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소울(THE SOUL)-107화 (106/175)

# 107

더 소울(The Soul) - 혈룡(血龍) [1]

@ 혈룡(血龍).

푸슛!

소울러 전용 치료 캡슐이 열리자 초췌한 표정의 건이 천천히 걸어나왔다.

“휴우, 이제 좀 살 것 같네.”

건은 고개를 절래 흔들며 중얼거렸다.

그는 현재 카페 헤븐에 돌아와 있었다.

정말 간신히 암굴에서 탈출한 그는 연희에게 연락을 해 겨우 카페 헤븐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 뒤 그는 무려 48시간 동안 계속 치료 캡슐 안에 있었다. 그럼에도 아직 그의 몸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였다.

암굴에서 살짝 진원혼기(眞元魂氣)까지 손상을 입었었기 때문에 회복하는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완전히 회복하려면 최소 일주일 정도는 꾸준히 회복에만 신경 써야겠다.’

건은 옆에 놓여 있던 물을 한껏 들이켠 후 위로 올라갔다.

위에 카페에서는 철민과 연희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나마 몰골이 좀 나아지긴 했네. 어때 괜찮아?”

연희는 건을 바라보면서 물었다.

“휴, 아직도 죽을 거 같아요. ”

“그래도 진짜 죽진 않았잖아. 그럼 된 거야.”

철민은 살아있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었다.

“하하, 그렇겠죠?”

“근데 너…… 정말 그레이존까지 들어간 거야?”

“아…… 어쩌다 보니…….”

“어휴, 내가 얘기할 때 뭘 들은 거야. 그렇게 무리하지 말라고 얘길 했건만…….”

“누나, 미안해요. 근데 이놈의 호기심은 어쩔 수가 없었어요.”

“그 호기심이 널 위험에 빠트렸던 거야.”

“네…….”

건은 이 상황에서 차마 자신이 블랙존까지 들어갔었다는 것은 얘기할 수가 없었다.

“뭐, 결과적으로는 더 잘됐을 수 있다. 블루존만 경험하는 것과 그레이존까지 경험하는 건 많은 차이가 있지. 사실 난 이왕 경험하는 거 블랙존까지 경험하고 왔으면 했는데…… 그건 좀 무리였겠지.”

철민 역시 건을 걱정한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그러면서도 그는 건이 암굴에서 최대한 많은 걸 얻기를 원했었다.

“사장님, 얜 아직 소울러가 된 지 삼 년도 안 됐어요.”

“적어도 내가 볼 때 이 녀석에겐 시간이 그리 중요해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암굴을 추천해준 것이기도 했고.”

철민은 자신이 듣고 본 그 어떤 소울러보다 성장 속도가 빠른 건에게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는 도대체 건이 어떤 소울러가 될 것인지…… 그게 정말 궁금했었다.

“두 분이 절 얼마나 생각해주는지는 잘 알고 있으니까 싸우지 마세요. 어쨌든 전 살아서 돌아왔고…… 이제 다시는 암굴에 갈 생각은 없으니까 걱정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건은 작게 웃으며 철민과 연희에게 얘기했다.

* * * *

건은 그로부터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몸을 회복하는 데만 신경 썼다.

그리고 그렇게 일주일이 흐르자 드디어 건은 정상적인 상태로 회복될 수 있었다.

아주 살짝 진원혼기에 영구적인 손상이 생겼지만, 그 정도는 무시해도 좋을 정도였다.

어차피 그보다 더 많은 걸 얻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 정도 손상은 얼마든지 감당할 수 있었다.

몸을 완전히 회복시킨 건은 마지막 최종 확인을 위해 카페 헤븐의 지하 대련장으로 내려왔다.

철민과 연희는 현재 일 때문에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물론 두 사람에게 현재 자신의 상태를 보여주기 싫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두 사람에게 보여주기 전에 확실하게 자신의 상태를 자신이 먼저 확인하고 싶었던 것뿐이었다.

“후우…….”

가볍게 호흡을 내쉬며 마음을 정리한 건은 먼저 전투본능을 전력을 다해 전개했다.

피잉, 파파팟!

통혼이 이루어지는 것과 동시에 전신을 휘감는 한 줄기의 날카로운 감각.

그 감각이 몸을 휘감자 건은 주변에 존재하는 모든 기운을 온몸으로 느낄 수가 있었다.

이것은 마치 흔히 말하는 다섯 가지 감각(오감)을 초월하는 또 하나의 절대 감각을 얻은 느낌이었다.

흔히 육감(六感)이란 말로 이 감각을 표현하기도 했지만 이건 단순히 막연한 느낌 같은 게 아니라 정말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정확한 감각이었다.

건은 이 전투 본능 덕분에 암굴에서 수많은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

‘적어도 나를 중심으로 오십 미터 안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이 감각을 피할 수 없다.’

