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더 소울(The Soul) - 살기 위해 강해진다 [1]
@ 살기 위해 강해진다.
혼마는 총 7등급으로 나뉜다.
가장 등급이 낮은 마객급 혼마는 대충 9~8등급의 고대영혼이 마이너스 에너지에 오염되어 탄생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병급 혼마는 7~6등급.
마군급은 5등급.
마공급은 4등급.
마왕급은 3등급.
마제급은 2등급.
마지막으로 마신급은 1등급의 고대영혼이 마이너스 에너지에 오염되었을 때 탄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말 그대로 이론적인 것이었다.
실제론 5등급의 고대영혼이 마공급 혼마가 될 수도 있었고 반대로 4등급의 고대영혼이 마군급 혼마가 될 수도 있었다.
이처럼 혼마의 등급은 영혼의 등급과 완벽하게 일치하진 않았다.
특히 이곳 천원처럼 마이너스 에너지의 농도가 말도 안 되게 높은 지역에선 낮은 등급의 고대영혼이 높은 등급의 혼마로 변형되는 것은 아주 흔한 일이었다.
사실 마공급 이상의 혼마는 평상시에는 거의 구경하기 힘든 존재였다.
전 세계로 범위를 넓혀 보아도 몇 달에 한 번 정도 등장하는 희귀한 혼마였다.
그리고 마왕급 혼마는 전 세계적으로 일 년이 한 번 정도만 등장하는 혼마였다.
당연히 마왕급 혼마가 등장하면 전 세계의 사냥꾼들이 그것을 잡기위해 모여들었었다.
마왕급 혼마를 잡고 얻을 수 있는 영혼의 구슬은 영혼의 조각이나 파편 같은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값어치가 있었다.
하지만 마왕급 혼마를 잡으려면 흔히 소울마스터라 불리는 이들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마왕급 혼마는 그만큼 강했다.
소문에 의하면 마스터의 경지를 초월한 몇몇 소울러들은 마왕급 혼마를 단독으로 상대할 수 있다고 전해졌지만 사실 마스터의 경지를 초월한 소울러가 누구인지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경계의 세상에서는 그들을 ‘그랜드마스터’라고 부르며 진정한 최고의 소울러로 인정해 주었는데 정확한 정보는 아니었지만, 미국 ASA의 영원한 마스터라 불리는 ‘섀도우’, 중국의 모든 소울러들이 가장 존경하는 소울러로 손꼽고 있는 ‘황제(黃帝)’, 북유럽 소울러들의 대표인 ‘오딘’과 남유럽 소울러들의 대표인 ‘제우스’, 아프리카 소울러 연합을 이끌고 있는 ‘파라오’ 등등 지역을 대표하는 소울러들이 그랜드마스터일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었다.
어쨌든 이러한 그랜드마스터가 아니라면 마왕급 혼마를 혼자 상대하는 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였다.
마왕급이 이 정도였으니 마제급은 말을 할 필요도 없었다.
사실 마제급 혼마는 몇십 년에 한 번 나타나면 많이 나타나는 혼마였다.
적어도 가장 최근에 나타난 마제급 혼마는 대략 50년 전 남미에서 나타난 한 마리가 마지막이었다.
당시 마제급 혼마를 제압하는 과정에서 많은 수의 소울러들이 희생되었었다.
그나마 남미 지역을 대표하는 브라질의 소울러와 그를 따르는 수많은 소울마스터들의 노력으로 간신히 제압되긴 했었지만, 당시 입은 피해 때문에 남미지역은 아직도 다른 지역에 비해 소울마스터의 숫자가 적은 상태였다.
마지막으로 마신급 혼마는 사실 제대로 된 기록조차 남지 않은 고대에 한 번 등장했었다고 알려졌었다.
당시 마신급 혼마의 등장 때문에 경계의 세상이 거의 괴멸 직전까지 갔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긴 했지만, 너무 부실한 기록이라 막연히 마신급 혼마는 경계의 세상 전체를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만 알려졌을 뿐이었다.
혼마는 이렇게 등급에 따라 천차만별의 힘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공통적인 게 있었다.
그것은 바로 흔하게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 공통적인 특징이 완벽하게 무시되는 곳이 존재했다.
그곳은 바로…… 천원이었다.
드드드드드득!
건은 자신을 향해 날아온 커다란 에너지 충격파를 왼손으로 막았다.
정확히는 왼손에 들린 흑룡아(대도)의 도면으로 그것 흘려보냈다고 얘기하는 게 맞았다.
