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소울(THE SOUL)-13화 (13/175)

# 13

더 소울(The Soul) - 변종(變種)(2)

* * * *

“소울러 실종 사건? 아! 그거…… 그렇지 않아도 얘기해줘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잘 물어봤다.”

연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건을 바라보았다.

“진짜 일어나고 있는 일인가요?”

“응, 지금 그 일 때문에 헌터 협회에서 헌터 소집령까지 내린 상태야.”

“헌터 소집령이요?”

“간단하게 헌터 자격을 지닌 모든 이들에게 내리는 단체 의뢰라고 생각하면 돼. 다수의 소울러가 실종되고 그 실종에 관련된 변종 암괴에 대한 보고가 속속 올라오고 있거든. 며칠 전에는 경력이 꽤 있는 프로 헌터도 당했다고 하더라고.”

“헐, 프로 헌터도 당할 정도면 암괴 수준을 넘어선 거 아닌가요?”

“넘어섰지. 그러니까 헌터 소집령이 내려진 것이고. 어쨌든 너도 조심해라. 혹시라도 경계에 들어섰는데 이상한 낌새가 있으면 무조건 도망쳐서 경계에서 벗어나.”

“크으, 역시 제가 할 수 있는 건 도망치는 것뿐이군요.”

“억울하면 실력을 키워야지.”

살짝 분한 표정을 짓는 건을 보며 연희는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근데 암괴가 그렇게 강할 수도 있는 건가요?‘

“모르겠어. 나도 이런 건 처음이라서…… 사장님 말로는 일종의 변종이 출현한 것 같다던데 하여튼 지금 분위기로는 분류는 암괴지만 거의 중급 혼마 정도의 힘을 지닌 걸로 알려진 상태야.”

“휴, 무시무시하네요.”

“어차피 네가 그 괴물을 만날 확률은 지극히 낮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 괴물 녀석 점점 더 강한 소울러를 찾아다니는 거 같아. 즉, 너 같은 초짜 소울러는 오히려 안전할 수 있단 뜻이지.”

“뭔가 기분은 안 좋은데 안도감은 드네요.”

“기분이 안 좋아도 안전하면 됐지. 뭘 또 바라는 거야.”

“하긴 굳이 위험한 걸 바랄 필요는 없겠죠.”

연희의 말에 건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아, 그리고 이번 소집령 때문에 사장님이랑 나는 또 당분간 가게에 못 나올 거 같으니까 계속 고생 좀 해라.”

“이번에도 지방으로 가시는 건가요?”

“아니, 그 녀석이 서울에서 주로 나타나서 지방까지는 가지 않을 거 같은데…… 아무래도 추적에 집중하려면 가게에 나올 수가 없어서 그래.”

연희는 프로 헌터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카페 헤븐의 사장인 강철민을 따라다니며 수습 기간을 채우는 중이었다.

이 수습 기간이 끝나면 그녀 역시 프로 헌터로서 단독 사냥을 할 수 있었다.

“제가 다른 건 몰라도 가게는 잘 보잖아요. 걱정하지 말고 다녀오세요.”

건은 넉살 좋게 웃으며 대답했다.

“하긴 확실히 네가 일은 잘하지.”

연희도 이 부분은 충분히 인정해주었다.

“그러니까 사장님한테 잘 말해서 시급 좀 올려주세요.”

“야, 솔직히 너 지금 받는 시급도 적은 건 아니잖아.”

“헤헤, 다다익선(多多益善) 모르세요?”

건은 보는 사람이 절로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는 고아로 자랐기 때문에 돈에 대해서만큼은 악착같았다.

돈이 없는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에 가지게 된 본능과 같은 것이었다.

“너처럼 넉살 좋은 녀석도 못 본 거 같다. 알았다. 내가 기회 봐서 한 번 얘기해볼게.”

연희는 못 말린다는 표정으로 건을 바라보며 고개를 흔들었다.

“역시 누님이 최고입니다. 가게는 제가 필사의 노력으로 지킬 테니 누님은 그 괴물을 잡아버리세요.”

“나도 그러고 싶다.”

최초 만남 자체가 아주 좋은 타이밍에 이루어져서일까?

연희는 이상하게 건과 대화하는 게 편했다.

평소 다른 사람들에겐 한기(寒氣)가 풀풀 풍기며 얘기하던 그녀였지만 유독 건과 대화를 할 때는 부드러워졌다.

이 정도로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인물은 오랫동안 연희를 가르쳐 사실상 그녀의 스승이라 할 수 있는 강철민뿐이었다.

“누님이라면 가능합니다.”

어려서부터 수많은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람들과 친해지는 법을 자연스럽게 터득한 건은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해 연희와 상당히 친해졌고 그 결과 남들은 얼음여왕 또는 아이스퀸이라 부르며 어려워하는 연희를 아주 편하게 대할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건은 연희의 도움으로 아주 빠르게 경계에 적응해가는 중이었다.

“쓸데없는 소린 그만하고 오늘은 일찍 퇴근해라. 마감은 내가 하고 갈게.”

“오오, 역시 누님밖에 없습니다.”

건은 연희의 호의를 사양하지 않았다.

‘오늘은 기필코 발화의 술과 유수의 술을 이용해 완벽하게 라면을 끓이고야 만다!’

퇴근 준비를 하던 건은 요즘 도전하고 있는 소소한 과제를 떠올렸다.

‘수련을 생활처럼, 생활을 수련처럼.’

이것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어떤 무협소설에서 읽었던 문구였다.

건은 요즘 이 문구에 충실한 삶을 살고 있었다.

물이 필요할 때 유수의 술을 이용해 공기 중에 수증기를 모아 물을 만들고 불이 필요할 땐 발화의 술을 이용했다.

그뿐이 아니라 망치질을 할 땐 철금의 술로 손등을 단단하게 만들어 박았고 길거리를 지나다니면서는 주변의 나무들이 얘기하는 작은 속삭임에 귀를 기울였다.

건은 조금이라도 가능하면 모든 걸 수련과 접목시켰다.

그리고 그건 의외로 큰 효과를 보고 있었다.

‘발화의 술을 유지하는 게 조금 까다로웠지만 이제 조금만 더 노력하면 정말 맛있게 익은 면을 먹을 수 있을 거야.’

늘 화력이 부족해 살짝 설익은 면을 먹었었지만, 오늘은 왠지 완전히 익힌 면을 먹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만약 다른 소울러들이 이런 건의 수련법을 본다면 정말 쓸데없는 짓이라고 비웃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건은 쓸데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실제로 그의 오행발현술은 분명 비정상적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었다.

건이 익히고 있는 오행발현술이 오행술의 기본이 되는 그 오행발현술이 맞는다면 원래는 한계에 부딪혀 더 이상 성장할 수 없어야 했었다.

하지만 그 오행발현술이 분명히 맞음에도 그것은 계속 성장하는 중이었다.

한계를 깨버린 오행발현술.

정확히는 건의 말도 안 되는 재능과 노력이 그 한계를 깬 것이었지만 어쨌든 건은 기초 중의 기초일 뿐이라는 오행발현술을 전혀 다른 경지의 술법으로 발전시켜나가고 있었다.

무모해 보였던, 하지만 이제는 무모함을 넘어서 신비롭기도 한 건의 이 도전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는 아무도 몰랐다.

심지어 그것을 익히는 건조차 자신이 지금 어떤 짓을 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했다.

그저 그는 노력하고 또 노력할 뿐이었다.

‘라면 다음에는 떡볶이를 해볼까?’

라면에 이어 다른 요리를 생각하는 건.

그의 머릿속은 온통 수련생각으로만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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