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소울(THE SOUL)-110화 (109/175)

# 110

더 소울(The Soul) - 무신재림(武神再臨) [2]

‘어쩔 수 없군.’

건은 파천벽력파로 이기어혼강을 상대하는 것은 너무나도 비효율적인 일이라고 판단했다.

판단을 내린 건은 곧장 파천벽력파를 거둬들였다.

대신 금강의를 강화해 방어력을 증가시킨 후 오른팔을 옆으로 뻗었다.

츠리리릿!

그러자 그의 팔에서 검은색 기운이 솟아오르며 한 마리의 검은 용이 튀어나왔다.

건이 가진 전천후 병기인 흑룡아였다.

그런데 그 흑룡아가 전과는 많이 달라 보였다.

일단 가장 기본형태인 흑룡의 모습 자체가 달라졌다. 예전의 흑룡은 말 그대로 그냥 흑룡의 형태만 갖춘 단순한 모습이었지만 지금의 흑룡은 크기도 열 배 이상 커지고 모습 자체도 엄청나게 세밀해져 있었다.

이젠 진짜 전설 속에나 등장하는 한 마리의 흑룡처럼 생긴 흑룡아.

하지만 흑룡아의 변화는 이게 전부가 아니었다.

콰과과, 콰득!

흑룡아는 건의 오른팔에서 튀어나오자마자 근처에 있는 한 마리의 붉은 용을 물어뜯었다.

콰드득, 우드드득!

놀랍게도 흑룡아는 강기 덩어리인 붉은 용을 통째로 씹어먹었다.

혈룡은 갑작스럽게 등장한 검은 용이 자신의 혈룡강기를 씹어먹자 깜짝 놀라며 일단 나머지 마흔세 개의 혈룡강기를 살짝 뒤로 물렸다.

‘저건 뭐지?’

혈룡은 흑룡아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쉽사리 정체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애초에 건은 영혼투기장에서 흑룡아를 사용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백련김가에서 넘겨준 정보에도 흑룡아에 대한 얘긴 없었다.

‘저 녀석도 이기어혼강을 사용하는 건가? 근데…… 어째 느낌이 혼강 같지가 않은데…….’

혈룡이 혈룡강기를 물리고 이런 고민을 하는 사이 건은 흑룡아를 다른 형태로 변형시켰다.

사실상 암굴에서 가장 많은 성장을 한 것은 건도 백도 아닌 이 흑룡아였다.

흑룡아는 암굴에서 엄청난 양의 마이너스 에너지를 흡수했다.

덕분에 흑룡아는 전과 완벽히 다른 존재가 될 수 있었다.

흑룡아에겐 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자아(自我)가 생겨났다. 물론 그 자아가 백처럼 완벽한 독립된 개체의 자아라기보다는 건의 지배 아래에서 간단한 생각과 판단만 할 수 있는 반쪽짜리 자아였지만 그렇다고 해도 자아는 자아였다.

일단 자아가 생긴 흑룡아의 가장 큰 특징은 변형의 여러 한계가 사라졌다는 점이었다.

이제 흑룡아는 그 어떤 모습으로도 변형할 수 있어졌다.

특히 마이너스 에너지를 잔뜩 흡수하면서 덩치조차 커졌기 때문에 아주 큰 형태의 물건으로도 변형할 수 있었다.

덕분에 건의 몸에 새겨진 흑룡 문신은 전신을 휘감게 되었지만 건에게 그건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또한 흑룡아는 자신을 성장시키고 남은 마이너스 에너지를 자신의 몸속에 고스란히 쌓아놓았기 때문에 건은 언제라도 그 마이너스 에너지를 자신의 뜻대로 사용할 수 있었다.

그 힘은 건이 가진 혼력과는 또 다른 힘이라 완벽히 다른 형태로 사용할 수가 있었다.

예를 들어 흑룡아를 흑룡형태로 변형시켜 마이너스 에너지를 이용해 에너지 브레스를 내뿜는다든지 아니면 흑룡아를 기관총 형태로 만들어 마이너스 에너지를 이용해 탄환을 만들어 쏠 수가 있었다.

