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소울(THE SOUL)-7화 (7/175)

# 7

더 소울(The Soul) - 단련(1)

@ 단련.

PC방 아르바이트에 이어 물류센터 아르바이트까지 그만둔 건은 오전에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다시 구해보았다.

어지간하면 일이 조금 힘들어도 시급은 높은 아르바이트를 구하려고 했지만, 막상 오전에만 할 아르바이트를 찾다 보니 딱 마음에 드는 아르바이트를 구할 수 없었다.

몇 군데 마음에 드는 아르바이트가 있었지만 모두 해동검도를 그만두어야만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수민은 건에게 혼을 키우는 것과 별개로 호신술을 정도는 배우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육체를 단련하는 것도 혼을 단련하는 것과 약간은 연관이 있었기 때문에 보통 전통 있는 영맥에서도 그런 식으로 혼과 육체를 동시에 단련한다고 했었다.

그래서 건은 해동검도를 그만두지 않았다. 오히려 건은 시간이 날 때마다 운동을 계속했다. 그는 수민의 조언을 하나도 잊지 않고 모두 지키려고 노력했다.

특히 그는 수민이 결국 소울러에겐 ‘혼’이 전 재산이나 다름없다는 말을 머릿속에 단단히 새기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 어떤 괴물이 튀어나올지 모르는 이상한 세상에서 죽지 않고 오래 살아남으려면 수민의 말처럼 강해지는 수밖에 없었다.

“백구십팔…… 백구십구…… 이백!”

건은 팔굽혀 펴기를 정확히 이백 개를 채운 후 곧장 바닥에 벌러덩 들어 누었다. 그는 그 상태에서 혀를 내밀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후우, 아직 이백오십 개는 무리네.”

며칠 전까지 백 개 정도밖에 못 했던 걸 생각하면 놀라울 정도로 빨리 횟수가 는 것이었지만 건은 별로 만족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확실히 혼을 단련하니까 덩달아 내 몸 전체가 변하는 느낌이야.’

영혼단련을 시작한 지도 벌써 열흘이 흘렀다.

사실 건의 영혼단련은 정말 간단했다. 수민이 건에게 알려준 영혼을 단련하는 요령은 그저 혼을 계속 자극하라는 것뿐이었다.

어떻게 자극하는지도 알려주지 않았고 얼마나 자극하는지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저 혼을 자극하는 게 영혼단련법의 가장 기본이라고 얘기해줬을 뿐이었다.

그래서 건은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으로 자기 멋대로 혼을 움직여 자극을 만들어보았다.

혼은 건의 몸 전체에 고르게 퍼져 있었는데 건은 이걸 자기 마음대로 움직여 보았다.

원래는 이 혼을 일정한 법칙과 요령으로 움직여야만 더 빠르고 확실하게 혼을 단련할 수 있었다.

그게 바로 수민이 얘기한 영혼단련법이었다.

하지만 건은 그 단련법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냥 멋대로 혼을 움직였다.

당연히 아주 효과적이지 못한 방법이었지만 그래도 단련이 아예 안 되는 건 아니었다.

그리고 여기서 가장 결정적인 사실…… 대부분의 소울러는 혼을 무의식 밖으로 끄집어내서 의식에 정착시켰다고 해도 그걸 움직이게 하려면 상당한 적응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그런데 건은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처음부터 어렵지 않게 혼을 움직였다.

만약 이걸 다른 소울러가 봤다면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겠지만, 건은 이번에도 역시 혼자 힘만으로 단련법을 터득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누구도 이 장면을 볼 순 없었다.

‘아쉬운 건 뭔가 더 시원하게 움직일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건데…… 그건 차차 계속 고민을 좀 더 해봐야겠지.’

건은 자신이 혼을 움직이는 방식이 썩 마음에 들진 않았다. 하지만 당장은 그걸 바꿀 수 있질 않았기 때문에 그냥 계속 그런 방식으로 단련할 수밖에 없었다.

