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소울(THE SOUL)-27화 (27/175)

# 27

더 소울(The Soul) - 대무신(大武神)[2]

동철은 자신의 공격이 너무나 쉽게 가로막히자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다시 더 큰 힘을 담아 건을 향해 마구 주먹을 휘둘렀다.

동철의 주먹은 마치 소나기처럼 건을 향해 쏟아졌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건은 아주 가볍게 그 주먹들을 한 손으로 모두 쳐냈다.

파파파파파팟!

건의 표정에선 여유가 철철 넘쳤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건의 눈에는 동철의 공격이 너무나 느리게 보였다.

물론 동철의 공격이 진짜 느린 건 절대 아니었다.

그의 공격은 일반적인 기준으로 봤을 땐 거의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문제는 건의 지각능력이 말도 안 되게 상승했다는 점이었다.

통혼을 통해 척준경이 가진 기운 일부를 전해 받은 건은 흔히 말하는 동체시력이 거의 극한까지 발달하였고 그걸 뒷받침해줄 육체 능력마저 엄청나게 발달한 상태였다.

그렇기에 건은 동철의 공격을 장난처럼 받아낼 수가 있었다.

“이게 진짜 소울러가 가진 힘의 전부는 아니겠지?”

건은 살짝 웃으며 동철을 향해 물었다.

이건 명백한 조롱이었다.

덕분에 동철은 더욱 크게 분노하며 이를 갈며 외쳤다.

“이 새끼가!!”

분노한 동철은 더욱 격렬하게 건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가 분노하면 할수록 오히려 그의 제혼력은 더욱 나빠졌다.

통혼을 통해 영혼의 힘을 받아서 사용하는 경우 이렇게 감정의 변화에 따라 제혼력이 좋아지거나 나빠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동철은 분노가 오히려 제혼력을 더 나빠지게 만들었다.

그래서일까?

그의 움직임은 단순히 격렬해지기만 했지 오히려 전보다 더 무뎌졌다.

당연히 건은 그런 무뎌진 움직임은 더 쉽게 상대할 수 있었다.

아예 건은 공격을 쳐내지도 않고 가볍게 몸을 움직이며 동철의 공격을 모조리 피해버렸다.

그것도 몸을 많이 움직이지도 않고 거의 한 걸음 정도의 반경 안에서 최소한의 움직임을 통해 피했기 때문에 이건 거의 동철을 농락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한참을 동철의 공격을 피하던 건은 슬슬 동철이 지쳤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제 끝을 봐야겠군.’

건은 동철을 처참하게 무너트리려고 일부러 지금까지 공격을 막거나 피하기만 한 것이었다.

사실 건은 통혼을 통해 척준경의 힘을 얻는 순간 본능적으로 동철은 절대 자신의 상대가 아니란 걸 알았다.

이건 바로 척준경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힘인 ‘전투본능(戰鬪本能)’을 통해 얻은 능력이었다.

건은 이제 겨우 척준경이 가진 대표적인 다섯 가지 힘 중 제일 첫 번째이자 가장 기본적인 힘인 전투본능을 얻었을 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동철은 완벽하게 농락할 수 있었다.

이게 바로 초월급 영혼이 지닌 위력이었다.

끝을 내야겠다고 생각한 건은 동철의 빈틈을 파고들며 정확하고 강력한 어퍼컷 한 방을 동철의 복부에 꽂아 넣었다.

퍼어억!

“커어억!”

단 한 방의 반격이었지만 그 한 방은 모든 걸 뒤집었다.

“원래 너 같은 개새끼한텐 매가 약인 법이지.”

건은 동철의 귓가에 속삭이듯 얘기해주곤 그 상태에서 그대로 동철을 위로 쳐올렸다.

파앗!

순간 동철은 제대로 저항도 하지 못하고 공중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이어지는 건의 무차별 난타(亂打).

건은 공중에 떠 있던 동철을 향해 엄청난 고속 펀치를 쏟아부었고 그 펀치들은 고스란히 동철의 전신에 쏟아졌다.

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퍽!