흑룡아는 이 밖에도 소소하게 몇 가지 더 변화하긴 했지만 가장 중요한 변화는 이 정도였다.

스르르릉!

흑룡의 모습을 하고 있던 흑룡아는 마치 검은색 그림자처럼 사방으로 흩어지며 다시 일정한 모양을 갖추었다.

그 모양은 바로 대검이었다.

그런데 그냥 단순히 대검만으로 변형된 게 아니었다.

흑룡아는 길이만 거의 2m에 검면의 넓이가 30cm에 가까운 커다란 대검으로 변형되는 것과 동시에 건의 양손과 팔 그리고 어깨와 가슴을 살짝 감싸는 형태의 검은색 갑옷으로도 변형했다.

예전에는 그저 단순한 대검 하나로 변하는 게 한계였던 흑룡아가 이제는 대검으로 변하고 나서 추가로 간단한 방어구로까지 변형되었다.

또한, 변형된 흑룡아(대검)도 예전보다 훨씬 먹빛이 진해지면서 날카로움과 단단함이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증가한 상태였다.

정말 예전과는 완벽하게 달랐다.

그렇게 완벽히 달라진 흑룡아(대검)를 잡은 건은 망설이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꽈르르르르릉, 파지지지지지직!

그러자 대검에서 사방을 뒤흔드는 것같은 천둥소리가 들려오면서 곧장 사방으로 수십 개의 뇌전(雷電)이 쏟아져 나갔다.

‘무신혼-뇌성벽력(雷聲霹靂).’

건은 그것을 극성으로 펼치며 자신의 주변을 뇌전으로 가득 채웠다.

콰과과과과광!

순간적으로 건의 주변에 있던 혈룡강기와 뇌전들이 충돌하며 폭발했다.

혈룡이 갑자기 나타난 흑룡의 정체를 알아보려고 혈룡강기를 살짝 뒤로 뺐던 게 건에게 반격의 기회를 제공했던 것이었다.

반격의 기회를 잡은 건은 망설이지 않고 검을 휘둘러 뇌성벽력을 만들어내 혈룡강기들을 조금이라도 더 뒤로 밀어냈다.

쿠쿠쿠쿵!

뇌성벽력에 휘말린 두 마리의 붉은 용이 사라졌다.

이로써 최초 흑룡에게 잡아먹힌 한 마리를 포함해 세 마리의 붉은 용이 사라졌다.

남은 건 마흔한 마리.

건은 뒤로 물러났지만, 여전히 자신을 포위하고 있는 그 마흔한 마리의 붉은 용을 슬쩍 본 후 다시 한 번 검을 휘둘렀다.

촤아아아! 번쩍!

이번엔 월영참(月影斬)이었다.

흑룡아(대검)에서 초승달 모양의 날카로운 혼강이 튀어나와 혈룡을 향해 날아갔다.

건은 무신혼-월영참 같은 경우는 이미 대성(大成)을 이룬 상태였기 때문에 얼마든지 연속해서 사용할 수 있었다.

번쩍! 번쩍!!

건은 대검을 계속 휘두르며 계속 월영참을 뿌렸다.

그렇게 단 몇 초 만에 다섯 개의 월영참이 혈룡을 향해 뿌려졌다.

잠깐의 판단 착오로 주도권을 건에게 내준 혈룡은 살짝 입술을 깨물며 다시 집중했다.

집중이 깨지면 기껏 태왕분심공으로 나눠놨던 생각이 다시 하나로 합쳐질 수 있었기 때문에 특히 신경을 써야 했다.

일단 혈룡은 남은 마흔한 개의 혈룡강기 중 일부를 이용해 월영참을 막았다.

딱 봐도 건이 뿌린 월영참에 실린 힘이 보통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에 하나의 월영참에 혈룡강기를 세 개씩 총 열다섯 개의 혈룡강기를 방어 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동시에 남은 스물여섯 개의 혈룡강기는 다시 주도권을 빼앗아오기 위한 반격을 위해 사용했다.

파파파파팟!

빠르게 허공으로 흩어지는 마흔한 마리의 붉은 용.

혈룡은 다시 한 번 이기어혼강의 강력함을 건에게 보여줄 생각이었다.

