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소울(THE SOUL)-71화 (71/175)

# 71

더 소울(The Soul) - 사냥 재개 [1]

@ 사냥 재개.

한 달을 넘어 거의 두 달에 가까운 50일 동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제주도.

어둠의 왕은 완벽하게 잠적했고 그 결과 제주도의 경계는 너무나 평온한 50일을 보내게 되었다.

이러한 평온한 나날이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아무도 몰랐다.

최초에 일이 터졌을 때만 해도 일촉즉발의 위기가 느껴지던 제주도였지만 이제는 마치 거친 파도가 가라앉은 바다 같은 느낌을 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정말 단편적인 외부의 모습일 뿐이었다.

평온한 바닷가 아래 속에서 빠른 속도로 흘러가는 조류의 흐름처럼 지금 제주도의 경계에서도 은밀한 뭔가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것은 어느 한 쪽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었다.

어둠의 왕도 그리고 소울러들도…… 모두 각자의 방법으로 계속 늘어지고 있는 이번 일을 해결하려고 노력 중이었다.

* * * *

“이제 다 모인 건가요?”

한 남자. 적당한 키에 적당한 덩치…… 그다지 특별한 게 없어 보이는 외모였지만 눈빛 하니만큼은 정말 강렬한 남자였다.

특히 그는 등에 총 일곱 자루의 크고 작은 검들을 메고 있었는데 이게 바로 오래전부터 경계의 세상에서 그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묵뢰칠검(墨雷七劍)이었다.

묵뢰칠검을 가진 눈빛이 강렬한 남자.

그는 바로 헌터 협회가 자랑하는 최고의 헌터 묵뢰였다.

“아직 한 명이 안 온 거 같은데?”

“한 명? 누가 온 건 건가요?”

“금강철벽. 늘 그렇듯…… 세상 편하게 사는 그 녀석이 늦는군.”

헌터 팀 헬의 수장이자 철민과 같은 다이아몬드 등급의 헌터인 조현광은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그는 천성적으로 철민과 별로 안 맞는 성격이었다.

“현재 시각 오전 한 시 오십 분. 약속 시각이 사십 분이었으니 십 분만 더 기다려보도록 하죠.”

묵뢰는 시간을 체크하며 얘기했다.

그는 조현광처럼 철민에게 불만 같은 건 없었기 때문에 정해진 규정대로 일을 처리할 뿐이었다.

“그나저나 협회는 어떻게 녀석들을 찾은 거죠? 우리도 나름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했는데…… 놈들의 꼬리조차 찾지 못했는데…….”

수호자 쪽을 대표하는 소울러 중 한 명이었던 천검은 궁금하단 표정을 지으며 묵뢰를 향해 물었다.

지금 이곳에 모인 이들은 총 여섯 명이었다.

오기로 되어 있는 강철민까지 합치면 일곱 명이 이곳에 모이기로 되어 있었다.

그들이 모인 이유는 단 한 가지 때문이었다.

바로 어둠의 왕!

그들이 50일 동안 계속 추적해온 그 어둠의 왕 때문이었다.

“그건 기밀이라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묵뢰는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천검이 예상했던 그대로 얘길 했다.

사실 천검도 묵뢰가 어둠의 왕을 어떻게 찾은 지 설명해줄 것이라곤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역시 소문으로만 존재하는 헌터 협회의 명예 회장이 직접 나선 건가? 듣기에는 전투와 관련된 능력은 거의 가지지 못했지만 뭔가 아주 특별한 능력을 가졌다고 하던데…… 이번에도 그 능력을 이용해 놈들을 찾은 건가?’

천검은 맹(盟)으로부터 받은 여러 기밀 정보를 통해 대충 협회가 어떤 식으로 어둠의 왕을 찾은 지 예상할 수 있었다.

정확한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은 헌터 협회의 명예 회장.

지금의 협회가 있기까지 굉장한 공을 세운 그가 나선 것이라면 갑자기 협회 측에서 어둠의 왕을 찾은 사실이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해졌다.

‘맹에서는 명예 회장이 가지고 있는 정확한 능력을 궁금해하는데…… 말 몇 마디로 그걸 알아낼 순 없겠군.’

천검은 묵뢰가 어떤 인물인지 잘 알고 있었다.