건의 펀치는 단순히 빠르기만 한 게 아니라 한 방, 한 방이 굉장히 강력했기 때문에 동철은 순식간에 전신의 근육이 파열되는 건 물론이고 동시에 뼈까지 모두 부러져버렸다.

전신의 근육이 파열되고 뼈가 부러지는 과정에서 찾아오는 고통은 말로 설명하기도 어려울 정도였기에 동철은 두 눈이 뒤집히며 죽는 것보다 더한 고통을 느꼈다.

“끄아아아아악!”

동철은 진짜 지금 이 순간만큼은 차라리 그냥 죽고 싶었다.

그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하지만 건은 마치 이대로 끝낼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힘없이 허물어지는 동철을 강제로 붙잡으며 그의 양팔을 사정없이 비틀었다.

우드드드드득.

그러자 동철의 양팔은 아예 180도 돌아가며 뼈와 근육이 완전히 박살 났다.

이 정도라면 평생 양팔을 쓰지 못할 것으로 보였다.

어떻게 보면 다소 잔인한 한 수였지만 건은 눈 하나 깜짝이지 않았다.

사실 원래의 건이었다면 이 정도까지로 심한 공격을 할 수 없었겠지만, 지금의 건은 달랐다.

지금의 건은 통혼을 통해 척준경의 힘을 받은 상태였다.

건이 얻은 척준경의 첫 번째 권능인 전투본능에는 만년빙하(萬年氷河)처럼 차갑고 강철처럼 단단한 정신력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에 건은 아무렇지도 않게 동철의 양팔을 완전히 망가트릴 수 있었다.

“꺼어…… 끄르르륵.”

전신의 근육과 뼈가 상하고 양팔이 완전히 박살 난 동철은 제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그대로 기절했다.

애초에 이 상황에선 제정신을 유지하는 게 불가능했다.

건은 정신을 잃은 동철을 내려다보며 살짝 고개를 가로저었다.

‘좀 심했나?’

전투가 끝나면서 자연스럽게 척준경의 전투본능이 살짝 가라앉자 건은 자기가 해놓은 결과에 대해 약간은 거부감을 느꼈다.

아무래도 평생을 보통 사람들처럼 살아온 건이었기에 이런 상황이 익숙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전투본능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기 때문에 약간의 거부감을 느낄 뿐 크게 문제가 될 건 없었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김동철.”

어차피 건은 자신이 만약 동철보다 약했다면 지금 동철의 모습과 유사하게 자신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을 것이란 사실을 잘 알았기 때문에 죄책감 같은 건 전혀 느끼지 않았다.

다만 그렇다고 동철을 죽이기까진 할 순 없었기 때문에 뒤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그걸 잘 몰라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결국, 조금 고민을 하던 건은 연희에게 연락을 하기로 했다.

괜히 혼자 고민하는 것보단 연희에게 묻는 게 가장 빨랐기 때문에 건은 결정을 내리자마자 곧장 연희에게 연락을 했다.

* * * *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는 걸로 하죠.”

연희는 간단하게 통화를 끝내고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건의 전화를 받고 곧장 건에게 와주었다.

그리고 손수 이번 일의 뒤처리를 도와주었다.

“어떻게 됐어요?”

“일단 네가 정식으로 프로 헌터가 된 것도 아니고 소울러가 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을 참작해서 이번 일은 굳이 문제 삼지 않겠다고 하네.”

그녀는 방금 헌터 협회 쪽 관계자와 통화를 한 것이었다.

사실 소울러는 다른 소울러와 싸우지 말아야 하는 법 같은 게 존재하진 않았다.

하지만 헌터는 달랐다.

특히 협회에 소속된 정식 헌터라면 다른 소울러와의 분쟁을 피하는 게 좋았다.

적어도 협회에선 개인적인 이유로 경계 안에서 소울러의 힘까지 사용해 싸우는 걸 철저히 금지했다.

물론 사람 사는 세상의 일이란 게 그렇듯 금지한다고 해서 전혀 일어나지 않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각각의 경우에 따른 대처 방안 같은 게 존재했지만 적어도 건의 경우는 그 대처 방안에조차 포함되지 않았다.