꽈과과과과광!

방어 쪽으로 돌려진 열다섯 개의 혈룡강기가 혈룡을 향해 날아오던 다섯 개의 월영참을 동시에 물어뜯으며 큰 폭발이 일어났다.

월영참도 혼강이었고 혈룡강기도 혼강이었지만 혈룡강기 쪽이 더 많은 숫자에 큰 힘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폭발과 함께 소멸하는 건 월영참 쪽이었다.

그렇게 월영참이 소멸하던 그 순간 나머지 스물여섯 개의 혈룡강기는 모조리 건을 향해 달려들었다.

혈룡은 건이 자신을 살짝 놀라게 했던 흑룡을 대검으로 변형시키는 것까지 확인했기 때문에 더는 망설이지 않았다.

그런데 망설이지 않는 것은 건도 마찬가지였다.

다섯 개의 월영참을 뿌린 건은 그 상태에서 곧장 대검을 눕히며 두 발로 바닥을 강하게 굴렀다.

꽈광!

그러자 건은 엄청난 속도로 앞으로 튕겨져나갔다.

순간적으로 파천벽력파를 양발바닥으로 내뿜으면서 동시에 무쌍무한투기로 극한까지 강화된 두 다리의 근육이 있는 힘껏 건의 몸을 앞으로 나아가게 했기 때문에 그 속도는 최초 혈룡이 보여주었던 몸놀림보다도 훨씬 빨랐다.

번쩍!

정말로 한 줄기의 섬광이 되어 앞으로 달려나가는 건.

이것이 바로 새로워진 파천신법, 아니 파천벽력신법이었다.

건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혈룡강기를 모두 무시하고 곧장 혈룡에게 달려들었다.

파천벽력신법을 발동시킨 건은 정말 한 줄기의 빛과 같았다. 그렇기에 아무리 혈룡이라고 해도 지금 이 순간 정확하게 반응하는 것은 힘들었다.

‘큭!’

한 줄기의 빛이 된 건은 순식간에 혈룡 앞에 나타났다.

아니, 정확히는 앞에 나타나는 것과 동시에 그대로 혈룡을 오른쪽 어깨로 들이받았다.

‘무신혼-유성충돌(流星衝突)’

과거 척준경이 혈혈단신으로 대군(大軍)의 포위망을 뚫고 나오며 얻은 여러 깨달음을 하나로 합쳐서 만든 유성충돌이란 무공은 몸의 모든 부위로 펼칠 수 있는 게 특징이었다.

지금 건은 자신의 오른쪽 어깨로 그것을 펼쳤다.

특히 이 무신혼-유성충돌은 지금처럼 아주 빠른 신법과 함께 펼쳐지면 더욱 강력해졌다.

그렇게 건은 진짜 한 개의 유성이 되어 혈룡과 충돌했다.

꽈과과과과광!

건의 이번 공격은 정말 혈룡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혈룡은 혈룡이었다.

그는 건의 어깨가 자신의 몸에 닿기 직전 순간 태왕분심공 풀어버리면서 곧장 혈살명왕기(血殺冥王氣)를 끌어올렸다.

혈살명왕기는 혈룡이 가진 최후의 보루 같은 것이었다.

혈룡은 어지간해선 혈살명왕기를 사용하지 않았다.

애초에 혈살명왕기를 사용할 정도로 강한 이들을 죽여달라는 의뢰는 거의 받질 않았다.

혈룡은 겉보기와는 달리 굉장히 안정적인 걸 좋아하는 인물이었다.

그래서 더욱 자신을 속이는 이들을 좋아하지 않았던 것이기도 했다.

그랬던 혈룡이 혈살명왕기까지 사용했다는 건 그만큼 다급했다는 뜻이었다.

쿠쿠쿠쿠쿵!

어쨌든 혈룡은 혈살명왕기 덕분에 치명적인 데미지는 입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 타격은 있었다.

“크으…….”

충격 때문에 뒤로 한참을 밀려나 버린 혈룡의 상태는 그다지 좋아 보이진 않았다.

츠츠츠츠.

