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소울(THE SOUL)-61화 (61/175)

# 61

더 소울(The Soul) - 끝장 승부 [1]

@ 끝장 승부.

동명과 동훈은 북쪽 해변에 세워져 있는 두 개의 나무 기둥에 정신을 잃고 묶여 있었다.

그리고 그 앞 모래사장에는 건과 동혁이 서로 마주 보고 서 있었다.

“저들이 살아 있는 건 확실하겠지?”

“그런 걸 속일 정도로 양아치는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라.”

“그런데 왜 넌 도망가지 않은 거지? 네가 도망가고자 마음만 먹었다면 우리 몰래 우리가 타고 온 배를 훔쳐서 도망갈 수도 있었을 텐데? 아니, 설사 배가 없더라도 아예 우리가 오기 전에 헤엄쳐서 섬을 탈출할 수도 있었을 텐데…… 왜 그러지 않은 거지?”

동혁이 가장 궁금한 건 이 부분이었다.

사실 그가 볼 때 건은 이 싸움을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다. 그런데 건은 싸움을 피하긴커녕 오히려 싸움을 걸어왔다.

동혁은 바로 이게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도망간다고 달라지는 게 있을까? 전장(戰場)에서 도망친다고 낙원(樂園)에 갈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전장에서 도망쳐 봤자 또 다른 전장일 뿐이지. 그러니까 난 아예 여기서 승부를 보려는 거야.”

“하긴 틀린 말은 아니군.”

건의 말을 들은 동혁은 이해가 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설사 건이 이곳에서 도망쳤다고 해도 백련사웅은 무조건 계속 건을 추적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결국 그렇게 추적을 해 건을 제거해야 했다.

이건 백련사웅과 건의 피할 수 없는 운명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솔직히 그냥 도망치면 자격시험에서 실격 처리를 당할 수도 있잖아. 난 그것도 싫었어.”

도망쳐서 헌터 협회에 사정을 설명하면 정상 참작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결과적으로 따지면 시험 자체를 제대로 치른 게 아니었기 때문에 실격 처리될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건은 첫 번째 이유만큼이나 이것도 싫었다.

여기서 실격되면 결국 1년을 더 기다려야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무조건 이번에 합격하고 싶었다.

“이 와중에도 시험을 포기하지 않고 있었군.”

“포기할 이유가 없잖아?”

“자신감인가? 아니면 만용인가?”

“글쎄, 그건 서로 목을 걸고 붙어보면 알지 않겠어?”

건은 동혁을 보며 웃었다.

“아까부터 생각한 건데…… 내가 알기로 넌 소울러가 된 지 이제 겨우 일 년 정도밖에 안 된 애송이인데 너무 근거 없는 자신감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해보지 않았나?”

“그러니까 이제부터 그걸 한 번 확인해보자고.”

츠츠츠츳.

건은 그 말과 함께 흑룡아를 다시 한 번 대도(大刀) 형태로 변형시켰다.

“패기만큼은 인정해야겠군.”

동혁은 그런 건을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리곤 그 역시 자신의 혼력을 끌어올리며 전투 준비를 끝냈다.

동혁은 강화 계열 소울러가 아니었다.

보통 강화 계열 소울러가 아닌 경우 일대일 전투에선 약한 모습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았지만, 당연히 무조건 그런 건 절대 아니었다.

동혁은 특질 계열과 소환 계열의 특징을 반씩 가지고 있는 소울러였다.

“동민아, 넌 끼어들지 마라.”

동혁은 옆에서 기회가 생기면 언제든지 끼어들려고 하고 있던 동민을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아무리 바닥까지 떨어졌다고 해도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키고 싶었다.

“하지만…….”

“백련사웅의 긍지를 저버리지 마라.”

동혁은 그 말을 마지막으로 하고 곧장 건 쪽으로 걸어갔다.

건 쪽으로 걸어가는 그의 몸 주변에 작은 유리구슬 같은 것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동혁이 지닌 능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천혼주(天魂珠)’였다.

동혁은 이 천혼주를 이용해 다양한 능력을 발휘했다.

이것은 소환물인 동시에 특질계의 특성을 지닌 것이었기 때문에 상대하기가 무척 까다로웠다.

‘쳇, 역시 예상대로 쉽진 않겠군.’

건은 동혁의 몸 주변에 나타난 수십 개의 천혼주를 바라보며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는 승부수를 던지고 자신의 목을 걸었지만 사실 동혁을 확실히 이길 수 있다는 보장 같은 건 없었다.

“그럼 바로 시작할까?”

시작부터 아예 천혼주를 꺼낸 동혁은 방심 같은 건 전혀 하지 않고 있었다.

동혁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천혼주 중 일부를 건을 향해 뿌렸다.

파파파팟!

