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소울(THE SOUL)-97화 (97/175)

# 97

더 소울(The Soul) - 백(魄)의 진화(進化) [2]

푸드드득!

돼지코 붉은매로 변화한 백은 살포시 건의 어깨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이게 바로 제 일차 변형 형태입니다.”

“돼지가 매가 됐네……. 너 예전에도 이런 형태로 변화했었던 거야?”

“으음…… 사실 예전엔 멧돼지 형태로 변화했었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렇게 변형 형태가 달라진 건 그때 주작(朱雀)님의 기운을 얻게 되면서 제가 가진 본신(本身) 영력(靈力)의 성질 자체가 달라진 거 같아요.”

“흐음…… 확실히 아기 돼지일 때보단 훨씬 더 강해 보이는구나. 근데 이걸 계속 유지하고 있을 수 있는 거야?”

“헤헤, 그건 아니에요. 지금 제가 지닌 영력으로는 대략 삼십 분 정도만 유지할 수 있어요.”

“삼십 분 후에는 원래 아기 돼지로 돌아가고?”

“네. 그렇게 돌아가고 나면 영력이 어느 정도 회복될 때까진 다시 변형할 수 없어요.”

“그럼 지금처럼 변형하면 뭐가 더 좋아지는 거야?”

“특수 공격인 ‘화염 비행’을 사용할 수 있어요.”

“화염 비행? 그게 뭐야?”

“으음…… 여기서 보여드리긴 좀 그렇고……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제가 한 개의 화염 덩어리가 되어 사방을 비행하며 적들을 불태우는 공격이에요.”

“호오…… 그런 게 가능해?”

“저도 이건 처음 얻은 특수 능력이라 정확한 것은 직접 사용을 해봐야 알 것 같아요. 아마도 주작님의 기운의 영향을 받아 특수 능력 자체도 완전히 변한 거 같아요.”

“그것 말고는 없어?”

“기본적은 육체 능력도 상승하였기 때문에 아기 돼지일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활발하게 움직이며 주인님을 도울 수 있어요.”

“나쁘지 않네.”

건은 모든 설명을 듣고 나서야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헤헤헤, 그렇죠? 그러니까 실망하시지 않아도 돼요.”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차차 실전에서 활용해 보면 알겠지.”

“흐흐, 마음껏 활용하셔도 됩니다. 대신…… 이번처럼 혼력만 자주 주입해주신다면…… 백골이 난망 될 때까지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그렇게 오버하지 않아도 당분간은 꾸준히 혼력을 주입해줄 테니 걱정하지 마.”

“헤헤헤헤, 감사합니다. 주인님!”

“우선은 최대한 빨리 두 번째 변형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자.”

“넵!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습니다.”

건의 말에 백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휴우, 일단 첫 단추는 제대로 잠근 건가?’

백의 성장을 확인한 건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이번 시도가 실패했다면 건의 영수 키우기 계획은 시작과 동시에 망할 수 있었다.

‘이차 변형까지만 할 수 있게 만들면 진짜 어느 정도 실전에서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아직은 뭔가 2% 부족해 보이는 게 사실이었다.

당연히 건은 1차 변형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계속 백을 성장시켜 최대한 빨리 2차 변형까지 가능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 * * *

혼력 주입은 매일 같이 연속해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특히 이번처럼 무리하면서까지 주입하는 것은 아무 때나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번은 처음이라 건이 무리인 걸 알면서도 주입한 것이었지만 사실 이렇게 무리를 하면 안 됐다.

건은 일주일에 한 번은 영혼투기장에서 경기를 치러야 했고 더군다나 그에겐 그를 노리는 분명한 적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렇게 무리를 하면서 혼력을 사용하면 자칫 위험해질 수 있었다.

그렇기에 건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매일매일 조금씩 혼력을 주입해주었다.

어느새 혼력의 매력에 푹 빠진 백은 많이 아쉬워했지만 아무리 조금씩이라도 예전에 쌓던 영력보단 훨씬 많은 양이었기에 꾸준히 혼력을 흡수하며 차근차근 성장해 나갔다.

시간은 그렇게 계속 흘러가 백이 1차 변형을 이뤄내고 한 달이 더 흘렀다.

그 사이 건은 영혼투기장에서 두 번 더 승리했다.

16연승.

건은 이젠 진짜 골드 리그의 신흥 강자 중 한 명으로 분류되는 수준까지 올라와 있었다.

골드 리그의 기존 강자들이 주목하는 소울러.

그래서일까?

이젠 슬슬 건의 경기가 잘 안 잡히기 시작했다. 영혼투기장의 소울러들이 건의 실력을 의식해 그와의 경기를 피하는 이들이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에 당연히 경기가 쉽게 성사되지 않았다.

덕분에 건은 좀 더 많은 시간을 수련, 특히 백을 성장시키는데 투자할 수 있었다.

재미있는 것은 건은 백을 성장시키기 위해 꾸준히 자신의 혼력에 의지를 섞었는데 이게 백의 성장에만 영향을 준 게 아니라 건의 성장에도 영향을 줬다는 점이었다.

