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소울(THE SOUL)-45화 (45/175)

# 45

더 소울(The Soul) - 유적 탐사 [2]

콰아아아.

철민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세 사람 전방에 위험해 보이는 기운이 천천히 그들을 향해 밀려오고 있었다.

“암괴? 수마? 어떤 놈이지?”

철민이 걸음을 멈춘 순간 이미 전투 준비를 시작했던 연희는 어느새 양손에 두 자루의 돌격소총을 꺼내 들고 있었다.

그녀가 꺼내 든 두 자루의 총은 고성능 돌격소총인 HK416이었다.

보통 돌격소총이라 하면 한 자루를 양손으로 잡고 사용하는 게 대부분이었지만 그녀는 한 손에 한 자루씩 두 자루를 들고 서 있었다.

HK416이란 돌격소총 자체가 개머리판과 총열을 최소화시키면 얼마든지 한 손으로도 사격이 가능한 크기가 되었고 거기에 사실 연희는 그 어떤 총이라도 한 손으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만한 육체 능력을 가졌기 때문에 두 자루의 돌격소총을 사용하는 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철컥, 철컥.

사격준비를 끝낸 그녀는 전방을 주시하며 적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그리고 그 사이 건도 허리춤에 차고 있던 단검 한 자루를 뽑아들고 자세를 낮췄다.

어차피 건은 철민과 연희를 보조하는 형식으로 싸울 생각이었기 때문에 앞으로 튀어 나갈 생각은 없었다.

“……주인님, 뒤에서도 와요.”

한편 정말 죽기보다 유적에 오기 싫어했던 백은 속의 계약으로 건과 떨어질 수 없다는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곳에 끌려와 있었다.

백은 현재 건이 등에 메고 있던 배낭 속에 기어들어가 최대한 몸을 움츠리고 고개만 아주 살짝 내밀고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아예 배낭 속 깊숙이 머리를 처박고 있고 싶은 백이었지만 유적 안에선 주변의 기운을 확실하게 읽어서 자신에게 알려주라는 건의 명령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살짝 내밀고 있는 것이었다.

“전방은 내가 그리고 뒤는 연희가 맞는다. 넌 연희를 보조해라.”

백이 가장 먼저 후방에서 접근 중인 적에 관해 얘기하긴 했지만 사실 이미 철민도 녀석들을 발견한 후였다.

“알겠습니다!”

연희는 철민의 말을 듣자마자 곧장 뒤로 몸을 돌리며 양팔을 앞쪽으로 뻗었다.

“온다!”

철민의 짤막한 말과 함께 먼저 앞쪽에서 달려오는 세 마리의 괴물을 향해 손을 뻗었다.

세 마리의 괴물은 모두 똑같이 생겼는데 마치 철갑을 온몸에 덕지덕지 붙인 커다란 기계로 만든 표범과 같이 생긴 놈들이었다.

분명 수마처럼 보이긴 했는데…… 놈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의 크기는 건이 하급 암괴들에게서 느꼈던 정도의 크기였다.

‘이게 일그러진 마이너스 에너지를 흡수한 수마의 힘인가?’

건은 놈들을 보며 살짝 고개를 가로저었다.

하지만 건이 녀석들을 자세히 관찰할 틈도 없이 철민의 오른손에선 전방으로 방출된 커다란 화염이 어느새 놈들을 모두 집어삼켜 버렸다.

화르르륵, 콰과과광!

그리고 마치 그게 신호라도 되는 듯 연희는 아직 적의 모습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건만 벌써 돌격소총의 방아쇠를 동시에 당겨버렸다.

드드드드드드드드!

허공을 꿰뚫는 두 줄기의 빛.

연희가 특수한 방법으로 직접 가공한 탄환들을 허공을 꿰뚫고 적의 몸을 관통했다.

돌격소총에서 전해지는 반동이 상당했음에도 연희는 아무렇지도 않게 계속해서 앞을 향해 사격했다.

쭉 뻗은 연희의 양팔이 조금도 떨리지 않는 걸 보면 연희의 육체 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알 수 있었다.

역시 철민과 연희는 강했다.

건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연희가 무차별 난사를 하는 쪽을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 혹시 모를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쿠쿠쿵.

전방에서 달려들던 세 마리의 수마는 철민이 넓게 방출한 신화력으로 만들어진 화염의 벽을 버티지 못하고 까맣게 타버린 상태로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그 세 마리에 이어서 그들과 똑같이 생긴 두 마리의 수마가 모습을 드러냈지만, 그땐 이미 전신이 벌집이 된 것처럼 구멍이 뚫린 상태로 비틀거리고 있었다.

쿠쿵.

결국, 그 두 마리도 쓰러졌다.

만약 연희가 그냥 탄환을 사용했다면 충분히 버텼겠지만, 연희가 사용한 탄환은 그냥 탄환이 아니었다.

