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소울(THE SOUL)-111화 (110/175)

# 111

더 소울(The Soul) - 인장의 변화 [1]

@ 인장의 변화.

‘속전속결(速戰速決)!’

건은 파천황을 발동시키자마자 망설이지 않고 곧장 혈룡을 향해 달려들었다.

아직 건은 파천황을 완벽하게 펼치지 못했기 때문에 아무래도 파천황을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짧을 수밖에 없었다.

그 얘긴 곧 파천황이 유지되는 동안 빠르게 승부를 봐야 한다는 뜻이었다.

파파팟!

건은 혈룡이 그랬던 것처럼 가볍게 움직이는 것만으로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건이 움직이자 혈룡도 그에 질세라 똑같이 움직였다.

파파팟!

동시에 사라진 두 사람.

하지만 당연히 두 사람은 진짜 사라진 게 아니었다.

쩌정, 쩌저저저저저정!

두 사람이 사라지는 것과 동시에 허공에서 강렬한 충격의 여파가 마구 만들어졌다.

건과 혈룡.

두 사람 모두 초고속으로 이동하며 서로 공격과 방어를 교환했다.

건은 파천황을 통해 무신의 힘을 끌어내어 사용했고 혈룡은 역천의 대법을 통해 얻은 혈살지체의 힘을 사용했다.

둘 다 자신이 가진 최후의 한 수를 꺼내 들었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게 그들이 꺼내 든 최후의 한 수는 과연 강력했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설사 다이아몬드 등급의 헌터가 와도 이들보다 강할 것 같지는 않았다.

별거 아닌 것 같은 두 사람의 주먹질 한 방에 경계봉인술 때문에 꽁꽁 얼어붙어 있던 경계마저 마치 깨져버릴 것처럼 뒤흔들렸다.

츠츠츳!

혈룡은 혈룡강기를 넘어서는 힘을 지닌 혈살강기(血殺罡氣)를 이용해 건의 전신을 공격했다.

혈살강기는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끈질기게 건의 몸을 휘감았다.

건은 그런 혈살강기를 모조리 튕겨내는 것과 동시에 무신혼-무신백타(武神白打)를 펼쳐서 혈룡을 강하게 압박했다.

무신혼-무신백타는 전천후로 활용할 수 있는 맨손 격투술과 같은 것이었다.

이 무공 덕분에 척준경은 손에 무기를 들고 있지 않아도 여전히 무신일 수 있었다.

‘이 정도라면 확실히 큰소리칠만하긴 하네.’

건은 혈룡과 치열하게 공방을 주고받으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인물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혈룡의 실력만큼은 인정하는 게 옳았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뿐이었다.

“하압!”

건은 기합과 함께 곧장 혈룡의 오른손을 붙잡으며 그대로 몸을 공중에서 회전시켰다.

“큭!”

혈룡은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치고 들어온 건의 기습을 제대로 막지 못하고 그대로 건에게 끌려갔다.

휘리릭! 꽈과과광!

건은 무신백타 중 ‘천지(天地) 뒤집기’라는 기술을 사용해 혈룡을 그대로 땅바닥에 깊숙이 처박았다.

“커억!”

천지 뒤집기는 워낙 빠르고 강력한 업어치기 공격이었기 때문에 혈룡은 그대로 몇 미터 정도 땅속에 박혀버렸다.

하지만 이건 단순히 시작일 뿐이었다.

건은 혈룡을 땅속에 처박는 것과 동시에 흑룡아를 다시 소환했다.

츠리리릿! 채애애앵!

이번엔 창이었다.

건은 흑룡아(창)아의 중단을 붙잡고 빠르게 바닥에 처박힌 혈룡을 향해 ‘무신혼-구룡섬’을 펼쳤다.

혈룡을 땅바닥에 처박은 것과 무신혼-구룡섬을 펼친 것은 거의 동시에 일어났다고 할 수 있었다.

마치 건은 천지 뒤집기와 구룡섬이 하나의 기술인 것처럼 그렇게 능숙하게 기술을 연계했다.

덕분에 혈룡은 제대로 방어도 하지 못하고 고스란히 아홉 마리의 검은색 용에게 몸을 물어뜯길 수밖에 없었다.

우드득, 콰드드드득!

“크으으윽!”

구룡섬이 만들어낸 아홉 마리의 용은 혈룡의 몸을 물어뜯으며 꽤 큰 데미지를 남겼다.

혈룡은 혈룡명왕기를 통해 어떻게 해서라도 충격을 최소화하려고 했지만, 구룡섬의 기운이 워낙 강력해 제대로 방어할 수가 없었다.

