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소울(THE SOUL)-87화 (87/175)

# 87

더 소울(The Soul) - 첫 번째 낚싯바늘 [2]

‘만보당이 이렇게까지 대단한 장비를 만드는 곳이었나?’

충격은 충격이었고 지만은 인상을 잔뜩 찡그리면서도 이미 다음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는 재빨리 망가져 버린 오른팔을 다시 한 번 더 변형시켰다.

츠리리릿.

어차피 망가진 유탄발사기 형태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복구가 되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어쨌든 지만의 오른팔은 빠르게 변형되었다.

이번엔 화염방사기였다.

정확히는 지만이 자랑하는 네 가지의 소울캐논 시리즈 중 네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소울포(Soul Four)’였다.

“통구이로 만들어주마!”

지만은 건이 특유의 만보당 광고를 하는 틈을 놓치지 않고 오른팔을 소울포로 변형시킨 후 곧장 그것을 사용했다.

화르르륵!

지만은 건이 방패로 탄환을 모조리 막아내자 아예 막을 수 없는 화염방사기 공격으로 건을 태워버릴 생각이었다.

지만의 오른손에서 뿜어져 나온 화염은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가볍게 건을 집어삼켰다.

적어도 이번 공격만큼은 아무리 태극혼패의 방어력이 뛰어나도 방어할 수 없을 것으로 보였다.

‘풀파워로 완전히 태워 없애주마!’

고오오오오!

지만은 더욱 혼력을 집중시켜 정말 거대한 화염을 만들어냈다.

그의 목표는 건을 제거하는 것이었다.

그렇기에 상대방이 죽는 걸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오히려 그는 이걸로 건을 죽여버릴 생각이었다.

화르르르르르륵!

지만이 쏟아낸 화염은 아이언필드에 거대한 불의 벽을 만들어냈다.

아이언필드 전체를 뜨겁게 달구는 불의 벽…… 워낙 열기가 강력해서 어지간한 물건은 그 열기에 모조리 녹아버릴 것처럼 보였다.

지만은 이번 공격으로 설사 건을 제거하지 못한다고 해도 최소한 건이 건방지게 만보당 광고 같은 것은 할 수 없게 만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번에도 역시 그는 헛다리를 짚었다.

화륵, 츠츠츠츠츠츳!

지만이 계속해서 전력을 다해 내뿜던 화염. 그 화염이 어느 순간 갑자기 한곳으로 빨려 들어갔다.

아이언필드를 가득 채우고 있던 화염들이 빨려 들어가는 그곳은 바로…… 건의 오른손 바닥 위에 떠있는 축구공만 한 붉은 구슬이었다.

“크흠……?”

지만은 갑작스러운 이 현상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렇지만 그가 이해하는 것과 관계없이 건은 주변의 화염을 모조리 자신의 손바닥 위로 끌어당겼다.

그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지만이 뿜어낸 화염이 지만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말 그대로 그냥 화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건은 아주 손쉽게 자신의 의지를 그 화염에 주입 시킬 수 있었다.

그다음부터는 더 쉬웠다.

건의 의지와 뒤섞인 화염은 당연히 건의 뜻대로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이게 바로 건이 최근 가장 많은 수련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건식(乾式) 오행발현법의 핵심이었다.

그렇게 지만이 만든 화염을 오히려 자신의 것으로 만든 건은 간단하게 그 화염들을 자신의 손바닥 위로 끌어당겨 고도로 압축된 화염의 구슬을 만들었다.

건은 이것을 화염의 정(情)이라 불렀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각종 자연지기의 정은 다양하게 활용되었다.

“어, 어떻게…… 아! 설마 자, 자연지기를…….”

이제야 건이 어떻게 화염을 조종했는지 이해를 한 지만은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을 더듬었다.

“알면서 왜 이런 실수를 하셨데?”

건은 슬쩍 웃으면서 자신이 만든 화염의 정에 자율 의지를 부여했다.

화르르르륵!

그러자 그 화염의 정은 순식간에 허공으로 거대한 화염을 만들어내며 치솟았다.

그리곤 만들어지는 하나의 거대한 개의 머리.

건이 일명 ‘염화견두(炎火犬頭)’라고 이름 붙인 화염의 자율 의지가 만들어낸 헬하운드의 머리였다.

“이런 젠장!”

염화견두가 등장한 순간 지만은 얼마나 자신이 어리석은 실수를 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이건 마치 열심히 검을 만든 후 그 검을 오히려 적에게 공손히 건네주고 자신을 공격해달라고 한 것과 마찬가지였다.

크르르르르르!

염화견두는 생성되자마자 곧장 지만에게 큰 적의(敵意)를 보이며 으르렁거렸다.