묵뢰와 맹약을 맺은 인물은 무려 백제의 영원한 영웅이라 불리는 계백 장군이었다.

초월급이라 불리는 3등급의 영혼인 계백은 당연히 아주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괜히 묵뢰가 최고의 헌터라고 불리는 게 아니었다.

특히 그는 단순히 등급이 높은 영혼과 맹약을 맺은 것뿐만 아니라 기본적으로 재능이 뛰어난 인물이었기 때문에 그의 실력은 누구라도 인정하는 진짜였다.

“뭘 십 분이나 기다려. 그냥 갑시다. 아무리 금강철벽이라고 해도 늦으면 버림받는 거지 뭐 우리가 그를 기다려줄 필요는 없잖아?”

조현광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 불만을 터트리는 한 명.

그는 바로 영혼과학자 민재열의 오른팔이자 유명한 유령 중 하나인 블러드 윈드(Blood Wind) 서원태였다.

그는 지니고 있는 기본 실력 자체는 별로 높지 않았지만 대신 민재열이 만든 각종 최신 외물들로 무장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아무도 그를 무시하지 못했다.

“십 분만 기다릴 겁니다. 그 이상은 기다리자고 하셔도 안 기다릴 것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지만 묵뢰는 서원태가 뭐라고 하든 자신의 원칙을 고수했다.

사실 그는 과거 계백 장군이 그러했듯이 원리원칙이 확실한 인물이었다.

“다들 오십일을 기다려놓고 그깟 십 분을 못 기다려서 안달이네. 경험도 있으실 만큼 있으신 양반들이 왜 이렇게 조급하게 굴까.”

혼자 중얼거리듯 얘기하는 남자는 도살자란 별칭으로 더 유명한 고명운이었다.

그는 특별히 강철민과 친분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조급증에 걸린 사람들처럼 투덜거리는 걸 보기 싫어서 중얼거린 것이었다.

“그 얘기 지금 나에게 한 건가?”

“호오, 이거 어처구니없는 곳에서 태클이 들어오네.”

고명운의 중얼거림에 당장 조현광과 서원태가 반응했다.

하지만 고명운은 그들의 반응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할 얘길 계속했다.

“틀린 말은 아니지 않나? 오십일을 기다리고 십 분을 못 기다린다는 건 너무나도 웃긴 일이라고 생각되는데.”

또 중얼거리듯 얘기하는 고명운.

조현광은 그런 고명운을 바라보며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자넨 말부터 똑바로 할 필요가 있는 것 같군. 나이로 보나 경력으로 보나 내가 자네보다 떨어지는 게 없는데…… 말을 모호하게 짧게 하는군.”

“천하의 일루젼이 나이 타령 경력 타령을 할 줄은 몰랐네. 언제부터 이 바닥에서 그런 걸 따지게 됐지?”

고명운은 조현광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너…… 많이 컸다?”

살짝 일그러지는 조현광의 미간.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조현광이 신경조차 쓰지 않았던 고명운이 자신을 자극하자 당연히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게요. 제가 좀 크긴 컸나 보네요? 이렇게 대단하신 일루젼과 신경전을 하고 있으니까요.”

빈정거리듯 얘기하는 고명운.

확실히 고명운 조현광을 도발하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자리가 자리인 만큼 참을…… 것 같았냐?”

츠츠츠츳!

조현광은 참을성이 많은 인물이 아니었다.

그는 그 말과 함께 곧장 광혼을 만들어냈다.

그러자 고명운도 양손을 옆으로 뻗으며 붉은색 기운을 뽑아냈다.

“참지 말든지!”

고명운에게 도살자란 별칭을 가지게 해준 혈살기(血殺氣)는 중간이 없는 기운이었다.

일단 꺼내 들면 적이든지 나든지 둘 중 하나는 죽어야 했다.

일촉즉발(一觸卽發)의 순간.

그들의 싸움을 막은 건 묵뢰였다.

“그쯤 해두죠.”

차분하게 가라앉은 묵뢰의 목소리.

그는 단순히 말만 한 게 아니라 동시에 자신이 가진 일곱 개의 검 중 하나인 금강검(金剛劍)을 꺼내 순간 조현광과 고명운 사이에 커다란 벽과 같은 기세를 만들어 냈다.

