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소울(THE SOUL)-76화 (76/175)

# 76

더 소울(The Soul) - 흑룡아의 변화 [1]

@ 흑룡아의 변화.

드드드드드드.

갑자기 마구 떨리기 시작하는 흑룡아.

마치 흑룡아는 환희(歡喜)라고 느끼는 것처럼 마구 몸을 떨었다.

그렇게 얼마나 떨렸을까?

흑룡아는 아주 천천히 진정되었다.

그리곤 은은한 검은색 빛을 내뿜으며 흡수한 기운을 천천히 갈무리하기 시작했다.

건은 그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보며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묵룡갑을 해제하고 광개토대제와 연결되어있던 황금빛 연결 고리를 끊었다.

‘이 녀석…… 방금 그 위험해 보이는 검은 기운을 먹어치웠다.’

태생이 어둠 쪽 출신이었던 흑룡아.

그래서일까? 놈은 늘 어둠을 탐했었다.

물론 이미 완전히 건에게 종속된 상태였기 때문에 대놓고 어둠을 탐할 순 없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정말 순도 높은 어둠의 기운이 흑룡아에게 달라붙었다.

당연히 흑룡아에게는 너무나도 반가운 먹잇감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자신이 탐한 것도 아니라 알아서 들러붙은 것이었기 때문에 건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게 가장 중요했다.

그런 이유 때문에 건 역시 황진기의 영혼에서 튀어나온 어둠의 기운을 흡수하는 흑룡아를 그냥 지켜만 보았다.

어차피 흑룡아가 그 기운을 흡수한다고 해서 건의 지배에서 벗어날 순 없었다.

흑룡아가 아무리 많은 어둠의 기운을 흡수해도 건과는 이미 영혼의 일부분이 서로 얽혀서 종속된 것이었기 때문에 놈은 건의 영혼이 소멸할 때까지 무조건 건의 명령에 따르게 되어 있었다.

어쨌든 흑룡아는 아주 게걸스럽게 황진기의 몸에서 튀어나온 끈적한 검은색 기운을 먹어치웠고 그 기운을 아주 능숙하게 소화 시켰다.

흑룡아는 마이너스 에너지가 똘똘 뭉쳐져 만들어진 존재였기 때문에 어둠을 먹어치우는 게 능숙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흑룡아 먹어치운 검은색 기운은 바로 어둠의 왕이 혼마 셋에게 나누어 준 어둠의 핵이었다.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소울러들의 심장을 탈취해 얻어낸 고대의 영혼을 어둠의 왕이 직접 어둠에 물들게 하여 타락시킨 그 핵이었다.

어둠의 왕이 가진 원래 계획은 그 핵을 모조리 각성시켜 소울러들이 감히 넘볼 수 없는 각성한 혼마 군단을 만드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그런 의도는 소울러들의 급습으로 물거품이 되었다.

그래서 어둠의 왕은 아직 각성하지 못한 서른여섯 개의 핵을 셋으로 나눠서 세 혼마의 영혼에 주입했다.

비록 각성을 위해서는 왕이 꾸준히 그가 가진 어둠의 기운을 주입해야 했기 때문에 이대로 혼마들의 영혼에 주입되어 경계 밖으로 빠져나가게 되면 언제 각성을 할 수 있을지 아무도 몰랐다.

아무리 혼마들이 왕의 명령대로 어둠의 기운이 충만한 곳을 찾아 핵을 풀어놓는다고 해도 그렇게 각성하려면 꽤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아예 각성이 안 될 수도 있었다.

어쨌든 황진기의 영혼 속에 담겨 있던 그 끈적한 검은색 기운은 열두 개의 핵이 황진기의 영혼과 함께 깨어지며 만들어진 어둠의 정수와 같은 것이었다.

당연히 흑룡아에겐 너무나 훌륭한 먹잇감일 수밖에 없었다.

크르르륵!

흑룡아는 자신에게 들러붙은 모든 검은색 기운을 흡수하자 갑자기 몸이 마구 변형되기 시작했다.

건은 그런 흑룡아를 바닥에 내려놓고 가만히 그 과정을 지켜보았다.

흑룡아는 지금까지 자신이 변했던 수많은 종류의 병기로 계속 모습을 변형시켰다.

대도가 되었다가 다시 대궁이 되었다가 또다시 단검이 되기도 했고 곧바로 쇠사슬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반복해서 변형에 변형을 거듭하던 흑룡아는 어느 순간 다시 가장 기본적인 형태라 할 수 있는 흑룡으로 변했다.