동혁은 최대 100개까지의 천혼주를 부릴 수 있었지만 그건 정말 엄청나게 무리를 해야 가능한 것이었고 가장 효율적인 천혼주의 숫자는 50개 정도였다.

천혼주는 혼력이 압축되어 뭉쳐져 있는 하나의 에너지 덩어리였기 때문에 하나하나가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동혁은 그러한 천혼주를 마치 암기처럼 건을 향해 뿌렸다.

건은 재빨리 흑룡아(대도)를 눕혀 넓은 도면으로 천혼주들을 막았다.

따다다다다당!

다행히 동혁이 뿌린 천혼주의 숫자가 열 개밖에 되지 않아 흑룡아(대도)의 도면으로 모두 막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천혼주들이 흑룡아(대도)에 부딪힌 순간 건은 살짝 뒤로 밀려나며 흑룡아(대도) 심하게 떨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생각보다 더 강하잖아?’

천혼주 하나, 하나에 실린 힘은 건이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다.

하지만 동혁의 공격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마치 이건 그저 인사였다는 듯이 동혁은 다시 천혼주를 자신의 가슴 언저리로 모은 후 그 작은 구슬들을 하나로 뭉쳐 하나의 커다란 검을 만들었다.

“하압!”

그리곤 그 검을 곧장 바닥에 깊숙이 꽂았다.

푸욱, 콰과과과과과과!

그러자 검에서 방출된 강력한 충격파가 땅바닥을 가르며 건을 향해 쏟아졌다.

이게 바로 동혁이 자신 있어 하는 기술 중 하나인 천혼검파(天魂劍波)였다.

건은 생각지도 못한 동혁의 공격에 깜짝 놀랐지만 놀라는 와중에도 몸은 먼저 반응하고 있었다.

천혼검파를 그냥 막거나 피하는 건 오히려 동혁에게 또 다른 공격의 기회를 주는 것이란 걸 찰나의 순간에 파악한 건은 망설이지 않고 오른발로 강하게 땅바닥을 찍었다.

꽈광! 쩌저저저저저저적!

이에는 이, 충격파에는 충격파.

건은 파천신력을 이용해 맞불 작전을 펼쳤다.

콰과광!

결국, 천혼검파와 파천신력은 동혁과 건의 사이에서 충돌하며 큰 폭발을 만들어냈다.

순간적으로 무인도가 살짝 흔들릴 정도로 강력한 폭발이었다.

물론 무인도는 이미 경계의 세상으로 변해 있었기 때문에 정작 이 폭발이 섬 밖에 있는 이들에게까지 전해질 가능성은 전혀 없었다.

동혁도 그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 놓고 힘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어쨌든 그 폭발 때문에 해변의 모래들이 한꺼번에 사방으로 흩날려 퍼졌고 그 순간 모든 사람의 시야가 차단되었다.

당연히 동혁도 이 순간만큼은 시야에서 건을 놓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건은 달랐다.

그는 이 와중에도 동혁을 시야에서 놓치지 않았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심안 덕분이었다.

심안은 사방으로 모래가 흩날리며 모든 사람의 시야가 차단된 이 상황에서도 아주 정확하게 동혁의 기운을 읽어내 그가 어디에 있는지 건에게 알려주었다.

건은 동혁의 위치를 파악하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흩날리는 모래 안갯속으로 뛰어들었다.

파파팟, 퍼펑!

모래 안개를 뚫고 동혁에게 달려드는 건.

시야에서 건을 놓쳐 아주 잠깐 방심을 했던 동혁은 그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며 천혼주를 자신 앞으로 끌어모았다.

츠츠츠츳!

동혁을 향해 휘둘러지는 흑룡아(대도).

그 흑룡아(대도)에 실린 힘은 한눈에 봐도 평범하지가 않았다.

쩌저저저저저저정!

그렇지만 흑룡아(대도)는 천혼주에 막혔다.

정확히는 천혼주들이 뭉쳐지며 만들어진 일종의 방패 같은 것에 막혔다.

하지만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에 동혁은 완벽하게 천혼벽(天魂壁)을 만들지 못했다.

기껏해야 천혼주 20개 정도로 엉성한 천혼벽을 만드는 게 전부였다.

그래서일까?

천혼벽은 흑룡아(대도)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부서졌다.

콰아아앙!

물론 천혼주 자체가 부서진 게 아니라 천혼벽이 부서지며 천혼주 상태로 흩어진 것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동혁에겐 충격이 있었다.

“크윽!”

동혁은 천혼벽이 부서지며 전해진 충격 때문에 인상을 잔뜩 찡그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나마 벽이 부서지면서도 겨우겨우 흑룡아(대도)의 움직임을 막아냈기 때문에 이 정도로 끝난 것이었다.

만약 흑룡아(대도)가 천혼벽을 부스고 안쪽으로 파고들었으면 동혁은 굉장히 위험할 뻔했다.

‘강화 계열인 건 알았지만 이건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강화 계열의 힘이다.’

