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소울(THE SOUL)-114화 (113/175)

# 114

더 소울(The Soul) - 군림언(君臨言) [2]

그 패기는 사방을 짓눌렀다.

그나마 맹약을 맺은 소울러들은 그 패기를 버텨냈지만, 맹약을 맺지 못한 소울러들은 그 패기에 짓눌려 그나마 머릿수 때문에 남아 있던 자신감이 송두리째 날아가 버렸다.

“겁먹지 마라! 그래 봤자 놈은 혼자다!”

김동광은 건이 단지 기세만으로 자신들을 찍어 누르자 크게 당황하며 소리쳤다.

그는 맹약을 맺은 소울러였기 때문에 건의 기세에 완벽하게 눌리지 않았지만, 문제는 맹약을 맺지 않은 백련대의 소울러들이었다.

가주인 동광이 있는 힘껏 소리를 쳐서일까?

백련대의 소울러들은 조금이나마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들은 재빨리 소울아머의 파워를 최대수치까지 끌어올리며 건의 기세에 대항했다.

그 사이 일곱 명의 백련용객들은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동시에 건을 향해 공격을 뿌렸다.

백련용객들은 8~9등급의 영혼과 맹약을 맺은 정식 소울러였기 때문에 그들의 공격은 제법 매서웠다.

그런데 건은 굳이 그들의 공격을 막거나 피하지 않았다.

콰광, 콰과과과광!

덕분에 백련용객들의 공격은 고스란히 건의 몸에 적중되며 폭발했다.

그 순간 백련용객들은 자신들의 기습이 보기 좋게 성공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너무나 심각한 착각이었다.

번쩍!

그들이 회심의 미소를 짓던 그 순간 한 줄기의 섬광이 폭발의 여파를 뚫고 나왔다.

그리곤 가장 앞쪽에 있던 백련용객의 오른팔을 날려버렸다.

“으아아악!”

오른팔을 잃은 백련용객은 크게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스으으.

폭발의 여파에서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걸어 나온 건은 손에 들고 있던 흑룡아(창)를 다시 한 번 움직였다.

파파파파파팟!

그러자 흑룡아(창)에선 아홉 마리의 용이 튀어나와 전방에 있는 적들을 향해 날아갔다.

“백련신룡진(白蓮神龍陣)을 펼쳐라!”

김동광은 더 이상 백련용객들이 쓰러지기 전에 백련신룡진을 펼쳐 승부를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백련신룡진을 펼치려면 최소 다섯 명 이상의 백련용객들이 있어야 했기 때문에 자칫 뜸을 들이다간 백련용객들이 가진 가장 큰 힘인 백련신룡진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끝장날 수가 있었다.

가주인 동광의 외침을 들은 백련용객들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의 위치로 흩어졌다.

오른팔이 날아가며 반쯤 정신이 나가버린 한 명의 백련용객은 이미 재빨리 백련대가 나서서 수습을 한 상태였다.

어쨌든 남은 여섯 명의 백련용객이 제대로 자리를 잡자 백련신룡진이 곧장 발현되었다.

“개진(開陳)!!”

콰과과과과과광!

진법이 발현되는 것과 동시에 아홉 마리의 용이 그 백련신룡진과 충돌했다.

놀랍게도 백련신룡진은 건이 뿌린 구룡섬을 견뎌냈다.

건은 그 모습을 보며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진법에 관해서는 아직 모르는 게 더 많았던 건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전투 중에도 진법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진법을 이런 식으로도 사용이 가능하구나.’

건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심안을 통해 전방을 살펴보았다.

흩어진 6명의 백련용객들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혼력의 흐름.

건은 그것이 바로 그들이 펼친 진법의 힘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서로 혼력을 유기적으로 교류하며 자연스럽게 증폭시키는 건가?’

정확한 원리까지는 알 순 없었지만 확실한 것은 여섯 명의 백련혼객들은 진법을 통해 1+1+1+1+1+1의 결과 값을 6이 아니라 거의 10 정도로 만들었다는 점이었다.

어쨌든 백련김가는 건의 공격을 막았다.

그렇단 얘긴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는 뜻이기도 했다.

백련용객들이 공격을 막은 그 순간 그 뒤에 있던 백련대는 기다렸다는 듯이 모두 소울보우(Soul Bow:혼궁[魂弓])를 꺼내들었다.

소울보우는 소울건과는 다른 종류의 원거리 무기였는데 약간은 클래식한 면이 있긴 했지만 위력만큼은 소울건에게 뒤지지 않았다.

“쏴라!”

파파파파팟!

쐐애애애애액!

백련대주의 말과 함께 스무 발의 혼시(魂矢)가 허공을 꿰뚫고 건을 향해 쏟아졌다.

백련용객이 방어하고 백련대가 공격한다.