그렇게 에너지 충격파를 흘려보낸 건은 곧바로 몸을 숙이며 손에 들고 있던 흑룡아(대도)를 위로 휘둘렀다.
파지지지직!
그러자 흑룡아(대도)에서 한 줄기의 뇌전이 뿜어져 나왔고 그것은 곧장 초승달 모양으로 변형되었다.
이건 파천벽력파의 또 하나의 변형 버전인 파천벽력월(破天霹靂月)이었다,
콰드드드득!
그것은 곧바로 앞쪽에 있던 혼마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방금 입으로 강력한 에너지 충격파를 내뿜은 혼마는 전광석화와 같은 건의 반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크아아아아!
그 혼마는 인간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키가 4m 정도에 팔이 네 개, 머리가 두 개 달린 근육질의 우락부락한 몸을 지닌 괴물이었다.
비록 초대형 혼마는 아니었지만, 굉장히 까다로운 특수능력들로 무장한 마공급 혼마(최상급)였기 때문에 건은 무려 한 시간 동안 놈을 상대하는 중이었다.
그나마 건은 놈의 특수능력 중 가장 까다로웠던 거의 모든 공격을 무력화시키는 ‘에너지 보호막’이 놈이 공격을 할 땐 사라진다는 걸 알아내고 놈이 공격하는 그 순간을 노리고 있다가 이렇게 완벽하게 반격을 꽂아 넣을 수 있었다.
한 시간 동안 번번이 그 에너지 보호막에 막혀 제대로 공격을 하지 못했던 건은 한 번의 반격 성공으로 드디어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츠츠츳!
혼마는 큰 충격을 받았음에도 재빨리 다시 자신의 몸을 완벽하게 보호하는 에너지 보호막을 펼치려고 했지만, 건은 놈이 보호막을 펼치는 것보다 훨씬 빨리 두 번째 연계공격을 놈의 몸에 꽂아 넣었다.
우르르릉, 콰과과광!
이번엔 파천벽력섬이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
보호막을 완성하려던 혼마는 다시 한 번 충격을 입고 심하게 휘청거렸다.
그리고 당연히 그의 몸을 감싸기 시작하던 보호막은 다시 흩어지며 사라졌다.
‘지금 끝을 내야 한다!’
한 시간 동안 계속 버티면서 잡은 기회였다.
당연히 건은 이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었다.
츠리릿!
이제는 건이 단지 생각하는 것 뿐만으로도 순간적으로 흑룡아의 형태를 바꿀 수 있었기 때문에 건이 끝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 순간 이미 흑룡아는 대도에서 창으로 변형되어 있었다.
그리고 건은 그렇게 변형된 흑룡아를 혼마를 향해 찔러 넣었다.
파파파파파팟!
그러자 창끝이 기묘하게 흔들리며 그곳에서 아홉 마리의 용이 튀어나왔다.
구룡섬(九龍閃)이었다.
콰득, 우드드득!
순식간에 허공을 가른 아홉 마리의 용이 동시에 혼마의 몸을 물어뜯었다.
혼마는 마공급 혼마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최상급에 분류되는 혼마였지만 이미 한 시간 동안 상당한 에너지를 사용한 상태였고 거기에 자신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 할 수 있는 에너지 보호막까지 사라진 상태였기 때문에 너무나 무력하게 아홉 마리의 용에게 물어뜯겼다.
이 공격이 더욱 치명적인 이유는 아홉 마리의 용이 모두 영혼심독을 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비록 영혼심독이 혼마 같은 괴물들에게보다 소울러들에게 더 효과가 좋은 공격이었다고 해도 괴물들에게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영혼심독으로 인해 혼마가 쓰러지진 않겠지만 적어도 혼마의 마이너스 에너지를 뒤흔드는 정도의 효과는 충분히 기대할 수 있었다.
이렇다 보니 혼마는 더더욱 에너지 보호막을 다시 만들어내기가 힘들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혼마는 어쩔 수 없이 보호막 사용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대신 놈은 공격을 선택했다.
츠리리리릿!
놈의 입가로 다시 한 번 마이너스 에너지가 빠르게 모여들었다.
혼마는 자신이 가진 또 하나의 특수 능력인 ‘에너지 브레스’를 사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건은 그런 혼마를 그냥 놔두지 않았다.
애초에 건은 놈의 에너지 보호막만 까다롭게 생각했었고 놈의 나머지 능력들은 그다지 두려워하질 않았다.
