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소울(THE SOUL)-55화 (55/175)

# 55

더 소울(The Soul) - 프로 헌터 [1]

@ 프로 헌터.

“사실 한반도의 영혼석은 세상의 그 어떤 영혼석보다 강력했기 때문에 섬나라 원숭이 애들이 감히 넘볼 수 있는 게 아니었어.”

“그렇게 강력한데 왜 한반도가 일제에게 점령을 당한 거죠?”

“문제는 내부에 있었지.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영혼석이 둘로 나뉘어버린 거야. 그 틈을 원숭이들이 놓치지 않고 치고 들어왔고…… 결국 어찌어찌 놈들에게서 영혼석을 지켰지만, 결국엔 한반도는 둘로 나뉜 영혼석처럼 두 나라로 갈라져 버렸어.”

“그럼 한국전쟁 때도 현실의 뒷면에서 소울러들만의 전쟁이 따로 있었던 건가요?”

“응, 그때 둘로 나뉜 영혼석을 서로 하나로 합치겠다며 소울러들도 큰 싸움을 벌였지. 뭐, 결과는 현실과 똑같이 서로 승부를 가르지 못했어.”

“이거 계속 듣다 보니 현실에서의 역사가 곧 경계의 역사네요.”

“아까 말했잖아 두 세상은 서로 아주 밀접한 관계로 엮여 있다고…… 너 이스라엘 알지? 아예 국가의 개념조차 없었던 그들이 어떻게 이스라엘이란 국가를 세울 수 있었는지 알아?”

“몰라요.”

“간단해 그들은 국가를 유지할 ‘영토’는 없었지만, 자신들의 영혼석은 끝끝내 지켜냈기 때문에 결국 그 경계의 힘을 바탕으로 지금의 땅을 차지할 수 있었던 거야.”

“아…….”

연희의 설명을 듣자 건은 이제 모든 게 정확히 이해되기 시작했다.

“조금 전에 얘기한 미국은 원래는 영혼석이 존재하지 않았지만 몇몇 소울러들이 그 지역에 사는 이들의 영혼석을 강탈해 만든 대표적인 국가야. 당시 영혼석을 빼앗긴 이들이 바로 우리가 ‘인디언’이라고 알고 있는 그들이지.”

“허어, 이거 알면 알수록 신기하네요. 역사의 뒤편에 그런 숨은 얘기들이 있었군요.”

“이것 말고도 많지. 하지만 분명한 건……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점점 경계의 세상과 현실 세상이 뒤섞이고 있다는 점이야. 어찌 보면 참 좋지 않은 변화일 수도 있지만, 시대의 흐름을 막을 수 있는 게 아니니 그저 순응할 수밖에 없겠지.”

“그렇군요. 이제 대충 경계와 현실의 상관관계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어쨌든 이런 이유 때문에 ‘영혼공학’은 더욱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어떤 곳의 발표로는 최상급 ‘소울 슈트’를 특별한 훈련을 받은 외인이 착용하고 각종 최상급 외물들로 무장할 경우 어지간한 소울러들보다 훨씬 강하다고 하더라. 뭐, 말로는 거의 마스터 등급의 소울러들과 비슷하다는데…… 실제로 본 건 아니라서 믿기는 좀 힘들더라고.”

“그래도 가능성이 아예 없을 것 같지는 않은데요?”

“그렇긴 하지. 사실 세계 최고의 영혼공학 기술력을 자랑하는 미국 쪽은 오히려 소울러들보다 외인들의 힘이 더 커진지 오래라고 하더라.”

“그 정도예요?”

“애초에 미국은 몇몇 특별한 소울러들의 힘만으로 탄생한 국가라 소울러들의 힘 자체보다는 영혼공학에 더 많은 중점을 둔 국가였어. 뭐, 결과적으로 그런 이유 때문에 현실 세상에서 압도적인 과학 능력을 보유하게 되었지만 어쨌든 원래 미국이란 나라 자체가 좀 특이한 곳이라 예외적인 게 너무 많아.”

“역시 미국답네요.”

“그렇지. 소울러들 사이에서도 미국은 좀 특별한 곳으로 취급되고 있어.”

“알겠습니다. 얘길 듣고 보니 전 아무래도 영혼공학을 통해 만들어진 외물들의 사용법을 배워야겠네요?”

“응, 솔직히 영혼유물은 구하는 게 너무 힘드니까 사용할 일이 별로 없다고 보는 게 옳지.”

“그럼 뭐부터 배워볼까요?”

“우선은 가장 기본적인 것부터 시작하자. 일단 경계에서 사용되는 개인화기의 종류부터 얘기해줄게.”

연희는 한 번에 모든 걸 가르칠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차근차근…… 계단을 밟고 올라가듯 확실하게 하나씩 가르칠 생각이었다.

어차피 건은 아직 배워야 할 게 아주 많았다.

그 얘긴 당장 건에게 수많은 지식을 억지로 주입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단 뜻이었다.