건이 직접 만들어서 익힌 건식수련법.

그 건식수련법이 성장했다.

가뜩이나 가능성이 무궁무진했던 건식수련법이었는데 이번 계기를 통해 진짜 특별한 영혼단련법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건식수련법은 본래 혼력의 의지대로 고유의 흐름을 만들어내며 건에게 특화된 혼력의 경로를 만든다는 점과 그 경로를 따라 흐르는 혼력의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는 점. 이 두 가지가 특징이었는데 이젠 여기에 건이 특별히 의식하지 않아도 그의 의지가 혼력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가게 되면서 혼력을 사용할 때 더욱 빠른 반응 속도로 혼력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되었다.

이젠 설사 최상급 영혼단련법이라고 해도 건식수련법보다 더 대단하긴 힘들어 보일 정도였다.

결국, 백을 성장시키려고 시작한 수련은 말 그대로 ‘꿩 먹고 알 먹기’ ‘도랑 치고 가재 잡기’ ‘마당 쓸고 돈 줍기’ 식으로 일석이조(一石二鳥)의 효과를 지닌 수련이 되었다.

츠츠츠츳.

건은 오늘도 일정량의 혼력을 주입하고 백의 머리에서 손을 뗐다.

오늘로써 백에게 혼력을 주입한 지도 정확히 40일이 되었다.

그동안 건은 꾸준히 백에게 혼력을 주입했다.

물론 첫날을 제외하곤 무리를 해서 혼력을 주입하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혼력을 주입했기 때문에 그동안 주입된 혼력의 양은 결코 무시할 수 있을 수준이 아니었다.

‘오늘도 꽝인가?’

건은 백의 머리에서 손을 떼며 가만히 백을 살펴보았다.

일주일 전부터 건은 이제 슬슬 백이 두 번째 변형이 가능한 수준으로 성장할 때가 되었다고 느끼는 중이었다.

하지만 건이 느끼는 것과는 다르게 백의 성장은 계속 답보상태였다.

‘다음 경기가 워낙 신경 쓰이는 상대라 이제 며칠 동안은 혼력 주입을 할 수 없을 텐데…….’

건은 내심 다음 경기 전에 백이 2차 성장을 끝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아무래도 다음 상대가 골드 리그에서 최강자로 분류되는 몇 명 중 하나였기 때문에 백을 성장시켜 그 경기에서 제대로 활용해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2차 성장은 건도 그리고 심지어 성장하는 당사자인 백도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것이었다.

혼력 주입을 끝내고 시간이 좀 더 흘렀지만, 여전히 백은 아기 돼지의 모습으로 가만히 웅크리고 있었다.

‘오늘도 글렀군.’

그 모습을 보며 건은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건이 그토록 기다리던 변화가 갑자기 일어났다.

번쩍!

아기 돼지 백에게서 쏟아져나오는 붉은빛.

1차 성장에서 경험했던 그 붉은빛이었다.

“오!”

갑자기 터져 나온 붉은빛에 건은 깜짝 놀라며 백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도 역시 붉은빛은 잠깐 강렬하게 쏟아져나오건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약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붉은빛이 완전히 사라지자 전과 마찬가지로 백이 작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하늘로 솟아올랐다.

파다다다닥!

“오오오오오오오오!”

다시 한 번 괴성을 지르는 백.

그는 뭔가 굉장히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두 번째 성장에 성공한 거야?”

건은 백을 바라보며 물었다.

“네! 드디어 성공했습니다.”

“오오!!”

백의 대답에 건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전과는 다른 반응이었다.

“크하하하하, 이제야 예전에 제가 가졌던 힘을 대부분 회복한 것 같습니다.”

“그럼 이제 두 번째 변형도 가능해진 거야?”

“당연하죠!”

“좋네. 그럼 바로 두 번째 변형을 한 번 확인해 보자.”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건은 한시라도 빨리 백의 두 번째 변형을 확인하고 싶어했다.

“흐흐흐, 바로 보여드리겠습니다.”

건의 주문을 받은 백은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정신을 집중했다.

츠츠츠츳! 번쩍!!

일단 백은 첫 번째 변형부터 했다.

푸드드득.

강력한 붉은 섬광과 함께 돼지코의 붉은 매로 변한 백.

백은 그 상태에서 가볍게 허공에서 몸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

“우선 첫 번째 변형입니다.”

“두 번째 변형으로 바로 변형될 순 없는 거야?”

“가능은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변형하면 영력 소모가 훨씬 커지기 때문에 그다지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알았다. 그럼 이제 두 번째 변형을 해봐.”

“잠시만요. 연속 변형은 불가능해요. 대략 십 분 정도만 기다려보세요. 변형에 필요한 최소한의 영력을 모아야 하거든요”

“으음…… 이건 좀 아쉽네.”

건은 1차 변형과 2차 변형을 연속해서 할 수 없다는 게 살짝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은 나중에 생각해야 할 문제였다.

