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소울(THE SOUL)-117화 (116/175)

# 117

더 소울(The Soul) - 암흑마신(暗黑魔神) 탄생 [1]

@ 암흑마신(暗黑魔神) 탄생.

역시나 세상에 기적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동철은 그림자의 예언대로 암굴에 들어가서 정확히 5분 만에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 죽었다.

그는 자신의 몸이 갈기갈기 찢겨 죽는 그 와중에도 끊임없이 악의(惡意)를 내뿜었다.

세상에 대한 저주.

자신을 물어뜯는 괴물들에 대한 저주.

자신을 버린 백련김가에 대한 저주.

그는 할 수 있는 모든 저주를 퍼부으며 죽어갔다. 그중에서도 그가 가장 저주한 대상은 당연히 백건이었다.

자신을 이런 절망의 나락(奈落)으로 떨어트린 장본인.

온몸을 씹어먹어도 시원한 기분을 느낄 수 없을 것 같은 원수(怨讐).

그가 백건을 향해 쏟아진 끝없는 악의는 그 어떤 악의보다 더 컸다.

결국, 동철은 그렇게 온갖 악의를 퍼부으며 살점 하나도 남기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런데 분명 동철은 사라졌는데 놀랍게도 동철이 쏟아낸 온갖 악의는 여전히 암굴에 남아 있었다.

그 악의는 마치 쇳덩이가 자석에 이끌리는 것처럼 천천히 암굴의 가장 깊숙한 곳으로 흘러들어 가기 시작했다.

블루존과 그레이존을 지나 블랙존까지 지나쳐 결국 레드존까지 도달한 동철의 악의.

그것은 레드존에서도 가장 깊숙한 곳까지 자연스럽게 빨려 들어갔다.

동철의 악의는 평범하지 않았다.

그는 죽기 전 자신의 모든 걸 악의로 바꿨다.

자신의 영혼은 물론이고 생(生)의 근간인 생명력마저 악의로 바꿨었다.

그래서일까?

그가 남긴 악의는 그 어떤 것보다 순수한 어둠에 가까웠다.

태곳적 빛이 나타나기 전에 먼저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던 어둠.

동철의 악의는 바로 그 어둠의 작은 씨앗처럼 암굴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 싹을 틔웠다.

츠츠츳!

텅 빈 악의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마이너스 에너지.

그 에너지의 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강력했다.

아주 오랜 세월 레드존에 쌓이고 쌓였던 마이너스 에너지가 한 점으로 모여드는 것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강력할 수밖에 없었다.

스으으으으.

동철의 남긴 악의는 일종의 열쇠였다.

암굴에 쌓여 있던 엄청난 양의 마이너스 에너지를 끌어당기는 열쇠.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마이너스 에너지는 동철의 악의에 흡수되며 동그란 검은색 구체가 되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였다.

이대로라면 그것은 그저 아주 커다란 에너지 덩어리일 뿐이었다.

하지만 여기에 하나가 더 추가되면 상황은 완벽히 달라질 수 있었다.

드드드득!

암굴의 가장 깊숙한 곳에 존재하던 한 개의 검은색 돌.

이것은 오래전부터 이곳에 있던 게 아니었다.

이 검은색 돌은 최근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자신의 몸이 레드존의 어마어마한 마이너스 에너지에 휘말려 짓이겨지면서까지 이곳에 가져다 놓은 것이었다.

그 돌을 가져다 놓은 존재는 상당히 강력한 마기(魔氣)를 지녔었지만 그럼에도 레드존의 마이너스 에너지를 견디지 못했다. 놈은 검은색 돌을 가져다 놓은 후 온몸이 완전히 분해되어 사라졌다.

그런데 바로 지금 이 순간 그 돌이 조금씩 깨어지고 있었다.

쩌저저적! 파아앗!

결국, 검은색 돌이 산산이 조각나며 한 개의 핵(核)이 튀어나왔다.

콰아아아아아아아!

그 핵은 방금 형체를 갖춘 커다란 마이너스 에너지 덩어리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드드드드드드드드!

동철의 악의가 씨앗이 되어 엄청난 마이너스 에너지 덩어리가 탄생하고 그 뒤 검은색 돌에서 튀어나온 작은 핵이 그것에 흡수되자 순간 암굴에 존재하던 모든 마이너스 에너지가 한곳으로 빨려들어 오기 시작했다.

고오오오오오오오오!

예외는 없었다.

암굴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은 일순간에 레드존 쪽으로 빨려들어 왔다.

수많은 암굴의 괴물들은 물론이고 암굴 자체에 존재하는 모든 마이너스 에너지마저 마치 진공청소기에 빨려들어 오듯 레드존 쪽으로 끌려왔다.

