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소울(THE SOUL)-86화 (86/175)

# 86

더 소울(The Soul) - 첫 번째 낚싯바늘 [1]

@ 첫 번째 낚싯바늘.

‘성능이 우수한 다양한 종류의 장비를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동시에 자연지기까지 사용할 줄 아는 실력자라…… 생각보단 쉽지 않겠군.’

지만은 아이언필드에 랜덤하게 솟은 한 강철기둥에 등을 기대고 잠시 자신의 상대이자 목표였던 건에 대해 떠올렸다.

그는 처음 의뢰를 받을 때만 해도 아주 무난하게 의뢰를 성공하고 원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다.

거침없이 연승을 거두며 골드 리그까지 치고 올라온 건.

지만은 건을 만만하게 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닌 것 같다고 느끼는 중이었다.

‘젠장 아주 쉽게 공짜로 한 건 해결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네.’

지만은 처음 의뢰를 받았을 땐 브론즈 리그에 들어온 브론즈급 헌터라고 해서 손도 안 대고 코를 푸는 수준으로 엄청나게 쉬운 의뢰일 것으로 생각했었다.

하지만 건이 삼 개월 만에 골드 리그까지 치고 올라오자 그 생각이 크게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풋내기일 뿐이다.”

스윽.

지만은 양팔을 들어 올리며 작게 중얼거렸다.

츠리리릿!

그러자 그의 양팔이 기묘한 형태로 변형되기 시작했다.

일단 오른팔은 커다란 총구가 하나 달린 유탄발사기 모양의 총으로 변형되었다.

팔의 형태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팔꿈치부터 손가락까지만 변형된 것이었기 때문에 지만은 그것을 아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리고 왼팔 역시 변형되었는데 왼팔은 팔목부터 손까지만 변형되었다.

그의 왼팔에 왼손 대신 자리 잡고 있는 건 한 자루의 권총이었다.

‘일단은 가볍게 시작해볼까?’

양팔의 변형을 끝낸 지만은 힐끗 기둥 옆으로 고개를 돌리며 건을 찾았다.

건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건은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굳이 기둥 뒤에 몸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아이언필드 중앙에서 지만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소문대로 전형적인 정면돌파 스타일이군.’

지만은 그런 건을 바라보며 슬쩍 웃었다.

그는 이런 스타일을 좋아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런 스타일이 가장 상대하기 쉬웠다.

‘가볍게 인사를 해볼까?’

파팟!

지만은 재빨리 기둥 옆으로 몸을 날리며 왼팔을 들어 건을 향해 겨누었다.

타타타탕!

그러자 권총형태로 변형된 그의 왼손에서 여러 발의 탄환이 쏘아져 나왔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그 탄환은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탄환과는 전혀 달랐다.

오히려 그것은 연희가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는 광혼탄(光魂彈)과 비슷했다.

혼력을 똘똘 뭉쳐서 아주 단단하게 만든 작은 탄환.

특별한 이름을 붙이진 않았지만 변형된 지만의 팔에선 끊임없이 혼력이 똘똘 뭉쳐서 탄환이 생성되었고 지만은 그것을 마구 쏴낼 수 있었다.

물론 구경이 커지고 탄환의 크기가 커질수록 탄환이 생성되는 속도가 느려졌기 때문에 연사력은 당연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혼력이 바닥나지 않는 이상 탄환이 떨어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어쨌든 지만은 빠르고 정확하게 총 여섯 발의 권총 탄환을 건의 머리에 정확히 꽂아넣었다.

빠르게 몸을 이동하면서 사격했음에도 정확성은 굉장히 뛰어났다.

그러나 이건 말 그대로 인사였다.

공격한 지만도 그리고 공격을 받은 건도 이 정도의 공격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스윽. 따다다당!

건은 오른팔을 들어 올려 총알들을 모조리 막았다.

정확히는 그의 오른팔에 매달려 있는 둥근 쟁반과 같은 반투명한 방패가 총알을 모두 막아냈다.

이게 바로 병일이 건에게 만들어준 방패였다.

병일이 만든 이 방패의 가장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방패 중앙에 있는 둥근 모양의 어른 손바닥 반만 한 ‘태극혼(太極魂)’이었다.