그런데 그 흑룡이 예전과는 조금 다르게 변해 있었다.

예전의 흑룡보다 더 커졌을 뿐만 아니라 입에는 전에는 가지고 있지 않던 작은 검은색 여의주(如意珠)까지 물고 있었다.

건은 한눈에 흑룡이 성장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크르르르르.

흑룡은 자신의 성장이 아주 마음에 드는지 낮게 울며 천천히 건의 몸을 휘감았다.

건은 오른손을 들어 올리며 그런 흑룡을 불러들였다.

그러자 흑룡은 곧바로 건의 오른 손바닥을 통해 그의 몸속으로 흡수되었다.

스르르륵!

다시 나타나는 선명한 문신.

그런데 놀랍게도 문신도 전과 다르게 변했다.

전에는 그저 오른팔만 휘감고 있던 흑룡이 이제는 오른팔을 넘어 어깨와 가슴까지 휘감고 있었다.

“……성장과 함께 문신의 영역도 커진 건가?”

건은 작게 중얼거리며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묵룡갑 때문에 전투복은 이미 걸레가 되어버려 가슴 안쪽의 흑룡 문신이 선명하게 보였다.

“헥…… 헥…… 주인님 끝난 건가요?”

묵룡갑을 소환할 때 잽싸게 도망쳤던 백이 어느새 돌아와 있었다.

확실히 백의 도주 솜씨는 그 누구도 따라올 수가 없었다.

“대충은…… 아직 연희 누나 쪽에 몇 마리가 남은 거 같아서 그쪽을 도와줘야겠다. 넌 그동안 근처에 잘 숨어 있어라.”

“네, 걱정하지 마세요. 숨는 것 하나만큼은 자신 있다고요!”

백은 그렇게 말하곤 재빨리 어디론가 도망갔다.

백이 사라지자 건은 황진기가 남긴 검은색 영혼의 조각을 챙긴 후 이제 세 마리밖에 남지 않은 최상급 암괴를 상대하는 연희를 도우려고 움직였다.

* * * *

왕의 최후는 장렬했다.

왕은 과연 자신이 왕이란 걸 증명이라도 하듯 자신을 상대했던 일곱 명의 최상급 소울러들 모두에게 하나씩 제법 큰 상처를 남겼다.

그중에 고명운과 서원태에게 남긴 상처는 생각보다 커서 두 사람은 정신까지 잃었었다.

두 사람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나머지 다섯 명도 확실한 치료가 필요한 상처를 입었다.

이것만으로도 어둠의 왕이 얼마나 강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더 놀라운 건 왕이 죽으면서 아무것도 남기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마지막 순간 마치…… 아직 끝난 게 아니란 표정으로 자신을 스스로 소멸시켰던 어둠의 왕.

그렇기에 정작 왕을 제거한 소울러들은 뭔가 찜찜한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일단 어둠의 왕이 소멸되고 그가 만든 경계 안에 있던 모든 괴물을 제거한 것만으로도 이번 임무는 완전히 마무리 지어질 수 있었다.

이번 격변급 사건은 약간의 피해는 있었지만 나름 아주 깔끔하게 끝난 임무로 기록될 것 같았다.

그리고 그에 따른 보상도 각각의 공에 맞게 잘 분배되었다.

어둠의 왕을 잡는데도 한 몫 거두었고 경계에서 잡힌 두 마리의 각성한 혼마 중 한 마리까지 잡은 카페 헤븐 팀은 인원수와 비교하면 가장 많은 보상을 받은 팀이 되었다.

다른 보상을 제외하고 현금으로만 3억을 받았으니 이번 의뢰에서 가장 짭짤한 소득을 올린 팀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밖에 부수적인 것들도 꽤 많이 받았기 때문에 그들이 받은 보상은 이보다 더 컸다.

어쨌든 제주도에서 발생한 격변급 의뢰는 이렇게 보상까지 모두 끝나면서 완벽하게 마무리되었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모든 사람이 한 가지 놓치고 있는 게 있었다.

그건 바로…… 왕의 명령으로 경계를 탈출하던 혼마가 총 세 마리였다는 사실이었다.

혼마는 두 마리만 잡혔다.

그것도 두 마리 모두 각성한 보통 혼마였지 각성한 진혼마는 아니었다.

각성한 진혼마 김광택.

그 특별한 혼마는 그 어디에서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누나 정말 제가 이 돈을 받아도 되는 거예요?”

건은 자신의 스마트폰 액정에 찍혀 있는 금액을 다시 한 번 확인하며 연희에게 물었다.