자신의 혼력을 탄두(彈頭)에 주입해서 하나하나 모두 새롭게 만들어낸 탄환들이었기 때문에 수마들에겐 탄환 한 발, 한 발이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녀는 이렇게 하지 않고 혼력을 집적 돌격소총에 주입해 순수하게 혼력으로만 만들어진 ‘빛의 탄환(광혼탄:光魂彈)’을 쏘아낼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면 아무래도 혼력 소모가 컸기 때문에 미리 이런 반혼탄(半魂彈)을 아주 많이 만들어온 상태였다.

닭 잡는데 소 잡는 칼을 쓸 수 없다는 격언처럼 그녀 역시 수마들을 잡는데 광혼탄을 사용할 생각은 없었다.

어느 정도 수준까진 반혼탄도 충분히 먹혔기 때문에 당분간은 계속 반혼탄을 쓸 생각이었다.

“갑자기 달려들어서 대단한 놈들이라도 되는 줄 알았는데 기껏 중상급 수마였네요.”

연희는 뭔가 아쉽다는 듯 중얼거렸다.

“이 정도라면 환영인사로는 제격이지. 어차피 유적에 들어온 이상 사냥이라면 지겹게 하게 될 테니 너무 투덜거리지 마라.”

철민은 바닥에 쓰러져 사라진 수마들이 남긴 작은 영혼의 조각을 거둬들이면서 조용히 얘기했다.

“중상급 수마인데…… 조각을 주네요?”

조각의 크기는 아주 작았지만 그래도 암괴도 아닌 수마가 영혼의 조각을 준다는 사실에 건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유적 안이잖아. 아까도 말했지만, 이 안에선 위험이 커지는 만큼 보상도 커져. 아마 여기서 사냥만 제대로 할 수 있다면 한 사람 앞에 몇억 정도는 우습게 벌 수도 있을 거다.”

“어, 억이요?”

연희의 말에 건은 매우 놀라며 말을 더듬었다.

“아, 내가 너한테 이런 건 말한 적이 없구나. 후후후, 하지만 너무 놀라진 마. 보통은 유적을 찾아서 들어오려고 억에 가까운 돈을 쓰기도 하는 게 현실이야. 거기에 유적 안에서 사냥하려면 적당히 준비할 수가 없지…… 그렇기에 이 안에서 몇억을 벌어도 자칫 잘못하면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게 현실이야.”

“살벌하네요.”

“얜 꼭 돈 얘기만 나오면 긴장하더라.”

억 단위 돈 얘기에 굳은 표정이 된 건을 보며 연희가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이미 상식 따윈 완전히 무시하는 기괴한 세상에 들어왔으면서도 여전히 건은 돈에 민감했다.

아무래도 평생을 돈에 휘둘리며 살았기 때문에 쉽게 돈에 초월한 마음가짐을 가질 수가 없었다.

“쓸데없는 얘긴 그만하고 우선 길을 찾아보자.”

유적은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미로였다.

물론 미로라고 해서 모두 지하 동굴 같은 곳이란 뜻은 아니었다.

지금 세 사람이 서 있는 장소만 해도 울창한 숲 속이었다.

길조차 보이지 않는 숲.

이번 유적은 이러한 밀림(密林)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어떤 유적은 진짜 지하 동굴로 이루어진 곳도 있었고 또 어떤 곳은 커다란 바위들이 잔뜩 있는 암석지대이기도 했다.

심지어 어떤 유적은 거대한 늪지대나 사막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을 때도 있었다.

이처럼 유적은 매우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기 때문에 일단 들어와서 확인하기 전까진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나저나 하필 밀림 형태의 유적이네…….”

연희는 유적이 밀림 형태인 게 살짝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이었다.

“왜요? 밀림이면 안 좋은 점이라도 있어요?”

“우리에게 안 좋은 점이 아니라 나에게 안 좋은 점이 있지. 밀림처럼 은폐(隱蔽)를 할만한 물건들이 많은 곳은 아무래도 나와 같은 무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에겐 단점이 많을 수밖에 없잖아.”

연희는 슬쩍 손에 들고 있던 HK416을 들어 보이며 어깨를 으쓱했다.

“아, 그렇긴 하겠네요.”

“뭐 그래도 크게 상관은 없어. 어차피 제대로 싸우면 광혼탄을 쓸 테고 그렇다면 이깟 나무쪼가리들은 아무 의미가 없어질 테니까.”

광혼탄은 오로지 혼력으로 만들어진 특별한 탄환이었기 때문에 흔히 마이너스 에너지라 불리는 경계의 기운을 가진 존재에만 반응했다.

당연히 지금 주변에 널려 있는 나무와 같은 것들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관통했기 때문에 사실상 광혼탄을 사용하면 장애물의 제약은 없어졌다.

“아무래도 이쪽인 것 같다.”

연희와 건이 잠시 얘기를 하는 사이 철민은 이미 길을 찾아놓았다.

유적이 어떤 형태를 하고 있든 간에 분명한 건 그 안에 존재하는 모든 길은 결국 유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소울 코어(Soul Core)’로 연결되어 있었다.

다만 문제는 길이 전부 얽혀서 미로처럼 되어 있었기 때문에 정확하게 소울 코어로 가는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나마 철민은 유적에 대한 경험이 상당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보다는 훨씬 더 길을 잘 찾았다.