이 태극혼은 무려 통짜 미스릴로 만들어졌는데 이 태극혼에서 방출되는 ‘소울 웨이브(Soul Wave)’가 태극혼을 태극혼패(太極魂牌)로 만들어주었다.

이렇게 태극혼이 태극혼패가 되는 순간 건은 크기 조절이 자유로운 방패를 얻게 되는 원리였다.

당연하게도 지만의 권총 탄환은 태극혼패를 절대 뚫을 수 없었다.

물론 지만도 자신의 이번 공격이 막힐 것이란 것은 충분히 예상하고 있었지만, 건이 생각보다 너무나 쉽게 막자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저게 바로 소문으로만 듣던 만보당의 장비인가? 이거 생각보다 더 대단한 것 같네.’

지만도 만보당이 어떤 곳인지는 대충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상대가 만보당의 장비를 아주 적극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 봤자 겨우 외물(外物)일 뿐이다.’

태생적으로 외물이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

지만은 그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건이 사용하는 장비들에 대한 걱정을 전혀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제법 시원하게 치고 올라온 것 같던데…… 미안하지만, 골드 리그부터는 그렇게 쉽게 치고 올라가진 못할 거야.”

지만은 건을 바라보며 이번엔 오른팔을 들어 올렸다.

콰앙!

팔을 들어 올리는 것과 거의 동시에 그의 오른팔에선 불꽃과 함께 커다란 유탄이 쏘아져 나왔다.

권총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유탄.

계속 연사가 가능한 권총과는 달리 15초에 한 발씩 밖에 사용할 수 없었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위력적이었다.

건은 지만이 오른손을 들어 올리는 것과 거의 동시에 태극혼패를 풀 파워로 발동시켰다.

츠츠츳!

그리곤 지만의 오른팔이 향하는 방향에 맞춰 태극혼패를 들어 올렸다.

바로 그 순간 이미 지만이 쏘아낸 유탄은 건의 앞에 와 있었다.

꽈과광!! 주르르륵.

폭발과 함께 뒤로 밀려나는 건.

그 짧은 순간 건은 어찌어찌 지만의 유탄을 막아냈다.

물론 뒤로 조금 밀려나긴 했지만, 지만이 쏘아낸 유탄을 정면으로 막은 걸 고려하면 그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호오, 태극혼패…… 생각보다 더 대단한데?’

유탄을 막은 것은 건이었는데 오히려 막은 건이 더 놀랍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실 건은 이번 공격으로 태극혼패가 망가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되면 슬쩍 태극혼패를 거두어들이면서 ‘캐논암즈의 유탄마저 견디는 태극혼패!’라고 마지막 멘트를 날리려고 했었다.

그런데 예상을 뛰어넘고 태극혼패는 유탄을 막아내고도 멀쩡했다.

비록 순간적으로 소울 웨이브의 출력이 50% 이하로 떨어지긴 했지만 이건 건이 다시 혼력만 주입하면 언제라도 복구될 수 있었다.

‘쳇, 연승이 그냥 우연만은 아니었다는 건가?’

한편 지만은 건이 유탄마저 막아내자 인상을 잔뜩 찌푸리며 곧장 왼팔을 다시 변형시켰다.

츠리리릿.

대충 건이 가진 장비의 위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했으니 이제부터는 제대로 싸워볼 생각이었다.

철컥!

그가 다시 변형시킨 왼팔은 한 자루의 기관총이 되어 있었다.

이게 바로 캐논암즈 지만이 가장 자랑하는 네 가지의 ‘소울캐논’ 시리즈 중 가장 기본이 되는 ‘소울원(Soul One)’이었다.

“어디 그 방패가 언제까지 버텨낼 수 있을지 한 번 보자고!”

스륵,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지만은 살짝 뒤로 밀려난 건을 향해 왼팔을 뻗으며 무차별 난사를 하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불을 뿜는 지만의 왼손.

그는 건을 향해 마치 융단폭격을 퍼붓듯이 마구 총탄을 쏟아냈다.

그가 자랑하는 소울원은 무려 분당 이천발이라는 어마어마한 연사속도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순식간에 건은 탄환의 폭풍에 휘말려 버렸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지만이 쏘아낸 수천 발의 탄환들은 건은 물론이고 건이 서 있던 주변까지 모조리 쓸어버렸다.