스마트폰에는 자신의 계좌로 이체되어 들어온 금액이 찍혀 있었는데 그 액수가 무려 일억 사백칠십만 원이었다.

“왜 적어서 그래?”

“아뇨! 너무 많아서 그렇죠.”

“절대 많은 게 아니니까 걱정하지 마. 넌 사실상 혼마도 혼자 잡았잖아. 그럼 그 정도 보상은 당연한 거야.”

“아무리 그래도…….”

“어휴, 너도 잘 알잖아. 그 돈은 경계의 세상에선 그리 많은 돈이 아니라는 걸…… 하다못해 이번 임무에서 망가진 장비들을 조금 더 업그레이드해서 보충해도 그 돈의 절반 정도는 날아갈걸.”

“그렇긴 한데 평생 한 번도 이 정도 액수의 돈을 가져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좀 어안이 벙벙하네요.”

“앞으론 자주 그런 기회가 있을 것이니 익숙해지는 연습을 해.”

건은 연희의 말을 듣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 번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았다.

‘겨우 몇만 원에 벌벌 떨던 게 엊그제 같은데…… 참 인생 진짜 한 방이네.’

건은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슬쩍 웃으며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다시 넣었다.

“그나저나 사장님은 괜찮으세요? 부상이 생각보단 큰 것 같던데…….”

“아, 어제 온종일 회복에만 신경 쓰시더니 오늘은 괜찮아지신 거 같더라. 지금은 일 때문에 나가셨어.”

“다행이네요.”

“그러는 너는 어때? 그날 좀 무리를 한 거 같던데…… 혹시 내상(內傷)을 입진 않았어?”

“내상까지는 아니고 그냥 좀 많이 피곤해서 저도 어제 온종일 쉬었어요.”

“잘했네. 그럼 하루 정도 더 쉬지 왜 나왔어. 오늘까진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잖아.”

“뭐, 입금된 돈에 대해서도 물어볼 겸 사장님 안부도 물을 겸 해서 겸사겸사 나왔어요.”

“둘 다 물어봤으니까 이제 다시 들어가게?”

“에이, 그래도 이왕 나왔는데 일은 좀 돕고 가야죠.”

“흐흐, 역시 넌 의식이 좋아. 잘됐다. 나도 간단히 정리만 하고 들어가려고 했으니까 같이 정리하고 들어가자.”

“넵!”

건은 기분 좋게 대답하며 옆에 세워져 있던 막대 걸레를 잡았다.

연희와 함께 카페 정리를 하고 다시 고시원으로 돌아온 건은 곧장 고시원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가 옥상으로 올라간 이유는 어제오늘 몸을 회복하느라고 확인하지 못한 한 가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옥상에 올라온 건은 가볍게 의식을 확장하며 자신을 경계 안으로 이끌었다.

이제 건은 능숙하게 경계를 열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스스로 경계를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은 곧 건이 진짜 소울러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했다.

경계를 연 건은 그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직 건이 연 경계는 가장 작은 규모의 소(小) 경계였기 때문에 별로 대단한 건 없었다.

그저 근처를 떠돌던 잡귀들 몇 마리가 스며들만한 그런 아주 작은 경계였다.

어쨌든 경계를 열고 들어온 건은 천천히 오른팔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의 오른손 바닥에서 검은색 흑룡이 천천히 솟아올랐다.

크르르르르.

전보다 훨씬 크고 화려해진 흑룡은 건의 손바닥에서 솟아올라 조용히 건의 몸을 휘감았다.

건은 이상한 기운을 흡수하고 변한 흑룡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이렇게 경계를 열고 들어온 것이었다.

‘일단 흑룡이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힘 자체가 늘어났다.’

건은 흑룡이 가진 기본적인 힘이 늘어나면서 이젠 정말 흑룡을 있는 그대로 사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여전히 병기로 변형시켜 사용하는 게 더 좋긴 했지만, 특수한 상황에서는 흑룡을 그 상태 그대로 사용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럼 일단 가볍게 변형을 시켜볼까?’

건은 흑룡을 정신을 집중해 흑룡을 변형시켰다.

그러자 흑룡은 순식간에 한 자루의 대도(大刀)가 되어 건의 손에 잡혔다.

츠리릿! 타악.

건은 흑룡아(대도)를 들어 올려 눈 가까이에 가져온 후 차근히 들여다보았다.

전과 뭐가 달라진 건지 확실히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얼마를 살펴봤을까?

건은 흥미로운 변화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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