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소울(THE SOUL)-95화 (95/175)

# 95

더 소울(The Soul) - 영수조련사(靈獸調練師) [2]

건은 드디어 김문수가 가진 영수 조련법의 핵심을 찾아냈다.

‘이건 내가 만든 건식수련법(乾式修練法)과도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놀랍게도 그 핵심은 건이 스스로 깨달아 만든 건식수련법과 아주 유사했다.

건이 그렇게 깨달음을 얻고 있는 사이 김문수는 어느새 천지빙호를 완벽하게 회복시켰다.

천지빙호가 입은 상처가 제법 컸던 것을 생각하면 김문수의 영수 회복 능력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 짧은 순간에 천지빙호의 머리를 꿰뚫은 건가? 소문보다 훨씬 강하구나.”

김문수는 건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히 사십구 초…… 아무리 빨라도 일 분은 넘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대단한 회복능력이네.”

“그걸 확인하려고 날 기다려준 건가?”

김문수는 이미 건이 자신을 기다려 줬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걸 확인하려는 것은 아니었지만 기다려 준건 맞다.”

“별로 고맙진 않다. 어차피 네가 공격을 했다고 해도 난 충분히 천지빙호를 회복시킬 수 있었다.”

문수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그는 건의 공격까지 예상하고 천지빙호를 회복시키려고 달려든 것이었기 때문에 나름대로 건의 공격에 대한 대처 방법을 생각해 두고 있었다.

물론 그 방법이 통할지 안 통할지는 직접 부딪쳐봐야 알 수 있었을 테지만 적어도 아예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있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었다.

“뭐, 그럼 그렇게 회복시켰다고 치면 되겠네.”

건은 김문수의 말을 듣고 아무렇지도 않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네 그 여유를 후회하게 해주려면 아껴두려고 했던 한 수를 꺼내야겠구나.”

김문수는 본래 이번 전투에선 무조건 천지빙호까지만 보여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대로는 절대 건을 이길 수가 없단 생각이 든 그는 결국 마지막 한 수를 꺼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뭔진 모르지만 아주 기대되는군.”

“너의 그 기대를 후회로 만들어주마!”

스르륵!

김문수는 그 말과 함께 천지빙호를 향해 양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의 몸 전체에서 빛이 폭발하며 그 빛이 고스란히 그의 양손을 타고 천지빙호를 향해 옮겨갔다.

번쩍!!

그리곤 다시 한 번 빛과 빛이 합쳐지는 현상이 만들어졌다.

또 한 번의 천지합일이었다.

아니, 더욱 정확히 말하면 이번 합일은 천지인합일(天地人合一)이었다.

천(청빙), 지(대호), 인(철갑).

이렇게 셋이 하나로 합쳐지는 천지인합일.

이게 바로 김문수가 자랑하는 영수 합체 기술의 최종 형태였다.

쿠쿠쿵!

천지빙호에 철갑이 합쳐져 새롭게 탄생한 합체 영수는 천지빙호보다 조금 더 커져 있었다.

그뿐 아니라 꼬리가 전보다 몇 배는 더 길어졌고 몸 전체에는 푸른색과 은색이 교묘하게 섞인 것 같은 단단한 비닐로 덮여 있었다.

길어진 꼬리의 끝에는 날카로운 침이 하나 달려 있었는데 이 침에는 철갑이 가지고 있던 독이 몇 배나 강화되어 맺혀 있었다.

“자, 소개하지. 천지인신수(天地人神獸)고 한다.”

크어어어어엉!

김문수의 소개와 함께 천지인신수는 길게 울부짖으며 건을 노려보았다.

놈은 천지빙호일 때의 기억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건에게 자신의 머리가 꿰뚫렸던 걸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놈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한 투기(鬪氣)를 내뿜고 있었다.

‘천지빙호 때보다 훨씬 더 강렬하군.’

천지빙호가 ‘1+1=2’가 아니란 걸 보여주었다면 천지인신수는 ‘1+1+1=3’이 절대 될 수 없다는 걸 보여주었다.

결과의 증가폭은 천지빙호 때보다 훨씬 더 높은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이 녀석이 너에게 쌓인 게 꽤 많은 거 같군.”

김문수는 그렇게 얘기하며 천지인신수를 곧장 건을 향해 달려들게 했다.

크아아아앙!

단 한 번의 도약으로 순식간에 건의 앞까지 다가온 천지인신수.

확실히 놈의 능력은 평범함 따위와는 거리가 멀었다.

쩌저저정!

천지인신수를 달려드는 것과 동시에 꼬리를 휘둘러 건을 공격했다.

하지만 건은 어느새 태극혼패를 원래대로 회복시켜 그 공격을 막았다.

