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더 소울(THE SOUL)-119화 (118/175)

# 119

더 소울(The Soul) - 신의 흔적 [1]

@ 신의 흔적.

“십 분 후 도착합니다.”

콜리는 정중한 목소리로 눈을 감고 자리에 앉아 있는 자신의 상관에게 보고를 했다.

스르륵.

콜리의 보고를 들은 남자는 천천히 눈을 뜨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입국 절차는 문제없겠지?”

“네, 주한미군의 비밀화물로 처리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을 겁니다.”

“도착하자마자 임시 경계를 열고 소울 메카닉들을 모두 점검해라. 그리고 ‘S-델타’는 곧장 주변 경계에 투입해서 혹시 모를 변수를 차단해라.”

“알겠습니다.”

“알아서 잘하겠지만 이번 임무는 매우 중요한 임무다. 그렇기에 내가 직접 온 것이기도 하고…… 모든 대원에게 한시라도 방심을 하지 말라고 전해라. 한국에 도착하는 그 순간부터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명심하겠습니다.”

남자의 말에 콜리는 고개를 깊숙이 숙이며 대답했다.

사실 평상시의 콜리는 오히려 다른 사람들에게 보고를 받는 위치에 있는 인물이었다.

그의 공식 직함은 ‘미국의 중앙정보국(CIA) 국장’이었다. 하지만 그에게 더 중요한 직함은 공식적이지 않은 직함이었다.

ASA(America Souler Alliance)의 에이전트 관리자.

그게 바로 그가 비공식적으로 지니고 있는 직함이었다.

그는 CIA의 국장이란 자리보다 ASA의 에이전트 관리자란 자리를 더 중요하게 생각했다.

실제로 그가 CIA의 국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ASA의 에이전트 관리자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앞에 있는 인물은 ASA의 네 마스터 중 한 명인 ‘아담 버클리’였다.

미국은 다른 나라보다 소울마스터의 숫자가 매우 적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다른 나라에 비해 경계에서의 힘이 약한 것은 절대 아니었다.

그들에겐 다른 나라보다 압도적으로 발전한 영혼과학이 있었다.

아담 버클리는 ASA에 존재하는 네 명의 마스터 중 한 명이었고 동시에 소울마스터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는 굉장히 뛰어난 영혼과학자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콜리는 그를 깍듯이 대할 수밖에 없었다.

‘신의 흔적을 하나만 더 얻을 수 있다면…… 우리는 더욱 완벽해질 것이다.’

아담 버클리는 이번에 나타난 ‘신의 흔적’을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손에 넣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무리를 하면서까지 ASA의 정예들을 전부 이끌고 한국으로 바로 날아온 것이었다.

사실 미국만큼 ‘신의 흔적’의 위력을 잘 알고 있는 나라도 없었다.

미국이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나라가 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가 바로 ‘신의 흔적’이었다.

1차와 2차로 이어진 세계 대전 끝에 결국 마지막에 ‘신의 흔적’을 손에 넣은 나라는 미국이었다.

그들이 얻은 ‘신의 흔적’은 ‘판도라의 상자’라 불리는 영혼유물(靈魂遺物)이었는데 미국은 그것을 통해 말도 안 되는 영혼과학의 발전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정확히 그것에 무엇이 들었었는지 알고 있는 인물은 극소수였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을 통해 미국이 엄청난 수준의 영혼과학을 얻었다는 점이었다.

이처럼 ‘신의 흔적’에서 얻을 수 있는 모든 것들은 정말 진짜 신(神)이 세상에 남긴 몇 개 안 되는 흔적처럼 절대적인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것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는 이들은 그것을 얻기 위해 미친 듯이 달려들 수밖에 없었다.

* * * *

“호오, 미국은 아이언마스터가 직접 움직인 건가?”

주백검은 흥미롭단 표정으로 중얼거리며 앞에 설치된 홀로그램 상황판을 바라보았다.

“일본에서는 무사시의 환생이라고 불리고 있는 ‘쿠미니 아사노’와 월광단(月光團)이 움직인 것 같습니다.”

“일본도 상당한 강수를 두었군,”

“제일 강수를 둔 곳은 유럽연합입니다. 그들은 무려 소울마스터만 여덟 명을 보냈습니다. 물론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독일이 서로 약간의 알력 때문에 각각 마스터를 두 명씩 보낸 것이지만 어쨌든 아직은 연합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과연 유럽연합이 끝까지 연합을 유지할 수 있을까…… 뭐, 합의가 잘 되었다면 그럴 수도 있겠지. 이미 한 번 연합을 유지하며 ‘신의 흔적’을 차지하는 게 얼마나 불리한 것인지 직접 경험했던 그들이니 뭔가 수를 냈을 가능성이 높긴 하겠군.”