잠시 생각을 하며 숨을 골랐던 건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팔굽혀 펴기를 끝냈으니 이젠 윗몸일으키기를 할 차례였다.

‘오늘은 삼백 개를 넘겨보자.’

대충 목표 횟수를 결정한 건은 곧바로 다리를 끼우고 윗몸일으키기를 시작했다.

새벽 4시부터 오전 7시까지는 영혼단련. 그리고 오전 7시부터 오전 9시까지는 육체단련. 건은 열흘째 이렇게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정확히 9시까지 끊임없이 자신의 몸을 단련한 건은 간단히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검도 도장에 가기 전에 아르바이트를 구해볼 생각이었다.

‘청소 아르바이트 하나론 생활비 정도밖에 못 벌어. 빨리 다른 아르바이트를 구해야 계획대로 내년에 대학교에 입학할 수 있어.’

건은 경계에 들어가게 되며 보통 사람과는 다른 인생을 살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평범한 대학 생활을 꿈꾸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일단 비싼 등록금을 먼저 준비해야 했다.

일찌감치 고시원을 나선 건은 몇 시간 동안 돌아다니며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봤지만 적당한 곳을 찾지 못했다.

인터넷으로 찾아봤던 것과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오늘도 허탕을 친 건은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검도 도장에 들려서 몇 시간 동안 운동을 한 후 곧장 야간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출근했다.

* * * *

“혼을 단련해서 스스로 경계와 현실을 구분하는 분명한 ‘선’을 볼 수 있는 경지가 되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경계에 들어가게 될지 알 수 없어요. 그러니 그 경지에 오르기 전까지는 언제라도 경계에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시고 행동하세요.”

주변 분위기가 일시에 바뀌면서 또 한 번 선을 넘어 경계에 들어온 건의 머릿속에는 수민이 해주었던 얘기가 떠올랐다.

그는 수민을 만난 이후로 처음으로 경계에 들어온 것이었지만 전처럼 당황하거나 겁먹지 않았다. 비록 그의 손에 들려있는 것은 물에 젖은 막대 걸레 하나뿐이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차분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젠장 아직 끝내야 할 구역이 많이 남아 있는데.”

오히려 건은 경계를 빠져나가는데 시간을 소모해서 일할 시간이 부족해질 걸 걱정했다.

‘여기가 사십일 층이니까 대략 일 층까지 내려가면 벗어날 수 있겠지?’

41층에서 1층까지 내려가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었다.

엘리베이터와 계단.

언뜻 보기엔 확실히 엘리베이터가 훨씬 편해 보였다. 하지만 건은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선택했다.

엘리베이터는 예기치 못한 변수가 생겼을 때 건이 대처하지 못할 위험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렇기에 건은 조금 느리더라도 훨씬 안전한 계단을 선택했다.

막대 걸레를 들고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한 건은 뛰지 않았다. 그는 차분한 표정으로 천천히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대신 그는 주변 경계를 늦추지 않고 만약의 사태에 꼼꼼하게 대비하고 있었다.

그렇게 10층 정도를 내려왔을까?

건은 갑자기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자신의 몸속에 있는 혼이 아주 미세하게 떨리면서 뭔가를 경고하는 느낌이었다.

‘위?’

건은 그걸 느끼자마자 곧장 고개를 돌려 위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계단 위쪽 벽으로 검은색 그림자가 슬며시 지나가는 게 보였다.

스르르르륵.

‘뭔가 있다!’

건은 재빨리 막대 걸레를 양손으로 잡으며 더욱 집중했다.

위쪽 벽으로 지나갔던 검은색 그림자는 어느새 계단 중심부로 이동하며 천천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스르르르.

그것은 뱀이었다. 그냥 뱀이 아닌 아나콘다보다 더 커 보이는 괴물 뱀이었다.

“뱀? 수마인가?”

만약 예전의 건이었다면 일단 도망부터 갔겠지만, 지금은 조금 달랐다.