주르륵.

완벽하게 공격을 막았음에도 건은 살짝 옆으로 밀려났다.

그만큼 천지인신수의 꼬리에 실린 힘이 대단하다는 뜻이었다.

‘이 정도라면 어지간한 강화계열 소울러들은 명함도 못 내밀 정도네.’

건은 쓴웃음을 지으며 다음 공격에 대비해 다시 몸을 비틀었다.

꽈과광!

건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듯 떨어진 앞발은 땅바닥을 때렸다.

‘무슨 영수의 앞발에 혼력이 담겨있어?’

건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천지인신수를 바라보며 재빨리 몸을 뒤로 빼냈다.

그러면서 그는 천지인신수 뒤쪽에 있는 김문수를 바라보았다.

김문수는 천지인신수 쪽으로 양손을 뻗고 뭔가 굉장히 집중하고 있는 표정을 짓고 서 있었다.

‘아…… 저 건가?’

건은 그제야 왜 천지인신수의 몸에 혼력이 넘치고 또 앞발에 혼력까지 실려 있었는지 이해가 되었다.

김문수는 아예 실시간으로 천지인신수에게 혼력을 제공하고 있었다.

물론 덕분에 김문수는 다른 행동을 할 수 없었지만 사실상 전투는 천지인신수가 모두 책임지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할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건 아예 천지인신수에 모든 걸 거는 전략이군.’

건은 김문수의 전략을 정확히 이해했다.

보통 이렇게 한쪽에 모든 걸 거는 전략은 안정적이지 못한 게 약점이었다.

하지만 김문수의 올인 전략은 생각보다 훨씬 더 안정적이었다.

일단 천지인신수는 강력한 육체 능력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적을 압박했기 때문에 그 적이 김문수를 노릴 여유는 별로 없었다.

거기에 사실상 김문수를 노렸다고 해도 김문수는 아예 움직임이 봉쇄된 게 아니었기 때문에 잠시 혼력 공급을 끊고 공격을 피하거나 막으면 그만이었다.

그러면 천지인신수가 알아서 그를 보호하려고 움직이게 되어 있었다.

이렇듯 김문수가 구사하는 천지인신수 전략은 생각보다 훨씬 더 견고했다.

크어어어어어엉!

파파파파파파팟!

쩌저저저저저정!

이번엔 천지인신수가 꼬리를 마구 흔들자 그 끝에 달린 침이 사정없이 쏟아졌다.

건은 독이 담겨 있는 그 침들을 모조리 태극혼패를 이용해 막아냈다.

당장에라도 부서질 것처럼 마구 흔들리는 태극혼패.

확실히 태극혼패로는 천지인신수의 공격을 계속 견뎌낼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버티는 건 여기까지가 한계인 건가?’

건은 내구성에 한계를 보이는 태극혼패를 바라보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는 김문수의 비법을 강탈하기 위해 초반 공격 후 계속 버티는 쪽으로 시간을 끌고 있었는데 이제는 그럴 여유가 없어진 상태였다.

또한, 이제는 김문수에게서 얻어낼 비법도 없어 보였다.

‘인제 그만 끝내야겠군.’

얻을 건 다 얻었으니 이제 남은 것은 깔끔하게 경기를 끝내는 것뿐이었다.

쩌저저저정! 주르르륵!

그 순간에도 천지인신수는 계속해서 건을 사정없이 몰아붙이고 있었다.

“……여기까지만 하자.”

나직한 건의 한 마디.

건은 그 말과 함께 곧장 태극혼패를 천지인신수를 향해 던졌다.

휘리리릭! 콰드드득!

천지인신수는 태극혼패가 날아오자 본능적으로 그걸 입으로 낚아채며 사정없이 부숴버렸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자신이 던진 태극혼패보다 더 빨리 움직인 건이 어느새 천지인신수의 머리 아래에서 나타나 있는 힘껏 주먹을 올려쳤다. 아주 강력한 어퍼컷 공격이었다.

휘이잉, 꽈광!

정확히 천지인신수의 턱에 꽂히는 건의 오른 주먹.

그 오른 주먹이 실린 힘은 금강야차권(金剛夜叉拳)이었다.

아주 빠르고 강력한 한 방…… 그 한 방에 당연히 무쌍투기마저 뒤섞여 있었다.

천지인신수는 하필 그 순간 태극혼패를 물었기 때문에 턱을 통해 전달된 강력한 충격이 입안에 가득 찬 태극혼패의 잔해들을 타고 위쪽의 뇌(腦)까지 고스란히 전달될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태극혼패에 살짝 맺혀 있던 건의 혼력은 금강야차권의 힘에 은근슬쩍 스며들며 위로 전달되는 충격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크어어어엉!