무형의 기세로 만들어진 그 벽은 조현광과 고명운의 이성을 차갑게 만들었다.

순식간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 그 벽이 만들어졌다는 건 묵뢰가 마음먹고 기습을 했다면 당할 수도 있었다는 뜻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녀석…… 소문보다 더 대단한 실력이었군.’

조현광은 차분히 광혼을 거두며 묵뢰를 눈여겨보았다.

상당한 실력자라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묵뢰의 실력을 직접 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거 주최자가 나섰으니 여기까지 해야겠군.”

고명운 역시 묵뢰의 실력에 살짝 놀라며 혈살기를 거두어들였다.

순간적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분위기는 다시 차갑게 식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오늘의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단지 늦었다는 이유로 다른 소울러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던 금강철벽 강철민이 도착했다.

스윽.

어둠을 해치고 소울러들 가까이 다가오며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철민.

그는 자신을 기다리는 여섯 명의 소울러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마무리 지을 일이 있어서 조금 늦게 됐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

철민은 가볍게 사과를 했다.

정작 철민이 도착하자 그가 도착하기 전에 그에 대해 불만을 얘기했던 인물들은 별다른 말을 하진 않았다.

금강철벽이란 네 글자가 가지는 힘.

그것은 아무리 이곳에 모인 소울러들이 대단하다고 해도 쉽게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럼 다 모였으니 사냥을 시작하겠습니다.”

묵뢰는 철민이 오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새로운 한 자루의 검을 또 꺼내 들었다.

스르릉.

이번에는 공간검(空間劍)이었다.

공간검을 꺼내 든 묵뢰는 가볍게 그 검을 종으로 휘둘렀다.

파아아앗!

그러자 묵뢰의 앞에 공간이 가로로 갈라지며 뚜렷한 입구가 하나 만들어졌다.

그 입구는 바로 경계로 통하는 입구였다.

“호오…… 여기에 경계가 존재하고 있었어? 이거 전혀 몰랐네.”

고명운은 진심으로 놀란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사실 놀란 건 고명운 뿐만이 아니었다.

이곳에 모인 모든 소울러가 여기에 경계가 존재하고 있었다는 걸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최정상급 소울러들이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숨겨져 있던 경계.

묵뢰는 그 경계를 정확히 찾아내 입구까지 만든 상황이었다. 그가 가른 건 교묘하게 숨겨진 경계를 숨기고 있던 일종의 장막이었다.

그가 어떻게 이곳에 경계가 숨겨져 있다는 걸 알았는지는 몰랐지만 어쨌든 그 숨겨져 있는 경계로 이어지는 통로를 만든 것만으로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우리가 계속 찾는 모든 게 이 안에 숨어 있습니다. 참고로 이 안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괴물들이 존재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이곳에 모인 분들이라면…… 분명 괴물들을 모두 제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묵뢰는 가볍게 설명을 해주며 공간검을 다시 검집에 꽂았다.

“그럼 내가 데리고 온 우리 팀의 정예들은 우리가 들어간 후 얼마나 있다가 진입하라고 하면 되는 거지?”

조현광은 입구에 들어서기 전 궁금한 점을 묵뢰에게 물었다.

먼저 들어가는 건 이곳에 모인 일곱 명의 소울러들이었지만 이들이 먼저 들어가고 난 후 후발대도 진입이 예정된 상태였다.

“후발대에게는 이미 제가 또 다른 헌터를 보냈습니다. 그들의 진입 시기는 그 헌터가 조절할 겁니다.”

묵뢰를 따르는 묵룡대(墨龍隊)라는 세력이 존재했다.

그 묵룡대에 소속된 헌터들은 이미 묵뢰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묵뢰의 말에 조현광을 비롯한 다른 모든 소울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럼 절 따라오시죠.”

마지막 말을 하고 경계 안쪽으로 진입하는 묵뢰.

나머지 소울러들은 그런 그를 따라 숨겨져 있던 경계에 진입했다.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어둠의 왕이 현실 뒤편에 존재하는 어둠에 교묘하게 숨긴 그만의 경계에 일곱 명의 최상급 소울러들이 진입한 것이었다.

이건 확실히 어둠의 왕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기습이었다.

어둠의 왕에겐 조금 더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소울러들은 그에게 그가 원하는 만큼 시간을 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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