건은 이것을 ‘전투본능-절대육감(絶對六感)’이라고 불렀다.

바로 이게 전투본능을 완성하고 얻은 힘이었다.

이처럼 척준경의 다섯 가지 능력은 그것을 완벽하게 완성했을 때 뭔가 특별한 것들을 얻을 수 있었다.

‘다음은 무쌍투기…….’

츠츠츠츳!

건은 가볍게 전신에 무쌍투기를 끌어올렸다.

그는 무쌍투기 역시 예전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고 빠르게 사용할 수 있었다.

이젠 사실상 척준경의 힘은 모두 통혼과 동시에 바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져 있는 상태였다.

무쌍투기는 일종의 강화용 기운이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몸 전체에 무쌍투기를 끌어올리면 자연스럽게 건은 강화계열 소울러들처럼 모든 육체 능력을 상승시킬 수 있었다.

“일단 가볍게…… 두 번 정도…….”

츠츠츳!

건은 무쌍투기가 전신을 휘감은 상태에서 그 무쌍투기를 대략 두 번 정도 더 강화시켰다.

그러자 건의 육체는 순식간에 강화계열 소울러들이나 가질 수 있는 수준의 육체로 바뀌었다.

‘여기서…… 한 번 더!’

건은 전신을 감싸고 있는 무쌍투기를 한 번 더 강화시켰다.

츠츠츠츳!

그러자 그의 전신에 퍼져 있던 무쌍투기의 기운이 다시 한 번 그의 육체를 강화시켰다.

이미 강화시킨 육체를 다시 한 번 강화시킨 것이었기에 그 효과는 당연히 더 클 수밖에 없었다.

드드드드득!

건은 순식간에 상위 클래스의 강화계열 소울러들이나 가질 수 있을 정도의 육체 능력을 소유하게 되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게 끝이 아니란 사실이었다.

“후우…… 한 번만 더!”

츠츠츠츳!

놀랍게도 건은 여기서 다시 한 번도 무쌍투기를 이용해 육체를 강화했다.

쿠쿠쿵!

다시 한 번 더 강화되는 건의 육체. 순간 건의 육체에서 뿜어져 나온 강력한 기운은 건이 서 있던 대련장의 바닥에 몇 줄기의 미세한 균열을 만들 정도였다.

이 정도의 육체 능력이라면 정말 탑클래스의 강화계열 소울러들이나 가질 수 있는 수준의 육체 능력이었다.

“후우…… 확실히 이 정도까지 하니까 조금 불안정한 느낌이네.”

사실 건은 원한다면 여기서 한 번 더 무쌍투기를 이용해 몸을 강화할 수 있었다.

아니, 이론적으로만 따지면 건은 끝없이 계속 육체를 계속 강화할 수 있었다.

이게 바로 건이 무쌍투기를 완성하고 얻은 ‘무쌍무한투기(無雙無限鬪氣)’였다.

단순히 무쌍무한투기의 원리만 놓고 보면 건은 계속해서 육체를 강화할 수 있다. 간단하게 건의 육체가 만약 10이란 숫자라면 건이 무쌍무한투기를 한 번 사용하는 것은 여기에 2를 곱하는 것과 같았다.

즉, 10에 2를 곱해서 20이 되고 20에 다시 2를 곱해서 40이 되고 또 40에 2를 곱해서 80이 되는 식으로 건은 계속 자신의 육체 능력을 무한대로 증가시킬 수 있었다.

다만 문제는 증가시키는 건 무한대로 할 수 있었지만 정작 육체가 버틸 수 있는 한계 때문에 진짜로 무한대로 육체 능력을 증가시킬 수는 없다는 점이었다.

지금만 해도 건은 대략 네 번 정도 무쌍투기를 이용해 육체 능력을 뻥튀기한 상태였다.

그런데 건은 지금 이 정도 수준도 살짝 부담스러웠다.

일단 육체 능력이 향상된 건 좋았지만, 지금의 육체는 마치 몸에 맞지 않은 옷과 같은 느낌이었다.

‘아직은 세 번 정도가 한계가 맞네.’

건은 네 번의 강화는 아직 자신에겐 어울리지 않다고 판단했다.

모든 건 균형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무식하게 육체 능력만 키운다고 진짜 강해지는 건 아니었다.

만약 건이 여기서 한 번 더 무쌍무한투기를 이용해 몸을 강화하면 어쩜 건은 오히려 몸에 심각한 데미지를 입을 수도 있었다.

이처럼 무쌍무한투기는 진짜 무한대로 사용할 수 있는 힘이 절대 아니었다.

‘일단 무상무한투기는 삼 단 강화까지만 사용하는 걸로 해야겠네.’

건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육체 강화를 해제했다.

‘다음은…….’

무쌍투기까지 확인을 끝낸 건은 이번엔 금강야차의 기운을 끌어올렸다.

스으으으.

