보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흥, 이 암괴(暗怪) 새끼가 겨우 도망쳐서 하는 짓이 아주 가관이네.”

흠칫.

괴물은 그 목소리를 듣자마자 깜짝 놀라며 곧장 건을 뒤쪽으로 향해 던져버렸다.

콰과광!

하지만 건은 허공만 가르고 바닥에 처박혔다.

“컥, 콜록…… 콜록…….”

다행히 건은 죽진 않았지만, 목과 허리가 끊어질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

한편 건을 뒤로 던진 괴물은 뒤도 안 돌아보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괴물은 단 두 발자국도 도망가지 못했다.

“내가 도망갔다 잡히면 더 괴로울 것이라고 했었지?”

파파파팟!

괴물의 몸에 꽂히는 몇 장의 카드들. 그것은 타로 카드였다.

“다시 내가 원래 있던 곳으로 꺼져라!”

퍼퍼퍼퍼퍼펑!

그걸로 끝이었다.

타로 카드가 몸에 꽂힌 그 괴물은 그대로 폭발하면 온몸이 산산이 조각나버렸다.

“헉…… 헉…….”

건은 그런 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흥, 그러기에 그냥 얌전히 있지 왜 도망가?”

탁탁탁.

괴물을 단 몇 장의 타로 카드로 날려버린 남자…… 아니, 남자라고 얘기하기가 좀 그런 꼬마가 옷에 묻은 먼지를 털며 중얼거렸다.

‘꼬마?’

11살? 12살?

분명 대략 그 정도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 어린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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