동혁은 상대방을 깔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대단히 위험할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이 일격으로 그 생각이 바뀌었다.

‘이 정도라면 자칫 내가 질 수도 있다.’

이건 단순한 대련이 아니었다.

서로 목을 걸고 펼치는 피 튀기는 생사결(生死決)이었다.

위험을 느낌 동혁은 망설이지 않고 추가로 20개의 천혼주를 더 만들어냈다.

총 70개.

이 정도라면 동혁이 무리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최대한의 숫자였다.

그렇게 천혼주의 숫자를 늘린 동혁은 그 상태에서 천혼주를 자신의 뒤쪽으로 빠르게 뿌리며 동시에 그 천혼주를 붙잡았다.

이건 특별한 이름이 있는 기술은 아니었지만, 동혁이 빠른 이동을 하려고 할 때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었다.

이렇게 하면 천혼주의 빠른 속도를 백 퍼센트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어지간한 속도로는 절대 동혁을 따라올 수가 없었다.

하지만 동혁이 그렇게 힘을 쥐어짜 건의 공격권에서 벗어나려는 순간 건도 자신이 가진 모든 힘을 쥐어짜며 계속 공격을 이어나가기 위해 노력했다.

츠츠츠츳!

건이 들고 있던 흑룡아(대도)에 무쌍투기가 집중되며 그 자체에서 검은색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동시에 건은 두 다리에도 무쌍투기를 잔뜩 주입했다.

‘거리를 주면 무조건 내가 힘들다. 이 싸움의 승패는 결국 나에게 유리한 거리를 얼마나 잘 유지하는가에 있다.’

천혼주가 가진 특성상 건은 무조건 동혁에게 붙어야 했고 반대로 동혁은 무조건 건과 거리를 벌려야 했다.

마치 복싱경기에서 아웃복싱을 구사하는 선수와 인파이팅을 구사하는 선수가 싸울 때 치열하게 거리 싸움을 하는 것처럼 동혁과 건도 서로 거리를 놓고 치열하게 다투었다.

건이 두 다리에 무쌍투기의 힘을 집중시킨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건의 두 다리는 무쌍투기의 힘 덕분에 근력이 평소보다 몇 배나 늘어났고 동시에 어떤 충격에도 견딜 수 있을 만큼 단단해졌다.

그 얘긴 전보다 몇 배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단 뜻이었다.

덕분에 건은 천혼주를 이용해 뒤로 빠르게 물러나려고 했던 동혁을 너무나 쉽게 따라잡았다.

동혁을 따라잡은 건은 동혁을 향해 왼손을 짧게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왼손에서 한 개의 화염 덩어리가 만들어져 동혁에게 날아갔다.

화르륵, 콰광!

물론 동혁은 그 화염 덩어리를 천혼주 몇 개를 이용해 막았다.

하지만 이건 그저 집중력을 분산시키려는 것일 뿐이었다.

전혀 다른 경지로 발전시킨 오행발현술을 이용해 화염 덩어리를 던진 건은 그걸 던지는 것과 동시에 흑룡아를 쇠사슬 모양으로 변형시켜서 재빨리 동혁을 향해 뿌렸다.

촤르르륵!

동혁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향해 날라오는 화염 덩어리를 막으려고 아주 잠깐 신경을 그쪽으로 돌렸을 뿐이었는데 건은 그 잠깐의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드드득!

흑룡아(쇠사슬)는 빈틈을 기가 막히게 파고들며 곧바로 동혁의 왼손에 휘감겼다.

“큭!”

순간 동혁은 깜짝 놀라며 흑룡아(쇠사슬)를 털어버리려고 했지만 흑룡아(쇠사슬)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동혁의 왼손을 더욱 강하게 휘감으며 절대 그의 손을 놓아주질 않았다.

철컹!

결국, 동혁은 흑룡아(쇠사슬)에 붙잡혀 더 이상 뒤로 물러나지도 못하게 되었다.

건은 흑룡아(쇠사슬)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거리를 확보했다.

그럼 이제 남은 건 이 거리가 유지되는 동안 최대한 동혁에게 피해를 주는 것뿐이었다.

건은 오른손으로 잡고 있는 흑룡아(쇠사슬)을 힘차게 당기며 동시에 왼발로 동혁의 옆구리를 노렸다.

그런데 생각보다 동혁의 대처가 침착하면서 뛰어났다.

쩌저저정!

동혁은 재빨리 천혼주로 천혼벽을 만들며 건의 공격을 막았다.

건은 동혁이 강화 계열 소울러가 아니었기 때문에 반응 속도가 늦을 것이라고 예상했었지만, 뜻밖에도 동혁의 반응 속도는 상당히 빨랐다.

‘뭐지? 강화 계열 소울러도 아닌데 어떻게 이 정도 거리에서 이렇게 빨리 반응할 수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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