주백검이 보고 있는 상황판에는 지금 한국으로 모여들고 있는 전 세계의 움직임이 모두 상세히 적혀 있었다.

“한국 쪽 움직임은 어떻지? 사실 이 상황에서는 그들의 움직임이 가장 중요한데…….”

“장웅의 보고에 따르면 수호자 쪽은 동원 가능한 거의 모든 이들이 움직이고 있고 헌터들은 상황이 상황인 만큼 서로 최소한의 연합을 맺은 후 움직이는 것 같습니다. 그밖에 몇몇 대형 유령세력도 움직이고 심지어 암살자들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총력전이군.”

“아무래도 자신의 나라에서 ‘신의 흔적’이 나타났으니 그렇게 할 수밖에 없죠. 특히 이차세계대전 이후 맺어진 ‘경계분쟁확산방지조약’ 때문에 다른 국가들은 한국에 파견할 수 있는 힘이 제한되고 있지만 한국은 그런 제한에서 자유로우니 이런 상황은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뭐, 그거야 당연한 것이고…… 하지만 한국이라고 해서 그렇게 유리한 것만은 아니야. 다른 나라는 모두 국가 단위로 뭉쳤지만 한국은 그렇게 될 수가 없는 입장이거든.”

주백검은 이 상황이 한국에게 무조건 유리한 상황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일단 장웅에게 연락해라. 아무래도 이번 일에는…… 내가 직접 가야겠다.”

주백검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옆에 있던 부하에게 명령을 내렸다.

“아무리 ‘신의 흔적’이 중요하다고 해도 회주님이 직접 움직이시는 건…….”

“됐다. 난 이미 결정을 내렸다. 이번만큼은 ‘신의 흔적’을 다른 나라에게 넘겨줄 수 없다.”

주백검이 이렇게까지 얘기하자 부하들은 어쩔 수 없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황룡십이영(黃龍十二影)과 용객(龍客)들을 데리고 가겠다. 이 정도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대처가 가능하겠지. 그리고 지금당장 군자맹(君子盟)과 패왕림(霸王林)에도 연락을 해라. 이번일 만큼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서로 모든 걸 공유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이건 내가 직접 그쪽 맹주와 림주에게 얘기하겠다.”

주백검은 ‘신의 흔적’을 일개 세력이 독점하는 것은 힘들다고 판단했다.

아무리 황룡회의 힘이 강하다고 해도 ‘신의 흔적’을 홀로 소화해낼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지진 못했다.

그렇기에 군자맹이나 패왕림과 연합을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결국, 주백검이 움직인다는 것은 중국이 움직인다는 뜻이었다.

경계에서 삼대강국이라 꼽히는 중국, 미국, 유럽연합은 물론이고 다른 수많은 국가들도 국가차원에 이번 ‘신의 흔적’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관심은 곧장 행동으로 옮겨졌다.

‘대한민국으로!!’

적어도 지금 경계는 이 말 하나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 * * *

“통제 불가능. 이게 협회의 답변이에요.”

연희는 대한민국 헌터협회에서 헌터들에게 전한 마지막 메시지를 다시 한 번 읽으며 철민을 바라보았다.

“통제가 가능할 리가 없지. 애초에 ‘신의 흔적’이 우리나라에 나타났을 때부터 충분히 예상했던 상황이잖아.”

철민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근데 협회에서는 일단 헌터들끼리는 암묵적인 연합을 유지해달라고 요청했잖아요. 그건 어느 정도 통제가 된다는 뜻 아닌가요?”

건은 살짝 고개를 갸웃 거리며 물었다.

“그건 말 그대로 권유일 뿐이야. 이 상황에서 협회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그저 헌터들이 그 권유를 조금이라도 지켜주길 바랄 뿐이지.”

“연희 말이 맞다. 이미 협회는 헌터들을 통제할 힘을 잃었다. 사실 ‘신의 흔적’이 나타난 상황에서 누구보다 물욕(物慾)에 약한 헌터들을 통제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것이긴 하지.”

철민은 쓴 웃음을 지으며 얘길 했다.

“그럼 수호자 쪽은 어때요?”

“수호자야 당연히 하나로 뭉쳤지. 아마 사대가문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어떻게 해서라도 ‘신의 흔적’이 국외로 빠져나가는 걸 막으려고 할 거다.”

“그걸 막을 수 있을까요?”