확실한 것은 건이 첫 유적 탐사부터 정말 최고의 동료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철민과 건 그리고 연희가 열심히 유적 안에서 길을 찾고 있을 무렵 유적의 위치가 정확하게 공개된 지 24시간이 넘어가자 본격적으로 소울러들이 유적 안으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얼마나 많고 다양한 소울러들이 유적으로 들어왔는지는 아무도 몰랐다.

다만 너무 오랜만에 나타난 유적이었고 등급도 꽤 높을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소울러들이 이곳으로 모인 건 사실이었다.

그리고 그 소울러들 중에는 자신의 왕국을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찾고 있던 어둠의 왕도 있었다.

* * * *

연희가 가진 힘 중 가장 기본이 되는 건 ‘초월감각(超越感覺)’이라 불리는 능력이었다.

연희는 조선 시대에 유명한 도인(道人)이었던 전우치(田寓治)와 맹약을 맺고 있었다.

전우치는 5등급의 영혼이었는데 전우치가 가진 대표적인 세 가지 힘 중 하나가 바로 초월감각이었다.

이 초월감각은 연희의 감각을 극대화 시켜주었는데 연희는 이 힘을 이용해 국가대표 사격선수들보다 더 뛰어난 사격능력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연희가 이 초월감각을 이용해 또 하나의 힘인 ‘영혼도술(靈魂道術)’을 통해 만든 광혼탄을 쏘아내면 그녀의 힘은 더욱 커졌다.

이처럼 그녀는 전우치의 영혼에게 얻은 힘을 자신의 방식으로 최적화시켰다.

연희 같은 경우는 그러한 최적화가 아주 잘 된 경우였기 때문에 그녀는 오히려 전우치의 능력을 더욱 강력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이처럼 소울러에겐 맹약을 맺은 영혼의 등급도 중요했지만 그만큼 중요한 게 그 힘을 어떤 식으로 자신에게, 그리고 현실에 맞게 사용하느냐였다.

그런 의미에서 연희는 건에게 아주 훌륭한 본보기를 보여주는 중이었다.

타앙!

한 발의 총성.

연희는 어느새 돌격소청을 바닥에 던져놓고 독일제 저격소총인 ‘PSG-1’을 들고 정확한 조준과 함께 방아쇠를 당겼다.

그녀는 이번엔 반혼탄이 아닌 광혼탄을 사용했는데 PSG-1에서 쏘아진 한 발의 빛의 탄환은 모든 장애물을 일직선으로 뚫고 지나가 나무들 사이로 숨은 암괴의 머리를 꿰뚫었다.

카아아아아아악!

단 한 발이었지만 광혼탄이 지니고 있는 강력한 기운은 곧장 암괴의 전신으로 퍼져 나가며 놈의 움직임을 제한시켰다.

드드드드.

혼력의 침투로 몸속의 마이너스 에너지가 마구 들끓자 암괴는 몸까지 심하게 떨었다.

이미 놈은 그 과정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참지 못해 눈이 뒤집힌 상태였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고통에 몸을 떠는 암괴쪽으로 누군가가 빠르게 접근했다.

파파팟!

그는 망설이지 않고 암괴를 향해 달려들어 양손에 들고 있던 두 자루의 단검을 암괴의 목에 찔러넣었다.

푸욱!

두 자루의 단검이 정확하게 암괴의 목 양쪽에 꽂혔다.

단검에는 혼력이 담겨 있었는데 그 혼력은 이미 불안정하게 마구 들끓던 암괴의 마이너스 에너지를 아예 소멸시켰다.

그 결과 암괴 육체를 급속도로 붕괴하기 시작했다.

그나마 연희의 광혼탄은 어찌어찌 버티고 있었는데 거기에 이번 공격이 더해지자 암괴도 더는 버틸 수 없었다.

쿠쿵.

결국, 덩치가 거의 5m는 될 것으로 보이는 암괴는 바닥에 쓰러져 천천히 소멸하기 시작했다.

당연히 암괴의 목에 두 자루의 단검을 꽂은 이는 건이었다. 연희와 건은 현재 철떡 호흡을 자랑하며 열심히 사냥하는 중이었다.

이번에 그들이 잡은 암괴는 하급 암괴였지만 적어도 이 유적 안에서만큼은 거의 상급 암괴에 맞먹는 힘을 지닌 놈이었다.

하지만 그런 놈도 무차별 난사에 이어 정확한 저격에 성공하는 연희, 그리고 그녀와 연계해서 매섭게 마무리 공격을 하는 건 앞에서는 버텨낼 수가 없었다.

연희와 건 그리고 철민이 유적에 들어온 지도 벌써 삼일이 흘렀다.

그 삼일의 시간 동안 연희와 건은 계속 호흡을 맞췄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아주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는 중이었다.

오죽하면 철민이 그들의 실력을 믿고 따로 사냥을 허가했을 정도였다.

물론 베이스캠프로 정한 지역에서 너무 멀리 떨어지지 않는 범위에서 허락한 단독 사냥이었지만 어쨌든 그것만으로도 연희와 건의 콤비는 철민에게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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