혈룡은 남은 마흔한 개의 혈룡강기를 빠르게 자신의 몸으로 다시 흡수했다.

혈살명왕기까지 사용한 마당에 굳이 혈룡강기를 이런 식으로 사용할 필요는 없었다.

“좋아, 네놈의 실력…… 충분히 인정해줄게. 솔직히 이 정도까지일 줄은 몰랐다.”

혈룡은 고개를 끄덕이며 건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혈룡의 두 눈동자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혈안(血眼).

이것은 혈룡이 혈살명왕기를 모두 개방하며 역천의 술법인 혈살대법의 힘을 전부 사용한다는 뜻이었다.

이 순간 혈룡의 몸은 혈살지체(血殺之體)가 되었다.

혈살대법으로 모인 엄청난 양의 혼력은 그를 완벽하게 다른 존재로 변형시켰다.

“크아아아아아!”

마치 짐승처럼 울부짖는 혈룡.

그러자 그의 몸에서 살기와 광기가 동시에 마구 쏟아져 나왔다.

“갈기갈기 찢은 후 모조리 씹어먹어 주마.”

혈살지체를 완성한 혈룡은 한 마리의 아주 위험한 야수(野獸)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의 몸놀림은 최초 그가 보여줬던 것보다 더 빨라졌다.

콰광!

혈룡이 살짝 발을 구르자 그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가 사라진 것과 동시에 건은 자신의 오른쪽에서 서늘한 감각을 느꼈다.

놀랍게도 사라진 혈룡이 어느새 건의 옆에 나타나 있었다.

꽈과광!

그나마 건은 전투본능-절대육감 덕분에 간신히 혈룡의 공격을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건 시작일 뿐이었다.

파팟, 파파팟!

혈룡은 순간이동이라도 하는 것처럼 빠르게 움직이며 사정없이 공격을 쏟아부었다.

꽈광, 꽈과과과과광!

건은 아주 힘겹게 그 공격들을 막았다.

전투본능-절대육감과 무쌍무한투기 그리고 금강야차의 기운 덕분에 힘겹게 버틸 수 있는 정도는 되었다.

그렇지만 그건 말 그대로 버티는 것뿐이었다.!

아슬아슬하게 건의 방어를 뚫고 들어온 혈룡의 주먹이 건의 복부를 정확하게 때렸다.

꽈광!

“크윽!”

건은 순간 큰 충격을 느끼며 뒤로 날아갔다.

콰과과과광!

건은 뒤로 한참을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다.

혈룡의 공격은 겉으로 보기엔 별거 아닌 것처럼 보였지만 거기에 실린 공격은 마흔네 개의 혈룡강기가 한꺼번에 충돌한 것처럼 강력했다.

“크크크크, 뭐야 겨우 이 정도였어?”

혈룡은 뒤로 날아간 건을 바라보며 크게 웃었다.

혈살지체까지 꺼내 든 혈룡은 세상에 무서울 게 없었다.

하지만 바로 그때 뒤로 날아가 바닥에 처박혔던 건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으윽.

그리곤 혈룡을 바라보며 가볍게 머리를 흔들었다.

“생각보다 아프긴 한데…… 이게 전부라면 실망일 거 같은데…….”

건은 그 말과 함께 천천히 양손을 들었다.

그러자 그의 몸에서 검은색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잘 봐. 이게 바로…….”

파아아아앗!

그 순간 건의 등 뒤에서 검은색 그림자가 치솟으며 사방으로 펼쳐졌다.

마치 그것은…… 한 쌍의 거대한 검은색 날개와 비슷한 모습이었다.

“진정한 무신(武神)의 힘이다.”

전투본능, 금강야차, 무쌍투기, 파천신력이 극성으로 펼쳐지고 거기에 무신혼의 열두 가지 무공 중 마지막 무공인 무신혼-파천황(破天荒)이 펼쳐지면 건은 잠깐 무신의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건은 이제 겨우 파천황을 간신히 펼칠 수 있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이것은 당연히 이 무신의 힘을 오랫동안 사용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시간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무신의 힘이 어떤 건지 이제부터 똑똑히 보아라.”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 무신 척준경이 바로 이곳에 완벽하게 재림했다는 점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