‘이 새끼…….’

하지만 혈룡은 아홉 마리의 용에게 몸이 뜯기는 그 와중에도 이대로 있으면 자신이 계속 당할 수밖에 없다는 걸 인지하고 곧장 몸을 움직여 건의 공격권에서 벗어났다.

파파파팟!

다시 한 번 초고속 이동을 하며 건에게서 최대한 멀리 도망친 혈룡.

모양새는 다소 좋지 않았지만, 지금은 일단 도망치는 게 우선이었다.

지금 입은 이 충격은 혈살대법을 통해 쌓은 기운을 이용하면 얼마든지 복구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혈룡에게 필요한 것은 회복하는 데 필요한 ‘시간’뿐이었다.

전력을 다해 건의 공격권에서 벗어난 혈룡은 재빨리 혈살명왕기를 통해 몸을 회복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에게 필요한 그 ‘시간’은 존재하지 않았다.

파파파팟!

건은 마치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어느새 혈룡 앞에 다시 나타났다.

정확히는 예상한 게 아니라 절대육감을 통해 혈룡의 움직임을 인지하고 곧장 그 움직임을 따라 움직인 것뿐이었지만 이미 건의 스피드가 혈룡의 스피드를 앞서고 있었기 때문에 혈룡은 허무하게 따라잡힐 수밖에 없었다.

혈룡을 따라잡은 건은 당연히 그가 조금이라도 숨을 돌릴 수 있는 여유자체를 주지 않았다.

츠츠츠츳!

다시 한 번 허공을 가르는 흑룡아(창).

이번엔 ‘무신혼-유성우(流星雨)’가 흑룡아를 통해 펼쳐졌다. 그러자 흑룡아(창)가 허공에서 폭발하면서 혈룡을 향해 수백 개의 강기 파편들이 마구 쏟아졌다.

“크윽.”

혈룡은 어쩔 수 없이 혈살강기를 모조리 끌어모아서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강기의 파편들을 막기 위한 벽(壁)을 만들었다.

꽈과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유성우가 혈살강기로 만들어진 벽과 충돌하자 사방을 뒤흔드는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당연히 그 폭발의 여파는 혈살강기로 벽을 만든 혈룡에게도 전해졌다.

유성우와 충동하면서 혈살강기로 만든 벽도 산산조각이나 버렸기 때문에 혈룡은 어쩔 수 없이 그 폭발의 여파를 몸으로 견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혈룡이 견뎌야 할 것은 폭발의 여파뿐만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건은 무신혼-유성우를 펼친 것과 동시에 그것에 이어 한 줄기 강력한 공격을 유성우 뒤에 숨겼었다.

그것은 바로 세상의 모든 것을 꿰뚫는 힘…… 파천벽력섬(破天霹靂閃)이었다.

번쩍!

“커헉!”

파천벽력섬은 그대로 혈룡의 가슴을 관통했다.

아무리 혈룡이라고 해도 이번 공격은 제대로 방어할 수가 없었다.

그의 가장 큰 전력이라 할 수 있는 혈살강기가 잠시나마 와해 된 상태에서 생각지도 못한 순간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날아온 파천벽력섬이었기 때문에 그냥 무방비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크아아악!”

아무리 소울러가 일반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해도 가슴에 500원짜리 동전만 한 구멍이 생겨버리면 엄청나게 큰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그 짧은 순간에도 본능적으로 몸을 비틀어 심장이 꿰뚫리는 건 피할 수 있었지만, 심장 대신 한쪽 폐에 구멍이 나버렸다.

“커헉.”

그 순간 혈룡은 중심을 잃고 살짝 비틀거렸다.

그렇게 유성우 뒤에 감춰져 있던 날카로운 비수(匕首)는 혈룡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물론 혈룡이 이 정도의 충격으로 쓰러질 리는 없었다.

충격이 큰 건 사실이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혈룡이 완성한 혈살지체는 빠르게 혈살명왕기를 이용해 뚫린 구멍을 막아버리고 최대한 빨리 몸을 회복시킬 게 분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건도 이걸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건은 최초 혈룡에게 회복시간을 주지 않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역시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파천벽력섬을 날리고 난 후에 곧바로 이어서 다음 공격을 펼치고 있었다.

츠츠츠츳!

건이 들고 있던 창끝에 모이는 검은색 오라!

이것이 바로 무신혼-파천황의 진수라고 할 수 있는 파천암흑기(破天暗黑氣)였다.

“이곳에 내가 갈 길이 없다면…….”

건은 비틀거리고 있는 혈룡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것은 곧 나의 길이 될 것이고…….”