만족스러울 만큼은 아닐지라도 분명 건은 혼을 단련했고 거기에 육체도 단련했다. 그래서 그는 수마 정도는 상대할 수 있을 거라는 약간 그거 없는 자신감을 느끼고 있었다.

길이가 거의 7m는 될 것 같은 엄청난 크기의 뱀이었다. 하지만 건은 그래 봤자 결국 수마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수마 따위에게 겁먹으면 수민이 얘기한 암괴와는 싸워보지도 못할 게 분명하다. 그러니 여기서 겁먹고 도망가면 영원히 도망만 다니게 될 거야.’

비록 살짝 걱정은 됐지만, 건은 미래를 위해서도 지금은 싸워야 할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콰직!

건은 결정을 내리자마자 곧장 손에 들고 있던 막대 걸레의 앞부분을 발로 밟아서 부러트렸다. 비록 썩 마음에 들진 않지만, 이 정도라면 평소에 그가 들고 다니던 목검의 길이와 비슷할 것으로 보였다.

“어디 해보자.”

맘을 단단하게 먹은 건은 손에 들고 있던 막대를 양손으로 꽉 잡으며 중얼거렸다.

바로 그 순간, 건을 노려보던 그 괴물 뱀이 곧장 건을 향해 달려들었다.

캬아아아아!

건은 깜짝 놀라며 몸을 옆으로 돌렸다.

꽈과광!

건은 아슬아슬하게 괴물 뱀의 돌진을 피했지만, 그 때문에 중심을 잃고 계단 아래쪽으로 굴러떨어졌다.

한편 콘크리트벽을 뚫고 들어간 괴물 뱀은 다시 벽에 박혔던 머리를 빼내 건을 찾았다.

계단 아래쪽으로 굴러떨어진 건과 눈이 마주친 괴물 뱀.

녀석은 건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다시 건을 향해 빠르게 달려들었다.

‘여긴 너무 좁다!’

건은 계단에서 싸우는 건 자신이 불리하다는 걸 깨닫고 곧장 옆쪽에 있던 문을 향해 몸을 날렸다.

콰앙!

그는 온몸으로 문을 박살 내며 안쪽으로 들어갔고 그 사이 괴물 뱀은 다시 한 번 콘크리트벽에 머리를 박았다.

콰과과광!

“후우, 후우.”

건은 괴물 뱀의 빠르기를 보고 살짝 놀랐지만 그래도 계속 호흡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평정심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스르르르.

당연히 괴물 뱀은 건을 따라 건물 안쪽으로 들어왔다.

녀석은 건을 자신의 맛있는 먹잇감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절대 건을 놓아줄 생각이 없었다.

‘생각보다 센 놈이다. 절대 방심해서는 안 돼.’

건은 전에 그가 만났었던 수마들과 지금의 괴물 뱀은 전혀 다르다는 걸 확실히 인정했다.

캬아아아!

괴물 뱀은 다시 건을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건도 그냥 무작정 피하기만 하지 않았다. 건은 정확하게 괴물 뱀의 움직임을 눈으로 보며 손에 들고 있던 막대를 휘둘렀다.

빠아악!

그 막대는 정확히 괴물 뱀의 머리에 적중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막대에 실린 힘보다 괴물이 돌진하는 힘이 더 강하다는 것이었다.

콰직!

괴물 뱀은 막대를 부러트리며 건을 향해 돌진해 들어왔다.

“젠장.”

건은 재빨리 막대를 버리고 몸을 옆으로 돌렸다. 하지만 워낙 황급히 피한 것이라 완벽하게 피할 수가 없었다.

찌지직!

괴물 뱀의 독니가 건의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크윽!”

건은 바닥을 구르며 인상을 찡그렸다. 비록 살짝 스친 것이지만 분명 괴물 뱀의 독니가 옆구리에 상처를 남긴 것이었다. 이건 조금 위험할 수 있었다.