“글쎄……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며 쉽진 않을 것 같다. 아무리 ‘경계분쟁확산방지조약’이 있다고 해도 그 조약을 통해 다른 나라들의 힘을 제약하는 것도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모든 소울러가 하나로 뭉쳐서 대처한다면 모를까…… 지금처럼 이렇게 서로 전혀 힘을 합치지 않는다면 상황은 매우 어려울 거다,”

“휴, 어렵네요. 사실상 대한민국의 연합은 힘들 텐데…… 결국 진흙탕 싸움이 되겠네요.”

건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중얼거렸다.

‘신의 흔적’이 대한민국에 나타난 이상 대한민국의 소울러들이 하나로 뭉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기껏해야 서로 조심을 하는 정도가 전부일 수밖에 없었다.

“일단 대충 결론이 났으니 우리도 곧장 ‘신의 흔적’으로 가자.”

철민은 확실하게 결정을 내린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했다.

“역시 우리 스타일대로 하는 건가요?”

연희도 자리에서 일어나며 철민을 향해 물었다

“이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그것밖에 더 있겠어? 그렇다고 이런 판에서 발을 빼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짓일 테고…… 결국 일단 몸으로 부딪치며 상황에 따라 움직이는 게 최고일 수밖에 없다고.”

연희의 물음에 철민은 슬쩍 웃으며 대답했다.

이제 바로 카페 헤븐의 스타일이었다.

일단 먼저 몸으로 부딪치고 그 다음 생각하기.

사실 이런 문제는 괜히 지지부진 생각만 한다고 결론이 나는 게 아니었다.

선 결행 후 생각.

어쩌면 이게 지금 이 순간에 가장 맞는 판단일지도 몰랐다.

“전 이미 준비를 끝내놨어요.”

건도 어느새 카페 헤븐의 스타일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에 미리 모든 준비를 끝내놓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나도 따로 준비할 것은 없고…… 연희 너는 어때?”

“당연히 저도 모든 준비를 끝내놨죠.”

“그래? 그럼 바로 출발할까?”

“그래요. 근데 듣기엔 아무나 ‘신의 흔적’에 들어갈 수는 없다고 하던데…….”

“아무나 들어갈 수 있으면 그곳이 ‘신의 흔적’이라 불릴 이유도 없는 거잖아. 솔직히 나도 직접 경험을 해본 것은 아니라서 정확히는 알지 못하지만 ‘신의 흔적’으로 넘어가는 선 자체가 일반 경계나 유적과는 조금 많이 다른 거 같더라고…… 뭐, 일단은 가봐야 정확히 알 것 같아.”

“하하하, 설마 우리가 못 들어가진 않을 거예요, 우리의 장점이라고 얘기하긴 좀 그렇지만 어쨌든 우린 소수정예잖아요. 적어도 ‘신의 흔적’에 진입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없을 것 같아요.”

건은 그곳에 들어가는 것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인원수는 셋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중 둘이 소울마스터였고 한 명은 플래티넘 등급의 헌터였다.

이 정도라면 진짜 정예 중에 정예라고 할 수 있었다.

“설사 문제가 있더라고 해도 방법을 찾으면 되는 것이니 일단 출발하도록 하자.”

이번에도 역시 그들은 생각보단 행동을 우선시 했다.

뭐가 됐건 몸으로 부딪쳐보면 답을 알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과연 소문대로 ‘신의 흔적’은 특별했다.

‘신의 흔적’은 지리적으로 대한민국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충주호에 만들어졌다.

당연히 ‘신의 흔적’이 있는 그곳에서는 아주 강렬한 힘의 존재감이 느껴졌지만 정작 그곳에 가보면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었다.

경계로 들어가기 위해선 경계와 현실을 구분 짓는 하나의 선(線)을 찾아야 했는데 그것을 찾을 수가 없었다.

마치 신기루(蜃氣樓)처럼 존재감만 느껴질 뿐 정작 명확한 형체를 찾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경계의 세상에서 가장 특별하다고 여겨지는 소울마스터들도 선을 못 찾고 있었다.

‘신의 흔적’이 만들어진지 벌써 보름이나 지났는데 단, 한 명도 그곳으로 들어가지 못했다는 것만 봐도 그곳이 얼마나 까다로운 곳인지를 알 수 있었다.

당연히 카페 헤븐의 삼총사도 그곳에 도착해서 살짝 당황하고 있었다.

그들은 아무리 ‘신의 흔적’이라고 해도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표정이었다.

모두를 당황하게 만든 ‘신의 흔적’.

그곳은 마치 아직은 누구에게도 입장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이 계속 신기루 같은 존재감만 내뿜으며 모든 소울러들을 농락하고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