* * * *

배움의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휴학을 마음먹은 건은 학점을 별로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강의를 빼먹었다.

학사경고를 받아도 상관없다고 생각한 그는 그렇게 만든 시간을 모두 수련에 사용했다.

철민과 진짜 실전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실전보다 더 살벌할 수 있는 대련 수련을 매일 하고 그 뒤에 몸을 회복하면서는 연희에게 외물 사용법이나 경계의 세상에서 조심해야 할 것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배웠다.

그렇게 모든 시간을 수련에 매진한 지 정확히 6개월이 흘렀다.

6개월이란 시간은 짧다면 짧을 수도 있고 반대로 길다면 길 수도 있었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이 6개월의 수련 덕분에 건은 전과는 또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스으으으.

건은 아무렇지 않게 선을 넘어 경계 안으로 들어왔다.

“어디 보자…… 백아 어느 쪽이냐?”

경계에 들어온 건은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자신의 어깨 위에 앉아 있는 작은 붉은 돼지를 향해 물었다.

6개월의 시간 동안 백에게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주작의 기운 때문인지 백이 흰 돼지에서 붉은 돼지가 되었다는 점이었다.

단순히 겉모습만 바뀐 건 아니었다.

백은 주작의 기운을 조금씩 키워 그것을 자신의 영기로 만들었다.

백의 말에 따르면 아주 짧겠지만, 현신(現身)도 가능할 것 같다고 얘기했다.

현신이란 영수가 자신의 영기를 이용해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내는 수법이었다.

당연히 그렇게 되면 영수도 그 자체로 강력한 힘을 지닐 수 있게 되었다.

물론 아직은 영기가 미천한 백은 현신을 겨우 몇 분도 유지하지 못할 게 분명했지만 중요한 건 현신이 가능해졌다는 점이었다.

“앞쪽에서 위험한 기운이 느껴져요.”

“수마는 아니겠지?”

“아마도…… 아닐 것 같아요.”

“확실히 얘기해. 수마는 최상급이 아닌 이상 시간 낭비밖에 안 된다고. 저번처럼 수마를 암괴로 착각한 거 아니야?”

“아니에요. 이번에는 적어도 수마는 아니에요. 암괴는 확실한데…… 등급이 뭔지 잘 모르겠어요.”

“그래? 좋아. 그럼 가자.”

암괴라면 그래도 사냥을 할 만했다.

건은 내심 중급 이상의 암괴였으면 했지만, 정확한 건 가봐야 알 수 있었다.

파파팟!

건은 혼력을 이용해 몸을 가볍게 한 후 빠르게 달려나갔다.

100m를 거의 7초 만에 주파할 정도로 빠른 속도였지만 경계에서는 그리 빠른 속도가 아니었다.

건만 해도 전력을 다하면 100m를 거의 4초 만에 주파할 수 있었고 최상급의 소울러들은 그것보다도 훨씬 더 빨리 움직일 수 있었다.

건은 백이 알려주는 방향으로 달려가며 자연스럽게 심안을 발동시켰다.

스르르, 번쩍!

황금색으로 변하는 건의 오른쪽 눈동자.

그렇게 되자 건의 눈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몸을 숨기고 있는 잡귀(雜鬼)들은 물론이고 경계 안을 흐르는 마이너스 에너지의 흐름까지 모두 보였다.

꾸준한 수련 끝에 건은 심안을 연속해서 사용하면 하루에 최대 30분까지 사용할 수 있고 나눠 사용하면 1시간가량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심안은 단순히 기의 흐름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눈이 가지고 있는 능력 자체도 비약적으로 상승시켰기 때문에 지금처럼 멀리 보고 싶을 때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찾았다!’

암괴는 건과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심안은 그런 암괴가 바로 눈앞에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해주었다.

‘외눈에 머리가 두 개…… 그리고 마치 곰과 같은 육체라…… 이 특징을 가진 상급 암괴가 있었던 거 같은데…… 맞아, 트윈헤드우르클.’

중급 암괴만 되어도 괜찮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않게 상급 암괴가 보이자 건은 기분 좋게 웃을 수 있었다.

‘오늘 사냥은 나쁘지 않겠네.’

요 며칠 계속 하급 암괴만 잡으며 영 실속을 못 챙겼던 건이었기 때문에 이번에 나타난 상급 암괴는 더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타타타탓.

건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계속 암괴를 향해 빠르게 달렸다.

그리고 동시에 트윈헤드우르클을 어떻게 잡을지 고민했다.

‘트윈헤드우르클…… 육체 능력은 최상급, 심지어 덩치에 안 맞게 스피드도 빠름. 하지만 특수능력 같은 건 존재하지 않음.’

건은 연희에게 배운 정보를 다시 한 번 복습하듯 떠올렸다.

‘비록 내가 직접 상대해본 적은 없지만, 정보만 놓고 보면 상대하기가 그리 까다로울 것 같진 않네.’

건이 제일 좋아하는 암괴들이 육체 능력만 뛰어난 암괴들이었다.

