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소울(THE SOUL)-100화 (99/175)

# 100

더 소울(The Soul) - 영혼강림(靈魂降臨)

@ 영혼강림(靈魂降臨).

콰과과과과과과광!

흑룡아(대검)에서 쏟아져 나온 한 줄기의 뇌전이 폭발과 함께 하늘 쪼개기가 만들어낸 충격파를 꿰뚫었다.

“헛!”

그걸 본 기운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설마 건이 이걸 뚫고 자신을 공격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어쨌든 뇌전은 고스란히 기운을 향해 쏟아졌다.

‘자꾸 이렇게 내 예상을 뛰어넘으면…… 곤란한데…….’

기운은 그 뇌전을 바라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곤 오른손을 들어 올렸다.

쩌저저저저저정!

그러자 기운을 향해 쏟아지던 뇌전은 마치 벽이라도 만난 것처럼 사방으로 분산되었다.

바다 가르기가 만들어낸 강력한 보호막이 뇌성벽력을 막아낸 것이었다.

바다 가르기 역시 지금까지 보여준 것은 그저 맛보기 정도뿐이었다.

바다 가르기가 풀 파워로 전개될 때는 이처럼 반투명의 보호막이 만들어졌다.

‘사용하는 무공조차 지극히 단순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무지막지하게 강하다는 게 문제군.’

건은 뇌성벽력은 너무나도 쉽게 막아내는 기운을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실망하거나 그러진 않았다.

어차피 이 정도로 상대방을 쓰러트릴 수 있을 것이라곤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파파팟!

흑룡아(대검)을 꺼내 든 건은 좀 더 적극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드려라! 그럼 열릴 것이다!’

건은 파천신법을 발동시키며 빠르게 기운을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곤 망설이지 않고 흑룡아(대검)를 휘둘렀다.

쩌정, 쩌저저정!

기운은 맨손으로 그 흑룡아(대검)를 막았다.

물론 당연히 그의 손에는 바다 가르기의 기운이 맺혀 있었기 때문에 흑룡아(대검)를 아무렇지도 않게 막아낼 수 있었다.

따다다다다다다당!

기운은 폭풍과 같이 쏟아지는 흑룡아(대검)를 아주 침착하게 모조리 막아냈다.

건의 공격은 모조리 기운에게 막혔지만 그럼에도 건은 계속 더 힘차게 공격을 쏟아냈다.

점점 빨라지는 건의 공격.

당연히 기운의 방어도 그에 맞춰서 빨라졌다.

점점 한계로 치닫는 공격과 방어.

그렇게 한없이 빨라지던 공격이 어느 한순간 갑자기 끊겼다.

그리고 그 순간 건과 기운의 머리 위에 한 마리의 커다란 독수리가 나타났다.

화염으로 만들어진 새빨간 붉은 독수리.

바로 2차 변형을 끝낸 백이었다.

백은 등장과 함께 곧장 자신의 발밑에 있는 두 사람을 향해 한 줄기의 화염을 쏟아냈다.

화르르르륵!

건과 기운을 휘감는 강력한 화염.

이것은 1차 변형을 통해 만들어낸 화염과는 또 다른 화염이었다.

그런데 건이 준비한 것은 이게 끝이 아니었다.

건은 백이 나타나는 것과 동시에 오른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그리곤 백이 강력한 화염을 내뿜어 자신과 기운을 휘감은 그 순간 또 하나의 강력함 화염의 힘을 소환했다.

허공에 만들어지는 커다란 개의 머리.

염화견두였다.

건은 오른손을 휘두르며 이미 화염에 휘감긴 기운의 머리 위로 염화견두를 떨어트렸다.

콰과과과과과과과과광!

그러자 백이 내뿜은 화염과 염화견두의 화염이 뒤섞이며 강력한 폭발이 만들어졌다.

물론 건은 기운과 상당히 가까이 있었지만 백이 내뿜은 화염도 그리고 자신이 만들어낸 염화견두의 화염도 모두 그에겐 전혀 피해를 주지 않는 힘들이었기 때문에 그 두 개가 뒤섞이며 만들어진 폭발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제자리에 서 있을 수 있었다.

건은 이 정도라면 아무리 기운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걸로 승부가 결정되었다고 생각하진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흑룡아를 손에 들고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츠츠츠츳!

이번엔 흑룡아를 창으로 변형시켰다.

그리곤 망설이지 않고 여전히 시뻘건 화염이 치솟고 있는 그곳을 향해 창을 꽂아넣었다.

건은 폭발의 여파가 가라앉길 기다리는 멍청한 짓은 하지 않았다.