“다행이네요.”

“하지만! 앞으론 주의해달라고 하네. 특히 상대방을 그렇게 심각하게 망가트리는 행위는 협회 차원을 떠나 소울러들의 세상에서 그리 환영받는 행위가 아니니 조심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번과 같이 작정하고 덤비면 어쩔 수 없잖아요.”

연희의 말에 건은 억울하단 표정을 지으며 얘기했다.

“당연히 이번 같은 경우는 작살을 내버려야지. 아무리 헌터 협회에서 뭐라고 해도 이런 경우에는 눈치 볼 필요 없어. 그냥 제대로 날려버려. 정당방위만 확실히 성립되면 헌터 협회에서도 크게 문제 삼지 않으니까 걱정하지 마. 다만…….”

“다만 왜요?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요?”

“문제라기보단 네가 좀 귀찮아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왜요?”

“네가 아주 제대로 박살 내버린 그 녀석…… 아까 보니까 그 녀석을 데리고 간 녀석들 백련김가(百鍊金家) 쪽 애들이더라. 내가 슬쩍 그쪽에다가 물어보니까 그 녀석 무려 백련김가의 적통이더라고. 어쩌면 백련김가에 이대로 가만히 있지 않을 수도 있을 거야.”

연희는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동철의 휴대폰에서 찾아낸 몇 개의 연락처로 연락했고 그 연락을 받은 백련김가에서 직접 쓰러져 있던 동철과 그의 똘마니를 수습해 갔다.

그 과정에서 연희는 동철이 백련김가의 적통이란 걸 알아낼 수 있었다.

“흐음……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하긴 그냥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계속하면 돼.”

“백련김가에서 가만히 잇지 않을 거라면서요?”

“맞아. 하지만…… 아무리 그들이 나선다고 해도 결국 그들은 널 대놓고 노리진 못해.”

“왜요?”

“넌 카페 헤븐의 직원이니까.”

“그게…… 무슨 뜻이죠?”

“넌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이쪽 세상에서 카페 헤븐이 차지하고 있는 위치는 절대 작지 않다. 백련김가가 아무리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명문가라고 해도…… 실세에서 멀어진 지는 오래되었고 반대로 카페 헤븐은 역사와 전통은 부족해도 현재 이쪽 세상의 실세 중 하나거든. 그러니 그들이 함부로 널 건드릴 순 없어.”

연희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대답해 주었다.

“전 그냥 아르바이트생일 뿐이지 않나요?”

“네가 아르바이트생이라고 해서 카페 헤븐의 직원이 아닌 건 아니잖아? 나도 그렇지만 특히 사장님은 한 번 식구로 받아들인 사람은 어지간해선 절대 내치지 않으셔. 넌 사장님이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널 뽑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사장님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걸 볼 수 있는 사람이야.”

“그렇군요. 이거 이런 말을 들으니까 더 열심히 카페 일을 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이 드는데요?”

“당연히 더 열심히 해야지. 참고로 이건 사장님이 나중에 얘기하라고 했었는데…… 너 한 달 정도만 더 일하면 사장님이 아예 정직원으로 변경해준다고 하더라.”

“진짜요?”

“응, 아는 척은 하지 마. 사장님이 생각보다 부끄럼이 많은 분이라 괜히 아는 척하면 없었던 일이 될 수도 있다.”

“네, 당연하죠. 그런데…….”

기분 좋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건은 문득 궁금한 게 생겼다는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연희를 바라보았다.

“응? 뭐?”

“혹시…… 정직원이 되면 월급도 올라가나요?”

정말 건에게 어울리는 질문이었다.

“어휴, 너도 참 못 말린다. 그래, 올라간다. 이제 만족해?”

“네엡! 충성을 다해 카페 헤븐을 위해 이 한 몸을 불사르겠습니다.”

“진짜 너도 참 물건이다.”

연희는 졌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며 중얼거렸다.