‘젠장 뭔 피부가 쇳덩어리 같아?’

돌진하는 힘도 힘이었지만 괴물 뱀의 피부가 더 문제처럼 보였다.

순식간에 무기도 잃고 상처도 입은 건은 난감해졌다.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막상 상대해보니 만만치가 않았었다.

‘지금이라도 도망칠까?’

건은 뒤늦게 도망치는 것을 생각했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며 그 생각을 떨쳐버렸다.

‘절대 안 돼. 여기서 도망치면 결국 계속 도망칠 수밖에 없어.’

다시 한 번 굳게 마음을 먹은 건은 머리에 맞은 충격을 어느 정도 회복하고 다시 고개를 쳐드는 괴물 뱀을 바라보았다.

“그래 어디 한 번 끝까지 해보자.”

괴물 뱀의 피부는 쇳덩어리처럼 단단했지만, 건의 공격에 충격을 입는 걸로 봐서는 완벽하게 모든 충격을 흡수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 순간에도 강력한 괴물 뱀의 독은 건의 몸 전체로 퍼져 나가고 있었지만, 건은 자신의 혼을 이용해 그 독을 버텨냈다.

“혼은 그 자체로 육체를 강화시켜줘요. 이게 혼을 사용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단순한 사용법이에요. 이것만 기억하셔도 어지간한 녀석들은 다 상대할 수 있을 거예요.”

이게 건이 수민에게 배운 유일한 혼의 사용법이었다.

‘그리고 내가 알아낸 사용법 하나!’

츠츠츳.

건은 정신을 집중해 혼을 자신의 오른 주먹에 모았다. 물론 많이 모이지는 않았다. 그냥 약간의 혼이 모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건은 이 정도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캬아아아아!

다시 건을 향해 달려드는 괴물 뱀.

건은 괴물 뱀이 달려들자 곧장 자신도 괴물 뱀을 향해 뛰어들었다.

건을 집어삼키려고 입을 한껏 벌린 괴물 뱀과 그 괴물 뱀을 향해 겁 없이 달려든 건. 그 둘은 결국 중간지점에서 서로 부딪쳤다.

아니, 정확하게는 건의 오른손이 괴물 뱀의 입속으로 파고들었다.

콰드드득!

건의 오른손은 그대로 괴물 뱀의 머리를 꿰뚫고 뒤로 튀어나왔다.

괴물 뱀은 뒤늦게 자신의 긴 몸으로 건을 휘감으려고 했지만 이미 머리가 꿰뚫린 상태였기 때문에 그 행동이 끝까지 제대로 이루어질 순 없었다.

철퍼덕.

힘없이 바닥에 떨어지는 괴물 뱀의 긴 몸통.

그렇게 괴물 뱀은 짧았던 삶을 마감했다.

“크윽.”

결국, 건이 괴물 뱀을 해치운 건 맞았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특히 마지막 공격은 건도 살짝 무리한 것이었다.

혼을 한곳으로 모으는 것은 건도 며칠 전에 우연히 성공했던 불완전한 기술이었다.

실패할 가능성도 높았고 성공해도 온몸의 혼이 흔들리는 것 같은 부작용을 감수해야 했다.

거기에 입속으로 주먹을 꽂아넣으며 오른손 전체가 괴물 뱀의 독니에 긁혔기 때문에 독이 훨씬 더 많이 몸 전체로 퍼지고 말았다.

이래저래 건의 몸 상태는 최악이라 할 수 있었다.

“……젠장 수마 한 마리 해치우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암괴란 놈들은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건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비록 열흘밖에 흐르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자신을 지킬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큰 착각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아직 멀었다.’

건은 최소한 수마들은 가볍게 처리할 수 있는 수준이 될 때까진 절대 마음을 놓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후우…… 근데…… 청소를 해야 하는데…….”