반대로 가장 귀찮아하는 암괴들이 특수 능력이 발달한 암괴들이었다.

아무래도 건은 직접 몸을 움직여 싸우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에 직접 힘 대 힘으로 싸우는 걸 선호할 수밖에 없었다.

‘속전속결(速戰速決). 빠르게 잡고 끝내자.’

스윽, 철컥! 철컥!

건은 양쪽 허리춤에 차고 있던 두 자루의 권총을 뽑아들었다.

이번에도 건은 G18(글록18)을 사용했다.

아무래도 간편하게 사용하기엔 이만한 권총을 찾기도 힘들었기 때문에 건은 G18을 애용했다.

대신 탄환은 반혼탄이었다.

반혼탄은 구경에 상관없이 사용할 수 있는 특징을 가졌기 때문에 9mm 탄을 사용하는 G18에서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었다.

물론 이 반혼탄은 연희에게 얻어야만 했는데 연희는 건에게도 정확히 값을 치르고 반혼탄을 팔았다.

공과 사는 엄격히 구분하는 그녀였다. 그렇기에 위급상황도 아닌데 공짜로 반혼탄을 줄 리는 없었다.

당연히 건은 정확한 값을 치르고 반혼탄을 천 발 구매했다.

그리고 그 천 발 중 절반인 오백 발은 모두 건의 몸 여기저기에 탄창형태로 꽂혀 있었다.

건은 전에 샀던 강화전투복보다 조금 더 개량된 버전의 강화전투복을 입고 있었다.

트윈헤드우르클과의 거리는 이제 불과 백 미터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당연히 놈도 건을 발견했다. 녀석은 건을 발견하자마자 곧장 날카로운 발톱을 세우며 건을 향해 달려들었다.

건은 놈이 자신을 향해 달려들길 기다렸다는 듯이 양손에 들고 있던 권총을 마구 난사했다.

타타타타탕!

건은 움직이면서 동시에 총을 난사했지만 그럼에도 반혼탄들은 아주 정확하게 트윈헤드우르클을 향해 날아갔다.

사격 솜씨만 놓고 봐도 국가대표 사격 선수들보다 훨씬 뛰어났다.

퍼퍼퍼퍼퍽!

트윈헤드우르클의 몸에 마구 꽂히는 반혼탄.

만약 그냥 탄환이었다면 아무렇지도 않게 무시할 수 있었겠지만, 반혼탄은 아무리 트윈헤드우르클이라고 해도 무시할 수가 없었다.

크어어어어어엉!

쏟아지는 반혼탄을 온몸으로 받아낸 트윈헤드우르클은 제자리에 멈춰 섰다.

그나마 트윈헤드우르클이라서 이렇게 버틴 거지 만약 하급이나 중급 암괴였으면 이것만으로도 거의 쓰러지기 직전까지 몰릴 수 있었다.

하지만 건이 원한 것도 딱 여기까지였다.

그 역시 반혼탄으로 트윈헤드우르클을 쓰러트릴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놈을 멈추게 한 건은 두 자루의 권총을 재빨리 다시 허리춤에 꽂으며 오른발로 바닥을 강하게 찍었다.

꽈광!

쩌저저저저적!

그러자 그의 오른팔에서 발생한 충격파가 곧장 트윈헤드우르클을 향해 뻗어 나갔다.

쿠쿠쿠쿵!

트윈헤드우르클은 그 충격파에 휘말리며 중신을 잃고 뒤로 넘어졌다.

놈을 쓰러트린 이 충격파.

이게 바로 건이 새롭게 얻은 척준경의 네 번째 영혼 능력이었다.

‘파천신력(破天神力)’이라 불리는 이 힘은 여러 형태로 사용할 수 있었는데 현재 건은 겨우 조금 전처럼 충격파 형태로만 이 신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

건은 주로 발이나 주먹을 이용해 충격파를 만들었고 그 충격파의 위력은 보시다시피 상급 암괴도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쓰러트리게 할 정도로 강력했다.

하지만 건의 공격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파천신력으로 트윈헤드우르클을 쓰러트린 그 순간 이미 건의 손에는 한 자루의 검은색 검이 잡혀 있었다.

흑룡아로 만든 평범한 한 자루의 장검.

건은 그 장검을 들고 정신을 집중했다.

심안발동(心眼發動)!!

황금색으로 변한 건의 오른쪽 눈동자는 곧장 바닥에 쓰러져 있는 트윈헤드우르클의 온몸을 훑고 지나갔다.

‘양쪽 머리의 외눈!’

그 짧은 순간에 심안은 트윈헤드우르클의 기운이 어느 곳에 집중적으로 뭉쳐 있는 알아냈다.

그리고 그걸 알아낸 순간 건은 자신 가지고 있던 마지막 한 수를 꺼내 들었다.

츠츠츠츳!

무신혼(武神魂) 개방(開放)!

무신혼, 이게 바로 척준경이 가진 다섯 가지 영혼 능력 중 마지막에 해당하는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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