정확히는 레드존에 생겨난 검은색 구체 쪽으로 빨려들어 오는 것이었다.

그렇게 암굴에 존재하던 모든 것들이 암흑 구체로 빨려 들어가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1분이 되지 않았다.

파앗!

모든 걸 흡수한 검은 구체는 아주 잠깐 시간과 공간의 개념에서 벗어났다.

그리곤 천천히 완벽한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스으으으으.

팔과 다리가 생기고 몸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머리도 만들어졌다.

놀랍게도 검은 구체는 흔히 인간이라 불리는 종족과 놀라울 정도로 닮은 모습으로 변화했다.

물론 정확히 얘기하자면 인간은 아니었다.

단지 인간의 모습을 빌려 가장 기본적인 형태를 구축했을 뿐이었다.

파아아앗!

검은색 구체가 검은색 인간이 되자 다시 시간과 공간의 개념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리곤 모든 에너지가 사라져 더는 경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된 암굴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콰과과과과광!

무너져 내리는 암굴. 그 암굴의 가장 깊숙한 곳에서는 너무나도 위험한 존재가 천천히 눈을 뜨고 있었다.

“크크크크크……….”

그는 가볍게 웃으며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모든 게 만족스러웠다.

“도박이 성공했군. 이 정도라면 도박이 그냥 성공한 게 아니라 아주 대성공을 한 거 같은데…….”

쿠쿠쿠쿵!

암굴은 계속해서 무너지고 있었지만, 그는 그런 것은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아무리 빨라도 백 년 정도는 기다려야 할 것 같았는데…… 정말 재수가 좋았어. 겹치기 힘든 몇 가지 우연들이 겹쳐지면서 생각했던 것보다 더 빨리, 그리고 더 완벽하게 다시 태어날 수 있었다.”

그는 바로 제주도에서 소울러들에게 소멸당한 어둠의 왕이었다.

어둠의 왕은 당시 자신이 이길 수 없는 싸움이란 걸 깨닫고 자신의 힘과 기억을 담은 세 개의 핵을 자신이 거둔 세 혼마에게 나눠줬었다.

그가 그 혼마들에게 내린 명령은 단 하나였다.

그 핵을 세상의 모든 어둠이 모이는 장소로 가져다 놓으라는 것이었다.

물론 명령을 그렇게 내리긴 했지만, 막상 어둠의 왕 자신도 혼마들이 그 명령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그건 확신할 수 없었다.

애초에 혼마들이 포위망을 뚫고 탈출할 수 있을지 그것도 의문이었다.

그렇기에 이 모든 것은 도박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도박이 성공했다.

그냥 성공한 게 아니라 대박을 쳤다.

세 마리의 혼마 중 가장 강하고 충성심마저 높았던 김광택은 간신히 제주도를 빠져나온 후 그대로 남해를 건너 지리산까지 올 수 있었다.

녀석은 본능에 따라 어둠의 힘이 가장 크게 느껴지는 곳을 찾아 움직였는데 그곳이 바로 이 마영암굴이었다.

마영암굴에 도착한 김광택은 암굴로 들어와 계속 안쪽으로 이동했다.

그는 혼마였지만 그렇다고 암굴의 레드존에 함부로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레드존에는 사실상 암괴나 혼마들이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존재하지 않은 게 아니라 애초에 존재할 수가 없었다.

레드존은 엄청나게 짙은 농도의 마이너스 에너지들이 미친 듯이 압축된 상태로 마구 휘몰아치고 있는 곳이었다.

그렇기에 김광택은 레드존에 들어간 순간 온몸이 짓이겨지며 조금씩 소멸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김광택은 끝까지 움직여 결국 어둠의 왕에게서 받은 핵을 레드존 가장 깊숙한 곳에 가져다 놓았다.

거기까지가 그의 임무의 전부였다.

결국, 김광택은 그 임무를 완수한 후 레드존의 힘을 견디지 못하고 완전히 소멸했다.

소멸하는 순간까지도 어둠의 왕이 다시 깨어나길 빌었으니…… 확실히 놈의 충성심은 남달랐다.

여기까진 모든 게 어둠의 왕이 원하는 대로였다.

하지만 문제는 세상의 어둠이 모두 모이는 장소라고 해서 무작정 핵이 그 어둠의 힘(마이너스 에너지)을 끌어당겨 흡수할 수는 없다는 점이었다.

어둠의 왕이 만든 핵에는 그가 남긴 힘과 기억이 봉인되어 있었지만, 그 봉인을 제대로 풀기 위해선 일정량 이상의 마이너스 에너지를 흡수해야 했다.