“아! 하지만 명심해. 아무리 그들이 카페 헤븐이란 이름 때문에 함부로 움직이진 못한다고 해도 지금처럼 언제 어느 순간에 은밀하게 널 노릴지 모르는 일이야. 그러니까 괜히 수마를 사냥한다고 아무 경계에나 막 들어가지 말고 늘 주변을 경계해.”

“네, 주의할게요.”

“그래, 뭐 넌 워낙 눈치가 빨라서 알아서 잘할 거야. 그런데 너 내가 아까부터 궁금했는데 처리할 게 많아서 그냥 넘겼는데…… 도대체 그 녀석을 어떻게 박살 낸 거야? 보니까 최소 8등급 이상의 영혼과 계약한 정식 계약자인 거 같던데.”

연희는 진심으로 궁금하단 표정을 지으며 건에게 물었다.

“으음, 그게…… 그러니까…… 저도 몰랐는데 제가 영혼과 계약이 되어 있더라고요. 그걸 그 녀석과 싸우면서 알게 되었어요.”

“계약되어 있었다고? 진짜?”

연희는 믿을 수 없단 표정을 지으며 다시 물었다.

“네, 그렇더라고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분명 네 눈동자엔 맹약의 흔적이 보이질 않았는데…….”

맹약을 맺은 소울러들에겐 공통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었다.

소울러들은 그걸 맹약의 징표라 불렀다.

그것은 눈동자에 나타났는데 눈동자 안쪽에 아주 희미한 표식이 나타났다.

이 표식의 형태는 다양했지만 모두 황금색일 띄고 있다는 특징이 있었다.

그런데 현에겐 그 표식이 없었다.

그리고 계약이 되어 있다고 말하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표식이 없었다.

“표식이 없이도 계약이 가능한 건가? 이런 경우는 처음 듣는 거라 당황스럽네.”

연희는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그 표식이란 게 없으면 문제가 되는 거예요?”

“아니, 뭐 그런 건 아닌데…… 어쨌든 네가 이건 우리만 아는 걸로 하자. 괜히 남들에게 알려서 좋을 것 같진 않다.”

“네.”

연희의 말에 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대로 남과 다른 특별함은 굳이 다른 사람들에게 알릴 필요가 없었다.

“자, 그럼 대충 마무리되었으니까 돌아가자. 참, 아무리 얼떨결에 알게 된 맹약이라고 해도 일단 맹약은 맹약이니까 축하 파티는 몰라도 축하주는 한잔해야지! 카페로 가자. 아마 사장님에게 네가 맹약을 맺었다는 걸 알려드리면 제일 아끼는 레드 블러드(Red Blood)를 꺼내놓으실 거야.”

레드 블러드는 술 이름이었다.

그건 보통 술이 아니라 무려 영혼의 가루로 만든 술이었다.

그 비법은 오로지 유럽의 유명한 소울러 중 한 명만 알고 있었는데 그는 유럽에서 디오니소스라 불리는 인물이었다.

어쨌든 오로지 그만이 레드 블러드를 만들 수 있고 그는 일년에 겨우 스무 병 정도의 레드 블러드만 만들었기 때문에 당연히 레드 블러드는 엄청나게 귀한 술이었다.

물론 영혼의 가루로 만든 술이라고 해서 아주 특별한 효과가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 맛이 정말 인세의 기적이라 표현될 만큼 기가 막혔고 거기에 한 잔만으로도 상당한 취기를 느낄 수 있지만, 숙취는 전혀 없고 오히려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피로가 풀리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런 대단한 술을 카페 헤븐의 사장인 강철민이 가지고 있었다.

다만 강철민이 아주 아끼는 술이라 어지간해선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아끼기만 하는 건 아니었다

연희는 강철민은 이런 상황에서라면 절대 레드 블러드를 아끼지 않을 것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

“전에 말씀하신 그 술이요? 그게 그렇게 대단한가요?”

“흐흐, 일단 한 번 마셔봐라. 그럼 너도 레드 블러드의 광팬이 될 거다.”

연희는 확신에 찬 표정으로 얘기했지만, 건은 여전히 반신반의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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