순간 천지인신수의 몸이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이건 천지인신수도 그리고 김문수도 생각지도 못한 기습이었다.

사실 건은 최초 태극혼패를 던질 때부터 이 모든 걸 머릿속에 그리고 있었다.

우연 같은 건 없었다.

건은 천지인신수가 태극혼패를 무는 그 짧은 순간을 노리고 어퍼컷을 올려친 것이었다.

덕분에 뇌가 제대로 흔들린 천지인신수는 아주 잠깐 정신을 잃었다.

그나마 천지인신수가 가진 힘이 대단했기 때문에 정신을 잃는 시간은 1초 정도로 아주 짧았다.

하지만 그 1초는 건에게는 아주 충분한 시간이었다.

꽈과과광!

천지인신수의 몸이 허공으로 치솟는 순간 마치 한 발의 총알처럼 앞쪽으로 튕겨져나간 건.

이게 바로 파천신법의 위력이었다.

건은 파천신법을 이용해 천지인신수가 허공으로 치솟으며 정신을 잃은 그 짧은 순간 김문수에게 아주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김문수는 천지인신수가 건의 기습에 당하자 그걸 다시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 정신을 집중하려고 했는데…… 그 순간 그의 눈앞에 건이 나타났다.

“헉!”

김문수는 깜짝 놀라며 재빨리 건에게서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반응은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휘릭, 우드득!

건은 재빨리 김문수의 양팔을 붙잡으며 사정없이 두 팔을 꺾어버렸다.

영수를 부리는 능력을 제외하곤 소울러로서의 능력이 아주 부족했던 김문수는 너무나 쉽게 건에게 당했다.

“크아아아악!”

멀쩡했던 양팔이 동시에 부러지는 고통은 여간해선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다.

바로 그 순간 천지인신수는 간신히 정신을 다시 차리고 위기에 빠진 자신의 주인을 구하려고 몸을 돌렸지만, 놈이 달려드는 것보다 건의 두 번째 공격이 훨씬 더 빨랐다.

“잘 배웠다.”

이게 바로 김문수가 들은 마지막 말이었다.

꽝! 우드득!

김문수는 건의 그 말을 듣는 것과 동시에 뒤통수에 건의 금강야차권을 맞고 정신을 잃으며 쓰러졌다.

쿠쿵.

주인인 김문수가 정신을 잃자 천지인신수는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곤 천천히 몸의 크기가 줄어들었다.

파파팟.

그리곤 다시 원래대로 세 마리의 영수로 분리되며 바닥에 쓰러졌다.

쿵, 쿵, 쿵.

원래 영수는 주인이 정신을 잃는다고 해서 같이 정신을 잃진 않았다.

하지만 원래대로 돌아온 세 마리의 영수는 정신을 잃는 문제가 아니라 아예 몸에 힘이 전혀 없는 것처럼 허물어져 내리며 쓰러졌다.

아마도 영수 합체라는 기술 자체가 영수에게 큰 부담이 되는 기술인 것처럼 보였다.

영수마저 모두 쓰러지자 당연히 경기는 종료되었다.

이번에도 건이 이겼다.

이번 승리로 건은 14연승을 완성했다.

이 정도라면 진짜…… 대단한 기록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건은 자신이 거둔 연승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가 꽂혀 있는 건 다른 것이었다.

‘생각을 조금만 더 정리한 후에…… 나도 본격적으로 백을 성장시켜봐야겠다.’

건이 꽂혀 있는 것은 김문수에게서 강탈한 영수 조련법이었다.

건은 그것을 이용해 백을 성장시킬 생각이었다.

물론 아직은 조금 더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지만, 오늘 워낙 많은 비법을 얻었기 때문에 생각을 정리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진 않았다.

‘영수가 성장 여부에 따라 얼마나 강해질 수 있는지 알게 된 이상…… 언제까지 백을 살아 있는 레이더 정도로만 쓸 수는 없다.’

건은 이번 전투를 통해 확실하게 영수가 가진 가능성을 느낄 수 있었다.

‘영수의 성장은 곧 나의 성장. 후후후, 백아…… 제대로 굴려주마.’

건은 슬쩍 웃으면서 경기장 외곽 벽 쪽에 바짝 붙어서 건을 기다리고 있을 백을 떠올렸다.

바로 그 순간 경기장 외곽 벽 쪽에서 건을 기다리던 백은 갑자기 등줄기를 타고 올라가는 오한을 느끼며 몸을 부르르 떨었지만…… 앞으로 자신에게 무슨 일이 닥칠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고개만 갸웃거렸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