위기를 느낀 지만은 어쩔 수 없이 아끼고 있던 나머지 소울캐논 두 가지를 동시에 소환했다.

츠리리릿, 츠리릿!

동시에 변형되는 왼팔과 오른팔.

그런데 이번 변형은 지금까지와는 많이 달랐다.

지금까지는 그냥 평범한 팔과 같은 형태였던 어깨부터 팔꿈치까지가 변형되며 이제는 완벽하게 양팔 전체가 총기 형태로 변했다.

왼쪽 어깨는 ‘소울투(Soul Two)’로 그리고 오른쪽 어깨는 ‘소울쓰리(Soul Three)’로 변형되었다.

소울투는 산탄총이고 소울쓰리는 저격용 대물 라이플이었다.

하지만 변형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렇게 네 개의 소울캐논이 모조리 모습을 드러내자 지만은 심각한 표정으로 양팔을 모으며 소리쳤다.

“하이퍼 소울 캐논!!”

하이퍼 소울 캐논…… 이것이야말로 지만이 가장 자신 있어 하는 그의 비기(秘技)였다.

네 개의 소울캐논을 하나로 합쳐 강력한 한 개의 무기가 만들어졌는데 이 무기가 바로 하이퍼 소울 캐논이었다.

하이퍼 소울 캐논은 간단히 말을 하자면 레일건(Railgun)이었다.

일명 초전자포라고도 불리는 레일건의 위력은 특별한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강력했다.

츠리리릿, 철컥. 철컹!

지만의 두 팔은 아주 빠르게 하나로 합쳐지며 소형 레일건의 모습으로 변형되었다.

그 순간 건이 자율 의지를 불어넣어 만든 염화견두는 이미 그 커다란 입을 벌리고 지만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지만은 하이퍼 소을 캐논이 완성되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그것을 작동시켰다.

위이이잉. 번쩍! 키이잉!

레일건에 전류가 주입되며 유도자기장이 만들어졌고 그 유도자기장은 혼력이 뭉쳐져 만들어진 커다란 하나의 탄환을 엄청난 속도로 전방을 향해 뿜어져 나가게 하였다.

콰과과과광!

그렇게 쏘아진 탄환은 정확히 염화견두의 머리를 꿰뚫고 지나가며 허공에서 폭발했다.

레일건에서 쏘아진 탄환은 막대한 운동에너지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그 위력은 굉장할 수밖에 없었다.

쿠쿠쿠쿠쿠쿵.

그렇기에 염화견두는 폭발과 함께 소멸하였다.

나름 강력한 위력을 지닌 염화견두였지만 레일건의 공격을 버텨낼 수는 없었다.

염화견두가 소멸하는 순간 건은 골드 리그의 수준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던 지만도 이런 한 방을 가지고 있었다.

워낙 다급한 상황이라 지만이 레일건의 첫 타깃을 염화견두로 잡았지만, 만약 첫 타깃에 염화견두가 아니라 건이었다면…… 전투의 상황은 많이 달라질 수도 있었다.

이 얘긴 만약 지만이 실수하지 않았다면 자칫 건이 위험할 수도 있었단 뜻이었다.

‘하지만 실수는 이미 했고…… 저 무기…… 확실히 강력한 무기인 건 맞지만 아무래도 연사력은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네?’

건은 그런 생각을 하는 것과 동시에 파천신법을 사용해 강하게 땅바닥을 박차고 앞으로 튀어 나갔다.

연사력이 좋지 않다는 뜻은 결국 다음번 공격을 하기 전까지가 기회란 뜻이었다.

지만은 건이 자신을 향해 아주 빠른 속도로 달려오자 재빨리 다음 사격을 준비하며 하이퍼 소울 캐논의 부수적인 기능을 활용했다.

위잉, 철컹!

지만의 양어깨에서 튀어나온 두 개의 총구.

지만은 무작정 레일건만 믿고 있는 게 아니었다.

“어딜 오려고!”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지만 역시 레일건의 유일한 약점이 느린 연사속도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비를 이미 해놓은 상태였다.

그의 양어깨에서 튀어나온 두 개의 총구가 불꽃을 뿜으며 전방을 향해 소나기를 뿌리듯 총탄을 난사했다.

어차피 이 난사의 목적은 적이 자신에게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지만은 최대한 넓은 범위에 총탄을 마구 난사했다.

아주 단순한 목적의 난사.

목적은 단순할지 몰라도 탄환에 실린 위력은 전혀 단순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만이 원하는 게 뻔히 뭔지 알 수 있음에도 거리를 좁혀 지만에게 접근하는 건 쉽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다른 소울러는 몰라도 건은 달랐다.

그는 지금 이 순간 뭐가 가장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자칫 여기서 조금이라도 머뭇거리다간 두 번째 레일건 공격에 아주 위험해질 수도 있다.’