“제가 성장하면 성장할수록 일차 변형과 이차 변형 사이에 존재하는 한계도 점점 없어집니다. 만약 제가 삼차 변형이 가능한 수준까지 성장하면 그땐 일차와 이차 변형을 거의 동시에 해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래? 그럼 다행이네.”

백의 설명을 들은 건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백이 얘기한 대로 십 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그러자 건의 어깨 위에서 두 눈을 감고 조용히 영력을 모으던 백은 감고 있던 눈을 뜨며 입을 열었다.

“준비됐습니다.”

푸드드득.

백은 그 말과 함께 하늘로 날아올랐다.

그리곤 다시 자신의 몸속에 있는 영력을 폭발시켰다.

츠츠츠츠츳! 번쩍!!

첫 번째 변형과 마찬가지로 두 번째 변형 때도 붉은빛이 강하게 사방으로 폭사 되었다.

그와 함께 백의 몸도 변형되었다.

스르르르르, 화르르륵!

백의 몸이 지금의 두 배 이상으로 커지며 한 마리의 커다란 독수리가 되었다.

그냥 독수리가 아니었다.

깃털 한올 한올이 불꽃으로 이루어져 있는 화염의 독수리였다.

거기에 이번에는 백의 상징과도 같은 돼지코가 사라졌다.

백은 진짜 완벽한 한 마리의 커다란 독수리가 되었다.

“으하하하하! 이게 바로 제 이차 변형 형태입니다.”

화르륵!

백은 자신만만하게 외치며 건의 어깨 위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신기한 것은 백의 전신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쏟아져 나왔는데 정작 건은 그 열기를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지금 너 열기를 내뿜고 있는 거 아니야? 왜 난 열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지?”

“아, 주인님과 저는 속의 계약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저에게서 나오는 그 어떤 힘도 주인님에게 아무런 영향을 미칠 수 없습니다.”

“호오, 속의 계약이 그런 효과도 가지고 있었군.”

“대충 주인님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알았어. 근데 너…… 이제 돼지코도 사라졌네?”

“그러게요. 저도 이렇게 완벽하게 제가 변형할 줄은 몰랐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제가 가진 본신에서 변형되는 것이라 변형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아무래도 제가 그때 사신도를 통과하며 얻은 주작님의 힘이 생각보다 훨씬 강했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백 자신도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확실히 아기 돼지 백이 변형을 해서 한 마리의 커다란 화염 독수리가 된 것은 조금 이해하기 힘든 변형이긴 했다.

“뭐, 나쁜 영향은 아닌 것 같은데?”

“네, 확실히 변형을 거듭할 때마다 주작님의 힘이 몇 배로 커지는 게 느껴집니다. 이대로 조금만 더 성장해 변형을 몇 번만 더 할 수 있다면…… 진짜 주작님의 힘에 아주 근접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호오, 그거 반가운 소식이네.”

주작이라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영수 중 최고 중의 최고라는 사신(四神獸) 중 하나였다.

당연히 건의 입장에선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다만 아쉬운 건…… 제가 성장하는 속도는 상당히 빠른데 그에 알맞은 영력을 제대로 쌓질 못하고 있어서 아무래도 정상적인 성장을 통해 강해진 영수보단 조금 약한 느낌입니다.”

“음?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처음엔 몰랐는데 이젠 확실히 알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혼력은 분명 영력을 대체해서 저를 성장시킬 수 있지만 그렇다고 완벽하게 영력을 대체할 순 없습니다. 혼력을 통해 쌓은 영력은 그냥 정상적인 방법으로 제가 모으는 영력보다 대략 삼 분의 일 수준의 옅은 농도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 옅은 농도는 제 영력의 순도를 떨어트리고 그건 결국 영력이 부족한 현상을 일으킵니다.”

“흐음…… 빠르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란 것이군.”

“네, 앞으로는 혼력을 통해 성장하는 것만큼이나 저 스스로 더 많은 영력을 쌓는 것도 신경 써야 할 것 같습니다.”

“근데 영력을 쌓는 게 쉽지 않다고 했잖아?”

“하하하하, 이젠 조금 나아졌습니다. 예전에는 워낙 가지고 있는 영력의 양이 적어 그걸 아무리 열심히 굴려도 제대로 영력을 모으질 못했는데…… 이젠 그나마 영력의 덩치 자체는 제법 커진 상태로 영력을 좀 더 많이 모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전의 백이 작은 포크로 물(영력)을 떠서 차곡차곡 모았다면 지금의 백은 커다란 숟가락으로 물을 떠서 모으는 수준은 되었다.

“호오, 좋은 소식이군.”

“헤헤헤헤,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예전의 백은 워낙 성장이 느려 스스로 능동적인 성장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지금의 백은 성장하는 재미에 푹 빠져 알아서 더욱 빨리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가지게 되었다.

이건 당연히 건에게 희소식이었다.

속의 계약을 맺은 영수가 스스로 성장을 위해 노력하는 건 굉장히 보기 힘든 광경이었다.

물론 건은 이걸 우연히 만들어냈지만 어쨌든 이게 건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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