그렇게 지만은 무려 5분 동안 계속해서 건을 향해 난사했다.

철컥, 지이잉.

5분이 지나고 이제 어느 정도 되었다는 생각이 든 지만은 난사를 멈췄다.

‘이 정도면 그깟 방패 정도는 완전히 걸레가 되었겠지? 거기에 그 녀석까지 같이 걸레가 되었으면 좋겠는데…….’

지만은 이번 공격 한 번만으로 건을 쓰러트릴 수 있을 것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방패는 작살을 냈을 것으로 생각했고 조금 더 나아가 건도 상당한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생각했다.

스으으으으.

탄환의 폭풍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완전히 초토화가 되어 있었다.

5분간 거의 만발에 가까운 탄환이 쏟아져 만들어낸 결과였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뿌연 폭발의 연기가 옅어지는 것과 동시에 한 개의 섬광이 번쩍였다.

“헉!”

지만은 그 섬광을 본 순간 본능적으로 위험을 느끼고 변형된 양팔을 들어 올려 자신을 보호했다.

쐐애애액, 꽈앙!

그가 팔을 들어 올리는 것과 거의 동시에 그의 오른팔에 와서 꽂히는 한 발의 작은 화살.

그것은 그냥 화살이 아니었다.

콰과광!

“크악!”

지만의 오른팔에 박힌 한 발의 작은 화살은 박히는 것과 동시에 폭발했다.

순식간에 지만의 오른팔은 제 기능을 못하게 되었다.

그리고 천천히 모습을 다시 드러내는 건.

놀랍게도 건은 제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서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건의 몸 어디에도 상처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그의 팔에는 여전히 태극혼이 그대로 존재했다.

그런데 태극혼이 전과는 조금 다른 형태였다.

분명 조금 전까지는 소울 웨이브가 사방으로 둥글게 퍼져 나가며 방패 형태를 갖추고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태극혼의 위아래로 뻗어 있는 두 줄기의 굵은 소울 웨이브. 그리고 그 두 줄기의 소울 웨이브 끝을 서로 연결하고 있는 아주 얇은 한 줄기의 소울 웨이브.

놀랍게도 태극혼은 한 자루의 대궁(大弓)처럼 변해 있었다.

이건 바로 태극혼궁(太極魂弓)이었다.

놀랍게도 병일은 건의 세 가지 요구를 단 하나의 장비로 모두 해결해주었다.

그게 바로 태극혼이었다.

이 태극혼의 마지막 버전은 태극혼창(太極魂槍)이었다.

소울 웨이브를 앞쪽으로 길게 뽑아 창의 형태로 만들면 바로 태극혼창이 되었다.

세 가지 형태로 변형이 가능한 태극혼.

건은 이 장비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나에게 쏟아진 탄환은 총 만백스물한 발. 하지만 그 중 정확히 나를 향해 날아온 탄환은 겨우 오천이백칠십네 발. 그마저도 스쳐 지나가는 게 대략 천오백 발이었으니 사실상 날 위협한 건 삼천 발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다. 넌 아쉽겠지만, 만보당이 자랑하는 하이브리드 병기 태극혼은 그 정도 공격은 얼마든지 막아낼 수 있다.”

“크으음…….”

뜬금없이 터져 나온 건의 만보당 광고.

하지만 지만은 건이 만보당을 광고했다는 사실보다 자신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냈다는 사실에 더 큰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지만의 실수는 단 하나였다.

바로 힘의 집중.

지만은 무차별 난사를 통해 건을 완벽히 꼼작 못 하게 만들었지만 정작 힘의 집중이 제대로 되지 않아 공격의 절반 이상을 허공에 날려버린 결과를 낳았다.

그렇게 되었으니 당연히 건은 태극혼패를 이용해 소울원의 수많은 탄환을 모조리 막아낼 수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선 태극혼패에 무쌍투기와 금강야차의 기운이 동시에 주입되어 평범한 태극혼패가 아닌 연속 강화가 된 특별한 태극혼패가 큰 역할을 했지만 정작 지만은 그 사실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그저 자신의 회심의 일격이 겨우 만보당에서 만든 한 개의 장비 때문에 완벽하게 막혔다고만 생각할 뿐이었다.

그렇기에 그가 느끼는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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