건이 지닌 전투본능은 이 급박한 순간에도 건이 가장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게 해주었다.

‘그냥 뚫는다!’

결론을 내린 건은 망설이지 않고 태극혼패를 최대출력으로 만들어낸 후 곧장 지만을 향해 달렸다.

쩌저저저저저저저정!

수십, 수백발의 총탄이 태극혼패와 충돌하며 태극혼패의 반투명한 소울 웨이브를 마구 뒤흔들었다.

아무래도 제자리에 서서 막는 게 아니라 앞으로 빠르게 달리며 막는 것이라 훨씬 더 큰 충격이 태극혼패에 전해졌고 그 결과 소울 웨이브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쩌저저저적!

‘젠장…… 가뜩이나 아까 계속 녀석의 공격을 막으면서 충격이 누적되어 있었는데…….’

설상가상(雪上加霜)이란 말처럼 누적된 충격 때문에 태극혼패는 제 기능을 제대로 못 하게 되었다.

아직 좀 더 지만에게 다가가야 했던 건은 어쩔 수 없이 태극혼패를 포기했다.

츠리릿!

그러자 당연히 수많은 총탄은 건의 몸을 향해 쏟아졌다.

건은 손을 들어 올려 머리를 방어하며 맨몸으로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총탄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퍼퍼퍼퍼퍽!

“큭.”

건의 몸을 때리는 총탄들.

그나마 건은 금강의의 힘으로 그 총탄들을 견뎌냈지만, 억수같이 쏟아지는 총탄들 앞에서는 아무리 금강의라고 해도 모든 충격을 막아주진 못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건은 전진을 멈추진 않았다.

그는 멈추는 순간 오히려 더 위험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고 있었기에 맨몸으로 지만의 무차별 난사를 견디며 앞으로 달려나갔다.

점점 좁혀지는 지만과 건의 거리.

지만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건을 향해 더욱 집중적으로 양어깨의 기관총을 난사했지만, 건을 멈추게 하진 못했다.

3m, 2m, 1m!!

이제 정말 두 사람은 손만 뻗으면 서로 붙잡을 수 있는 정도의 거리가 되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하이퍼 소울 캐논. 즉, 레일건의 두 번째 공격준비가 끝났다.

“끝이다!”

지만은 그걸 느끼는 순간 곧바로 건을 향해 레일건을 겨누며 레일건에 전류를 주입했다.

파지지직!

전류가 주입되며 순식간에 만들어지는 유도자기장.

만약 이 거리에서 레일건을 정통으로 맞는다면 아무리 건이라고 해도 무사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일촉즉발의 순간…… 이제 정말 0.1초 정도의 시간만 지나면 유도자기장은 곧장 레일건 중앙에 장전된 한 개의 단단한 혼력탄환을 건에게 쏘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0.1초의 순간보다 더 빠른 게 있었다.

츠리릿, 콰직! 드드드득!

위기의 순간 지만의 레일건을 뚫고 올라오는 번쩍이는 하나의 창날.

놀랍게도 건은 그 짧은 순간 태극혼을 태극혼창으로 변형시킨 후 곧장 그 창을 올려쳤다.

소울 웨이브로 만들어진 푸른색으로 빛나는 그 창에는 무쌍투기 잔뜩 실려있었기 때문에 지만의 레일건을 꿰뚫는 건 일도 아니었다.

어쨌든 그렇게 창에 꿰뚫린 레일건은 전방을 향해 강력하게 쏟아내야 하는 운동에너지 자체가 제대로 방출되지 못했기 때문에 내부에서 그 운동에너지를 소모할 수밖에 없었다.

그 말은 즉…… 내부에서 폭발한다는 뜻이었다.

콰과과과과과광!

레일건 안에서 운동에너지가 폭발하며 지만의 양팔은 말 그대로 박살 나버렸다.

아무리 자연적으로 회복할 수 있다고 해도 이 정도라면 거의 반년 이상은 회복에만 전념해야 할 것처럼 보였다.

“크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뒤로 튕겨져나가는 지만.

하이퍼 소울 캐논까지 잃은 그에게 더 이상의 숨겨둔 수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당연히 지만이 받은 은밀한 의뢰도 실패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건이 지만의 의도를 눈치채진 못했다는 점뿐이었다.

길지 않은 전투였지만 전투 내용은 상당히 치열했다.

물론 지만과 달리 건은 아직 사용하지 않은 패가 여러 개 남아 있었지만, 패가 많이 남아 있다고 해서 그만큼 여유가 있는 건 아니었다.

어쨌든 건은 첫 골드 리그 경기에서 승리했다.

그리고 지만은 이렇게 건에게 0.1초 차이로 패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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