그는 몰아붙일 땐 확실하게 몰아붙여야 한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망설이지 않고 계속 공격을 쏟아부었다.

파파파파파파팟!

허공을 가르는 아홉 마리의 용.

구룡섬이었다.

아홉 마리의 용은 모조리 화염을 뚫고 들어가 정확하게 기운이 있는 곳으로 날아갔다.

이제 남은 건 그 아홉 마리의 용이 기운을 물어뜯으며 기운의 몸에 상처를 내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따다다다다다당!

아홉 마리의 용이 모조리 퉁겨져 나왔다.

그 아홉 마리의 용을 튕겨낸 것은 당연히 기운의 양손이었다.

“흐으음…… 이게 얼마 만에 본 피지?”

쿵쿵.

기운은 천천히 화염을 빠져나오며 자신의 양손을 내려다보았다.

두 종류의 화염이 뒤섞이며 만들어진 강력한 폭발이었건만 여전히 기운의 바위 품기를 완전히 뚫진 못했다.

다만 폭발 이후에 이어진 구룡섬은 완벽하진 않지만 아주 약간의 성과가 있었다.

큰 상처는 아니었지만, 기운의 양 손바닥이 살짝 찢겨져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진짜 괴물 같은 놈이네.’

이번 공격은 건도 나름 기대를 했던 공격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이러면 정말 곤란하다고.”

기운은 건을 바라보며 진심으로 곤란하단 표정을 지었다.

그리곤 곧장 건을 향해 달려들었다.

파파파파파팟!

그 순간 기운의 주먹이 허공을 가득 메웠다.

지금까지는 건이 공격을 주도했었지만 이젠 다시 주도권이 기운에게 넘어갔다.

휘리릭! 따다다다다다다당!

건은 재빨리 묵룡아(창)를 회전시키며 기운의 공격을 막았다.

주먹 하나하나에 하늘 쪼개기의 기운이 맺혀 있었기 때문에 하나의 주먹을 막을 때마다 아주 조금씩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방어로는 절대 답을 찾을 수 없다.’

건은 기운의 공격을 막으며 방어보단 공격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공격의 주도권을 되찾아와야 했다.

‘백! 놈의 신경을 분산시켜!’

건은 우선 하늘에서 다시 기회를 엿보고 있는 백에게 명령을 내렸다.

백은 기운이 자신이 가장 지신 있어 하는 ‘겁화지옥(劫火地獄)’을 너무나 아무렇지도 않게 빠져나오는 걸 보고 살짝 충격을 받았지만 일단 지금은 뭐가 됐건 건에게 도움을 주는 게 중요했다.

‘넵!’

건의 명령을 받은 백은 비행 고도를 낮추며 기운을 공격할 준비를 했다.

첫 번째 겁화지옥에 상당량의 영력을 소모한 백은 다시 한 번 겁화지옥을 사용하면 변형이 풀려서 쓸모없는 아기 돼지 형태로 돌아갈 수 있었기 때문에 가장 영력의 소모가 적은 ‘염익(炎翼)’ 공격을 할 생각이었다.

염익 공격은 불타오르는 날카로운 깃털을 뿌려서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는 기술이었다.

“하압!”

파파파팟!

비행 고도를 낮춘 백은 망설이지 않고 두 날개를 기운 쪽으로 펄럭였다.

그러자 그 날개에서 수십 개의 염익이 튀어나와 기운을 향해 쏟아졌다.

이것은 보통의 소울러라면 당연히 피하거나 막아야 하는 공격이었다.

하지만 기운은 달랐다.

그는 염익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걸 알면서도 그걸 무시했다.

대신 그는 건의 창을 아슬아슬하게 피하며 건을 향해 파고들었다.

퍼퍼퍼퍼퍼퍽!

화르르륵!

기운의 몸에 수십 개의 염익이 고스란히 꽂히며 화염이 그의 몸 전체를 휘감았지만, 그럼에도 그는 계속 염익을 무시했다.

파팟!

염익을 무시하고 선택한 것은 공격이었다.

그는 건의 오른팔과 어깨를 붙잡으며 그 상태에서 그대로 건을 들어 올렸다.

번쩍!

그리곤 그대로 몸을 한 바퀴 회전시키며 건을 땅바닥에 내리꽂았다.

꽈과광!

건은 엄청난 충격을 느끼며 땅바닥에 깊숙이 박혔다.

이건 피하거나 방어할 수 없는 공격이었다.

그렇게 건을 땅바닥에 꽂아 넣은 기운은 괴성을 내지르며 몸을 마구 흔들었다.

“우어어어어어!”

