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소울(THE SOUL)-60화 (60/175)

# 60

더 소울(The Soul) - 백련사웅(百鍊四雄) [2]

촤아아아!

동명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영혼 거미줄은 곧장 그에게 날아오던 나무 화살을 휘감았다.

드드드득!

화살은 거미줄에 휘감기며 마구 요동쳤고 동명은 교묘하게 두 손을 움직이며 거미줄을 이용해 화살에 실린 힘을 흩어버렸다.

화살에 실린 힘이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이런 식으로 거미줄로 휘감은 후 힘을 흩어버리면 제 위력을 발휘할 수가 없었다.

결국, 동명은 화살을 막아냈다.

하지만 하나의 화살을 막았다고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화살이 언제 또다시 날아올진 아무도 모르는 것이었다.

그래서 동명은 화살을 막자마자 곧장 양손을 높게 쳐들며 영혼 거미줄을 사방으로 뿌리기 시작했다.

파파파파팟!

마치 거미가 거미줄로 자신의 집을 만드는 것처럼 동명도 자신 근처에 영혼 거미줄로 방어선을 구축했다.

이렇게 하면 화살이 어느 방향에서 날아와도 손쉽게 반응할 수 있었기 때문에 저격으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었다.

‘그런데 도대체 누가 우릴 공격하는 거지? 혼마? 아니야. 이곳에 풀어놓은 혼마는 진혼마가 아니었어. 진혼마가 아닌 이상 보통의 혼마가 이렇게 계획적으로 공격할 리는 없고…… 설마…… 그 녀석이 살아 있는 건가?’

동명은 사방에 거미줄을 뿌리면서 동시에 누가 자신들을 습격한 건지에 대해 생각했다.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그는 결국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혼마에게 잡아먹혔을 것으로 생각했던 건.

그가 살아 있는 게 아니라면 지금 상황은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았다.

‘혼마에게서 살아남았다고? 그건 아니겠지. 아마도 제대로 혼마가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겠지…… 그렇다고 해도 그 녀석이 이렇게 당돌한 반격을 할 줄이야…… 이거 빨리 형님에게 연락해야겠다.’

동명은 건이 살아 있는 게 거의 확실하다고 생각하곤 다시 경계용 휴대전화를 꺼내 동혁에게 연락하려고 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그는 원하는 대로 연락을 하지 못했다.

피이잉!

다시 허공을 꿰뚫고 날아오는 한 발의 화살.

그 화살은 동명이 뿌려놓은 영혼 거미줄들 사이에 존재하는 아주 미세한 틈을 파고들며 정확하게 동명을 향해 날아왔다.

동명은 그 화살을 보곤 깜짝 놀라 다시 양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주변에 깔아놓은 영혼 거미줄들이 동명의 뜻대로 움직이며 순식간에 화살의 경로를 막았다.

휘리릭, 드드드드득!

이번에도 영혼 거미줄은 성공적으로 화살을 막았다.

확실히 영혼 거미줄을 사방에 깔아놓으니 화살을 막는 건 훨씬 수월했다.

‘이 정도라면…… 저격에 당하진 않겠군.’

동명은 이제야 어느 정도 안심을 하며 이번에는 진짜 동혁에게 연락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재빨리 경계용 휴대전화를 꺼냈다.

그렇지만 그의 그런 의도는 또 한 번 막혔다.

이번엔 화살이 아니었다.

커다란 대도를 든 한 남자가 영혼 거미줄을 가르며 동명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헛!”

동명은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며 휴대전화를 놓고 다시 양손을 휘저었다.

마음 같아선 재빨리 동훈에게 던져서라도 연락을 취하게 하고 싶었지만, 전방의 남자는 그럴 작은 여유조차 주질 않았다.

그러자 다시 한 번 주변에 깔린 영혼 거미줄들이 요동치며 대도를 든 남자, 아니 건을 향해 쏟아졌다.

촤르르르륵!

사방에서 쏟아지는 하얀 영혼 거미줄.

하지만 건은 자신에게 영혼 거미줄이 쏟아지는데도 전혀 개의치 않고 앞으로 돌진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그는 심안을 통해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영혼 거미줄의 빈틈 찾은 후 그 빈틈을 파고들며 돌진하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모든 거미줄을 피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빈틈을 파고든다고 해도 몇 가닥 정도의 영혼 거미줄은 건을 향해 날아왔다.

그렇지만 그 정도로는 건을 막을 수 없었다.

건은 대도를 휘둘러 자신의 몸에 들러붙으려는 영혼 거미줄을 모두 잘라냈다.

영혼 거미줄이 많았다면 모를까 몇 가닥 정도는 얼마든지 잘라낼 수 있었다.

건이 그렇게 빠른 속도로 동명을 향해 파고들자 동명은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동명이 가진 가장 큰 무기는 영혼 거미줄이었다.

그런데 그게 제대로 안 먹힌다는 건 당연히 좋지 않은 소식이었다.

어쨌든 당황한 동명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더 많은 영혼 거미줄을 소환하는 것뿐이었다.