“하압!”
건은 짧고 강한 기합과 함께 손에 들고 있던 흑룡아(창)와 혼연일체(渾然一體)가 되어 혼마를 향해 달려들었다.
꽈과과과광, 콰드드드드득!
동시에 혼마도 입을 크게 벌리며 에너지 브레스를 쏘아냈지만, 건은 그 에너지 브레스를 온몸으로 꿰뚫고 지나간 후 혼마의 두 머리를 동시에 날려버렸다.
파천신력-천원돌파과 무신혼-유성충돌을 동시에 사용해 만들어낸 천지파멸행(天地破滅行)이었다,
스르르륵, 콰과광.
두 머리를 잃는 마공급 혼마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한 시간이 넘는 전투 끝에 결국 건은 이번에도 역시 적을 쓰러트렸다.
“후우…….”
하지만 그럼에도 건은 전혀 기뻐하지 않았다.
아니 기뻐할 수가 없었다. 여전히 건은 천원의 한가운데 있었고 방금 쓰러트린 수준의 혼마는 하루에도 몇 번씩 만나는 아주 흔한 적일 뿐이었다.
이건 기뻐할 게 아니라 그냥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혼마들이 하루가 다르게 강해지고 있다. 그리고 동시에 내 영혼을 끌어당기는 인력(引力)도 강해지고 있다.’
건은 방금 자신이 쓰러트린 마공급 혼마가 남긴 영혼의 파편들을 주운 후 한쪽 방향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천원에 들어온 지 벌써 열흘.
그동안 건은 다른 소울러들은 도저히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의 전투를 계속 견뎌내며 천원의 핵심일라 할 수 있는 천본(天本)의 근처까지 와 있었다.
열흘 동안 상당한 거리를 이동한 그였지만 아직 천본에 들어서진 못한 상태였다.
“도대체 무엇이 나를 이토록 끌어당기는 거지?”
건은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사실 이성적으로 따지면 건은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말아야 했다.
아무리 건의 능력이 대단하다고 해도 그는 혼자였다.
그나마 그가 가지고 있는 능력이 워낙 대단해 지금까지는 곧잘 버텼지만 이대로 계속 혼마들의 힘이 강력해져 만약 마왕급 혼마라도 나타난다면 천하의 건이라고 할지라도 매우 위험해질 수 있었다.
건은 머릿속으로는 그걸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더욱 강력해지는 영혼의 끌림 때문에 그는 도저히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가 없었다.
“주인님, 이제 진짜 그만 멈추셔야 해요. 저 앞쪽은 제 능력으로도 파악할 수 없는 불가해(不可解)의 지역이에요…… 그냥 막연히 너무나 두렵단 느낌만 들 뿐이에요. 이건 진짜 위험해요. 암굴의 블랙존 따위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곳이라고요.”
백은 계속해서 건을 만류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건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얘기했다.
“알아.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가야 해.”
“주인님…….”
지금의 건은 백이 무슨 말을 해도 말릴 수가 없는 상태였다.
“솔직히 나도 두렵다. 하지만 내 영혼을 끌어당기는 힘은 그 두려움마저 찍어 누르고 있다. 설사 혼마들에게 내 몸이 인정사정없이 찢길지라도 난 저곳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이건 마치 오래전 나에게 주어진 숙명과도 같은 느낌이다.”
건은 백을 향해 담담하게 얘기하며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분명 끊임없이 등장하는 혼마들은 건을 지치게 하였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건이 잃는 것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천원에 들어와서 열흘.
건은 그 열흘 동안 끊임없이 혼마와 싸우며 생각지도 못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덕분에 그는 또 한 발자국 앞으로 나아갔다.
최근 말도 안 되는 속도로 발전했던 건이었기 때문에 거기서 또 한 번 발전한다는 것은 절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 천원에서 열흘 동안 거의 무아지경에 빠져 강력한 적인 혼마들과 계속 싸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몇 가지 작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깨달음은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재 진행형처럼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이곳에서 계속 살아남으려면 끊임없이 성장해야 한다. 그것만이 내가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건은 자신이 천원에서 살아남으려면 무엇을 필요한지 잘 알고 있었다.
오늘의 나와 내일의 내가 달라야 했다.
아니, 지금의 나와 몇 분 후의 내가 달라야 했다.
끊임없는 성장.
그것만이 건의 생(生)을 보장해 주었다.
건은 그렇게 살기 위해 강해지는 중이었다.