김동광은 이렇게 하면 아무리 상대가 강하다고 해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국 방어만 뚫리지 않으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결국 조금씩 데미지를 누적시켜서 상대방을 쓰러트릴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었다.

솔직히 나쁜 전략은 아니었다.

특히 백련신룡진이 공격보단 방어에 특화된 진법이고 백련용객들 역시 방어를 할 때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감안하면 충분히 통할 수도 있는 전략이었다.

거기에 백련대의 소울보우 공격은 오래전부터 백련김가가 자랑해온 것이었다.

즉, 동광이 선택한 이 전략은 지금 그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란 뜻이었다.

‘네 놈이 아무리 대단해도 홀로 이곳을 찾아온 것은 분명한 실수다.’

동광은 건의 실력이 아무리 대단해도 결국 머릿수의 한계는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건의 생각은 그의 생각과 완벽하게 달랐다.

파팟.

건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화살들을 향해 오른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의 손에 들려있던 흑룡아(창)가 순식간에 수십 개의 그림자를 만들어내며 혼시들을 모조리 쳐내버렸다.

퍼퍼퍼퍼퍼퍼퍼펑!

아무런 성과 없이 허공에서 터져버린 혼시들.

그렇지만 동광은 그 모습을 보고도 크게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어차피 이번 공격은 건이 쉽게 막을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그가 노리는 것은 이런 식으로 꾸준히 건이 힘을 쓰게 해서 결국 건의 혼력을 바닥나게 하는 것이었다.

머릿수가 많은 백련김가는 얼마든지 힘을 분배하며 사용할 수 있었지만 아무런 조력자가 없는 건은 온전히 자신의 힘만으로 전투를 치러야 했다.

당연히 장기전을 가면 건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

혼시를 막은 건은 다시 한 번 가볍게 창을 휘둘렀다.

그러자 그의 창에서 한 줄기의 강력한 충격파가 쏟아져 나왔다.

파천벽력파.

그것을 흑룡아(창)를 통해 뿌린 것이었다.

쩌저저저저저저저저정!

꽈과과과과과과과과광!

이번에도 역시 공격을 막은 것은 백련용객들이었다.

보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백련신룡진을 펼치고 있는 여섯 명의 백련용객들이었다.

주르르륵!

그들은 폭발과 함께 뒤로 밀려났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들은 파천벽력파를 막아냈다.

건은 그 모습을 보고 살짝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

‘생각보다 방어능력이 더 좋은데?’

건은 파천벽력파라면 어느 정도 진법을 흔들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다.

백련신룡진은 생각보다 훨씬 더 단단했다.

조금 전 결과 값이 대략 10 정도일 것이라고 예상했었던 건은 곧바로 그것을 14정도로 수정했다.

‘적어도 방어에 관련해서는 두 배 이상 힘을 증폭시키는 느낌이네.’

건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 번 백련용객들을 바라보았다.

물론 그 사이에 혼시들은 다시 한 번 건을 향해 쏟아지고 있었다.

따다다다당!

건은 이번에도 역시 흑룡아(창)를 휘둘러 그 혼시들을 쳐냈다.

하지만 이번엔 혼시가 끝이 아니었다.

놀랍게도 백련김가의 가주인 김동광이 뿌린 한 줄기의 혼강이 건을 혼시들과 함께 건을 향해 쏟아졌다.

따지고 보면 백련김가에서 가장 강한 인물이 바로 김동광이었다.

그는 비록 나이는 많았지만 무려 6등급의 영혼인 김덕령(金德齡)과 맹약을 맺은 소울러였다.

그런 그가 뿌린 혼강은 당연히 강력했다.

꽈과과광!

건은 오른손에 들고 있던 창으로 혼시를 정리하면서 동시에 왼손을 뻗어 그 혼강을 막았다.

김동광이 뿌린 혼강이 약한 것은 아니었지만 ‘무신혼-무영수’는 혼강을 막아내기 충분한 수법이었다.

이번에도 역시 건은 별로 어렵지 않게 백련김가 쪽의 반격을 막아냈다.

김동광은 이런 식으로 계속 공격과 방어를 반복해서 건의 힘을 조금씩 깎아 내려가려고 했지만 건은 더 이상 이런 의미 없는 공방을 계속 하고 싶지가 않았다.

“계속 날 막을 자신이 있다는 것이지.”

건은 작게 미소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리곤 천천히 앞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공격 같은 것은 하지 않았다.

단순히 앞쪽으로 걸었을 뿐이었다.

건이 그렇게 나오자 김동광은 오히려 기회라도 잡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지금이다! 모두 놈에게 공격을 쏟아 부어라!!”

동광은 공격 타이밍을 잡았다고 생각했다.