동명은 양손을 건 쪽으로 뻗으며 자신이 있는 힘껏 영혼 거미줄을 소환했다.

촤아아아아아!

그렇게 하자 정말 수백 가닥의 영혼 거미줄이 건을 향해 성난 파도처럼 밀려갔다.

워낙 많은 양의 영혼 거미줄이었기 때문에 건이 아무리 심안으로 빈틈을 찾으려고 한다고 해도 빈틈을 찾을 수 없었다.

‘빈틈이 없다면…….’

건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수백 가닥의 영혼 거미줄을 바라보며 순간적으로 대도에 혼력을 집중시켰다.

“만들면 되지!”

그리곤 그 대도를 아주 강하게 횡으로 휘둘렀다.

번쩍!

촤아아아아아!

그러자 대도에서 초승달 모양의 혼강(魂罡)이 방출되었다.

이게 바로 무신혼의 두 번째 무공인 월영참(月影斬)이었다.

건은 헌터 자격시험을 치르기 전에 간신이 이 월영참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월영참은 흔히 혼강이라고 부르는 강기를 이용해 완성하는 무공이었다.

혼강은 소울러들이 경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뽑는 강력한 기운 중 하나였다.

그런 혼강을 아주 얇게 초승달 모양으로 전방을 향해 뿌리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 위력은 혼강편이 절대 따라올 수 없었다.

물론 건은 아직 제대로 월영참을 사용하는 게 아니라 거의 흉내만 내는 수준이라 초승달 모양의 혼강이 너무나 희미했다.

이건 혼강의 질이 그리 좋지 않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혼강은 혼강이었다.

당연히 동명이 만든 영혼 거미줄 정도는 그 수가 아무리 많다고 해도 한 번에 갈라버릴 수 있었다.

콰드드드드드드!

그 옛날 모세가 바다를 가르는 기적을 보여준 것처럼 혼강도 동명의 거미줄을 모조리 갈라버리며 아주 큰 틈을 만들어주었다.

건은 그 틈으로 계속 돌진했고 순식간에 동명 앞에 도착했다.

휘릭, 빠각!

동명은 믿고 있던 영혼 거미줄의 방어선이 너무나 허무하게 뚫려버리자 크게 당황한 표정으로 건의 돌진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결국 건이 휘두른 대도에 머리를 정통으로 가격당하며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그나마 건이 대도의 날이 아닌 등 부분으로 쳤기 때문에 죽진 않았지만, 머리뼈에 금이 갈 정도로 상당한 충격이었기 때문에 정신을 차리기가 쉽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건이 동명을 죽이지 않은 건 자비나 망설임, 이런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다 쓸데가 있었기 때문에 제압을 한 것이었다.

그렇게 동명을 제압한 건은 곧장 고개를 돌려 옆에 있던 동훈을 바라보았다.

동훈은 동명이 눈 깜짝할 사이에 제압당하는 걸 보고 재빨리 왼손으로 한 자루의 검을 뽑았다.

그는 동명과 달리 강화계열 소울러였다.

하지만 문제는 가장 중요한 오른팔을 아예 못 쓰게 돼서 제대로 능력을 발휘하기가 힘들다는 점이었다.

최초 그 저격이 동훈에겐 너무나 치명적인 일격이 되었다.

“너, 넌 도대체 누구냐!”

동훈은 지금 자신의 상태가 어떤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쉽사리 건에게 달려들지를 못했다.

그는 차라리 시간을 조금 끌면 혹시라도 동혁과 동민이 올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나? 정말 내가 누군지 몰라서 묻는 거야?”

건은 어처구니가 없단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설마…… 네가 그 백건이란 놈이냐?”

“봐. 알고 있잖아.”

“어떻게 네놈이 살아 있는 것이지? 분명 네놈은…….”

“혼마한테 잡아먹혔을 거라고? 그래, 그럴 뻔했지. 하지만 이렇게 살아남았고 지금은 너희를 상대하는 중이지.”

“……그냥 얌전히 혼마에게 죽는 게 나았을 것이다.”

“하하하하, 그 충고는 지금 이 상황과는 너무나 안 어울리는데?”

“백련김가를 우습게 보지 마라. 너 같은 놈이 감히 만만하게 볼 곳이 아니다.”

“이게 바로 어리석은 명문가의 자존심이란 건가? 아, 백련김가는 이제 더 이상 명문가라고 얘기하기가 좀 그런가?”

“닥쳐라! 뚫린 입이라고 함부로 말…….”

건의 도발에 순간 흥분해서 소리치는 동훈. 하지만 건은 딱 거기까지만 동훈의 얘길 들어주었다.

휘릭, 빠각!

건은 동훈이 흥분을 한순간 낮고 빠르게 동훈에게 다가가며 이번에도 역시 대도의 등 부분으로 동훈의 턱을 쳐올려 그를 기절시켰다.

턱뼈는 박살 났겠지만 적어도 죽진 않았다.

동명과 동훈, 건이 두 사람 모두를 살려둔 건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였다.

“자, 그럼 이제 다음 사냥감을 잡아볼까?”