건의 중얼거림이 이어질수록 창끝에 모인 파천암흑기의 힘은 더욱 커져만 갔다.

“이곳에 날 막는 적(敵)이 있다면…….”

건의 몸을 휘감고 있는 모든 파천암흑기가 창끝에 완벽하게 집결되었다.

“이것은 곧 나의 심판이 될 것이다!”건은 그렇게 마지막 말을 내뱉으며 창을 앞으로 뻗었다.

이것이 바로 무신혼-파천황의 최종 초식인 ‘심판의 빛’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

창끝에 모인 파천암흑기가 한 줄기의 검은빛이 되어 앞으로 폭사 되었다.

그 빛의 크기는 그리 크지 않았다.

폭과 높이는 대략 3m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아직 파천황을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빛의 크기가 그렇게 작은 건 당연했다.

하지만 크기가 작다고 위력마저도 크기만큼 줄어든 건 절대 아니었다.

완벽하지 않다고 해도 심판의 빛은 심판의 빛이었다.

그것은 발현되는 그 순간 모든 것을 꿰뚫고 지나가며 말 그대로 하나의 길을 만들었다.

건의 창끝에서 시작된 그 길은 일직선으로 뻗어 나가 비틀거리던 혈룡을 관통하고 끝없이 계속 전진했다.

그리곤 결국 얼어붙어 있는 얼어붙어 있는 경계의 벽에 부딪혔다.

꽈과과광!

쩌저저저저저적!

놀랍게도 심판의 빛은 절대 뚫을 수 없다고 알려진 경계봉인술로 봉인된 경계의 벽에 커다란 균열까지 만들었다.

만약 경계봉인술이 조금만 더 약했다면 구멍이 생겼을 것 같았다.

이 정도로 강력한 심판의 빛을 맨몸으로 감당해야 했던 혈룡은 당연히 정상적인 상태일 수가 없었다.

“끄르르륵.”

비록 한순간에 소멸하지는 않았지만 이미 그의 상태는 최악을 넘어서 생(生)의 끝에 닿아 있었다.

쿠쿵.

힘없이 쓰러지는 혈룡.

세상에 알려진 것보다 더 큰 능력을 가지고 있던 그였지만 무방비 상태에서 맞은 심판의 빛은 도저히 버틸 수가 없는 공격이었다.

이미 심판의 빛은 그의 몸속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장기는 물론이고 뼈와 근육까지 산산이 부숴버린 상태였기 때문에 그는 도저히 회복할 수가 없었다.

아무리 혈살지체가 강력한 자가 회복력을 지녔다고 해도 여기서 다시 부활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커허…… 헉…… 이…… 게…… 무슨…… 개…… 같은…… 끄르륵.”

혈룡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계속 피를 토해냈다.

최초 천지 뒤집기를 당할 때만 해도 그저 제법 건의 공격이 매섭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순간부터 정신없이 이어지는 건의 연속공격에 혈룡은 결국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이 꼴이 되었다.

죽었다 깨어나도 혈룡은 이게 바로 무신 척준경이 지닌 진짜 능력이란 걸 알 수 없었다.

만약 혈룡이 4등급 영혼이었던 이성계의 진짜 능력을 계승할 수 있었다면 결과는 달라질지 몰랐다.

하지만 혈룡은 단순히 이성계가 가지고 있던 눈에 보이는 힘들만 계승했을 뿐이었다.

거기에 자신이 지닌 인장의 능력을 합쳐서 제법 강력한 소울러가 되었지만 정작 그는 가장 중요한 게 뭔지 몰랐다.

흔히 소울러의 정점이라 불리는 소울 마스터는 이처럼 결국 맹약을 맺은 영혼과 모든 것을 공유할 수 있게 될 때 오늘 수 있는 경지였다.

그런 의미에서 건은 드디어 소울 마스터의 경지에 올랐다고 할 수 있었다.

특별한 사람들만 오를 수 있다는 소울 마스터의 경지.

대부분의 소울러들은 평생 동안 노력해도 이 경지에 오르지 못했다.

그만큼 대단한 경지였다.

그렇지만 정작 그 경지에 오른 건은 별다른 감흥이 없는 표정이었다.

사실 건은 지금 자신의 앞에 쓰러진 혈룡의 가슴에서 천천히 솟아오르는 희미한 붉은색 용의 그림자를 바라보느냐고 정신이 없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붉은색 용의 그림자.

건은 경계를 풀지 않고 그 그림자를 노려보았다.

그런데 바로 그때!

그 붉은색 용의 그림자가 갑작스럽게 건을 향해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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