동광의 명령이 떨어지자 백련대는 물론이고 지금까지 방어에만 집중하던 백련용객도 건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백련대와 백련용객. 그리고 거기에 김동광까지 전력을 다해 공격을 뿌렸다.

그렇게 되자 그들의 공격은 자연스럽게 하나로 합쳐지며 마치 성난 파도와 같이 변했다.

콰과과과과과과과!

건을 향해 쏟아지는 거칠고 강력한 공격들.

보통 이런 경우라면 공격을 막거나 피할 생각을 해야 했다.

하지만 건은 보통의 경우와는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

건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공격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건은 금강의를 전력으로 펼치며 동시에 무신혼-유성돌파를 사용해 자신이 만들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호신강기를 만들어냈다.

꽈과과과과과과광!

백련김가의 소울러들이 뿌린 수많은 공격과 건이 만들어낸 투텁고 단단한 호신강기가 충돌하며 폭발했다.

언뜻 보기에는 맨몸으로 공격을 받아낸 건의 상황이 조금 좋지 않아 보였지만 사실 공격을 뿌린 백련김가라고 해서 상황이 아주 좋은 건 아니었다.

콰과과과광!

폭발의 여파는 그들에게까지 전해졌고 그 결과 실력이 떨어지는 백련대의 무인들 중 몇 명은 살짝 내상(內傷)을 입었다.

‘성공인가?’

하지만 지금 김동광은 그들의 부상을 신경 쓸 여유가 없었다.

그는 우선 건의 상태부터 확인해야 했다.

동광은 이 정도의 폭발이라면 그 폭발의 중심에 있던 건은 무조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스으으으으.

폭발의 여파가 가라앉으며 폭발이 일어난 곳이 명확하게 드러났다.

그런데 건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꽤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음에도 그는 전혀 충격을 입지 않은 상태였다.

폭발의 힘은 모조리 그가 만들어낸 호신강기가 흡수했다.

건은 자신이 입고 있던 옷마저 전혀 손상을 입지 않았을 정도로 완벽하게 방어했다.

“크윽.”

동광은 그 모습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다.

기회라고 생각했었는데 결과는 대실패였다.

‘하지만 괜찮다. 아까처럼 다시 방어를 하면서 계속 기회를 엿보면 된다. 어차피 시간은 우리 편이다.’

동광은 가볍게 백련대와 백련용객에게 손짓을 통해 명령을 내렸다.

그 손짓의 뜻은 다시 ‘방어 후 반격’을 구사한다는 것이었다.

그의 손짓과 함께 백련용객들과 백련대는 곧장 방어를 할 준비를 했다.

건이 무슨 공격을 하건 그들은 막아낼 자신이 있는 표정이었다.

그런데 건은 공격을 하지 않았다.

대신 조금까지처럼 계속 앞으로 걸어왔다.

스르륵.

마치 공격을 할 거면 다시 해보란 식으로 앞으로 걸어 나오는 건.

동광은 그런 건을 보고 다시 공격 명력을 내리려고 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고 아무리 상대의 방어가 대단하다고 해도 계속 전력을 다해 찍으면 뭔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동광은 다시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이번 손짓은 아까와는 반대되는 뜻을 지닌 손짓이었다.

당연히 백련대와 백련용객들은 그 손짓을 보고 다시 건을 향해 전력을 다해 공격을 쏟아 부으려고 했다.

하지만 바로 그때.

그들이 전혀 예상 하지 못한 일이 일어났다.

“멈춰라.”

나직한 한 마디.

그 말을 한 것은 건이었다.

건은 마치 명령을 내리듯 백련김가의 사람들을 향해 얘길 했다.

당연히 백련김가의 인물들이 건의 말을 들을 이유는 전혀 없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건의 말과 함께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이 동작을 멈췄다.

“크윽!”

“끄으응.”

백련대는 물론이고 백련용객과 가주인 김동광까지 모두 움직임을 멈췄다.

물론 이것은 그들의 의지가 아니었다.

실제로 그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건에게 공격을 하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었다.

그런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들은 모두 마치 누군가 강제로 자신의 몸을 억누르고 있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이게 무슨…….’

동광은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을 지으며 있는 힘껏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드드드드득.

억누르는 힘을 이겨내며 올라가는 오른손.

동광은 오른손으로 강기를 뿌려 건을 공격하려고 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

다시 건이 다시 입을 열었다.

“다시 얘기한다. 멈. 춰. 라.”

쿠쿠쿵!

그의 말과 함께 동광은 자신을 짓누르던 기운이 몇 배로 늘어나는 걸 느꼈다.

“커억!”

간신히 올렸던 오른팔마저 다시 밑으로 내려갔다.

동광은 이제 정말 손가락 하나 움직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들을 억누르는 이 엄청난 압력.

이것이 바로 광개토대제의 세 번째 능력인 ‘군림언(君臨言)’의 힘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