어둠의 왕은 자신이 만든 작은 핵 안에서 본능처럼 마이너스 에너지를 꾸준히 흡수했지만, 애초에 작은 핵 안에 봉인된 그 상태가 워낙 보잘것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많은 양의 마이너스 에너지를 흡수할 순 없었다.

그대로라면 정말 최소 100년은 흡수해야지 아주 간신히 봉인을 깰 수 있을 것으로 보였었다.

그것도 겨우 봉인만 깨는 수준이었다. 제대로 힘을 회복하는 것은 봉인을 깬 후에 생각해야 하는 별개의 일이었다.

물론 억겁의 세월을 살아온 어둠의 왕에게 100년이란 시간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이미 바깥세상에서 살아가는 ‘맛’을 한 번 느낀 그는 조금이라도 더 빨리 다시 그때로 돌아가 싶었다.

하지만 정작 그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조금이라도 더 많은 마이너스 에너지를 흡수하려고 노력하는 게 전부였다.

그렇게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그런데 어느 날.

기적이 일어났다.

너무나도 순수한 악의(惡意)가 암굴 안에서 만들어졌다.

그 악의는 한없이 어둠에 가까운 아주 순수한 것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장 어둠의 힘이 강했던 레드존으로 빨려들어 왔다.

악의는 일종의 그릇이었다.

어둠을 담는 그릇…….

그렇기에 레드존으로 빨려 들어온 순수한 악의에 마이너스 에너지가 흡수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특히 동철은 죽으면서 자신의 모든 것을 악의로 만들었기 때문에 악의의 크기 자체가 아주 컸다.

순도도 아주 뛰어나고 크기마저 큰 악의.

보통의 악의는 이런 식으로 레드존으로 끌려들어 와 마이너스 에너지를 담더라도 순식간에 한계 용량을 벗어나기 때문에 곧바로 깨어졌었다.

하지만 동철의 악의는 달랐다.

그것은 레드존의 마이너스 에너지를 일순간에 흡수해 하나의 커다란 에너지 덩어리가 되었다.

물론 이대로 계속 시간이 흐르면 아무리 동철의 악의가 순도가 높고 크기가 크다고 해도 결국은 계속 유입되는 마이너스 에너지를 견디지 못하고 깨어질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적어도 마이너스 에너지를 채우는 것과 동시에 깨어지진 않았다.

악의가 잠깐 뚜렷한 형체를 유지하며 견디고 있던 그 순간. 어둠의 왕은 자신에게 기회가 찾아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는 망설이지 않고 곧장 자신을 보호고 있던 암흑장막을 깨버리고 튀어나와 악의가 만들어낸 검은색 구체로 들어가버렸다.

그리고는 그곳에 존재하는 악의를 간단하게 자신에게 각인시키며 구체에 존재하는 마이너스 에너지의 통제권을 자신이 차지했다.

그렇게 되자 순식간에 봉인이 풀려버렸다.

그것은 작은 씨앗에 불과했던 어둠의 왕이 원래의 힘을 회복할 수 있게 되었단 뜻이었다.

더 중요한 것은 단지 원래의 힘을 회복하는 정도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봉인이 깨어지며 자연스럽게 육체를 재구성하게 된 어둠의 왕은 자신이 지닌 태초의 어둠을 이용해 이곳에 존재하는 모든 암흑의 기운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이 순간이 기회였다.

태초의 어둠을 통해 육체를 재구성하는 이 순간만큼은 거의 무한대에 가까운 힘을 흡수할 수 있었다.

그 뒤의 과정은 모든 게 어둠의 왕이 원하는 대로 이뤄졌다.

어둠의 왕은 마영암굴을 통째로 집어삼켰다.

한 톨이 어둠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흡수했다.

“크하하하하하하! 난 이제 어둠의 왕이 아니다. 이제부터 나는…… 신(神)이다. 세상의 모든 어둠을 지배하는 암흑(暗黑)의 마신(魔神)! 난 드디어 암흑마신이 되었다!!”

어둠의 왕, 아니 암흑마신은 아주 크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가볍게 앞으로 손을 뻗었다.

콰과과과과과과!

그러자 놀랍게도 그의 앞에 커다란 구멍이 생겨났다.

단지 손을 뻗는 것만으로 경계의 벽을 찢어버리고 강제로 통로를 만들었다.

스윽.

암흑마신은 그 통로를 통해 마굴을 빠져나갔다.

동철의 악의가 열쇠가 되어 다시 태어난 어둠의 왕.

결국, 그는 예전보다 훨씬 더 위험한 존재가 되어 다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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