기절한 동명과 동훈을 양어깨에 걸친 건은 조용히 그곳을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그에게 동명과 동훈은 다음 사냥감을 낚을 미끼였다.

뻔히 알면서도 도저히 물지 않을 수 있는 아주 훌륭한 미끼…… 그렇기에 건은 동명과 동훈을 살려놓은 것이었다.

동혁은 어이가 없었다.

그에게 걸려온 한 통의 전화.

분명 휴대전화에 뜬 번호는 백련사웅의 일원인 동명에게 자신이 건네주었던 휴대전화의 것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 휴대전화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동명이나 동훈의 것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전화를 건 남자는 백건이었다.

자신들이 푼 혼마에게 잡아먹혔을 것으로 생각했던 그 백건…… 그가 살아남아서 오히려 동명과 동훈을 인질로 잡은 후 전화를 한 것이었다.

“그래서 동명과 동훈은 살아있는 것이냐?”

동혁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일단 지금은 살아 있는데…… 문제는 지금이 아니라 나중이겠지.]

“원하는 것이 뭐지?”

[혹시 내가 너희의 목을 원한다고 하면 곱게 목을 내밀어 줄 건가?]

“둘을 살리려고 넷 모두 죽는 어리석은 짓을 할 수는 없지. 내가 말한 원하는 게 뭔지 물은 건 그걸 다 들어주겠다는 게 아니라 원하는 걸 들어보고 어떻게 움직일지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뭐, 당연하겠지. 좋아. 그럼 내가 원하는 걸 얘기하겠다. 난 깔끔한 승부를 원한다. 너희가 원하는 게 내 목이라면…… 좋다. 나도 내 목을 걸지. 대신 너도 네 목을 걸어라. 그렇게 승부를 보면 서로 깔끔하고 좋을 것 같지 않나?]

건은 충분히 동명과 동훈을 이용해 이 위기를 손쉽게 탈출할 수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자신의 목을 걸고 한 번의 승부를 제안했다.

회피보단 정면돌파(正面突破)를 선택한 건.

그가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건 당연히 척준경의 영향이 컸다.

정확히는 척준경의 영혼과 동기화가 되며 생겨난 주체할 수 없는 패기(覇氣)가 그를 이런 승부로 이끌었다.

“나와 서로 목을 걸고 싸우겠다는 건가?”

[맞다.]

동혁은 정작 건이 이렇게 패기 있게 나오자 갑자기 망설여졌다. 하지만 이내 망설이는 자신을 되돌아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언제부터 내가 이렇게 나약해진 거지? 이런 승부에 곧장 대답하지 못하다니…… 하아, 정말 나도 이젠 어쩔 수 없는 퇴물 소울러가 되어가는 것 같군.’

동혁은 그렇게 자신을 자책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좋다. 그렇게 하겠다.”

[그럼 북쪽 해안으로 와라.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겠다.]

“알았다.”

서로 합의를 끝낸 두 사람은 동시에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은 동혁은 아주 잠시 호흡을 정리했다.

그리곤 옆에 있는 동민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동명과 동훈이 인질로 잡혔다.”

“네? 갑자기 그게 무슨…….”

“그 백건이란 녀석이 살아 있었다. 아무래도 세가가 전해준 정보가 잘못 된 것 같다.”

“허어, 어떻게 그런 일이…….”

“일단 녀석이 일대일 승부를 제안해서 난 거기에 응할 생각이다.”

“일대일 승부요? 허어,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이군요. 감히 형님에게 일대일 승부를 제안하다니.”

동민은 어처구니가 없단 표정으로 웃으며 중얼거렸다.

그가 그렇게 얘기할 수밖에 없는 게 사실 백련사웅 중 동혁은 나머지 다른 세 사람이 힘을 합쳐서 덤벼도 이길 수 없는 상대였다.

말이 백련사웅이지 사실상 백련김가의 최고 고수라고 할 수 있는 동혁과 그를 보좌하는 세 명의 추종자들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큰 격차가 존재했다.

동민과 동명 그리고 동훈이 헌터로 치면 최상급 실버 등급이라 할 수 있다면 동혁은 골드 등급에서도 가장 높은 최상급 골드 등급의 헌터들과 비슷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최상급 골드 등급의 헌터라면 거의 다이아몬드 등급 바로 아래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실제로 다이아몬드 등급의 헌터와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큰 벽만큼의 차이가 존재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상당한 실력자인 건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동민은 건의 일대일 대결 요구가 너무나도 어처구니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대결 제의를 받은 동혁의 표정은 별로 좋지 않았다.

‘설마 혼마는 혼자 제거하고 우리를 기다렸던 건가? 그렇다면 이번 대결이 절대 만만하지 않겠구나.’

그는 동민과는 달리 굉장히 신중한 성격이었다.

그렇기에 함부로 자신의 승리를 예상하지 않았다.

“일단 가자.”

한참 설레발을 치고 있는 동민과 달리 더욱 차분하게 가라앉은 동혁은 굳은 표정으로 북쪽 해변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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