그러자 그의 몸에 꽂힌 염익들이 모두 가루가 되며 사라졌다. 동시에 몸을 휘감은 화염도 순식간에 사라졌다.

바위 품기의 기운이 극대화되며 순식간의 그의 몸에 존재하는 모든 해로운 효과를 제거한 것이었다.

“이제 끝을 내자!”

염익 공격은 순식간에 무력화되고 거기에 건은 땅바닥에 처박히며 기운의 발밑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었다.

상황은 건에게 최악이라 할 수 있었다.

기운은 염익의 기운을 모조리 털어내자마자 하늘 쪼개기의 기운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양손에 주입했다.

그리곤 자신의 발밑에 처박혀 있는 건을 향해 마구 주먹을 내리찍었다.

쾅, 콰과과과과과과과과광!

쉴새 없이 바닥에 꽂히는 기운의 주먹.

한 방, 한 방이 정말 하늘을 쪼갤 것 같은 위력을 지닌 그의 주먹이 고스란히 건의 몸에 모두 꽂혔다.

“으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어차피 기운은 건의 목숨을 빼앗을 작정이었기 때문에 손에 사정 같은 걸 두지 않고 전력을 다해 마구 주먹을 내질렀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아이언필드 여기저기에 균열이 생길 만큼 수없이 많은 주먹을 바닥에 내리꽂은 기운은 도저히 건이 살아날 수 없을 정도로 힘을 쏟아부은 후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내리꽂은 주먹은 대략 200회에 가까웠다.

이 정도라면 건의 몸은 가루가 되었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쿠쿠쿠쿵.

너무 심하게 주먹을 내리꽂아서일까?

땅바닥 깊숙이 박혀 들어간 건의 몸 위로 땅바닥이 무너져 내리며 그의 몸을 뒤덮었다.

‘끝났군.’

기운은 그 모습을 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 정도라면 확실히 건의 목숨을 끊었다고 판단했다.

“이대로 끝내는 게 좀 아쉬웠지만…… 사정이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 미안하다.”

기운은 건의 명복을 빌 듯 작게 중얼거리곤 곧장 경기장 바깥쪽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제 곧 건의 목숨이 끊겼다는 게 확인되면 경기가 끝날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기운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변화가 일어났다.

콰과과광!

건의 무덤 정도로 생각되던 무너져 내린 땅바닥이 갑자기 폭발했다.

“으음?”

기운은 설마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설마는 사실이 되었다.

스으윽.

폭발과 함께 생긴 구멍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한 남자.

건이었다.

“후우…… 이번 건 진짜 아팠다고.”

건은 인상을 잔뜩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어떻게…….”

기운은 이해할 수 없단 표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방금 건을 향해 쏟아낸 공격은 설사 자기 자신이라고 해도 버텨낼 수가 없었다.

“어지간하면 그냥 적당히 패배를 인정하려고 했는데…… 이거 아무래도 단순히 날 이기는 게 목적이 아닌 것 같네?”

건은 기운을 똑바로 바라보며 얘기했다.

그의 전신을 감싸고 있는 먹빛의 갑옷.

건이 기운의 공격을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결정적인 순간 심안 각성을 통해 묵룡갑을 소환했기 때문이었다.

“그 갑옷…… 때문인 건가? 이거 한 방 먹었군. 설마 또 숨기고 있는 힘이 있을 줄이야…….”

기운은 대답은 하지 않았다.

어차피 건도 대답을 기대하고 물어본 것은 아니었다.

“대답을 좀 듣고 싶은데…… 그러려면 아무래도 널 쓰러트려야겠지?”

“크크큭, 숨겨놓은 힘을 꺼냈다고 해서 날 쓰러트릴 수 있다고 생각한 건가? 설마 숨겨놓은 마지막 한 수가 너에게만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자 기운에게 더 이상 의뢰 같은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듣고 싶다고? 그래, 날 쓰러트린다면 얼마든지 얘기해주지! 하지만!!”

기운은 묵룡갑을 입고 있는 건을 노려보며 천천히 양팔을 옆으로 벌렸다.

“그건 쉽지 않을 거야!!”

콰과과광!

기운은 마지막 한 마디와 함께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마지막 한 수를 꺼냈다.

그것은 바로…….

영혼강림(靈魂降臨)이었다.

기운이 가진 천강괴력이 폭발하며 만들어낸 통로는 기운과 맹약을 맺은 임꺽정의 영혼과 직접 연결되었다.

그리고 그 통로를 통해 임꺽정의 영혼이 현세에 강림했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

사방을 짓누르는 존재감.

과거 천하를 호령했던 그 임꺽정이 기운의 몸을 빌려 세상에 다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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