괴물 뱀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는데 놈이 남긴 독은 여전히 건의 몸속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다행히 건의 혼이 그 독을 조금씩 분해하고 있긴 했지만 전부 분해를 하려면 꽤 긴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매우 힘들어하는 건. 왠지 그는 오늘 맡은 구역을 전부 청소하는 게 불가능할 것처럼 보였다.

결국, 건은 몸살감기에 걸린 것 같다고 핑계를 대고 일찍 퇴근한 후 고시원 방으로 돌아와 빠른 회복을 위해 계속 혼을 움직였다.

그렇게 한 시간을 고생한 건은 겨우 괴물 뱀의 독을 전부 분해할 수 있었다.

그 사이 몸에 생겼던 작은 상처들도 모두 희미한 흔적만 남기고 거의 다 아물어 있었다. 혼을 단련한 덕분에 몸의 회복력은 나날이 좋아지고 있었다.

“수민이가 수마들한테도 등급이 있다고 했었는데 아까 그 괴물 뱀은 몇 등급이나 되려나?”

깔끔하게 몸을 회복한 건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최소한 6등급 이상은 될 것 같은데…….’

정확히 얘기하자면 괴물 뱀은 5등급 수마였지만 체계적으로 경계에 대해 배우지 못했던 건이 그걸 알 방법은 없었다.

‘어쨌든 지금 내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안 걸로 만족한다.’

건은 어차피 열흘이란 짧은 시간 동안 얻은 힘이었기 때문에 대단한 수준까지 기대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건이 또 하나 모르는 게 있었다.

그건 바로 건이 사용한 혼을 한 점에 모으는 기술은 최소 혼을 일 년 이상 단련한 이들이나 도전할 수 있는 기술이란 점이었다.

그는 지금 자신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 애초에 비교할 대상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다른 사람들도 대부분 이럴 것으로 생각했다.

“휴우, 일단은 좀 쉬자. 혼을 사용한다는 거…… 생각보다 굉장히 힘드네.”

건은 침대로 쓰러지며 작게 중얼거렸다.

그는 육체적인 피곤함과 함께 정신적인 피곤함까지 느꼈다.

‘……조금만 자자.’

견딜 수 없는 피로감을 느낀 건은 그대로 눈을 감았다.

건은 잠깐만 자고 일어나려 했었지만 정작 그의 몸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평소라면 새벽 4시에 눈을 떴겠지만, 너무나 피곤했던 건은 오전 11시까지 계속 잠을 잤다. 그만큼 건이 무리해서 혼을 사용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아주 늦게까지 늦잠을 잔 건은 부랴부랴 그때라도 영혼단련을 시작했지만, 여전히 피곤함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단련을 할 수가 없었다.

결국, 건은 대충 단련을 끝내고 침대 옆에 있던 컴퓨터를 켰다. 언제까지 계속 건물 청소 아르바이트만으로 버틸 수 없었기 때문에 이제는 정말 뭐라고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냥 편의점 아르바이트라도 할까?’

편의점 아르바이트는 시급도 적고 시간도 자유롭지 못할 뿐만 아니라 혹시라도 인수인계 때 계산이 맞지 않으면 자신의 돈으로 그걸 채워야 했기 때문에 건이 제일 싫어하는 아르바이트 중 하나였다.

‘일단 한 번만 더 찾아보고 없으면 편의점 아르바이트라도 구해봐야겠네.’

건은 마우스 휠을 계속 내리며 괜찮은 아르바이트를 찾아보았다.

얼마를 내렸을까? 건은 문득 눈에 확 들어오는 한 구인광고를 찾을 수 있었다. 그게 눈에 들어온 순간 다른 구인광고는 아예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좋은데?”

건은 모든 게 마음에 들었다. 정말 완벽한 아르바이트로 보였다.

‘당장 가봐야겠다.’

위치도 지하철로 30분 정도만 가면 되는 곳이라 별로 멀지도 않았다. 이런 아르바이트를 놓치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았던 건은 다시 한 번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고 곧장 옷을 챙겨입고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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