금강야차의 기운은 자연스럽게 건의 온몸으로 퍼져 나가며 그의 육체를 강화했다.

이 강화는 무쌍투기의 강화와는 또 달랐다.

건의 몸은 금강불괴(金剛不壞)를 완성하며 정말 강철처럼 단단해졌다. 그리고 동시에 회복력 또한 엄청나게 증가 되어 설사 몸에 구멍이 난다고 해도 몇 시간 만에 완전히 회복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이 정도라면 진짜 어지간한 것은 모두 몸으로 때울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건은 이렇게 대단한 육체도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었다.

암굴에서의 경험…….

금강야차를 완성해 금강불괴의 강도와 엄청난 회복력을 지는 육체를 가졌음에도 건은 암굴에서 수많은 위기를 경험했었다.

그만큼 암굴, 특히 블랙존에는 무시무시한 놈들이 많았다.

‘여기에 이제는 금강의까지 더해져야 어느 정도 안심이 되지.’

예전엔 겨우 10~15분 수준만 유지가 가능하던 금강의였지만 이제는 최소 한 시간은 거뜬히 유지할 수 있었다.

전투본능과 무쌍투기 그리고 금강야차까지 확인한 건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가 암굴에서 완성한 힘들은 대단했다.

하지만 진짜 대단한 것은 지금부터라고 할 수 있었다.

파천신력과 무신혼.

이 두 가지야말로 진짜 척준경이 지닌 힘의 백미였다.

“후우우…….”

건은 다시 한 번 호흡을 정리하고 가볍게 파천신력을 끌어올렸다.

건은 지금까지 파천신력을 충격파 정도로 사용했었다.

그러나 지금의 파천신력은 달랐다.

파지지지직!

드드드드득!

건의 몸을 휘감으며 사방으로 튀어 오르는 강력한 스파크. 그 스파크는 대련장 전체를 뒤흔들며 살짝 금이 가듯 균열이 생겨있던 대련장 바닥에 거미줄과 같은 복잡한 균열을 만들어냈다.

이게 바로 파천신력의 최종 완성 형태였다.

일종의 보호막이자 동시에 강력한 공격력을 지닌 이 스파크는 건의 몸 전체를 휘감고 있었다.

건은 이것을 공격과 방어 둘 모두에 이용했다.

공격에 이용할 땐 전처럼 강력한 충격파로 변환시켜 주변을 쓸어버렸고 방어에 이용할 땐 공격을 막는 것과 동시에 상대에게 충격을 줄 수 있는 충격파 보호막으로 사용했다.

그뿐 아니라 건은 기존에 파천신력을 활용해 사용하던 기술들도 훨씬 더 자연스럽고 강력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모두 파천신력의 최종 형태인 파천벽력파(破天霹靂波)의 효과였다.

건은 암굴에서 이미 파천벽력파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법을 조금이나마 터득한 상태였다.

스윽.

건은 오른손을 들어 올린 후 손가락을 벽 쪽으로 향했다.

파지지직, 콰과광!

그러자 그의 손가락에서 뻗어 나간 한 줄기의 섬광이 순식간에 벽에 500원짜리 동전 크기만 한 구멍을 냈다.

이건 건이 파천벽력섬(破天霹靂閃)이 부르는 기술이었다.

“확실히 강력해. 하지만 문제는…… 혼력 소모가 너무 크다는 것이지.”

츠츠츠츠.

건은 파천벽력파를 거두며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파천벽력파는 확실히 강력한 기술이었지만 그만큼 혼력의 소모가 컸기 때문에 아무 생각 없이 마구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은 아니었다.

‘앞으로 이 파천벽력파를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요령을 터득해야겠다.’

파천신력 같은 경우는 아무래도 완성한 시기 자체가 늦었기 때문에 다른 힘들처럼 완벽하게 활용하진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파천신력은 그나마 암굴 생활 막바지에 완성한 무신혼과 비교하면 아주 양호한 편이었다.

‘무신혼…….’

건은 무신혼을 떠올리며 천천히 혼력을 끌어올렸다.

무신혼은 척준경이 가진 무공의 정화(精華)라 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이것은 다른 네 가지 힘과 다르게 완성을 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었다.

완성이란 건 무신혼에 속해 있는 열두 가지 무공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일 뿐이지 그 열두 가지 무공을 극성으로 펼칠 수 있단 의미는 아니었다.

‘무신혼만 완성할 수 있다면…… 난 첫 번째 맹약 대상인 척준경의 모든 힘을 완벽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건이 극성까지 익힌 무신혼의 무공은 총 네 가지였다.

혼강편, 월영참, 구룡섬 그리고 마지막으로 뇌성벽력.

이제 남은 건 여덟 가지였다.

이미 그 중 네 가지는 어느 정도 익숙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만족할 수 없었다.

건은 당분간 열두 가지 무신혼을 모두 완성하는 그 순간까지 전력을 다해 노력할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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